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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티- 사우디 간 전쟁 격화에 홍해 건너 탈출하는 예멘인들

1시간 전

이브라힘 이사(50)의 고향은 예멘 남부 해안 도시 두바브이다. 예멘의 후티와 사우디아라비아의 지원을 받는 친정부군 간 전쟁 최전선이 된 곳이다.

현재 그가 있는 곳은 동아프리카 지부티 북부 오보크에 자리한 마르카지 난민 캠프다. 거대한 창고 안, 모랫바닥 위로 방수포를 깔고 가족들과 함께 지내고 있다. 이 캠프에는 좁은 바브엘만데브 해협을 배로 건너 도망쳐 온 예멘 가족들로 발 디딜 틈이 없다.

바다를 건넌 예멘 난민들은 트럭을 타거나 혹은 발로 걸어서 현지 정부와 UN이 공동 관리하는 이 캠프에 간신히 도착했다.

이사는 "아이들이 공포에 질려 비명을 지르고 몸을 떠는데 어떻게 가만히 앉아 있겠냐"고 토로했다.

"비행기 소리가 나기만 하면 아이들의 비명이 귓가를 울립니다. 부모로서 그 모습을 보며 도대체 무엇을 할 수 있겠습니까? 그래서 아이들을 위해 우리는 (예멘에서) 도망쳤습니다."

난민촌의 이브라힘 이사
Ed Habershon/ BBC
이브라힘 이사는 가족과 염소 몇 마리를 자신의 어선에 태워 예멘에서 탈출했다

어부였던 이사에게는 가족을 태우고 예멘에서 도망칠 수 있을 만큼 큰 배가 있었다.

그는 가족과 함께 키우던 염소 몇 마리도 데려왔다. 그 염소들은 난민 캠프 근처에서 버려진 가스통과 빈 플라스틱병 사이를 헤매며 음식 찌꺼기를 뜯어먹고 있다.

커다란 금속 시샤 파이프인 '제라크' 등 예멘에서 약간의 소지품을 챙겨 도망친 이들도 있지만, 그저 입고 있던 옷가지뿐인 지친 모습의 이들도 있다.

불과 지난 며칠 만에 난민 300여 명이 예멘에서 이곳으로 도망쳐왔다. 상당수는 온 가족이 함께 피난길에 올랐다. UN은 예멘 홍해 연안을 따라 갑작스럽게 분쟁이 격화하며 예멘인 총 12만 명 이상이 피난길에 몰린 것으로 추산한다.

이번 달, 이미 수년 전부터 예멘 내 인구 밀집 지역 대부분을 장악하고 있던 후티 세력은 매우 빠른 속도로 해안을 따라 바브엘만데브 해협 방향으로도 세력을 확장해나갔다. 바브엘만데브는 홍해와 아덴만을 잇는 좁은 해협으로, 더 넓은 인도양으로 나아가는 해상 요충지다.

국제 사회가 인정하는 예멘 정부를 지지하는 사우디는 후티가 진지를 구축하고 있는 평탄한 해안 평야 일대에 수백 차례 공습을 가하며 맞대응하고 있다. 이에 후티 또한 사우디 남서부의 여러 도시와 인프라에 드론과 미사일 수백 대를 발사하고 있다.

"어느 쪽이 공격하는지 따위는 우리에게 중요하지 않습니다." 이곳 난민촌에서 만난 모든 사람들이 아랍어로 전한 단호한 메시지였다.

"우리는 주변에 쏟아지는 포탄 때문에 고향을 떠나야만 했습니다."

홍해와 아덴만을 연결하는 바브엘만데브 해협과 예멘, 지부티의 위치
BBC

프랑스의 옛 식민지이자, 예멘과 바다를 사이에 두고 마주한 지부티는 과거부터 후티와 예멘 정부 간의 전쟁에 개입할 의사가 없음을 분명히 밝혔다.

그러나 지부티는 아프리카에서 매우 군사화된 국가 중 하나다. 2003년부터 미국은 이곳에 대형 다국적 기지인 '캠프 레모니어'를 운영해 왔는데, 이곳은 한때 프랑스 외인부대가 주둔했던 곳이다.

중국 역시 지부티에 주요 기지를 두고 있다. 인도양 내 중국의 최대 군사 거점으로, 최근에는 시설도 확충했다.

한편 마르카지 난민 캠프로 돌아와, 카심 아브라함 압시와도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다. 한때 어부였던 그의 신분증 속 나이는 100세였다.

