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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낯 손톱' 유행은 어떻게 계급 논란으로 번졌나

3시간 전
컬러 네일 바니시를 사용하지 않은 매니큐어
Getty Images

최근 몇 달 사이, 영국 런던의 네일살롱 '우먼 스파(Wumman Spa)'를 운영하는 팔로마 부데마이어는 흥미로운 변화를 목격했다. 네일숍을 찾는 손님들이, 마치 한 번도 관리받지 않은 것처럼 보이는 손톱을 원한다는 것이다.

부데마이어는 "정말 놀랍다"고 말했다.

이 고객들은 여전히 손톱을 다듬고 광을 내며 큐티클을 정리한다. 그는 손님들이 "손을 불려 보습 관리도 받는다. 다만 마지막에 매니큐어를 바르지 않을 뿐"이라고 했다.

부데마이어에 따르면, 이러한 변화의 배경에는 소셜미디어에서 확산 중인 '민낯 손톱(bare nails)' 열풍이 있다.

최근 윤기 나는 자연스러운 손톱 사진들이 SNS를 뒤덮고 있으며, 패션쇼 런웨이와 레드카펫에서도 자주 등장하고 있다. 일부는 이를 '조용한 럭셔리(quiet luxury)'의 최신 상징으로 본다.

그러나 비평가들은 이러한 유행이 계급 문제와 쳇바퀴를 도는 것처럼 바뀌는 미의 기준, 그리고 누가 '세련됨'을 정의하는가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고 주장한다.

팔로마 버드마이어
BBC
런던에서 네일 살롱을 운영하는 팔로마 버드마이어는 손님들의 요구가 달라진 것을 느낀다

특히 화려한 네일아트의 역사·문화적 뿌리가 흑인, 라틴계, 아시아계 공동체와 깊이 연결돼 있고, '민낯 손톱'이 새로운 사회적 지위의 상징으로 여겨지면서 화려한 네일을 부정적으로 낙인찍을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뷰티 전문 기자인 크리스티나 로둘포는 BBC에 "이러한 유행은 단조로움과 획일성을 가져오고, 흑인·유색인종 공동체에 중요한 문화와 정체성을 희미해지게 한다"고 말했다.

그는 "('민낯 손톱'은) 종종 '우아하다'거나 '품위 있다'고 표현되는데, 이는 백인 중심적 미의 기준을 유지하는 완곡어법으로 사용된다"고 지적했다.

반면 일부 사람들에게 '민낯 손톱'은 화려한 네일을 싫어해서라기 보단 단순히 일상을 간소화하기 위한 선택이다.

어떤 이들은 오랜 여성 미용 규범에 대한 반발로 매니큐어를 끊었다고 말한다. 시간과 비용을 아끼기 위해서, 또는 단순히 자연스러운 모습이 좋아서라는 경우도 있다. 한편, 원래부터 손톱을 꾸미지 않던 여성들은 자신들의 생활 방식이 갑자기 유행이 된 상황을 흥미롭게 바라보고 있다.

'네일 강박증'

아일랜드 방송인 앤절라 스캔런은 수년간 격주로 네일숍을 찾았다.

그 습관은 2000년대 뉴욕에 살 때 시작됐다. 당시 뉴욕에서는 매니큐어가 너무 보편적이어서 마치 일종의 '유니폼'처럼 느껴졌다고 한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자 손톱 관리가 부담으로 다가오기 시작했다.

그는 2주마다 얇고 반짝이는 셸락부터 두꺼운 젤 네일까지 꾸준히 시술받았다.

스캔런은 "TV에 손톱을 안 하고 나가면 누군가가 싫어할 거라고 생각한 건 아니었다"며 "그저 머리를 감는 것처럼 반드시 해야 하는 일 목록에 추가됐을 뿐"이라고 말했다.

그러다 어느 순간 그는 시간과 정신적 여유를 되찾기 위해 매니큐어를 그만두기로 결심했다.

"제가 사람들에게 '아, 또 손톱 하러 가야 해'라고 말하는 걸 깨닫고 문득 생각했어요. '이제 안 해도 되지 않을까?'"

올해 초 그가 매니큐어를 끊은 경험을 서브스택과 인스타그램에 공유하자 큰 반향을 일으켰다.

안젤라 스캔론
BBC
앤절라 스캔런은 최근 매니큐어 습관을 버리기로 결심했다

지난 2월 뉴욕 패션위크에서는 마크 제이콥스를 비롯한 여러 브랜드가 매니큐어를 하지 않은 모델들을 런웨이에 세웠다. 일부 패션업계 인사들은 새로운 것이 아니라고 지적했지만 말이다.

하지만 패션 잡지들은 "멋진 여성들은 조용히 매니큐어를 그만두고 있다", "'민낯 손톱'은 새로운 신분의 상징", "매니큐어는 더 이상 세련되지 않다"는 제목의 기사들을 쏟아냈다.

인스타그램과 틱톡에도 자연스럽고 윤기 나는 손톱을 만드는 방법을 소개하는 게시물이 넘쳐난다. 심지어 일부는 이러한 손톱을 만들기 위해 네일숍을 예약할 정도다.

우먼 스파를 찾아오는 부데마이어의 고객들은 몇 시간씩 앉아 조이 크래비츠나 젠데이아 스타일의 얇고 투명하며 윤기 나는 인조 손톱 시술을 받는다.

런던에 사는 카디자는 한때 화려한 네일아트를 즐겼지만, 올해부터 '민낯 손톱'을 유지하고 있다.

"정말 세련돼 보여요. '적을수록 좋다'는 미니멀리즘을 좋아하거든요...소비를 줄이고 집에서도 할 수 있는 자기 관리 같아요."

