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 곳곳에서 정부를 무너뜨리는 Z세대 … 그러나 SNS 시위가 지속적인 변화로 이어질 수 있을까?
아프리카 모로코에서 마다가스카르까지, 남아메리카 파라과이에서 페루에 이르기까지, 최근 전 세계 곳곳의 Z세대(1990년대 중후반~2000년대 초반생)가 정부에 대한 불만을 표출하며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
이러한 시위는 참여자들이 상대적으로 청년층이라는 점뿐만 아니라 SNS를 통해 촉발되고 확산했다는 공통점을 지닌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그 안에는 자기파멸의 씨앗도 함께 숨어 있다고 경고한다.
마다가스카르에서는 전력 및 물 부족에 분노한 시위대가 정부를 무너뜨렸다. 남아시아의 네팔에서는 부정부패와 족벌주의에 맞서 봉기한 시위대가 총리를 사임시켰다. 동아프리카 케냐의 Z세대는 정부의 책임성과 개혁을 요구하며 거리와 SNS에서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페루에서는 부정부패 캔들과 치안 악화에 대해 분노한 청년들이 버스 및 택시 운전기사들과 함께 의회를 향해 행진했다. 인도네시아에서는 플랫폼 노동자들이 처우 개선을 요구하며 시위에 나섰다. 모로코에서는 수년 만에 최대 규모의 반정부 집회가 열렸다. 거리로 나온 시위대는 교육·의료 서비스 확대를 요구하는 한편 월드컵 경기장 건설에 수십억달러를 쏟아부은 정부를 비난했다.
이 모든 시위의 중심에는 SNS가 있다. SNS는 사람들이 이야기를 나누고, 연대를 구축하고, 전술을 조율하고, 국경을 초월하여 서로에게서 배우는 공간이 되었다.
그러나 '독일 글로벌 및 지역 연구소'의 잔지라 쏨밧푼시리 연구원은 이러한 움직임이 전혀 새로운 현상이 아니라 "디지털 연결성이 만들어낸 지난 15년간의 청년 주도 시위 물결의 최근 연속선상"에 있다고 말한다.
그 물결에는 2010~11년 아랍의 봄, 2011년 미국 월가 점거 운동, 2011~2012년 정부 긴축을 반대하며 일어난 스페인의 '인디그나도스(분노한 사람들)' 운동, 태국(2020~2021), 스리랑카(2022), 방글라데시(2024)의 민주화 시위 등이 포함된다.
'구체적인 실체를 갖추게 된 부정부패'
미국 싱크탱크 '카네기 국제평화재단'의 스티븐 펠드스타인 선임연구원은 이러한 현상의 기원이 훨씬 더 이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고 본다. 2001년 필리핀에서 전개된 '2차 피플 파워 혁명(제2차 EDSA 혁명)' 당시 SMS 문자메시지가 핵심적인 역할을 했다는 설명이다.
펠드스타인 연구원은 "청년들이 대중 운동을 위해 기술을 활용하는 것은 새로운 현상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현재와 과거를 구분 짓는 차이는 기술의 정교함이다. 현재는 휴대전화와 SNS, 메신저 앱 등이 대중화되었으며, 게다가 최근에는 인공지능(AI)까지 더해지며 사람들이 결집하여 행동에 나서기 훨씬 더 수월해졌다.
펠드스타인 연구원은 "이것은 (Z세대가) 자라온 환경이며, 그들이 소통하는 방식"이라고 표현했다.
"이 세대가 스스로 결집하는 방식은 이러한 배경의 자연스러운 결과입니다."
각종 이미지와 게시물은 이전보다 더 멀리, 더 빠르게 퍼지며 대중의 분노와 연대를 동시에 강화한다.
호주 국립대학교의 사회학자인 아테나 샤란 프레스토는 "SNS를 통해 겉보기에는 단순한 라이프스타일 관련 게시물처럼 보이는 것조차 정치적 증거가 되고, 그리고 많은 경우 행동을 촉발하는 외침으로 변모한다"고 했다.
"언론 보도나 법적 절차에서 다루는 부정부패는 종종 추상적인 개념으로 느껴지곤 합니다. 그러나 사람들이 자신의 기기 화면을 통해 이를 목격할 때 부정부패는 구체적인 실체를 갖추게 됩니다."
"호화로운 저택, 스포츠카, 명품 쇼핑백 등의 형태로 드러나는 엘리트 특권층과 서민들이 매일 겪는 고난 사이 간극은 개인적인 모욕으로 다가옵니다. 구조적이고 추상적인 부패의 개념이 손에 잡힐 듯한 조각으로 다가와 실감하는 순간이죠."
올해 9월 네팔의 상황이 그랬다. 한 정치인의 아들이 각종 명품 상자로 만든 크리스마스 트리 옆에서 사진 포즈를 취한 인스타그램 사진은 시위를 촉발하는 원동력이 되었다. 필리핀에서도 상황은 비슷했다.
프레스토는 "네팔과 마찬가지로 필리핀 청년들에게 이는 마음을 울렸다. 정치 특권층이 사치스러운 삶을 산다는 건 이미 알고 있는 사실이었으나, 이것이 시각화된 이미지로 다가온 것"이라고 했다.
