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 우크라이나에 오는 15일 '직접 대화' 제안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우크라이나에 오는 15일 '직접 대화'를 제안했다. 유럽 각국 지도자들이 러시아에 30일 휴전에 동의할 것을 촉구한 지 몇 시간 후에 나온 제안이다.
푸틴 대통령은 크렘린궁에서 이례적으로 텔레비전으로 중계된 심야 연설에서 러시아가 "지속적이고 강력한 평화로 나아가는 것을" 목표로 "진지한 협상"을 모색하고 있다고 말했다.
앞서 지난 17일,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는 프랑스, 독일, 폴란드 정상들과 함께 우크라이나를 방문해 월요일부터 러시아에 무조건적인 휴전을 약속하도록 압력을 가했다.
이후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러시아가 "이 문제를 잘 생각해야 할 것"이라면서도 "우리를 압박하려는 시도는 소용이 없다"고 경고했다.
푸틴 대통령은 자신의 성명에서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가 이번 회담에서 "새로운 휴전"에 합의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밝혔다. 그러나 푸틴 대통령은 30일 휴전 요구에 대해서는 직접 언급하지 않았다.
푸틴 대통령은 이번에 제안한 회담이 이전과 마찬가지로 튀르키예 이스탄불에서 열릴 것이며, 11일(현지시간)에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과 세부 사항을 논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우크라이나는 이번 제안에 응답하지 않았다.
우크라이나는 지난 10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를 지원하기로 약속한 국가들의 모임인 '의지의 연합'의 일원인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프리드리히 메르츠 독일 총리, 도날트 투스크 폴란드 총리 등을 초청했다.
각국 정상들은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함께 공동 기자 회견에 참여했다.
해당 자리에서 각국 정상들은 푸틴 대통령이 "공중, 해상, 지상에서" 무조건적인 30일 휴전에 동의하지 않을 경우 러시아의 에너지 및 은행 부문에 "새롭고 막대한" 제재가 가해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또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이 제안이 논의됐다고 밝혔다.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는 이후 BBC와의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즉각적인 휴전 제안이 "반드시 충족되어야 하는 요구"라는 점을 "절대적으로 분명하게" 밝혔다고 말했다.
회담 이후 젤렌스키 대통령은 자리에 모인 지도자들에게 "우크라이나와 함께해 준" 것에 대해 감사를 표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오늘 우리는 실질적이고 지속적인 보안을 구축하고 보장하는 방법에 초점을 맞출 것"이라고 말했다.
이 제안에 대해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새로운 전개다. 하지만 우리를 압박하려는 시도는 쓸모가 없다"고 답했다.
러시아 국영 언론도 페스코프 대변인을 인용해 유럽에서 나온 성명은 "일반적으로 국가 관계를 회복하려는 목적보다는 대립적인 성격이 강하다"고 보도했다.
앞서 러시아는 휴전을 고려하기 전에 서방이 먼저 우크라이나에 대한 군사 지원을 중단해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푸틴 대통령은 이후 크렘린궁 내부 홀에 모인 기자들의 모습을 담은 동영상과 함께 직접 성명을 발표했다.
푸틴 대통령은 성명에서 "이것은 우크라이나군이 새로운 무기와 인력을 확보하고, 분주하게 참호를 파고 새로운 지휘소를 구축하여 다시 무력 충돌로 이어지는 서막이 아니라, 장기적이고 지속 가능한 평화를 향한 첫걸음이 될 것이다"고 말했다.
"누가 그런 평화가 필요하겠습니까?"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소셜 미디어 트루스 소셜에 올린 글에서 푸틴 대통령의 발표를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에 잠재적으로 좋은 날"이라고 표현했다.
이어 "완전히 새롭고 훨씬 더 나은 세상이 될 것"이라며 "이를 위해 양측과 계속 협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푸틴 대통령은 우크라이나가 에너지 인프라에 대한 30일간의 공격 중단과 지난달 부활절 휴전 등 러시아의 여러 휴전 제안에 반복적으로 응하지 않았다고 비난했다.
푸틴 대통령이 선언한 또 다른 휴전은 제2차 세계대전 종전 기념일에 맞춰 4월에 명령한 휴전이다. 이 휴전은 10일 자정(현지시간)에 종료됐다.
우크라이나는 일방적인 3일간의 휴전을 "연극"에 불과하다며 이를 거부했다. 대신 젤렌스키 대통령은 최소 30일 이상의 장기 휴전을 거듭 요구했다.
양국 간의 전투는 줄어들었지만, 양측은 서로 상대방의 휴전 위반을 비난했다.
휴전이 발효됐던 지난 8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는 러시아의 730여 건의 위반 행위를 비난하며 "적절하게" 대응하고 있다고 밝혔다.
러시아 국방부는 휴전이 준수되고 있다고 주장한 뒤 우크라이나가 488건의 위반 행위를 했다고 비난했다.
푸틴 대통령은 지난 10일, "이 모든 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우크라이나 당국에 협상 재개를 제안하고 있다... 전제 조건 없이 직접 대화를 재개할 것을 강조한다"라고 말했다.
양국 간 직접 회담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본격적으로 침공하기 시작했던 해인 2022년에 열린 것이 마지막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