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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안한' 중국 Z세대, 한 대학교수에 열광하는 이유는?

5시간 전
실물 크기의 울트라 맨 동상 옆에 서 있는 젊은 여성
Getty Images
급변하는 사회 속 중국 젊은이들은 자신의 미래에 대해 불안감을 느낀다

중국에 사는 한 쯔한은 최근 그야말로 "하늘에서 내려온 별"같은 존재라는 한 남성의 열렬한 팬이 됐다. 쯔한과 같은 중국 청년들은 그를 "아이돌"이라고 부르며 따른다.

하지만 이 남성은 가수도, 영화배우도 아니다. 54세 인류학자인 샹 바오 교수는 점점 더 환멸에 빠지는 중국 청년 세대를 위한 예상 밖의 길잡이로 떠올랐다.

그가 이처럼 인기를 끄는 이유는 그가 다루는 주제, 즉 불안감과 이를 헤쳐 나가는 방법에 있다.

중국의 경제와 기술 수준은 매우 빠른 속도로 발전해왔으나, Z세대는 큰 불안감에 시달린다. 취업부터 연애 및 결혼 전망부터, 뒤처지지 않으려는 막중한 압박감까지 이들을 짓누른다.

한 23세의 대학 졸업생은 "학교를 졸업하고 현실에 발을 내디디면 수많은 불확실성을 마주하게 된다. 청년들은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몰라 불안해한다"고 토로했다. 이 여성은 외국 언론과의 인터뷰가 혹시 취업에 영향을 미칠 것을 우려해 이름을 밝히기 꺼렸다.

"그래서 마치 닻과 같은 존재를 원합니다. 그리고 (샹 교수의) 말은 우리에게 누군가는 우리를 이해해 준다고 느끼게 합니다."

이 여성과 쯔한은 최근 싱가포르에서 열린 샹 교수의 강연회에 참석한 약 500명 중 하나였다. 청중 대부분이 중국계 해외 거주자였다.

이날 샹 교수는 1시간가량 중국어로 강연을 한 뒤 질의응답도 진행했다. 강연회가 끝나고 수십 명에 다가와 함께 사진을 찍고 싶어했다. 마치 '학술 팬미팅'같았다고 한다.

샹 교수는 중국의 주요 언론 매체들과 인터뷰도 하고, 모교인 명문 베이징대를 비롯한 중국의 주요 대학 캠퍼스를 찾아 강연해왔다. 올해 초 진행된 한 강연은 만석을 기록하며 생중계되기도 했다.

중국 언론에 따르면 "의문이 든다면 샹 바오에게 물어보라"는 말이 유행어가 됐다.

샹 바오 교수
BBC
최근 싱가포르에서 열린 샹 바오 교수의 강연에는 약 500명이 몰려들었다

싱가포르 강연에서 샹 교수는 오늘날 중국 청년들이 열망하는 인정 욕구에 대해 언급했다. 아울러 청년들은 치열한 시험부터 안정적인 일자리를 얻는 취업에 이르기까지 사회 제도의 승인을 얻고자 노력하며, 이러한 승인이 어떻게 자존감의 척도가 되며, 이러한 척도가 얼마나 사람을 지치고 상처입히는지 지적했다.

이어 타인으로부터 인정 대신 의미와 이해를 구하고, 이를 통해 자기 자신을 더 잘 이해해나가는 것이 건강하다고 강조했다.

물론 이것이 단기간에 해결될 문제는 아니다. 하지만 불만이 정치적으로 민감한 사안으로 간주돼 엄격히 검열되는 중국이라는 나라에서 그는 이른바 "시대의 아픈 지점"을 다루는 보기 드문 공인이다.

샹 교수는 싱가포르에서 차를 마시며 BBC와 나눈 인터뷰에서 "다들 무엇이 문제인지 알고 있지만, 이를 직시하려 하지 않는다. 직시하기 너무 고통스럽거나, 어떻게 해야 할지 방법을 모르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하지만 학자로서, (문제가 무엇인지) 설명할 수만 있다면 두려워할 것은 없습니다. 그것이 바로 이에 분석하고 대처하는 방법입니다."

