캘리포니아를 덮친 초대형 홍수, 어떻게 일본에서 시작되나?

2월의 어느 이른 아침, 미 공군에서 폭풍 관측 임무를 맡고 있는 파일럿 네이트 워달 대위가 도쿄 서쪽 요코타 공군기지에서 이륙했다. 목적지는 일본 연안에서 발달 중이던 폭풍, '대기천'이었다. 그는 대기천에 닿기 위해 후지산에서 불어오는 난기류를 뚫고 광활하고 푸른 태평양으로 향했다.
대기천은 하늘에 있는 수증기의 리본으로, 육안으로는 보이지 않는다. 워달 대위가 추적하는 대기천은 보통 태평양에서 만들어진 후, 미국 서부 해안을 향해 동쪽으로 이동한다. 대기천이 해안에 닿으면 산맥을 타고 올라간다. 이 과정에서 수증기가 차가워져 비나 눈의 형태로 지상으로 떨어지면서, 파괴적인 홍수와 눈사태를 일으킬 수 있다. 하지만 대기천은 가뭄 예방에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 캘리포니아 연간 강수량의 최대 50%를 며칠만에 채워주는 것이 대기천으로 인한 눈이나 비다. 이러한 대기천은 보통 겨울에 만들어지기 때문에, 워달 대위처럼 이와 관련된 자료를 모으는 파일럿은 여름에는 허리케인을 좇고 겨울에는 대기천을 추적한다.
워달 대위는 공군 제53기상정찰대대 소속으로 폭풍을 관측한다. 그는 "우리의 연간 주요 임무는 허리케인 관측"이라고 말했다. 보통 5월부터 11월까지는 허리케인을 관측한다. 비행기로 허리케인 안에 들어간 뒤 기상 관측기구를 떨어뜨린다. 그리고 관측기구가 수집한 실시간 데이터를 국립 허리케인 센터로 보내는 것이 임무다. 그는 "최근 몇 년새 여름 허리케인 시즌이 끝나면, 대기천 임무를 수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일반적으로 11월에서 3월까지 대기천으로 인한 폭풍 데이터를 수집한다.

그동안은 하와이와 미국 서부 해안에서 비행기를 띄워 대기천 관측을 해왔다. 하지만 올해부터는 일본에서 비행기를 띄워 대기천을 관측하는 임무도 추가되었다. 폭풍이 만들어진 초기부터 자료를 모아, 예보의 정확도를 높이기 위해서다.
극단적 기상현상 전문가인 안나 윌슨은 일반적으로 "북반구에서 일어나는 기상 현상은 서쪽에서 동쪽으로 이동한다"며 "폭풍에 대한 정확한 정보가 더 많을수록 폭풍이 어떻게 진화할지 더 잘 예측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폭풍이 육지에 상륙 후 얼마나 많은 비나 눈을 내릴지' 등도 예측의 한 분야다. 윌슨은 국립해양대기청(Noaa)과 함께 이 임무를 진행 중인 샌디에이고 캘리포니아 대학 스크립스 해양연구소에서 서부 기상·수자원 극한 센터 현장 연구 관리자로 일하고 있다.
대기천 정찰 캠페인(줄여서 AR 정찰)으로 알려진 이 관측 비행은 약 10년 전 스크립스 해양연구소와 Noaa, 공군이 함께 시작했다. 이후 대기천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이 커지면서, 임무의 범위도 확대되었다.
미 서부에서는 대기천이 연간 10억 달러 이상으로 추산되는 홍수 피해를 발생시키는 주 원인으로 평가된다. 기후 변화로 인해 따뜻한 공기가 수증기를 더 많이 머금게 되면서, 대규모 홍수의 발생 빈도도 늘고 있다. 하지만 관측 비행 데이터 덕에, 이러한 폭풍과 홍수를 예측하고 대비 및 대처하는 사람들의 능력 또한 향상되고 있다.
기상학자이자 스크립스 서부 기상·수자원 극한 센터의 책임자이자 대기천 정찰 프로그램 수석 연구자인 마티 랄프는 "우리는 (대기천) 관측 비행을 할 때 가능하면 여러 번 대기천을 건넌다"며 "목표는 (대기천 자체뿐만 아니라), 그것의 움직임과 성장, 약화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인근의 기상 조건을 파악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데이터 수집에는 '낙하존데'라는 원통형 기기가 활용된다. 비행기가 대기천 폭풍에 진입하면 비행기 뒤쪽에서 대기하던 팀이 낙하존데를 대기천 안으로 떨어뜨린다. 낙하존데는 폭풍을 통과하면서 온도, 기압, 바람, 습도, 방향 등의 데이터를 수집한다. 워달 대위는 일본에서 이륙한 비행기는 "세탁기 정도 크기"의 해양 부표도 떨어뜨렸다고 했다. 태평양을 표류하며 파도와 수온을 측정해, Noaa에서 운영하는 해양 관측 프로그램에 활용되는 부표다.
