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덕수 탄핵안 발의...헌정 사상 최초로 '대통령 권한대행' 탄핵되나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가 윤석열 대통령의 뒤를 이어 탄핵 기로에 놓였다.
한 권한대행이 국회 추천 헌법재판관 3인에 대한 임명을 보류하자, 야당이 즉각 한 권한대행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발의했기 때문이다.
한 권한대행 탄핵안은 27일 본회의에서 표결에 부쳐진다.
한덕수 탄핵 사유는?
박성준 더불어민주당 원내수석부대표는 26일 국회 의안과에 한 권한대행에 대한 탄핵안을 제출했다고 밝혔다.
한 권한대행의 '헌법재판관 임명 연기'가 기폭제가 됐다.
앞서 한 대행은 이와 같은 결정을 전하는 담화에서 대통령 권한대행으로서의 역할과 기능을 두고 "헌법기관 임명을 포함한 대통령의 중대한 고유권한 행사는 자제하는 게 헌법과 법률 정신"이라고 했다.
또한 박근혜 전 대통령 당시 상황을 예로 들며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 역시, 헌재의 탄핵 심판 결정에 영향을 주는 임명은 하지 않는다는 원칙에 따라 헌재 결정 전에는 헌법재판관 임명을 하지 않았고, 헌재 결정이 나온 뒤 임명했다"고 강조했다.
원래 민주당은 한 총리에 대해서는 잠시 탄핵 보류 카드를 꺼냈었다.
지난 15일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이와 관련해 "당내에 한덕수 대통령 직무대행에 대해 내란 사태의 책임, 국정 난맥의 책임을 물어서 탄핵해야 한다는 주장이 상당한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너무 많은 탄핵을 하게 되면 국정에 혼선을 초래할 수 있다는 판단 때문에 일단 탄핵 절차는 밟지 않기로 했다"고 말한 바 있다.
다만 전제조건으로는 한덕수 총리가 권한대행으로 재의요구권을 사용하면 안 된다고 못박았다.
하지만 한 총리가 이날 대국민 담화를 통해 "여야가 합의해 안을 제출할 때까지 헌법재판관 임명을 보류하겠다"며 임명을 거부하자 민주당은 더 이상 탄핵 절차를 미룰 이유가 없다는 입장이다.
박찬대 민주당 원내대표는 "가장 적극적인 권한 행사인 거부권은 행사해 놓고 형식적인 권한 행사인 헌법재판관 임명을 거부한다는 궤변을 늘어놨다"며 "권한대행이 아니라 내란 대행임을 인정한 담화"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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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핵안에는 5가지 탄핵 사유가 담겼다.
헌법재판관 임명 거부, 비상계엄 내란 행위 공모·묵인·방조, '김건희 여사 특검법'·'채 해병 특검법' 거부, 한동훈·한덕수 공동 국정운영 발표, 내란 상설 특검 임명 회피 등이다.
민주당은 탄핵안에서 한 권한대행의 헌법재판관 임명 거부와 관련해 "헌법기관을 구성할 책임을 해태( 어떤 행위를 할 기일을 이유 없이 넘겨 책임을 다하지 않는 것)하는 것"이라고 적시했다.
이어 이런 조치는 윤 대통령의 탄핵심판절차를 고의로 해태하게 해 범인도피 내지 증거인멸을 돕는 것이라는 주장도 덧붙였다.
하지만 민주당은 12·3 비상계엄을 공모 또는 묵인, 방조한 것이 가장 큰 탄핵 사유라고 했다.
탄핵안에는 "피소추자는 비상계엄이 위헌·위법함을 알면서도 권한 없이 국무회의 심의를 소집해 비상계엄 선포를 적극 도왔고, 국무회의에 참여해 비상계엄이 선포될 수 있도록 돕거나 적어도 묵인, 방조했다"라는 내용이 포함됐다.
노종면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이와 관련해 "사전에 내란 계획을 보고받았다는 부분이 가장 근본적인 탄핵 사유"라며 "한 총리는 그런 일이 없다고 부인해 왔다"고 했다.
'민주당이야 말로 내란 정치'...야당 반발
이런 움직임에 국민의힘은 "민주당이야말로 내란 정치를 일삼고 있다"고 반발했다.
국민의힘은 이날 오후 본회의가 산회한 직후 로텐더홀 계단에서 규탄대회를 열고, 한 대행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제출한 민주당을 비판했다.
권성동 국민의힘 당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는 이날 규탄사에서 "민주당의 탄핵 폭주 쓰나미가 국정 마비를 넘어 국정을 초토화시키고 있다"며 "오늘 민주당이 탄핵하겠다는 건 한 대행이 아니라 국정과 민생, 외교, 대한민국을 탄핵하겠다는 것"이라고 했다.
각종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는 이재명 민주당 대표도 거론했다.
권 원내대표는 "민주당이 탄핵을 서두르는 단 하나의 이유는 민주당의 아버지 이재명 대표를 대통령 만들기 위한 것"이라며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조기 대선 정국을 만들어 선거를 통해 이재명 사법 리스크를 덮어버리겠다는 것"이라고 했다.
탄핵 표결 정족수는 의견 엇갈려
그렇다면 이번 한 권한대행 탄핵 의결 정족수는 얼마나 될까.
국민의힘은 한 권한대행이 실질적 대통령 업무를 하고 있기에 '대통령 기준'에 따라 재적 의원 3분의 2인 200명 이상의 동의가 필요하다고 본다.
하지만 더불어민주당은 한 권한대행의 본업인 '국무총리를 기준'으로 재적의원 과반수인 151명 이상만 동의하면 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헌법 제65조에 따라 국무총리 등 국무위원 탄핵소추는 국회 재적의원 과반(151명)의 찬성으로 가결된다. 반면 대통령 탄핵소추는 재적 3분의 2(200명) 이상의 동의가 필요하다.
국회 관련 부서 내에서도 의견은 갈린다.
국회 입법조사처는 권한대행을 맡기 전 '총리 직무 수행 중 탄핵 사유'가 발생했다면 탄핵 의결은 재적의원 과반(151명)이 맞다는 뜻을 밝혔다.
반면 국회 운영위원회는 권한대행은 대통령에 준한다고 보고 있다.
정족수 결정권을 가진 우원식 국회의장은 표결 전 탄핵 의결 정족수 요건에 대해 입장을 밝힐 예정이다.
우 국회의장은 아직 공식 입장을 밝히지 않은 상태지만, 지난 24일 기자회견에서도 의결정족수와 관련된 질문에 "일차적 판단은 의장이 한다"며 "여러 의견을 듣고 있는데, 잘 참고해서 판단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대통령 권한대행 탄핵되면?
한편, 한 권한대행에 대한 탄핵안이 국회 본회의에서 가결되면 한 권한대행의 직무는 즉시 정지된다.
정부조직법 26조에 따르면 이 경우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대통령 업무를 이어받게 된다.
최 경제부총리가 권한대행을 맡기 어려운 상황이라면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순으로 넘어간다.
그 이후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외교부->통일부->법무부->국방부 ->행정안전부->국가보훈부->문화체육관광부-->농림축산식품부 장관 순이다.
다만 법무, 국방, 행안부 장관 등의 경우 현재 계엄 사태 여파로 직무가 정지된 상태다.
대통령 권한대행에 대한 탄핵소추안 투표는 한국 헌정사상 최초의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