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TS 광화문 공연: '제 결혼식에 하객들이 올 수 있을까요?'
오는 21일 저녁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열리는 BTS(방탄소년단)의 3년여 만의 컴백 무대에 많은 기대와 관심이 집중되는 가운데, 차마 웃지 못하는 사람들이 있다.
공연 관람이 아닌 일정으로 이날 광화문을 찾아야 하는 사람들이다.
특히 인근 예식장에서 결혼을 하는 예비 부부들은 하객 수백 명을 초대한 상황에서 크게 난처해하고 있다.
공연 당일 오후 4시 광화문 인근 한 예식장에서 식을 올린다는 손 씨는 BBC와의 인터뷰에서 "이러다 신랑 신부, 그리고 가족들만 결혼식을 하게 되는 건 아닌가라는 생각마저 든다"라며 "너무나 난처하고 걱정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손 씨는 몇 달 전, BTS의 광화문 공연 소식을 처음 접했을 때만 해도 광화문 접근이 이토록 어려워질 것이라고 예상하진 못했다고 했다. 실제로 언론을 통해 강력한 수준의 인파 통제 및 안전 관리 계획이 발표된 건 비교적 최근이다.
국내 언론을 통해 공연 당일 인파로 인해 지하철이 광화문·시청·경복궁역 뿐만 아니라 을지로입구역까지 무정차 통과할 수 있다는 소식을 접하면서 걱정은 극에 달했다.
"부모님과 하객들이 기사를 공유하면서 어떻게 해야 되냐고 묻는데, 저희도 마찬가지로 기사를 통해서 알게 된 내용이 전부였거든요."
서울시에 관련 내용을 문의했지만 제대로 된 답변을 받지 못했다는 그는 필요하다면 서울시나 하이브 등을 상대로 소송까지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시는 안전 사고 예방에 만전을 기하겠다는 입장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20일 BBC와의 통화에서 광화문 결혼식 관련 별도의 대책은 없다고 밝혔다.
다만 손 씨는 19일 경찰 측으로부터 을지로입구역마저 폐쇄될 경우 하객들이 경찰 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는 답변을 받았다고 했다.
하지만 불확실성이 모두 사라진 것은 아니다. 거동이 불편하거나 아이가 있어 차를 타고 와야 하는 사람들은 어떻게 할지, 또 하객들이 식장까지 무사히 도착하더라도 귀가까지 안전하게 할 수 있을지 등의 걱정 때문이다.
"이런 상황이 아니었다면 저도 (공연을) 즐겼을지 모르죠...하지만 지금 저희 커플도, 가족도, 하객들도 모두 난감한 상황입니다."
이처럼 BTS 광화문 공연이 가까워지면서 불만을 표하는 사람들도 많아지고 있다. 사기업의 활동을 시민 불편을 감수하면서까지 국가 자원을 동원해 지원하는 것이 맞냐는 것이다.
권영국 정의당 대표는 19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BTS 컴백을 축하하는 글을 남기면서도 "공연을 위해 시민들의 평범한 일상이 과도하게 제한된다는 느낌을 지우기 어렵다"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불편은 시민이 겪고 수익은 사기업이 가져가는 구조, 공공장소에서 열리는 공연이 티켓을 가진 관람객에만 오픈되는 일이 정말로 옳은 것인지 질문을 던지지 않을 수 없다"라고 했다.
대중음악 평론가인 정민재 씨는 자신의 X(옛 '트위터)에 "광화문 광장에서 공연할 계획이었다면 시민 불편을 최소화하는 수준에서 기획했어야 한다. 지금 수준은 BTS의 컴백이니 하루쯤 불편해도 참으라는 통보식에 가깝다"라고 썼다.
이어 "도심 기능을 잠시 마비시키는 이 정도 수준의 컴백 공연이 가능하다면, 앞으로 다른 가수나 기획사도 같은 공간 사용을 요청할 수 있다"라며 "그때 서울시는 어떤 기준으로 허용하고, 어떤 경우에는 거부할 것인가"라고 형평성 문제를 지적했다.
물론 불편하긴 하지만, BTS의 긍정적인 효과를 생각하면 감수할 만하다는 의견도 많다.
광화문 광장에서 만난 직장인 심재학 씨는 " 왔다 갔다 하는데 좀 불편한 건 있지만, 그래도 BTS가 대한민국을 자랑스럽게 세계에 알려주기 때문에 저는 아주 자랑스럽다"라며 정부의 안전 관리 대책에 대해서도 "가장 중요한 게 안전이기 때문에 미리 준비하는 게 오히려 더 잘하는 거라고 본다"고 했다.
손종선 씨는 "불만이라기보다는 그냥 좀 놀라운 것 같다"라며 "하나의 그룹에 대해 전 국민적으로, 나라 차원에서 이런 식으로 지원하고 주목한다는 게 좀 신기하다"라고 했다.
추가 취재 및 영상: 이선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