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항공 참사 조사 본격 착수...진상 규명 얼마나 걸릴까?
항공당국이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현장에서 블랙박스와 탑재용 항공일지 등 추가 증거를 확보하며 30일 본격적인 조사에 착수했다.
이번 사고는 179명이 사망한 대규모 참사로 명확한 원인 규명과 재발 방지 대책 마련이 시급한 상황이다.
항공 안전을 총괄하는 주무 부처인 국토교통부(국토부)는 수거한 블랙박스를 30일 오전 김포공항 시험분석센터로 이송했다.
명확한 사고 원인 조사를 위해 국토부는 미국 교통안전위원회(NTSB)와 사고 기체 제작사인 보잉과 합동 조사를 30일 저녁부터 시작할 예정이다. 국토부는 "합동 조사에서 현재 일부 훼손된 블랙박스가 어느 정도 조사가 가능한 상태인지 검토에 들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경찰과 소방 당국도 기체와 사고 현장 주변 합동감식에 본격 착수했다.
국토부는 여객기 사고의 조사 기간은 "보통 6개월에서 길게는 3년씩 걸린다"고 설명했다.
권보현 극동대학교 항공안전관리학과 교수는 "국토부 항공·철도사고조사위원회를 중심으로 외국 기관들과 협력해 과학적이고 체계적으로 조사가 이뤄질 것"이라며 사고 원인을 정확히 규명하고, 항공 안전 강화를 위한 실질적인 개선책을 마련하는 게 중요하다고 전했다.
그는 조사 결론이 나오기까지 1년에서 1년 반이 걸릴 것으로 예상했다.
핵심 증거 '블랙박스' 수거했으나 일부 손상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의 원인 규명을 위한 핵심 증거로 꼽히는 '블랙박스 해독'은 한 달 이상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29일 항공철도사고조사위원회(항철위)에 따르면 제주항공 7C2216 여객기의 비행자료기록장치(FDR)는 외관에 일부 손상이 발생한 채로 수거됐다. 반면 조종실음성기록장치(CVR)는 손상 없이 온전한 상태로 확보됐다.
항철위 관계자는 "FDR은 일부 분리된 상태로 회수됐기 때문에 해독 작업에 시간이 더 걸릴 것"이라며 "한 달 이상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항공사고 조사 초반 단계에서 FDR과 CVR 해독은 조사 방향을 결정짓는 중요한 단계로 작용한다. 만약 FDR의 훼손이 심각하다면 미국 국가교통안전위원회(NTSB)에 조사를 의뢰해야 할 수도 있으며, 이 경우 블랙박스 해독에만 6개월 이상의 시간이 소요될 수 있다.
FDR과 CVR은 항공사고 원인 규명에 필수적인 '블랙박스'다.
FDR은 비행 경로와 각종 장치 작동 상태를 담고 이번 사고 원인의 핵심 쟁점인 랜딩기어 미작동 원인 등을 규명하는데 주요한 정보다.
CVR은 비행기 내부의 상황을 제공하며 조종실 내 승무원 간의 대화, 관제기관과의 교신 내용, 경고음 등을 녹음한다.
교신 내용 일부 공개... 관제사 면담도 진행
국토부는 30일 사고 당시의 관제 교신 자료를 수집해 일부 공개했다.
국토부 관계자는 "메이데이 선언 전후의 교신 내용에 대한 면담은 항공철도사고조사위원회(항철위) 조사관이 진행했다"며 이번 사고 직전 항공기 조종사와 관제탑 사이에 오갔던 교신 내용의 일부를 공개했다.
조종사는 조류 충돌을 언급하며 비상선언을 했다.
여객기가 착륙 허가와 함께 남쪽 활주로를 향해 하강하기 시작하고 3분 뒤, "조류 활동에 주의하라"라는 관제탑의 교신이 전해졌다. 그리고 교신 2분 만에 조종사는 비상 상황을 뜻하는 메이데이 선언을 세 차례 외친 걸로 밝혀졌다.
착륙 시도를 접고 고도를 높이던 항공기는 급히 방향만 바꿔 반대편 활주로 북쪽을 통해 활주로 3분의 1지점에 접지했다는 사실도 공개됐다.
그리고 사고 직전 관제탑과 여객기 간 소통에 문제가 있었던 정황도 드러났다.
국토부는 사고 당시 항공기와 교신을 담당한 관제사와 면담도 진행했다고 밝혔다.
국토부에 따르면 관제사는 총 2명으로 각각 5년과 3.5년의 경력을 가진 것으로 파악됐다. 국토부 관계자는 "교신 내역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은 아직 종합적으로 정리되지 않은 상태"라며 "해당 내역을 포함한 조사 결과가 정리되면 자세히 확인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과거 항공 사고들, 조사 결과 발표까지 걸린 시간은?
이번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는 한국 국적기로는 11년 만에 발생한 사고다.
가장 최근의 사고는 2013년 7월, 아시아나항공 OZ214편이 인천공항을 떠나 미국 샌프란시스코 공항에 착륙하던 중 활주로 앞 방파제에 충돌한 사건이다. 당시 승객 3명이 숨지고 174명이 부상을 입었다. 이 사고의 원인 조사 보고서가 나오기까지 11개월이 걸렸다.
부상자 일부는 아시아나항공을 상대로 집단 소송을 제기했으나, 2017년에 탑승객과 회사 측 간 합의로 소송은 마무리됐다. 아시아나항공과 보잉사는 배상금을 함께 지급하는 방식으로 합의가 이루어졌다.
그리고 이번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와 유사한 사례로 권 교수는 1999년 6월 발생한 "아메리칸 항공 1420편" 활주로 이탈 사고를 언급했다.
이 사고는 강한 폭풍우로 착륙이 지연되면서 여객기가 활주로를 벗어나 동체가 세 동강이 나고 불길에 휩싸인 사건으로 9명이 사망하고 86명이 부상을 입었다. 사고 원인 보고서는 사고 발생 약 2년 4개월 후인 2001년 10월에 발표됐다.
추가 취재: 김효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