"필리핀의 경우 이러한 사치스러운 생활은 점점 더 많은 사람이 홍수로 목숨을 잃고 있음에도 정치인들이 홍수 방지 사업 자금을 빼돌린다는 사실과 맞물리며 더욱 분노를 부추겼습니다."
한편 SNS 덕에 시위대는 국경을 초월하여 서로의 전술을 배우고 교환할 수 있게 되었다.
2019년 홍콩 시위에서 탄생한 범아시아 민주화 운동 네트워크인 '밀크티 연합' 해시태그는 미얀마, 태국 등의 활동가들의 중심 소통망으로 기능했다.
일례로 태국 시위대는 홍콩 시위대의 '물처럼 유연하게' 움직인다는 전략을 채택했다. 텔레그램을 통해 집회 장소를 공지한 뒤, 막판까지 장소를 변경해가며 경찰의 저지선을 무력화시킨 것이다.
쏨밧푼시리 연구원은 "이 전술 덕에 시민들은 감시와 체포를 피할 수 있었다"고 평가했다.
양날의 검
온라인상에서 반대 여론이 확산하면서 여러 권위주의 정권들은 검열 강화 등의 강경한 대응으로 맞서고 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이러한 탄압이 더 큰 시위로 이어지는 등의 역효과를 일으킬 수 있다고 경고한다. 특히 국가 폭력이 생중계로 공개되어 대중의 분노를 촉발할 수 있다.
지난해 방글라데시 당국의 탄압이 대표적인 사례다. '아와미 연맹'당이 집권한 정부는 인터넷을 차단하고, '디지털 보안법'을 근거로 반체제 인사들을 체포했으며, 학생 운동가들에게 실탄을 발사했다.
그러나 학생 운동가 아부 사예드가 경찰에 의해 사살되는 영상이 퍼지며 그는 순교자가 되었고, 이에 분노한 시위대는 새롭게 거리로 나섰다.
스리랑카, 인도네시아, 네팔에서도 유사한 모습이 이어졌다. 시위대를 살해하는 모습은 대중의 분노를 부채질했고, 시위대는 더 강력한 요구 조건을 내걸기 시작했으며, 일부에서는 결국 정부가 무너졌다.
그러나 SNS는 시위 운동의 촉진제 및 강화제인 동시에 분열과 탄압으로 이끄는 씨앗이 되기도 한다. 쏨밧푼시리 연구원은 지도자 없는 조직 방식은 "유연성과 평등 의식을 제공"하긴 하나, 동시에 외부의 침투, 폭력, 의제 변화에 취약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일례로 태국에서는 '#RepublicOfThailand(태국공화국)' 같은 해시태그로 상징되는 군주제를 둘러싼 온라인 논쟁과 공산주의 상징이 담긴 게시물이 잠재적 지지자들을 멀어지게 만들며 2020년 민주화 운동이 분열되었다.
네팔과 방글라데시에서는 느슨하게 조직된 시위의 형태로 인해 종종 폭력 사태로 번지기도 했다.
한편 전문가들은 정권들이 디지털 도구를 활동가들을 억압하는 수단으로 사용하고 있다고 말한다.
쏨밧푼시리 연구원은 "아랍의 봄 이후 정권들은 AI 기반 감시, 강화된 검열, 억압적인 법률 등을 도입하며 활동가들이 언제나 위협에 노출된 상태로 활동하게끔 내몰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SNS 주도 시위의 장기적 영향에 대한 전문가들의 의견도 엇갈린다.
미국 하버드 대학의 2020년 연구에 따르면 1980~1990년대에는 비폭력 운동의 65%가 성공했으나, 2010~2019년 기준 이 비율은 34%로 떨어졌다.
쏨밧푼시리 연구원은 "대규모 시위가 정치나 정권의 변화를 불러일으킨다 하더라도, 장기적인 변화와 개혁이 반드시 보장되는 것은 아니"라고 강조했다.
"시리아, 미얀마, 예멘의 사례처럼, 시위가 결국 내전으로 번져 경쟁 세력들이 권력을 놓고 다투게 될 수도 있습니다. 혹은 이집트, 튀니지, 세르비아처럼 개혁으로도 기존 정권의 뿌리 깊은 근본 구조를 해체하지 못해 독재자들이 복귀하여 영향력을 더욱 공고히 할 수도 있습니다."
해시태그 그 이후
펠드스타인 연구원은 " (SNS는) 본질적으로 장기적인 변화를 위해 설계된 공간이 아니"라고 했다.
"알고리즘, 분노, 해시태그 등에 의존하여 (시위를) 유지하고 있는 거죠."
"(장기적인) 변화를 위해서는 사람들이 서로 단절된 온라인 운동에서 벗어나 장기적인 비전이 있는 운동으로 전환할 방법을 찾아야 하는데, 온라인뿐만 아니라 물리적인 유대감이 병행되어야 합니다."
또한 전문가들은 온, 오프라인을 결합한 '하이브리드 전략'의 필요성을 강조한다.
쏨밧푼시리 연구원은 "이러한 전략과 더불어 온라인 활동주의가 파업, 집회 같은 전통적 형태의 시위를 결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시민사회, 정당, 제도적 행위자, 온라인 기반 운동 간의 협력을 강화하는 광범위한 연대 역시 매우 중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