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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여객기·헬기 충돌 사고로 피겨 선수 다수 사망 추정...한국계 유망주 포함

2025.01.31

지난 29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DC 상공에서 발생한 여객기·헬기 충돌 사고로 한국계 16세 피겨스케이팅 선수 두 명과 그들의 모친, 그리고 러시아 출신 코치 두 명이 사망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번 참사는 피겨스케이팅계에 큰 충격을 주고 있다.

미국 보스턴 소재 스케이팅 클럽 소속이었던 스펜서 레인과 지나 한을 포함한 이들 6명은 최근 미국 피겨스케이팅 선수권 대회와 연계된 유망주 훈련 캠프에 참가한 뒤 돌아가는 중이었다.

한국 정부의 재미 영사 업무 담당자에 따르면 사고 여객기에 탑승한 승객 중에는 여자 피겨 유망주로 주목받아온 한국계 지나 한 선수가 포함됐다. 또한 같은 비행기에 탑승했던 10대 남자 피겨 선수 스펜서 레인의 경우, 그의 아버지 더글러스 레인이 아들을 한국에서 미국으로 입양했다고 현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밝혔다.

해당 클럽의 더그 제그히베 최고경영자(CEO)는 30일(현지시간) 기자회견에서 "피겨스케이팅은 서로 긴밀히 연결된 공동체다. 우리 모두가 가족을 잃은 심정이다"고 전했다.

미국 당국은 여객기와 군용 헬기가 충돌한 이번 사고에서 생존자가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까지 사고 현장에서 28구의 시신이 수습됐다.

사고가 난 여객기에는 최소 14명의 피겨스케이팅 선수와 관계자가 탑승했던 것으로 추정된다. 미국 피겨스케이팅 협회는 일부 선수와 코치, 가족들이 해당 항공편에 탑승해 있었다고 확인했으나, 추가적인 탑승자 명단에 대한 BBC의 요청에는 응답하지 않았다.

미국 국가교통안전위원회(NTSB)는 사고 원인을 조사 중이며, 구조대는 포토맥강에서 남아 있는 잔해와 실종자를 찾기 위한 작업을 이어가고 있다. 사고 여객기에는 64명, 군용 헬기에는 3명이 탑승한 것으로 파악됐다.

탑승객과 승무원에 대한 정보가 제한적으로 공개된 가운데 델라웨어대학교는 해당 대학의 전직 피겨스케이팅 코치였던 사샤 키르사노프가 이번 사고로 사망했다고 발표했다. 또한 "UD 피겨스케이팅 클럽 소속의 젊은 선수 두 명이 사고기에 탑승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으나, 구체적인 정보는 공개하지 않았다.

필라델피아 스케이팅 클럽과 노던 버지니아 스케이팅 클럽 등 여러 단체들도 사고에 대한 깊은 애도를 표했다.

러시아 국영 언론 타스(Tass)에 따르면 소련 국가대표 출신 전직 피겨스케이팅 선수 이나 볼리안스카야도 이번 사고로 숨진 것으로 확인됐다.

제그히베가 운영하는 보스턴 스케이팅 클럽 소속 희생자들은 지나 한과 스펜서 레인, 그들의 모친인 진 한과 크리스틴 레인, 그리고 러시아 출신 코치 예브게니아 슈슈코바와 바딤 나우모프다.

"우리는 충격에 빠졌으며, 어떤 말로도 이 감정을 표현할 수 없습니다."

제그히베는 이번 사고를 "끔찍한 비극"이라고 표현했다.

그리고 그는 "스펜서 레인이 피겨스케이팅의 미래"였다며 "단숨에 정상을 향해 치솟던 천재적인 선수"라고 전했다.

또 다른 코치 엘린 샤른도 "스펜서는 타고난 우아함과 스피드에 대한 뛰어난 감각을 갖고 있었다"며 "그처럼 빠르게 성장하는 선수는 본 적이 없다"고 전했다.

제그히베는 "스펜서와 지나 한은 클럽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던 리더들이었다"고 말했다.

그리고 그는 지나 한에 대해 "실력 있는 선수이자 늘 친절한 사람이었다"며 "모두가 그녀를 사랑했다"고 말했다.

이들의 코치인 예브게니아 슈슈코바와 바딤 나우모프 부부도 같은 여객기에 타고 있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슈슈코바와 나우모프는 1994년 세계선수권에서 우승한 러시아 출신 페어 선수로, 올림픽에도 출전한 바 있다. 이후 그들은 미국으로 건너와 코치로 활동했다. 제그히베는 "그들은 (피겨 선수들에게) 높은 기준을 요구했지만, 매우 따뜻한 사람들이었다"고 회상했다.

이들은 아들 맥스(24)를 두고 세상을 떠났다. 맥스 역시 부모의 뒤를 이어 피겨스케이팅 선수로 활동 중이다.

 예브게니아 슈슈코바와 바딤 나우모프가 빙판 위에서 피겨 스케이팅을 보여주고 있다.
Getty Images
러시아 피겨 챔피언 부부인 예브게니아 슈슈코바와 바딤 나우모프가 추락 여객기에 탑승한 것으로 확인됐다

올림픽 메달리스트이자 보스턴 스케이팅 클럽 출신인 낸시 케리건은 두 사람에게 애도를 표했다.

"그들만큼 스케이팅을 사랑한 사람을 본 적이 없습니다. 그래서 더욱 가슴이 아픕니다."

케리건은 애도의 뜻을 전하며 "무슨 일이 일어난 건지 아직 실감이 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피겨스케이팅계에서는 이번 사고가 1961년 미국 피겨스케이팅 국가대표팀이 프라하 세계선수권 대회로 가던 중 비행기 추락 사고로 선수 18명이 전원 사망한 사건을 떠올리게 한다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제그히베는 피겨스케이팅계가 그 사고에서 회복하는 데 수십 년이 걸렸다고 말했다.

그는 "그 사건이 오랫동안 영향을 미쳤다"며 "이렇게 뛰어난 지도자를 잃는 것은 곧 스포츠의 미래를 잃는 것과 같다"고 말했다.

흑백 사진 속 사람들이 '미국 피겨스케이팅 협회'라고 적힌 팻말을 들고 비행기 밖에 서 있다.
Getty Images
지난 1961년 체코 프라하에서 열리는 세계 피겨스케이팅 선수권 대회에 참가할 예정이던 미국 대표팀 선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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