압시는 "우리가 왜 이곳으로 오게 됐냐고?"라고 반문했다.

"비행기 때문입니다. 비행기 소리 … 쾅! 그래서 아이들을 위해 우리는 도망칠 수밖에 없었습니다. 가슴이 타들어 갑니다. 그 비행기들이 어느 편인지도 모르겠어요. 후티가 산이나 도로 등 어디든 있기에 비행기는 사방에 포탄을 투하합니다. 비행기가 오면 사방에 포탄이 떨어집니다."

난민촌에서 지내고 있는 어린 소녀
Ed Habershon/ BBC
갑작스럽게 분쟁이 격화하며 예멘인 12만 명 이상이 떠난 것으로 추정된다

한편 37℃의 뜨거운 햇살이 내리쬐는 이날, 유엔 난민기구(UNHCR)가 제공한 텐트들이 나란히 늘어선 이 난민촌에서는 아덴 출신의 모하메드 압둘라림(63)도 만날 수 있었다. 관광 가이드였던 그는 아덴이 아직 영국의 보호령이던 시절에 태어났을 만큼 나이가 많았다.

새로 도착한 난민들과는 달리, 모하메드는 2015년부터 이곳에서 살고 있다. 그는 후티 세력과 현재는 축출된 압드라부 만수르 하디 대통령 정부 사이에서 전투가 처음 격화했을 당시 지부티로 피난을 왔다고 했다.

그 후 줄곧 이 캠프에 머물러 왔지만, 대화를 나누던 중 갑자기 조국이 휘말린 비극에 가슴이 아픈 듯 고개를 돌리며 눈물을 삼켰다.

"이곳 텐트 안에 있는 사람들은 최악의 상황에 처해 있습니다. 정말 가슴이 아픕니다. 이 난민들과 우리 국민들, 그들의 고통을 생각하면 눈물이 납니다. 비정부기구(NGO)와 지부티 정부가 우리의 목소리를 들어주길 바랍니다. 우리를 받아준 그들에게 감사할 뿐입니다."

이들은 언제까지 이곳에 머물러야 할까. 당연하겠지만 이는 예멘 내 분쟁 상황에 달려 있다. 예멘은 지난 2014년부터 끔찍한 내전이 벌어지며 수만 명이 목숨을 잃고 수백만 명이 난민이 되는 등 황폐해졌다.

UN의 중재로 지난 2022년 사우디와 후티가 체결했던 위태로운 휴전 협정은 최근 몇 달간 결국 파기됐고, 현재 양측은 미사일, 드론, 공습을 주고받고 있다.

검은색과 갈색 옷을 입은 노인
Frank Gardner/ BBC
아이샤 압둘카디르 모하메드는 "우리 나라에 평화가 다시 찾아온다면, 기꺼이 평화롭게 돌아가고자 한다"고 말한다

전 세계 대다수 사람들에게 예멘 전쟁은 먼 곳의 일로 느껴질지 모르지만, 바브엘만데브 해협을 통해 사우디아라비아의 원유 수출이 차단될 경우 어떤 파장이 있을지는 잘 알려져 있다. 하지만 언제나 그렇듯, 인명 피해는 종종 간과되곤 한다.

주변의 온갖 요란한 소음 속에서 아내와 나란히 방수포에 앉아 있는 100세의 압시는 안전한 지부티에서 떠나길 꺼렸다.

"전쟁이 계속되는 한 돌아가지 않을 겁니다. 여기에는 평화가 있으니까요."

그의 아내 아이샤 압둘카디르 모하메드도 이에 동의했다.

"우리 나라에 평화가 다시 찾아온다면 기꺼이 평화롭게 돌아갈 용의가 있습니다. 평화가 돌아오기를 신께 기도하고 있습니다. 우리에게 필요한 건 오직 평화뿐입니다. 우리 아이들의 미래를 위해서라도요. 아이들에게는 안전이 최우선이고, 그다음이 음식과 물, 교육입니다."

"보시다시피 우리는 옷가지만 챙긴 채 모든 것을 뒤로 하고 떠났습니다. [예멘에는] 평화가 없기 때문이죠."

예멘, 사우디아라비아, 에리트레아, 에티오피아, 지부티가 표시된 지도. 후티가 장악한 지역은 붉은 색으로, 분쟁 지역은 보라색 빗금으로 표시돼 있다
B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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