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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우크라 평화 보장하는 '의지의 연합' 추진

2025.03.03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가 2일(현지시각) 전쟁 종식을 위한 우크라이나 협력과 방어를 위한 4대 계획을 발표했다
EPA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가 2일(현지시각) 전쟁 종식을 위한 우크라이나 협력과 방어를 위한 4대 계획을 발표했다. 유럽 정상들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참석한 자리에서다.

스타머 총리는 영국, 프랑스 등 여러 국가가 '의지의 연합'을 통해 지원을 강화하고, 미국의 참여를 이끌어낼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18개국 정상회의 후 "우리는 지금 역사의 갈림길에 서 있다"고 강조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우크라이나가 강한 지지를 받고 있으며, 이번 회의는 오랫동안 보기 힘들었던 유럽의 강한 단합을 보여줬다"고 평가했다.

이번 회의는 백악관에서 열린 젤렌스키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간 격론이 있은 지 이틀 만에 열렸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정상회의 후 "유럽은 하나로 협력하며, 미국과의 공조를 통해 진정한 평화와 확실한 안보 기반을 마련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정상회의 직후 열린 기자회견에서 스타머 총리는 다음 네 가지 사항이 합의됐다고 발표했다.

  • 우크라이나에 대한 군사 지원을 지속하고, 러시아에 대한 경제적 압박을 더욱 강화할 것
  • 지속 가능한 평화는 우크라이나의 주권과 안보를 보장해야 하며, 우크라이나가 평화 협상에 반드시 참여해야 할 것
  • 평화 협정이 체결될 경우, 향후 러시아의 추가 침략을 억제할 수 있도록 우크라이나의 방위 역량을 강화할 것
  • 평화 협정을 유지하고 지속적인 안정을 보장하기 위해 '의지 연합'을 구축할 것

또한 스타머 총리는 5,000여 발의 방공 미사일을 추가 구매하기 위해 16억 파운드(약 2조9482억원)의 영국 수출 금융 지원을 제공하겠다고 발표했다.

이는 동결된 러시아 자산에서 발생한 이익을 활용해 우크라이나에 추가 군사 지원을 제공하는 22억 파운드(약 4조538억원) 규모의 대출과는 별개다.

그는 "과거의 실수에서 교훈을 얻어야 한다. 러시아가 쉽게 위반할 수 있는 허술한 협정은 용납할 수 없으며, 어떤 합의든 강력한 힘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스타머 총리는 '의지 연합'에 어떤 국가들이 참여하는지는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으나, 참여국들이 긴급하게 세부 계획을 조율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그는 "영국은 지상군과 공군을 투입할 준비가 돼 있다"며 "유럽이 주도적으로 역할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만, 이번 합의에는 미국의 지지가 필요하며, 러시아도 포함돼야 하지만 "모스크바가 협상 조건을 좌우하도록 해서는 안 된다"고 덧붙였다.

이어 "트럼프 전 대통령이 강조한 지속 가능한 평화의 필요성에는 동의한다. 이제 이를 함께 실현해야 한다"고 말했다.

미국이 트럼프 대통령 체제에서 신뢰할 수 없는 동맹이 되는 것이 아니냐는 질문에는 "지난 금요일 벌어진 일을 누구도 원하지 않았지만, 미국이 신뢰할 수 없는 동맹이라는 주장에는 동의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이번 정상회의에는 프랑스, 폴란드, 스웨덴, 튀르키예, 노르웨이, 체코, 덴마크, 독일, 네덜란드, 루마니아, 핀란드, 이탈리아, 스페인, 캐나다 등이 참석했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은 "유럽의 재무장이 시급한 과제가 됐다"고 강조했다.

마크 뤼터 나토(NATO) 사무총장 역시 같은 입장을 보이며, 이번 회의를 통해 유럽 국가들이 우크라이나가 필요한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더욱 적극적으로 나서기로 했다고 밝혔다. 그는 "우크라이나가 전쟁을 지속해야 하는 한, 끝까지 싸울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상회의 후 젤렌스키 대통령은 샌드링엄을 방문해 찰스 3세 국왕과 만났다. 이후 열린 마지막 기자회견에서 그는 미국과의 광물 협정 체결 준비가 되어 있다고 밝혔다.

우크라이나는 젤렌스키 대통령의 워싱턴 방문 기간 동안 미국에 우크라이나 희귀 광물 자원 접근권을 부여하는 협정을 체결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백악관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과의 격렬한 충돌 이후 우크라이나 대표단이 조기 출국하면서 협정 서명이 무산됐다.

한편, 미국 재무장관 스콧 베센트는 2일 오전 "러시아와 평화 협정이 체결되지 않는 한 미국과 우크라이나 간 광물 협정은 성사될 수 없다"고 경고했다.

그러나 정상회의 후 BBC가 해당 협정의 향후 진행 여부를 묻자, 젤렌스키 대통령은 "협정은 서명 준비가 되어 있으며, 양측이 준비되면 체결될 것"이라고 답했다.

이날 정상회의를 끝으로 젤렌스키 대통령, 프랑스의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 그리고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의 워싱턴 방문을 포함한 숨 가쁜 외교 일정이 마무리됐다.

그러나 앞서 있었던 젤렌스키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 JD 밴스 미국 부통령 간 회담은 격렬한 논쟁으로 이어졌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젤렌스키 대통령에게 "제3차 세계대전을 도박하느냐"며 강하게 비난한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전쟁을 끝내길 원한다면서, 러시아의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에 대한 신뢰를 표명해 서방 동맹국들의 우려를 불러일으켰다.

한편, 미국은 우크라이나를 제외한 채 러시아와 평화 협상을 시작했다.

심지어 트럼프 대통령은 "우크라이나가 전쟁을 시작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하지만 실제로 2022년 2월 24일 전면 침공을 감행한 것은 푸틴 대통령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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