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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군, 다시 러시아 전장으로?…추가 파병설이 나오는 이유

4시간 전
두 장의 사진. 오른쪽에는 줄지어 선 북한 군인들이, 왼쪽에는 볼로디미르 젤렌스키의 클로즈업 사진이 있다.
BBC

그들은 총격에도 대규모로 무리 지어 전장에 몰려들었다. 드론과 자동화기의 위험도 아랑곳하지 않는 듯했다. 항복 대신 자결을 택한 정예 유령 군단. 이들은 수천 명씩 싸우다 숨진 뒤 전장에서 자취를 감춘 듯했다.

북한은 2024년 말 러시아 영토로 진격한 우크라이나군을 격퇴하려는 러시아군을 지원하기 위해 병력을 파견했다. 대가는 컸다. 파병된 1만3000명 가운데 최대 3000명이 전사했다.

북한군은 결국 전술을 바꿨고, 러시아군과 함께 쿠르스크 지역에서 우크라이나군을 몰아냈다. 이후 북한군의 전투 활동에 관한 소식은 거의 들려오지 않았다. 그러나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에 따르면, 북한군과 북한산 무기가 조만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전쟁에 다시 대규모로 투입될 전망이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지난달 러시아에 배치될 북한 인력이 최대 5만 명에 이를 것이라고 경고했다. 앞서 제시한 병력 추산치 3만 명을 상향 조정한 것이다. 그는 한국에 우크라이나의 방공 역량을 지원해 달라고 요청했다.

그렇다면 북한은 이처럼 큰 손실을 입고도 왜 러시아를 위해 싸울 병력을 더 보내려는 것일까? 먼저 파병된 북한군은 어떻게 됐을까?

양욱 아산정책연구원 외교안보센터 연구위원은 "그들은 여전히 그곳에 있다"고 말했다.

"우크라이나의 추가 반격에 대비해 러시아 영토를 방어하고 있습니다. 일부 공병이나 노동자들은 (러시아가 점령한) 돈바스 지역에 있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지만, 이들은 전투 병력은 아닙니다."

대규모 집회에서 행진하는 조선인민군(KPA) 병사들
AFP via Getty Images
젤렌스키 대통령은 최대 5만 명의 북한군이 러시아에 배치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우크라이나 국방부 정보총국(HUR)은 북한군 8500명이 여전히 러시아 영토에 남아 있는 것으로 추산한다. 이들은 4개 여단으로 편성돼 "북부" 부대집단 소속으로 활동하며, 쿠르스크 지역에서 우크라이나군의 진입을 막고 러시아 국경을 방어하는 임무를 맡고 있다.

HUR은 BBC에 보낸 성명에서 "이들은 현재 전투 작전에 참여하지 않고 있다. 일시적으로 점령된 우크라이나 영토에서는 조선인민군 부대가 관찰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북한도 처음인 경험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게 쿠르스크 파병은 도박이었다. 북한이 해외에 보낸 전투 병력 가운데 역대 최대 규모였다 (북한은 1973년 이집트가 이스라엘과 벌인 욤키푸르 전쟁 당시 군인과 교관 1500명을 이집트에 파견했고, 1960년대 후반에는 북한 조종사 약 87명이 북베트남을 지원해 미군과 싸운 것으로 추산된다)

많은 희생에도 불구하고 이 도박은 성과를 거뒀다. 고립되고 빈곤한 북한에 수많은 이익을 안겨주며 경제·군사적 상황을 바꿔놓았다. 앞으로 군사 협력을 더욱 심화하는 모델이 될 수도 있다.

양 연구위원은 북한군이 "이제 현대전이 무엇인지 알게 됐다"고 말했다.

러시아에 파병된 병사들은 북한군 정예부대인 폭풍군단 소속이었다. 극도로 고립된 전체주의 국가 북한은 군사화 수준이 높고 강도 높은 사상교육이 이뤄지는 나라다.

