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석탄·가스 발전소 탄소 배출량 제한' 철회
미국 환경보호청(EPA) 청장이 지난 14일(현지시간) 석탄 및 가스 화력발전소 유발 환경오염을 제한하는 규정을 폐지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또한 EPA는 향후 행정부가 발전소의 탄소 배출량을 규제하지 못하도록 관련 조치를 마련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EPA는 조 바이든 대통령 시절 제정된 기후 관련 규정 대부분을 폐지하면서, 이를 통해 3100억달러(약 419조원)를 절약하고 에너지 가격을 낮출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환경 단체들은 이로 인해 미국 국민의 건강과 지구가 막대한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EPA의 이번 조치는 발표 직후부터 법적 도전에 직면할 것으로 예상된다.
리 젤딘 EPA 청장은 14일 "미국은 세계 어느 곳보다 더 효율적이고 깨끗하게 에너지를 생산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라며 "우리 발전소들이 부당하게 표적이 돼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UN에 따르면 석탄과 천연가스 등의 화석연료는 전 세계 기후 변화의 단연 최대 원인이다.
EPA는 성명을 통해 과거 바이든 행정부 시절 제정된 발전소 배출 규정들이 "기관의 권한을 넘어섰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이어 해당 규정이 "제대로 검증되지 않은 (배출) 제어 기술을 요구함으로써, 발전소가 실제로 충족할 수 있는 기준을 마련하기보다는 사실상 폐쇄하도록 강요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EPA는 발전 부문에 적용되는 다른 모든 온실가스 규정도 폐지하려 하고 있다.
이 같은 조치는 지난해 젤딘 청장이 제안한 것으로, 앞으로 공개 검토 절차를 밟게 된다.
그는 새로운 규정이 "저렴하고 안정적인 에너지 공급을 보장하고, 교통·난방·공공요금·농업·제조업의 비용을 낮추며, 국가 안보를 강화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바이든 행정부 시절 마련된 규제는 미국의 발전소를 비롯해 차량과 산업시설의 탄소 배출량을 대폭 감축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당시 이 조치로 연간 4500명의 조기 사망을 막을 수 있을 것으로 추산됐다.
그러나 EPA는 14일 "잠재적인 공중보건상의 피해는 너무 불확실하고 추측에 불과하며, 개연성이 낮고, 복잡하게 얽혀 있어 이를 미국 발전 부문과 구체적으로 연관 짓기는 어렵다"고 주장했다.
다만 젤딘 청장은 기자들에게 "인간의 건강을 보호"하기 위해 "유해 대기 오염물질" 관련 보호조치는 그대로 유지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독립 환경 단체인 '기후 및 에너지 해결 센터'의 나다니엘 키오헤인 회장은 이번 조치를 "엄청난 퇴보"라고 비난했다.
키오헤인 회장은 "발전소의 탄소 오염 기준을 폐지함으로써, EPA는 타당한 과학적 근거와 경제성을 무시하고, 공중 보건과 복지를 보호해야 할 책임을 저버렸다"고 지적했다.
미국은 현재 이산화탄소와 같은 지구온난화를 유발하는 온실가스 배출 부문에서 중국에 이어 세계 2위를 차지하고 있다.
또한 최신 추정치에 따르면 발전 부문은 매년 이산화탄소 환산량 약 15억 톤을 배출하는데, 이는 미국 전체 배출량의 약 4분의 1을 차지한다.
이는 미국 발전 부문의 온실가스 배출량이 극소수의 일부 국가를 제외한 대부분 국가의 전체 배출량보다 많다는 의미다.
지난 20여 년간 미국 발전 부문 배출량은 석탄 사용량이 감소하면서 전반적으로 감소해 왔으나, 지난해에는 소폭 증가세를 보였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오랫동안 석탄 발전의 부활을 주장해 왔으며, 풍력 및 태양광과 같은 재생에너지에 대해서는 꾸준히 비판해 왔다.
한편 이번 발표가 미국의 배출량과 전 세계 기후변화에 미칠 정확한 영향은 아직 불확실하다.
일부 전문가들은 석탄 발전이 과연 트럼프가 바라는 만큼 되살아날 수 있을지 의문을 제기하기도 한다. 지난 10년 동안 태양광 발전과 같은 많은 청정 기술의 비용이 급격히 떨어졌기 때문이다.
2022년, EPA의 온실가스 배출 제한 권한은 일부 축소됐다. 연방대법원이 해당 정책이 초래할 경제적 비용을 우려하며, EPA는 주 전체의 배출량을 제한할 권한이 없다고 주장한 19개 주와 일부 대형 석탄 기업들의 손을 들어주었기 때문이다.
14일 발표된 이번 조치는 지구온난화와 기후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마련된 정책들을 철회하려는 트럼프 행정부의 행보와 맞물린다.
올해 2월 EPA는 온실가스가 공중 보건에 위협이 된다는 오바마 행정부 시절의 획기적인 과학적 판결을 뒤집기도 했다. 이에 여러 주와 지방 정부가 이의를 제기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