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에 띄는 입사지원서를 원한다면?... 고용주들이 주목하는 6가지 핵심 역량
의사소통 능력과 협업 능력, 문제 해결 능력 등은 기업이 채용 시 가장 중시하는 대표 역량으로 꼽힌다.
이와 함께 영국교육연구재단(NFER)은 5년에 걸친 대규모 연구를 통해 향후 10년간 취업 및 고용 유지에서 자격증이나 스펙 못지않게 중요하게 작용할 6가지 핵심 '전이 가능 역량(한 분야에서 쌓은 역량을 다른 직무나 분야에도 적용할 수 있는 능력)'을 제시했다.
NFER은 지난해 AI(인공지능)와 자동화의 여파로 2035년까지 최대 300만 개의 중·하위 숙련도 일자리가 사라져 취업문이 더욱 좁아질 수 있다는 경고가 담긴 보고서를 발표한 바 있다.
오늘날 교육이나 훈련을 받지 않고 일도 하지 않는 '니트족(NEET)' 청년이 영국에서만 100만 명에 육박하는 가운데, 현장 관계자들을 만나 기업이 원하는 핵심 역량이 무엇이고 구직자들은 이를 어떻게 입증할 수 있는지 물었다.
체계적인 업무 정리·기획·우선순위 설정 능력
학교를 벗어나 사회에 첫발을 내딛는 이들이 가장 크게 겪는 충격 중 하나는 정해져 있던 틀이 갑자기 사라진다는 점이다. 많은 고용주가 스스로 업무의 우선순위를 정하는 능력을 직원의 필수 조건으로 꼽는 것은 이 때문이다.
영국 리즈에서 노스 바 그룹을 공동 창업한 크리스티안 타운슬리는 분주한 현장(맥주 바)에서 가장 필요한 요소로 평정심을 잃지 않는 "침착함"을 꼽았다.
"업무를 체계적으로 정리하고 여러 일을 동시에 처리하면서 다음 순서의 손님이 누구인지 정확히 파악하고 기억하는 능력이 핵심이죠."
타운슬리는 채용 과정의 일환으로 구직자들이 이러한 역량을 실전에서 직접 보여줄 수 있도록 현장 실습 기회를 제공한다.
그는 "구직자들이 고객 및 기존 직원들과 어떻게 소통하고 어우러지는지 유심히 관찰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직급이 올라가면 올라갈수록 더 많은 책임이 주어지며 맡은 직무 안에서 이를 주도적으로 관리해 내는 역량이 요구된다.
타운슬리는 "(직급이 올라가면) 업무 관리부터 맥주 발주, 가격 책정, 소셜 미디어 기획, 마케팅, 신규 채용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영역을 아우를 수 있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문제 해결 능력과 의사결정 능력은 늘 같이 간다
많은 고용주가 문제 상황이 발생했을 때 즉각 대처하고 단호하게 결단할 수 있는 인재를 원한다.
마리아 아데론무는 정치학을 전공한 뒤 영국에서 에너지·방산·철도 등 대규모 인프라 프로젝트를 수행하는 기업 '모건 신달 인프라스트럭처'에 입사했다.
현재 전략 부서에서 근무 중인 아데론무는 현장에서 순발력 있게 대처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며, "다양한 상황에 유연하게 적응하는 법"을 직장 생활에서 얻은 가장 큰 자산으로 꼽았다.
그리고 그는 대학 시절 토론 동아리에서 활동했던 경험이 순발력과 문제 해결력을 기르는 데 큰 밑거름이 되었다고 덧붙였다.
모건 신달의 인사담당 이사인 인디아 채플린은 "모든 청년이 사회에 나오기 전에 온갖 상황을 다 겪어봤을 것이라고 기대하진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대신 그는 구직자들에게 학교나 동아리, 팀 활동 등 직장 밖에서 문제를 해결해 본 경험을 실제 업무 환경에 어떻게 적용할 수 있을지 고민해 보라고 조언한다.
"접해보지 않은 생소한 상황이라 할지라도 과거의 경험을 실제 업무에 어떻게 적용하고 풀어낼지 고민하는 과정을 통해 저희가 찾는 소프트 스킬(소통 및 문제 해결 능력)을 충분히 입증할 수 있습니다."
원활한 소통 능력은 관계를 구축하고 갈등을 줄인다
노스 바의 제이크 리드먼 총지배인은 분주한 현장에 필요한 핵심 요소로 "소통 능력을 키우는 것"을 꼽았다.
이어 "특정 상황에서 갈등을 완화하고 해결하는 법"을 익히는 것 역시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자신의 본모습과 새로운 기술을 습득하고 생소한 상황에 적응해 내는 잠재력에 자신감을 가져야 합니다. 여기에 약간의 주도적인 태도도 필요합니다."
리드먼 총지배인과의 인터뷰를 하던 중 엘 카진스가 이력서를 제출하기 위해 노스 바 매장 안으로 들어왔다. 카진스는 "고용주에게 자신의 인성과 성격을 직접 보여줄 수 있기 때문에" 대면 방문을 선호한다고 말했다.
"직접 만나는 것은 매우 중요한 요소입니다. 종이 서류나 온라인 제출만으로는 구직자의 인성과 성격이 다 전달되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리드먼 총지배인은 카진스의 적극적인 모습에 깊은 인상을 받았고 이후 그에게 근무(파트타임 교대 근무)를 제안했다.
