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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망스럽습니다'...홍콩 주택 단지 화재에 주민들 망연자실

1일 전

"가까이 갈수록 열기가 느껴지고, 연기가 정말 짙게 퍼지고 있었습니다."

토머스 리우 학생은 홍콩 타이포 지역에 있는 8개 동의 '웡 푹 코트(Wang Fuk Court)' 주택 단지를 휩쓴 치명적인 화재 현장으로 모여든 많은 사람 중 한 명이다.

지난 26일 발생한 화재로 현재까지 최소 55명이 사망했으며 수백 명이 여전히 실종 상태이기 때문에 사망자는 더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화재 원인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지만, 화재가 빠르게 확산되는 데 영향을 미쳤을 수도 있는 그물망과 플라스틱 시트 등 가연성 자재 사용과 관련해 과실치사 혐의로 건설사 임원 3명이 체포됐다.

토머스는 BBC에 시신이 옮겨지는 장면을 목격했다며 "이건 재앙이다"라고 말했다.

타이포 지역구 의원 무이 시우-펑은 BBC에 "많은 사람들이 우리에게 왓츠앱 메시지를 보내거나 전화를 걸어왔다"라며 "가족이 아직 안에 있거나 찾을 수 없다"라는 연락을 많이 받았다고 전했다.

불길이 번지자 천 명이 넘는 주민들이 단지에서 긴급 대피했고, 일부는 주변에 마련된 임시 대피소로 이동했다. 경찰은 인근 건물의 주민도 대피시켰다.

화재는 점차 진압되고 있지만, 당국은 불길이 언제 완전히 진압될 지 정확한 시점을 알 수 없다고 밝혔다. 여전히 불길이 치솟는 모습을 많은 사람들이 침묵 속에서 지켜봤다.

한 여성은 자신의 친구들이 화재 건물 안에 살고 있다며 무사히 빠져나왔는지 연락을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재킷을 입고 어깨에 배낭을 멘 남성이 카메라를 향해 말하고 있다
Reuters
해리 청은 '웡 푹 코트' 단지 2번 동에 수십 년 동안 거주 중이다

40년 넘게 '웡 푹 코트' 2번 동에 거주한 해리 청(66)은 로이터통신에 "아주 큰 폭발음"을 들었고, 인근 동에서 불길이 치솟는 것을 봤다고 전했다.

그는 "즉시 집으로 돌아가 짐을 챙겼다"라고 덧붙였다.

"지금 어떤 감정인지 잘 모르겠습니다. 오늘 밤 어디서 자야 하는지 생각하고 있습니다. 집에 돌아가지 못할 것 같네요."

인근 '꿍 푹 에스테이트(Kwong Fuk Estate)' 단지에 사는 60대 여성 캄은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웡 푹 코트'에 사는 친구 몇 명은 연락이 됐지만, 모두 연락이 닿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한 친구는 매일 오후 낮잠을 자는데, 화재가 난 시점인 오후 2시 51분에 자고 있었을 수도 있을 것 같다며 친구의 딸들이 아직 연락을 받지 못했다고 덧붙였다.

또 다른 주민인 제이슨 콩(65)은 로이터에 이웃이 아직 건물 안에 갇혀 있다는 전화를 받았다고 전했다.

"너무 절망스럽습니다. (화재 건물에 거주하는) 이웃과 친구들이 많습니다.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모르겠어요. 모든 아파트가 불타고 있습니다.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정부가 이후 우리가 다시 자리 잡을 수 있게 도와주길 바랄 뿐입니다."

피해 건물 중 한 동에 거주하는 한 노년 여성은 BBC에 화재 당시 집에 없었지만, 보험에 가입되어 있지 않아 걱정된다고 말했다.

중국, 홍콩, 타이포가 표시된 지도 중앙의 타이포에 핀이 찍혀 있으며 핀과 연결된 박스에는 화재 전 '웡 푹 코트'의 모습을 보여주는 박스가 나타난다
BBC

여러 고층 건물을 집어삼킨 화재의 원인은 밝혀지지 않았지만, 경찰은 건물 외벽에서 그물망과 플라스틱 시트 등이 발견됐다고 밝혔다. 두 자재 모두 난연성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건물 창문에서 스티로폼도 발견됐다. 경찰은 이러한 자재들이 화재가 더 빠르게 번진 원인일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일부 주민들은 이렇게 큰 화재가 발생한 사실에 분노하며 대응을 비판하고 있다.

'웡 푹 코트'에 거주하는 60대 여성 푼은 "산불이 나면, 헬리콥터를 동원해 물 폭탄을 투하하곤 하는데, 왜 그런 조치조차 없고 다른 건물이 계속 타도록 놔두고 있는 거죠?"라고 되물었다.

그는 "소방서와 가까운 위치라 화재가 금방 진압될 줄 알았는데 불길이 더 번졌다"라며 "정말 실망스럽다"라고 SCMP에 전했다.

푼은 정부로부터 어디에 도움을 청해야 하는지에 대한 어떠한 안내도 없었다고 지적했다.

BBC는 피해 주민들을 위해 담요 수십 장과 핫팩 등 구호품을 준비한 타이포 주민들과 이야기를 나눴다.

홍콩의 행정수반인 존 리 행정장관은 정부 부처가 화재 피해 주민들을 지원하고 있다고 밝혔다.

화재 상황에 대해 주민들의 심정을 묻자, 그들은 "정부가 무능하다", "너무나 가슴이 아프다"라고 말했다.

한 주민은 "더 이상 희생자는 보고 싶지 않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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