랄프는 "우리가 수집한 데이터를 통해 [대기천이] 언제, 어떤 강도로, 어떤 각도에서 해안을 강타할지에 대한 예측이 달라진다"고 말했다. 이 측정값이 인공위성 데이터의 공백을 메워주기 때문이다.

늘어나는 폭풍 대비 기간
관측 비행에서 얻은 정보를 통해 기상 당국은 폭풍 상륙 며칠 전에 보다 정확한 예보를 내놓고 있다. 또한 폭풍의 영향에 대한 전망도 마찬가지다. 이러한 정보는 기상 당국이 적시에 경보를 발령하는 데 도움이 될 뿐만 아니라, 저수지 관리자들이 다가오는 폭풍을 대비해 방수량을 결정하는 데도 유용하다.
현재 대기천 관측 비행은 폭풍의 해안 상륙보다 최대 5일 앞서 기상 당국에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하지만 일본에서 이륙하는 기상 관측 비행은 정확하고 상세한 예보를 더 빨리 제공해, 사람들이 폭풍과 홍수에 대비할 수 있는 기간을 늘리는 것이다.
랄프는 "(일본에서 이륙해) 서태평양으로 가는 관측 비행의 목표는 보다 개선된 8일 전 예보 혹은 10일 전 예보를 만들어내는 것"이라고 말했다. "우리가 서쪽으로 더 멀리 갈수록, 5일 전 예보를 개선할 가능성도 올라갑니다."
그는 폭풍은 여러 개가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며 때로는 합쳐진다고 말했다. "하나의 폭풍이 전 구간을 이동하는 것이 아닙니다." 하나의 대기천은 그 폭이 수백 킬로미터에 달하며, 미국 미시시피강의 20배가 넘는 양의 물을 움직일 수도 있다.
사이클론 상공 비행
랄프는 화상 통화에서 지도를 띄워가며 지난 2월 3일 일본에서 이륙한 비행기가 일본 앞바다에서 형성된 대기천을 측정한 사례를 설명해 주었다. 그는 그 대기천은 며칠 후 하와이 북서쪽에서 발생한 사이클론과 합세했다고 말했다. (연구에 따르면, 대기천은 동반하는 습기는 사이클론을 더 강력하게 만들 수 있다.) 당시 하와이에서 이륙한 관측 비행기는 사이클론을 관측했고, 일본에서 이륙한 관측 비행은 대기천에 대한 데이터를 모았다. 분석 결과 대기천은 동쪽으로 이동하여 힘을 모았다. 그리고 또 다른 대기천이 사이클론으로 발달한 지 약 1주일 후인 2월 12일에 캘리포니아에 폭풍이 몰아쳤다.
이 폭풍으로 캘리포니아 연안에는 폭우 및 홍수가, 시에라 네바다에는 폭설이 내렸다. 이로 인해 하천과 저수지의 수위가 상승했다. 최근 산불이 발생한 로스앤젤레스 이튼과 팰리세이즈에서는 산불 피해지역 내 산사태 위험으로 인해 대피령이 내려진 곳도 있었다. 그러면서도 1차 분석에 따르면, 이 폭풍은 캘리포니아 중부와 남부 지역의 가뭄을 개선하는 데 도움을 주었다. 대기천의 위험과 이점을 잘 드러난 사례다.
워달 대위는 대기천 관측 임무는 허리케인 관측보다는 덜 고되지만, 10시간 이상 지속되는 장시간 비행 등의 어려움이 있다고 말했다. 이 임무에는 공군의 록히드 'WC-130J 허리케인 헌터 항공기'와 Noaa의 '걸프스트림 IV 항공기' 등이 투입된다.
워달 대위는 "(대기천 관측) 비행은 허리케인 관측 비행과는 완전히 다르다"고 말했다. 허리케인의 자료를 수집하기 위해서 그와 다른 승무원들은 허리케인 속으로 들어가 2~4시간 동안 극심한 악조건과 싸워야 한다. 그는 우박, 번개, 심한 난기류뿐만 아니라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양의 비를 맞을 수 있기 때문에 "어떤 사람들은 세차장을 통과하는 것에 비유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반면 세를 불리며 커지고 있고 있는 대기천을 통과하거나 그 위를 비행하는 것은 상대적으로 평온하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우리는 태평양을 가로지르는 거대한 경주 트랙, 하늘을 가로지르는 대기천에서 정말 장시간 비행을 하면서 데이터를 수집합니다."