처음에는 러시아도 북한도 북한군의 존재를 인정하지 않았다. 우크라이나군은 2024년 11월 북한군과 처음 교전했으며, 이듬해 1월에야 처음으로 북한군 병사들을 생포했다.

러시아가 북한군의 역할을 처음 인정한 것은 2025년 4월이었다. 당시 발레리 게라시모프 러시아군 총참모장은 북한군이 전장에서 보인 "영웅적 활약"을 언급했다.

북한 지도자 김정은이 기념관 개관식에서 군인들을 맞이하고 있다.
Reuters
김정은에게 있어 북한 군대를 쿠르스크로 파견한 것은 모험이었다. 북한이 해외에 파견한 사상 최대 규모의 전투 부대로 알려졌다

양 연구위원은 이어 "북한군 병사들은 매우 용감하다. 특히 폭풍군단 병사들이 그렇다. 나라를 위해 기꺼이 목숨을 바치려 한다. 하지만 문제는 그런 열정이 효율적인 전투 능력을 의미하지는 않는다는 것이다...쿠르스크 전투 초기에는 많은 희생을 치렀다. 하지만 현대 드론전의 교훈을 배웠다"고 말했다.

우크라이나 제95공중강습여단 소속 병사 술탄은 북한군을 "총알받이"라고 표현했다. 그는 2024년 말 쿠르스크 전투에서 북한군과 맞섰다.

그는 최근 키이우에서 당시를 떠올리며 "처음에는 대규모 공격조 하나를 투입하고, 이어 같은 진지에 15~20명을 더 보낸 뒤 또 병력을 투입했다. 북한군은 다르게 움직였다. 끊임없이 이동했다. 이 때문에 어느 정도 유리한 점은 있었지만, 결정적인 우위는 아니었다"고 말했다.

그는 북한군과 러시아군 사이의 의사소통이 원활하지 않은 듯했으며, 북한군 병사들의 장비도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았다고 전했다.

전투가 끝나면 술탄과 동료들은 문서와 정보 자료를 찾기 위해 적군의 시신을 수색하곤 했다. 러시아군 전사자의 시신에서는 개인 소지품과 신분증, 장비가 나왔다. 그는 "하지만 북한군을 수색했을 때는 탄약밖에 없었다. 작은 주머니까지 빠짐없이 확인했지만 문서도, 다른 무엇도 없었다"고 설명했다.

다른 우크라이나 병사들도 북한군에게 방탄복과 방한복, 헬멧이 부족했다고 전했다.

우크라이나군의 공격 장면을 담은 한 영상에는 참혹한 순간이 담겨 있다. 부상당한 북한군 병사 한 명이 눈 덮인 숲속 땅바닥에 엎드려 있다. 우크라이나군이 다가오자 그는 마지막으로 지도자 김정은의 이름을 외친 뒤 턱 아래에서 수류탄을 터뜨린다.

지난해 4월, 김정은은 평양에 새로 조성된 해외군사작전박물관에서 열린 추모 행사에서 포로가 되는 대신 자결을 택한 이들을 영웅으로 치켜세웠다.

안드레이 벨로우소프 러시아 국방장관이 참석한 가운데 유가족들에게 한 연설에서, 김정은은 이들을 "위대한 명예를 지키기 위해 주저 없이 자폭과 자살 공격을 선택한 영웅들"이라고 말했다.

김정은이 러시아 국방장관 안드레이 벨루소프와 함께 기념관을 개관했다.
Reuters
안드레이 벨루소프 러시아 국방장관이 참석한 가운데 군인 유가족들과 대화를 나눈 김 위원장은 그들을 전투에서 기꺼이 자신을 희생하기로 선택한 "영웅들"이라고 칭했다

북한은 쿠르스크 작전의 사망자 수를 공식적으로 밝힌 적이 없다. 그러나 BBC 코리아가 추모 시설을 분석한 결과, 러시아를 위해 싸우다 전사한 북한군은 약 2300명으로 추산됐다.