샹 교수는 현재 독일 소재 '막스 플랑크 사회인류학 연구소' 소장으로 재직하며, 중국을 비롯한 아시아 지역의 사회 변화를 연구하고 있다.

샹 교수는 중국 사회가 "전환점"에 있다고 바라본다. 사람들이 급속도로 진행되는 사회 및 경제적 변화를 이해하는 과정에서 삶의 진정한 의미를 찾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적극적이고 확신에 찬 국가와 그 안에서 살아가는 불확실한 청년층, 대대적인 사회 발전과 개개인이 느끼는 환멸 등 여러 모순점이 보인다며, 이러한 모순의 원인을 파헤치는 것이 자신의 직업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중국의 시진핑 국가주석도 이를 인정한 바 있다. 그는 "더 나은 삶을 바라며 끊임없이 증가하는 국민들의 요구와 불균형하고 불충분한 발전" 간 간극이야말로 "주된 모순"이라고 언급했다.

중국 화베이시 화베이 사범대학 샹산 캠퍼스에서 열린 봄 취업 박람회
Getty Images
샹 교수는 매우 경쟁적인 중국 사회에서 청년들이 새로운 관점과 이야기를 찾고 있다고 말한다

샹 교수는 몇몇 기억하기 쉬운 용어들을 통해 이 현상을 규명한다.

우선 생존을 위해 쉴 틈 없이 일하는 사람들의 상태를 공중에 떠 있기 위해 끊임없이 날개를 퍼덕여야 하는 벌새에 비유해 "떠 있다"고 표현한다.

그리고 "가까운 곳"이라는 용어를 사용해 오늘날 사람들이 "아주 가까운 곳", 즉 자기 자신과 "아주 먼 곳"인 세상에만 신경 쓰느라 그 사이의 공간인 "가까운 곳"을 저버리고 있다고 말한다. 이로 인해 사람들이 단절감을 느끼게 된다는 설명이다.

그리고 그의 이러한 설명은 삶의 해답을 찾고 있는 청년들에게 깊은 공감을 불러일으키는 듯하다.

중국 SNS '샤오홍슈' 한 사용자는 "샹 교수님은 언제나 약자의 시선에서 사회 문제를 바라봐 준다. 개개인의 스트레스를 거시적인 관점에서 바라보며 원인을 찾아주고, 사람들이 적극적으로 살아갈 수 있도록 격려해준다. 정말 좋다"고 말한다.

또 다른 사용자는 "샹 교수님은 절대 공허하고, 기분만 좋게 해주는 진부한 이야기를 늘어놓지 않는다. 대신 몸을 낮추어 우리 옆에서 현실의 딜레마를 함께 마주해 준다"고 적었다.

쯔한은 결국 모든 사안에 대해 공개적으로 솔직하게 말하려는 샹 교수의 의지가 청년들을 끌어들인다고 설명했다.

"비슷한 말을 하는 사람들은 많지만 그들은 샹 교수님만큼 대단하지 않고, 또 샹 교수님처럼 대단한 사람들은 이러한 말을 해주지 않습니다."

사인해주는 샹 교수
BBC
샹 교수는 솔직한 강연 내용으로 중국에서 유명해졌다

샹 교수는 1972년 생으로, 중국이 마오쩌둥 통치 시기 잔혹한 혼란에서 벗어나 세계와 교역하기 시작한 또 다른 전환기를 겪으며 성장했다. 당시 중국에서는 도시화가 진행됐고, 평범한 사람들은 기업가로 변신했으며, 이 공산주의 국가에서는 처음으로 기업들이 급성장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산업 항으로 변모한 중국 저장성 남동부 원저우시에서 자란 그는 이러한 변화를 직접 목격했다.