하지만 워달 대위는 대기천이 미국 서쪽 해안에 가까워질수록 더욱 거세지면서, 폭풍과 같은 난기류를 겪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런 상황이 되면 강렬한 바람과 비로 인해 인근 기지에 착륙하는 것이 훨씬 더 어려워진다고 했다. 지금까지의 경험에 비추어봤을 때, 그는 측정 작업을 수행하는 승무원을 지원하고 모든 이들의 안전을 지키기 위해 조금도 방심하지 않는 것을 가장 큰 과제로 꼽았다.
조종사(보통 두세 명)는 비행기가 제 위치에 있는지, 그 아래에 선박이 없는지 확인한다. 내비게이터는 임무에서 큰 부분을 차지하며, 조종사 및 기상 담당관과 긴밀히 협력하여 안전하고 효율적인 비행을 계획한다. 비행기 뒤쪽에서는 로드 마스터가 낙하존데를 싣고 내린다. 그리고 기상 담당관은 낙하존데가 수집한 실시간 데이터를 처리해 스크립스 연구소로 보낸다. 워달 대위는 "한 곳의 임무가 끝나면, 바로 다음 낙하존데로 이동한다"며 "해야 할 일이 많다 보니 이들은 한 번의 비행에서 몇 시간씩 이 작업을 수행한다"고 말했다.

다음 번에 몰려올 대규모 폭풍
랄프와 윌슨에 따르면, 일본에서 이륙하는 기상 관측 비행의 효과는 아직 분석중이다.
AR 정찰 프로그램에 코디네이터로 참여중인 윌슨은 "우리가 크게 기대하는 효과는 대기천이 많이 생성되는 지역에서 초기 관측이 이루어진 덕에 미국 서해안에서 벌어질 기상 현상에 대한 대비 시간이 늘어났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미국 서부 지역 기상 예보에서 기상 현상이 도달할 정확한 지점을 짚고, 그 영향을 점점 더 능숙하게 전망하게 되는 것은 정말 짜릿한 일"이라고 말했다.
예를 들어, 지난 2021년에 폭풍이 캘리포니아를 강타하기 약 5일 전 하와이에서 이륙한 관측 비행이 대기천과 사이클론에서 데이터를 수집했다. 랄프는 만약 당시 낙하존데가 수집한 데이터가 없었다면 그다지 우려할 만한 폭풍이 없을 것이라는 예보가 나갔을 것이라고 말했다. 즉 대기천 관측 비행 데이터가 기상 예보를 바꿔놓은 것이다. 그는 이를 통해 사람들이 큰 폭풍의 상륙을 예상하고, "비상 대비 작전을 통해 도로를 폐쇄하고 위험 지역의 이웃들을 대피시켰다"고 말했다. 당시 폭풍으로 인해 상당한 피해가 발생했다. 하지만 그는 "인명 손실은 없었기 때문에 비상 대비의 성공 사례라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가뭄 예방
랄프는 이러한 관측 자료는 가뭄 예방에도 필수적이라고 말했다. 그는 대기천 폭풍은 물 공급에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때문에 저수지 관리자는 폭풍이 올 때마다 어려운 선택을 해야 한다. 큰 폭풍을 앞두고 저수지를 비웠다가 비가 예상보다 적게 내리면, 여름을 쓸 물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그 해 겨울에 또 다른 폭풍이 오지 않는다면, 농사를 짓는 데 필요한 물을 여름이 오기 전에 확보할 수 없게 됩니다."
하지만 관측 비행 덕분에 저수지 관리자가 정확한 예측을 할 수 있다면 상황은 달라진다. 3일 후에 불어닥칠 큰 폭풍에 대해 알려 준다면, 저수지에서 물을 자신 있게 방류할 수 있을 것이다. 즉 얼마나 많은 비가 올지 안다면, 관리자는 비를 받을 수 있는 공간을 계획적으로 확보할 수 있다는 것이다.
2025년 5월을 기준으로, 현재는 대기천 관측 비행의 시즌은 아니다. 워달 대위도 자신의 다른 임무인 허리케인 관측을 위해 모든 준비를 전환했다.
그는 "이달(5월) 말부터 허리케인 시즌이 시작된다"고 말했다. "4월과 5월은 열대성 폭풍 시즌 돌입 전, 비행 훈련을 재개하고 준비를 갖추는 예비 기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