우크라이나 국방부 정보총국 HUR은 북한군 사망자를 3000명, 부상자를 1500명으로 추산한다.

그렇다면 전투 경험을 쌓는 것 외에, 북한이 다른 나라의 전쟁에서 이처럼 많은 정예 병력을 희생시킨 이유는 무엇일까?

경제적 횡재

임수호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책임연구위원은 이번 파병이 북한에 절실했던 경제적 이익을 안겨줬을 뿐 아니라 지정학적으로도 성과를 가져왔다고 평가했다.

그는 빈곤한 북한이 러시아에 대한 무기 판매와 파병으로 벌어들인 수입이 100억 달러(약 13조 4500억원)에 육박하는 것으로 추산한다.

임 연구위원은 BBC에 "북한의 연간 국내총생산은 약 300억 달러(약 40조 3500억원)로 추산된다"고 말했다. "이는 2년 반 동안 무기 수출과 파병으로 연간 국내총생산의 3분의 1을 벌어들였다는 뜻이다. 북한처럼 경제 규모가 작은 나라에는 매우 큰 효과다."

북한은 인력을 제공하는 대가로 식량과 석유, 외화를 받는다. 중국은 대북 제재를 준수한다고 밝히지만, 러시아는 그렇지 않다.

그에 못지않게 중요한 것은 러시아와의 협력이 북한의 오랜 대중국 의존 구도에 변화를 가져왔다는 점이다.

지난해 9월 베이징에서 김정은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나란히 설 수 있었다. 세 정상이 공개석상에서 함께 만난 것은 처음이었다. 완전히 대등한 위치는 아니었지만, 더는 중국에만 의존하는 처지도 아니었다.

북한 지도자 김정은, 러시아의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 중국의 시진핑 주석이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제2차 세계대전 종전 80주년 기념 행사에 참석했다.
Reuters
지난해 9월, 김정은은 중국 시진핑 주석, 러시아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과 나란히 서서 세 정상 모두가 참석한 첫 공개 회동에 참석했다

임 연구위원은 이 변화가 중요하다며 "지정학적으로 큰 전환"이라고 말했다.

"고립 속에서 어려움이 닥칠 때마다 북한은 한국이나 일본, 특히 미국에 먼저 손을 내밀어 관계 정상화를 시도했습니다. 이것이 한반도 외교의 패턴이었죠. 하지만 러시아와의 관계가 긴밀해진 지금, 김정은은 세계가 신냉전과 다극 체제로 접어들었다고 주장합니다."

경제·군사적 필요에서 시작된 러시아와의 협력은 더욱 깊고 장기적인 관계로 발전하는 것으로 보인다. 올해 열린 조선노동당 제9차 대회에서 김정은은 한층 자신감을 드러내며 할아버지 김일성과 아버지 김정일도 이루지 못한 성과를 언급했다.

그러나 위험도 남아 있다. 지금까지 북한군은 러시아 점령지를 포함한 우크라이나 영토에서 전투에 참여하지 않았다. 만약 북한군이 이곳에서 싸운다면 외교적 파장이 일 것이다. 특히 우크라이나의 우방국이면서도 지금까지는 "비살상" 지원만 제공해 온 한국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젤렌스키 대통령도 한국에 방공체계를 비롯한 첨단 군사장비 지원을 요구하면서 이 점을 강조해 왔다. 그는 지난 6월부터 러시아 보로네시 지역에서 추가 북한군을 수용하기 위한 준비가 진행되고 있다며, 북한이 러시아에 탄도무기를 추가로 제공할 준비를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지난 7월 대통령 연설에서 "러시아는 북한이 현대전을 배우고 무기를 개량하며 실전 경험을 쌓도록 돕고 있다. 이는 북한 미사일의 사정권에 있는 아시아의 모든 국가에 위협이 된다"고 말했다.