그에 따르면 "소상공인들로 가득 차" 있었으며, "대부분 사람들은 교육에 그다지 관심을 두지 않았으며, 실용적인 것들, 특히 '어떻게 돈을 버는지'에 다들 집중했다"고 한다.

그리고 실제로 이들 중 많은 이들이 부를 축적했고, 이들의 자녀들은 두 자릿수 경제 성장률이 이어지던 찬란한 시기에 자라났다. 그러다 코로나19를 겪으며 경제 발전 속도는 둔화하기 시작했고 아직 회복되지 않고 있다.

샹 교수에 따르면 '열심히 일하면 안정적인 일자리를 얻는다'는 옛 공식은 더 이상 통하지 않으며, 이에 사람들은 새로운 삶의 관점과 이야기를 갈망한다.

실제로 2023년 중반 정부가 데이터 발표를 중단하기 전까지 중국의 청년 실업률은 21.3%에 달했다. 공무원, 대기업 직원, 엔지니어 등 이른바 '좋은 일자리'를 가진 사람들조차 일자리를 잃을지 모른다는 불안에 전전긍긍한다.

청년들은 온라인 상에서 길고 긴 근무 시간, 유해한 직장문화, "35세의 저주"에 대한 불만을 끊임없이 토해낸다. 35세의 저주란 35세가 넘으면 일자리를 찾기 어려워지는 현상을 말한다.

물론 검열로 인해 이러한 정서가 얼마나 퍼져있는지 구체적으로 파악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이러한 압박감은 다른 방식으로 공공 담론에 스며들고 있다. 대학 입시, 결혼 지참금(신붓값) 풍습, 식품 안전 스캔들 등 어떤 주제든 온라인에서 토론이 펼쳐지면 이러한 불만은 순식간에 분노로 돌변한다.

베이징에서 한족과 티베트 양식이 결합된 가장 큰 규모의 불교 사찰인 용허 사원에서 기도하는 사람들의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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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징의 한 사원에서 청년들이 밝은 미래와 결혼을 꿈꾸며 기도하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심리를 표현하는 신조어들이 수년간 유행하고 있다. 그중 가장 유명한 표현이 '탕핑'으로, 사람들이 치열한 경쟁에서 아예 손을 떼고 그저 '누워있다'는 뜻이다. 또 '네이줜(내권)'은 의미 있는 보상이 거의 주어지지 않지만 치열하기만 한 경쟁 상태를 묘사한다.

샹 교수는 부동산 시장과 급격히 높아진 교육 수준이 이러한 불안을 부추겼다고 본다. 지방정부가 토지 매각에 의존하며 시작된 부동산 열풍으로 인해 사람들은 가족의 성공과 안정감을 주택 가치와 연관 짓게 됐다. 여기에 대학 입학자 수가 급격히 증가하면서 사회적 성취의 기준은 높아지고 경쟁은 더욱 치열해졌다는 설명이다.

그 결과, 사회에 '성공'에 대한 천편일률적인 공식이 생겼다는 주장이다. 좋은 대학을 졸업해, 안정적인 직장을 구하고, 결혼하고, 집을 사는 삶이다.

"14억 명이 모두 같은 경주에 뛰어드는 것, 그것이 바로 네이줜입니다."

한편 그는 약 3년 전, 자신이 강연을 맡았던 디지털 노마드 캠프가 그의 방문 후 가격을 인상했다는 사실을 알게 되며 자신이 "더 이상 학계만의 인물이 아님을 깨달았다"고 한다.

그에 따르면 많은 동료 연구진은 연구 논문 발표만을 최우선으로 여기며, 그의 접근방식에 "상당히 냉담"하다고 한다. 학자의 명예와 품격을 지키라며 "깃털을 아끼고 사랑하라"고 경고하는 이도 있었다.

하지만 샹 교수는 자신의 인기에 고무된 모습이다.

"누군가가 저를 '인플루언서'라고 부른다고 해도, 칭찬이라고 생각합니다. 제 진정한 영향력은 바로 사람들 스스로 생각해보게 만드는 데 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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