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론 위즐리의 그림자에서 완전히 벗어나기 힘들 것입니다'...루퍼트 그린트 BBC 인터뷰
배우 루퍼트 그린트(37)가 마지막 '해리포터' 영화가 나온 지 14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론 위즐리의 그림자에서 완전히 "벗어나기"는 힘들 것 같다고 BBC와의 인터뷰에서 밝혔다.
그린트는 "그래도 괜찮다. 그것이 좋다고 생각한다"며 "(해리포터가) 어린 시절의 일부였다고 느끼는 사람들을 만나는 것을 좋아한다"고 덧붙였다.
영화 '해리포터' 8편 전체에서 론을 연기한 그린트는 새롭게 제작되는 TV 시리즈에서 론 역을 맡게 된 아역 배우에게 편지를 보냈다고 밝혔다.
그는 "이 과정이 다시 반복되는 것을 보니 묘한 기분"이라며 "이번에는 어떤 모습일지 정말 궁금하다"고 말했다.
그린트는 지난 19일 (현지시간) 런던 북부 하이게이트에서 열린 크리스마스 조명 점등 행사에서 BBC 뉴스와 인터뷰를 가졌다.
그는 배우 조지아 그룸과 두 딸과 함께 이 지역에 거주하고 있다. 이날 행사가 열린 하이게이트 문화·과학 기관과 하이게이트 소사이어티 앞에는 그린트를 보기 위해 많은 팬들이 모였다.
그린트와 공동 주연을 맡은 다니엘 래드클리프, 엠마 왓슨은 2001년부터 2011년까지 JK 롤링의 책을 영화로 각색한 작품에서 마법사 역할을 맡으며 삶이 완전히 달라졌다.
론 역으로 캐스팅될 당시 그린트는 11세였으며 호그와트에서 해리포터의 가장 친한 친구 중 한 명으로 출연했다.
그는 그 당시 경험을 "말도 안 되는 일이었다"고 회상했다.
"저의 인생을 아주 빠르게 바꿨습니다. 책의 열렬한 팬이었기 때문에 저에게 (론의 연기는) 책 속으로 들어가는 것 같았고, 매우 특별한 경험이었죠."
그린트는 과거에도 하이게이트의 크리스마스 조명 점등 행사에 참여한 바 있다.
이 행사는 지역 사회 자원봉사자들이 주최하고, 지역 기업과 학교, 주민들의 후원으로 마련된 무료 행사이다.
'해리포터' 이후 그린트는 영화 '인투 더 화이트', 애플TV 시리즈 '서번트' 등에 출연했으며 연극 무대와 에드 시런의 뮤직비디오에도 여러 차례 등장했다.
그는 내년에 "몇 가지" 활동 계획이 있지만, 아직 자세히 밝힐 수 없다고 말했다.
그린트는 래드클리프나 왓슨과 비교해 해리포터의 론 이미지를 벗어나는 데 상대적으로 더 어려움을 겪어왔다.
수십 년 전 맡았던 역할과 계속 엮이는 것이 지겹지 않냐는 질문에 그는 "전혀 지겹지 않다"며 "정말 좋다"고 답했다.
그는 "저와 같은 세대의 많은 사람들에게 깊은 의미가 있고, 새롭게 접하는 세대에게도 큰 의미를 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정말 큰 자부심을 느낀다"고 설명했다.
"(론의) 그림자에서 완전히 벗어나지 못하겠지만, 괜찮습니다."
지난 5월, HBO는 새 TV 시리즈에서 해리, 론, 헤르미온느를 연기할 3명의 아역 배우를 발표했다.
래드클리프는 최근 해리 역을 맡게 된 도미닉 맥러플린에게 편지를 보냈다고 전했다.
올해 11세의 맥러플린은 CBBC와 iPlayer에서 월요일 방영을 시작하는 새 드라마 '기프티드(Gifted)'에도 출연한다.
그린트 역시 론 역을 맡게 된 알래스터 스타우트에게 "일종의 바통을 넘기는 의미로 편지를 썼다"고 밝혔다.
그는 "모든 일이 잘 되길 바라는 마음을 담았다"며 "이 세계에 발을 디디는 것이 정말 즐거웠기 때문에 그도 같은 경험을 하길 바란다"고 전했다.
그린트는 새로운 배우들이 공개됐을 때 자신과 래드클리프, 왓슨이 함께 캐스팅되던 순간으로 "순식간에 돌아갔다"고 설명하며 "그 때의 모든 순간을 아직도 생생히 기억한다"고 덧붙였다.
그린트는 자신과 스타우트 사이에 "어딘가 가족처럼 닮은 점이 있는 것 같다"고도 말했다.
"완전히 새로운 작품이 된다는 점이 좋다. 독자적인 작품이 될 것이고 그 점이 재미있을 것 같습니다."
그는 자신의 아이들이 미래에 이 TV 시리즈에 출연하고 싶어 한다면 말릴 생각이 없다고 했다.
"왜 안 되겠나요. 정말 즐거운 경험이었어요."
그린트는 '해리포터' 영화가 그의 다섯 살 딸 웬즈데이에게는 "아직 조금 무서울 수 있다"면서도 일부 영상을 보여줬고 딸이 "좋아했다"고 말했다.
'해리포터' 전성기 이후 비교적 활동이 뜸했던 그린트는, 2020년 롤링이 트랜스젠더 운동을 비판하는 발언을 한 뒤 논란이 커지자 그와 거리를 둔 여러 출연 배우 중 한 명이었다. 롤링은 당시 트랜스젠더 운동이 생물학적 성 개념을 약화시키고 있다고 주장했다.
논란이 커지며 롤링은 트랜스포비아라는 비난을 받았지만, 그는 이를 부인하며 단일 성별 공간에서 여성에게 미칠 영향을 우려했던 것이라고 반박했다.
지난 9월, 왓슨은 견해 차이에도 여전히 롤링을 사랑한다고 말하며 그를 "지워버릴 생각은 없다"고 밝혔다.
하지만 롤링은 왓슨의 발언에 "무지하다"고 말하며 날카롭게 반응한 바 있다.
그린트는 이 논란에 대해 묻자 언급을 거부했다.
그린트가 마법 세계로 다시 돌아올 가능성은 있을까? 최근 브로드웨이에서 드레이코 말포이로 복귀한 공동 출연자 톰 펠튼처럼 자신의 역할로 돌아올 의향이 있는지 묻자 그는 "미래에는 가능할 수도 있죠. 단정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론의 그림자가 여전히 크게 남아있지만, "그 시간이 정말 즐거웠던 만큼, 지금은 그 세계 밖에서 지내는 이 시간을 즐기고 있다"고 덧붙였다.
마지막으로 다시 호그와트에 돌아간다면 어떤 기숙사에 배정될 것 같냐는 질문에 그는 "그리핀도르보다 후플푸프에 더 가까운 것 같다"고 답했다.
"후플푸프의 분위기가 좋다고 생각해요. 그리핀도르는 아주 근소한 차이로 2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