우크라이나군과의 전투에서 생포된 북한군 병사는 단 두 명이었다. 쿠르스크 전투에 1만1000~1만4000명이 투입됐다는 점을 고려하면 놀라울 정도로 적은 수다 (한국 국가정보원에 따르면 또 다른 한 명이 생포됐지만 전투 중 입은 부상으로 숨졌다)

우크라이나의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이 게시한 사진으로, 포로로 잡힌 북한 군인 두 명 중 한 명으로 추정되는 인물이 담겨 있다.
@ZELENSKYYUA/X
우크라이나군에 의해 생포된 북한 군인은 단 두 명뿐이다

포로가 되느니 자결을 택한 동료들처럼, 두 사람 모두 살아서 붙잡힐 생각은 없었다.

"조선(북한) 군인에게는 포로가 되는 것 자체가 죄다. 그런 선택지는 없다. 우리는 포로가 될 수 없다."

생포된 병사 중 한 명은 우크라이나의 수감시설에서 자신을 인터뷰한 한국 MBC 다큐멘터리 제작진에게 이렇게 말했다.

백평강이라는 가명을 쓰는 이 병사는 드론 공격으로 다친 뒤 나흘 동안 쓰러져 있다가 붙잡혔다. 우크라이나 병사들을 러시아군 동료로 착각한 그는 속아서 항복하게 됐다.

또 다른 포로인 이강은 역시 가명이다. 그는 김영미 기자에게 자신이 살아 있다는 사실에 죄책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우크라이나군이 전장에서 그를 발견했을 때, 그는 팔과 턱에 심한 부상을 입고 의식이 거의 없는 상태였다.

그는 "자폭(스스로 목숨을 끊는 것)할 수류탄이나 칼이 없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참전 초기 동료 수십 명이 드론 공격으로 숨졌다고 전했다. 전장에는 "피 냄새가 진동했다"고 말했다.

두 사람 모두 북한으로 돌아가고 싶어 하지 않는다. 이 씨는 자신이 포로로 붙잡힌 데 대한 처벌로 가족들이 "몰살당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두 사람은 모두 한국으로 가고 싶다는 뜻을 밝혔으며, 한국 정부도 이들을 받아들일 의사가 있다.

사진 속에는 카메라를 바라보고 있는 한 남자가 보인다. 그는 상반신에 스웨터를 반쯤 걸치고 있으며, 양손은 붕대로 감겨 있다.
@ZELENSKYYUA/X
생포된 북한 병사 중 한 명은 자신이 생포된 것에 대한 처벌로 가족이 "전멸"당할 것이라고 믿어 고향으로 돌아가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이들의 송환을 요청한 것은 북한이 아닌 러시아뿐이다.

그러나 한국에 군사 지원을 계속 압박하고 있는 우크라이나는 이들을 한국 당국에 인계하겠다고 약속하지 않았다. 우크라이나 정부는 전쟁포로의 강제 송환을 금지하는 국제 인권 의무를 준수하겠다고 밝혔다.

이들의 운명은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 하지만 더 많은 북한 인력이 러시아의 전쟁에 합류할 것이라는 점은 확실해 보인다. 이들의 파병은 북한에 막대한 경제·정치적 가치를 지닌다. 러시아 역시 이들을 절실히 필요로 한다.

우크라이나를 전면 침공한 지 4년 반이 지난 러시아는 심각한 병력 부족에 직면해 있다. 서방과 우크라이나 정보기관들은 러시아가 매달 충원하는 병력보다 약 6000명 더 많은 병력을 잃고 있는 것으로 추산한다. 이에 러시아는 병력을 유지하기 위해 콜롬비아와 케냐, 카메룬, 북한 등에서 온 외국인 전투원들에게 의존할 수밖에 없게 됐다.

러시아와 북한 모두에 이익이 되는 관계이자, 대가가 따르는 연대다. 결국 북한은 러시아의 전쟁에 병사들을 계속 보낼 것이다. 다만 파병이 이익이 되는 동안에만 그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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