친구인 에마누엘라는 생활비 상승 때문에 마지못해 이 흐름에 동참했다. 그는 "요즘 (손톱 관리 비용이) 너무 비싸다"고 토로했다.

25세의 한 여성은 BBC에 "이제 네일 시술은 촌스럽게 느껴진다"며 "시간도 아깝고, 헬스장에서 웨이트 트레이닝을 하다 손톱이 부러지면 돈만 낭비하는 셈"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일부는 이러한 트렌드와 이를 둘러싼 담론이 더 불편한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고 본다.

문화적 중요성

패션 전문 기자 수잔 E. 샤피로에 따르면, 매니큐어는 역사적으로 늘 사회적 지위를 드러내는 역할을 해왔다.

그는 BBC에 "여성의 몸과 자기 표현 방식은 언제나 정치·문화적으로 중요한 의미를 지녔다"고 말했다.

13세기 중국에서는 귀족들이 손톱을 길게 기르고 정교한 황동 손톱 보호대를 사용했는데, 이는 육체노동과 거리가 먼 삶을 상징했다.

1800년대에 유행했던 장밋빛 왁스를 한 겹 바른 손톱은 활력과 건강의 상징으로 여겨졌지만, 두 겹 이상 바르는 것은 달랐다. 당시에는 화장이나 인위적인 아름다움이 여성의 미덕과 연결돼 있었기 때문에, 왁스를 여러 겹 바르면 허영심이 많거나 품행이 좋지 않은 여성으로 여겨졌다.

그리고 1930년대 초 레블론이 출시한 가정용 빨간색 매니큐어는 이러한 억압적인 사회적 판단에 맞서던 현대 여성들에게 자부심의 상징이었다.

하지만 역사학자들은 매니큐어를 누구나 쉽게 즐길 수 있고 유행하는 자기표현의 한 형태로 만든 데에는 유색인종 여성들의 역할이 특히 컸다고 말한다.

조세핀 베이커와 '디스코 아이콘'인 다이애나 로스와 도나 서머, 그리고 올림픽 금메달을 딴 단거리 육상선수 플로렌스 그리피스 조이너 등이 네일아트를 개척했다. 특히 화려한 아크릴 네일로 유명했던 그리피스 조이너는 뛰어난 기록을 세운 경기보다 그녀의 손톱이 언론의 헤드라인을 장식하는 경우가 많을 정도였다.

1988년 서울 올림픽에서 메달을 자랑하는 플로렌스 그리피스-조이너
Getty Images
플로렌스 그리피스-조이너가 1988년 서울 올림픽에서 메달을 선보이고 있다

그리고 1970년대 베트남 난민들이 유입되면서 '네일 바(nail bar)'가 등장했고, 전문적인 매니큐어는 더 이상 부유층만 누릴 수 있는 것이 아니게 됐다.

하지만 많은 사치품이 그렇듯, 네일 관리가 대중화하고 누구나 쉽게 이용할 수 있게 되자 부유층은 새로운 방향으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루돌포는 이를 '카운터 시그널링(counter signalling)'이라고 부르는 전형적인 사례라고 설명한다.

"로고가 크게 드러나는 가방이 촌스럽게 여겨지고 '조용한 럭셔리'가 더 선망의 대상이 된 것과 마찬가지로, 이제는 손톱을 꾸미지 않는 것이 유행으로 여겨지고 있습니다."

"이런 사례에 등장하는 사람들은 거의 언제나 백인 여성이나 유명인들입니다...(그리고) 이들은 손톱을 꾸미지 않은 상태를 종종 계층과 취향의 문제로 연결할 것입니다."

하지만 다른 사람들은 '민낯 손톱' 역시 상당한 시간과 비용이 든다고 지적한다.

샤피로는 "역설적인 점은 이런 자연스러운 손톱도 사실 자연 그대로인 것이 아니라는 것"이라며 "이 역시 많은 관리가 필요하고, 때로는 상당히 고가의 서비스를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비현실적인 미의 기준 등 미용 산업이 해결해야 할 타당한 페미니즘적 문제들이 있다는 데에는 이견이 거의 없지만, 여성들이 주도하는 네일 산업은 많은 여성에게 힘을 실어주는 공간이기도 하다.

샤피로는 "네일 관리는 상당 부분 '여성을 위한, 여성에 의한' 문화적 성격을 갖고 있다고 생각한다"며 "뉴욕에서 처음 문을 연 네일숍도 여성이 운영했고, 그는 매우 독립적인 여성이었다...제품을 출시하거나 네일숍을 연 초기 사업가들 가운데도 여성이 많았다"고 설명했다.

햄프턴은 네일 트렌드가 과거부터 지금까지 계속해서 서로를 판단하는 수단으로 이용되는 것이 안타깝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는 네일을 즐기는 재미를 없애고 있다"며 "누구든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하면 된다. 매니큐어를 바르든, 아무것도 하지 않든 상관없다"고 말했다. 이어 "왜 논쟁을 벌이는 걸까? 왜 서로 싸우는 걸까?"라고 덧붙였다.

스캔런 역시 이런 논쟁이 조금 의아하다고 말했다.

그는 "그저 자기 자신과 다른 사람들을 판단하는 것을 멈추면 될 일 같다"며 "네일 관리를 좋아하는 사람도 있고 좋아하지 않는 사람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내가 던지고 싶었던 질문은, '(이러한 논쟁이) 당신에게 어떤 의미가 있느냐'는 것이었다"고 했다.

"결국 진실은, 그렇게까지 심각한 문제가 아니라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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