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팔 실종 한국인, 홍수 직후 '대피 중'…12시 23분 마지막 교신
네팔 대홍수로 연락이 끊긴 한국남동발전 직원 3명 가운데 한 명이 사고 직후인 26일 낮 12시23분쯤 (한국시간) 현지 법인장에게 "대피 중"이라고 긴박하게 알린 뒤 연락이 끊긴 것으로 확인됐다. 회사 측이 파악한 이 직원의 마지막 교신 장소는 숙소와 사무동 등이 있는 현장 캠프였다.
남동발전 해외총괄실 관계자는 27일 BBC에 연락이 끊긴 직원 가운데 한 명인 A씨가 사고 당일 현지 법인장에게 전화했다고 밝혔다.
이어 "A씨는 긴급한 상황이 있어서 대피 중에 있다는 정도로 짧게 연락했다"며 "상황이 워낙 긴박했다"고 말했다. 이후 A씨와의 연락은 끊겼다.
이번 홍수는 네팔 현지시간 26일 오전 9시쯤, 한국시간으로는 낮 12시15분쯤 발생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기준으로 보면 A씨의 전화는 홍수 발생 직후 긴박한 상황에서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
마지막으로 법인장과 연락한 A씨는 차장급 직원으로, 네팔 현지 사업장에서 중간 관리자 역할을 맡아왔다.
연락이 끊긴 3명 모두 한국에서 채용돼 네팔에 파견된 직원들이다. 회사 측에 따르면 이들은 가족과 함께 네팔에서 생활해왔으며, 가족들은 사고 현장과 떨어진 지역에 거주해 이번 홍수로 직접적인 피해를 입지는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현재 발전 시설은 상당수 피해를 받은 것으로 파악된다. 27일 네팔로 출국한 윤장현 남동발전 신성장본부장은 출국 전 인천국제공항에서 "발전소 상부 시설은 90% 이상 소실됐고, 건설 인력이 머물던 베이스캠프도 약 90%가 소실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밝혔다.
BBC가 확보한 26일자 위성사진에도 발전소 공사현장 상당 부분이 토사에 뒤덮인 모습이 확인됐다.
사고 직전 동선…달라진 회사측 설명
BBC 취재 과정에서는 이들 직원의 사고 직전 상황을 놓고 남동발전 내부에서 서로 다른 설명도 나왔다.
남동발전 홍보팀 관계자는 앞서 BBC와의 첫 통화에서 "(홍수 발생 이전에) 현장에 경보가 울렸고, 직원들이 수위가 중요하기 때문에 수위를 파악하러 현장에 나간 상황이었다"며 "이후 연락이 두절됐다"고 말했다.
직원 3명 모두 당시 현장에 나가 있었다고도 했다. 어떤 수위를 확인하려 했느냐는 질문에는 "물이 얼마나 찼는지, 얼마나 내려오고 있는지 이런 것을 파악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BBC가 이를 해외사업 담당 부서에 다시 확인하자 다른 설명이 나왔다.
해외총괄실 측은 현재까지 파악한 내용으로는 직원들이 수위를 확인하기 위해 현장으로 나갔다는 사실은 확인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홍수 등 비상 상황이 발생하면 즉시 대피하는 것이 회사 원칙이라고도 덧붙였다.
당시 해외총괄실 관계자는 직원 3명이 사고 직전 발전소 파워하우스 쪽에 있었던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이들이 당시 정확히 어떤 업무를 하고 있었는지는 추가 확인이 필요하다고 했다.
이후 남동발전은 현지 법인에 다시 확인했다며 BBC에 다른 내용을 전했다. 회사 측은 직원 3명이 사고 당일 각각 지역 주민협의회 관련 내용 정리, 도면 검토, 시운전 대비 기술문서 점검 업무를 하고 있었던 것으로 파악됐다고 밝혔다. 또 이들 업무는 발전 시설에 직접 나가 수행하는 작업은 아니었다고 설명했다.
마지막으로 법인장과 연락한 직원의 위치에 대한 설명도 달라졌다. 회사 측은 현지 법인장에게 다시 확인한 결과 이 직원이 파워하우스가 아니라 숙소와 사무동 등이 있는 현장 캠프에서 마지막으로 교신한 것으로 파악됐다고 밝혔다.
남동발전은 최초 '수위 확인' 설명에 대해 사고 초기 내부 보고 내용을 기자에게 전달하는 과정에서 부정확한 설명이 나왔다고 해명했다.
회사 측은 또 사고 전후 상황을 볼 때 마지막 교신이 이뤄진 현장 캠프가 이후 홍수에 쓸려 내려간 것으로 보고 있다고 밝혔다. 다만 직원들이 홍수가 닥치기 전에 실제로 캠프를 빠져나왔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정부 대응팀 네팔 급파
남동발전은 네팔 현지 법인을 통해 연락이 끊긴 직원들의 가족을 지원하고 있으며, 본사에서도 윤장현 신성장본부장을 포함한 6명 규모의 대응팀을 현지에 파견했다고 밝혔다. 대응팀은 현지에서 수색·구조 상황을 파악하고 가족 지원 업무 등을 맡을 예정이다.
한국 정부도 외교부 4명과 소방청 5명, 경찰청 2명 등 11명으로 구성된 정부합동 신속대응팀을 27일 네팔에 급파했다. 대응팀은 주네팔 한국대사관과 현지 당국에 합류해 연락이 끊긴 한국인들의 소재 파악과 수색·구조를 지원할 예정이다.
앞서 전날 네팔 중북부 히말라야 산악지대의 어퍼트리슐리-1(UT-1) 수력발전소 건설 현장 상류에서 대규모 홍수가 발생했다. 남동발전에 따르면 네팔에 파견된 직원 7명 가운데 현장에서 근무하던 3명과 현재까지 연락이 닿지 않고 있다.
같은 현장에서는 두산에너빌리티 소속 한국인 직원 6명도 연락이 끊긴 상태다. 이에 따라 이번 사고로 현재까지 연락이 닿지 않는 한국인은 모두 9명이다.
네팔 당국에 따르면 27일 오전 기준 이번 홍수로 165명이 숨지고 826명이 실종됐으며, 73명이 다친 것으로 집계됐다. 수색 작업이 계속되고 있어 인명 피해 규모는 더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