협업은 팀워크의 핵심
바버 사우스실즈 공장의 린 바셋 인사담당 이사는 협업 능력이 모든 신규 채용자에게 요구되는 핵심 역량이라고 설명했다.
"모든 부서가 서로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기 때문에 '하나의 팀'으로 일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그는 채용 시 지원자들이 과거에 협업한 방식을 어떻게 피력하는지 유심히 관찰한다고 부연했다.
"지원자가 해당 직무에 직접적으로 필요한 경험을 갖추지 못했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저희는 그보다 이러한 전이 가능 역량(Transferable Skills)에 더 주목합니다."
이는 패션 전공 대학생으로 바버에서 인턴십을 시작한 애디 파타스가 현장에서 직접 체감한 것이다. 그는 현재 고객들이 보내온 재킷을 수선하는 부서에서 근무하고 있다.
그는 작업 과정에서 부서 간 상황을 계속 공유하는 것이 업무의 큰 비중을 차지한다며 "물류창고뿐 아니라 공장 생산팀, 배송팀과도 지속적으로 소통해야 한다"고 말했다.
창의적 사고는 새로운 해결책을 찾아낸다
패션과 같은 산업군에서는 창의성이 더 명확하게 강조되지만 남들과 다르게 생각하고 혁신적인 해결책을 제시하는 능력은 특정 분야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바버의 린 바셋 이사는 창의성이 다양한 형태로 발휘될 수 있고 면접 질문을 통해 이를 파악하고자 노력한다고 말했다.
그는 "일이 계획대로 진행되지 않았던 경험과 이를 다시 정상 궤도로 돌려놓기 위해 어떻게 대응했는지 묻는 매우 전형적인 질문을 주로 한다"며 문제에 대해 창의적으로 고민하는 과정에서 종종 최선의 해결책이 도출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데이터 평가 능력은 문제 해결을 돕는다
AI 시대에 대기업들은 데이터를 제대로 이해하고 활용할 수 있는 인재를 원한다.
핵심은 인간의 주관적 판단력을 적용해 신뢰할 수 있고 유의미한 정보가 무엇인지 식별해 내는 것이다. '정보 리터리시(단순히 정보를 찾는 것을 넘어 정보의 출처와 맥락을 비판적으로 해석하고 신뢰성을 평가해 의미 있게 활용하는 역량)'는 이 지점에서 고차원적 역량으로서 빛을 발한다.
모건 신달 인프라스트럭처의 인디아 채플린 인사 이사는 가공되지 않은 순수 데이터 그 자체는 "아무것도 말해주지 않는다"고 말했다.
"우리는 데이터를 수집하고 그것이 왜 중요한지, 우리에게 어떤 메시지를 던지고 있는지 스스로 고민해 보아야 합니다."
이 기업의 현장을 예로 들면, 송전선 작업을 진행하는 엔지니어들이 기상 예보 데이터를 살펴본 뒤 어떤 정보가 다른 팀과 공유해야 할 만큼 중요한지 판단해 내는 능력이 바로 데이터 평가 능력의 좋은 예다.
이러한 역량은 청년들이 변화에 유연하게 적응하도록 돕는다
NFER 프로젝트를 이끈 경제학자 주드 힐러리는 자동화가 가속화되는 상황에서도 청년들이 노동 시장에 진입하고 전문성 높은 일자리를 유지할 수 있게 해주는 것은 바로 이러한 인간 고유의 역량이라고 강조했다.
"향후 고용 성장은 바로 이 영역에서 이루어질 것입니다. 따라서 청년들이 이러한 일자리를 두고 경쟁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추고 노동 시장에 진입하는 것이 매우 중요해요."
아울러 이러한 6가지 핵심 직무 역량에 집중하는 것이 격변의 시대를 살아가는 청년들에게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그는 전망했다.
"기술이 기존 일자리를 대체함에 따라 직장 생활을 하는 동안 자신의 직무나 일하는 방식에 매우 극적인 변화를 주어야 하는 상황이 점점 더 자주 찾아올 것입니다."
한편 앨런 밀번 전 보건부 장관이 이끄는 독립 위원회는 현재 일도, 교육도, 훈련도 받지 않는 니트족(NEET) 청년 문제를 분석 중이다.
위원회 중간 보고서에 따르면, 고용주의 42%가 청년 채용 시 가장 큰 애로사항으로 '소프트 스킬 부족 및 직무 준비 미흡'을 꼽았다. 이는 두 번째로 높았던 '청년들의 회복탄력성 부족(10%)'을 크게 웃도는 수치다.
이에 따라 초·중·고등학교 및 대학이 학술 교육뿐만 아니라, 청년들이 현장에 즉시 투입될 수 있도록 실무 역량을 갖추게 하는 데 집중해야 한다는 압박이 커지고 있다.
이미 앤디 버넘 영국 총리는 더 많은 청소년이 만 14세부터 기술 교육을 시작해야 한다고 제안했으며 이번 주 대형 유통업체 세인즈버리가 발표한 1만 명 규모의 청년 일 경험 프로그램에 대해 지지를 표명했다.
오는 9월 공개될 밀번 위원회의 최종 보고서에는 더 많은 청년을 안정적인 일자리로 유입시키기 위한 구체적인 방안이 담길 예정이다.
추가 취재: 해나 카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