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수처, 경호처 저지로 윤 대통령 체포영장 집행 실패...다음에는 가능할까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3일 오전 한남동 대통령 관저에 진입해 윤 대통령에 대한 체포를 시도했지만 경호처의 저지로 집행을 중지한다고 밝혔다.
공조수사본부는 공지를 통해 "계속되는 대치상황으로 사실상 체포영장 집행이 불가능하다고 판단하고 집행 저지로 인한 안전이 우려되어 13시 30분쯤 집행을 중지했다"고 전했다.
공조본은 이어 "법에 의한 절차에 응하지 않은 피의자의 태도에 심히 유감을 표한다"고 했다.
끝내 진입 막아선 대통령 경호처
공수처는 철수 후 기자들과 만나 "관저 200m 이내까지는 접근했다"지만 "경호처와 군인들 200여명이 겹겹이 벽을 쌓고 있어 도저히 들어갈 수 없는 상황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관저까지는 접근할 수 있게 협의가 진행됐고 관저 앞까지 검사 3명이" 갔지만 "훨씬 많은 인원이 집결해 안전 우려가 커서 집행을 중지하기로 했다"고 덧붙였다.
이날 공수처 수사관들을 태운 차량들은 오전 6시 14분께 정부과천청사를 출발해 7시 20분쯤 한남동 대통령 관저 인근에 다다랐다.
정문이 차량으로 막힌 탓에 공수처 수사관들과 경찰 약 80여 명이 도보로 관저에 진입했다. 경호처 직원과 일부 실랑이가 이어지기도 했으나 큰 충돌 없이 정문 안으로 들어갔다.
경내에 진입한 공수처는 8시 5분쯤 영장 집행을 시작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경호처의 저지로 건물 내부로 진입하지 못한 채 5시간 넘게 대치가 이어졌다.
윤 대통령 측 변호인인 윤갑근 변호사는 언론 공지를 통해 "불법·무효인 영장 집행은 역시 적법하지 않다"며 "헌재와 법원에 영장에 대한 이의절차가 진행 중으로, 불법적인 영장 집행에 대해서는 집행 과정의 위법 상황에 대해 법적인 조치를 할 것"이라고 했다.
오후 12시경엔 윤 변호사가 김홍일 변호사와 함께 관저 안으로 들어갔으며, 이로부터 약 한 시간 뒤인 13시 30분 공조본은 영장 집행을 중지했다고 밝혔다.
오동운 공수처장은 지난 1일 "바리케이드·철문 등을 잠그고 체포영장 집행에 응하지 않는 것 자체가 공무집행방해"라고 경고했지만, 경호처는 "적법절차에 따라 경호 조치를 하겠다"는 입장을 고수해왔다.
한편 당초 우려됐던 윤 대통령 지지자들과의 큰 충돌은 일어나지 않았다.
경찰은 공수처 출발 이전인 오전 5시부터 관저 인근에 병력을 추가로 배치했다. 경찰은 2중으로 버스 차벽을 만들어 혹시 모를 상황에 대비했으며, 현장엔 2700여 명의 병력을 배치했다고 밝혔다.
밤샘 집회를 이어가던 대통령 지지자들은 영장 집행 개시 소식에 크게 반발했으나 경찰과 큰 물리적 충돌은 빚지 않았다.
인근에 모인 지지자들은 공수처 13시 40분쯤 수사관들의 철수 소식이 전해지자 크게 환호했다.
앞으로는 어떻게 되나?
공수처는 "향후 조치는 검토 후 결정한다"고 밝혔다. 이번에 발부된 영장의 시한은 6일까지다.
만일 공수처가 추가 집행을 시도한다면, 이번에도 경호처의 저지에 어떻게 대응할지에 여부에 관심이 집중된다.
윤 대통령은 이번에 체포되면 정부과천청사에 위치한 공수처 수사실로 호송돼 조사를 받을 예정이다.
윤 대통령의 대면조사를 맡을 주임 검사로는 이대환·차정현 두 부장검사가 지정됐다.
공수처는 그동안 출석을 거부하던 윤 대통령의 신병을 확보한 만큼 이번에 12.3 계엄의 전모에 대해 집중적으로 조사한다는 방침이다.
형사소송법은 수사기관이 피의자를 체포한 직후부터 48시간 이내에 영장을 청구하지 않거나 발부받지 못하면 즉시 석방하도록 하고 있다. 따라서 공수처는 48시간 내에 구속영장 청구 여부를 결정해야 하며, 법원이 이 기간 내에 영장을 발부하지 않으면 윤 대통령은 석방돼 다시 관저로 돌아가게 된다.
만약 이번에 구속영장이 발부되면 재판에 넘기기 전까지 체포기간을 포함해 최대 20일간 구속이 가능하다.
공수처가 바로 구속영장을 청구할지 여부는 알 수 없다. 공수처 관계자는 지난 31일 브리핑에서 윤 대통령에 대한 체포영장 집행 이후 구속영장을 바로 청구할 것인지 묻는 질문에 "지금 단계에서 그 질문은 빠르다"고 답변한 바 있다.
만일 체포된다면 윤 대통령은 조사 외 시간에는 경기 의왕에 있는 서울구치소에 구금될 예정이다. 정부과천청사와 서울구치소는 약 5km 거리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