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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반 트럼프'였으나…러닝메이트가 된 공화당 부통령 후보 J.D. 밴스는 누구?

2024.10.01
J.D. 밴스 미국 상원의원
Reuters

“저는 ‘트럼프는 절대 안 된다’는 사람입니다. 트럼프를 좋아한 적 없습니다.”

"세상에, 어떻게 그런 멍청이가 다 있죠.”

“저는 그가 비난받아 마땅한 인물이라 생각합니다.”

회고록 《힐빌리의 노래》로 유명해진 J.D. 밴스 미국 상원의원이 지난 2016년 트위터와 인터뷰 등에서 남긴 말이다.

같은 해, 밴스는 “나는 트럼프가 냉소적이고 재수 없는 놈이라는 생각과 … 미국의 히틀러라는 생각 사이에서 왔다 갔다 한다”는 내용의 페이스북 메시지를 로스쿨 재학 시절 룸메이트였던 조쉬 맥로린에게 남기기도 했다.

현재 민주당 당원인 맥로린은 BBC ‘뉴스아워’와의 인터뷰에서 “그런 문자를 보내던 사람이 … 트럼프의 가장 열렬한 치어리더가 되다니, 정말 믿을 수 없다”고 했다.

실제로 불과 몇 년 만에 밴스는 ‘트럼프는 절대 안 된다’ 주의자에서 트럼프의 가장 확고한 동맹으로 자리매김했다.

올해 나이 40세로, 초선 연방 상원의원(오하이오)인 그는 현재 부통령 후보(러닝메이트)로서 트럼프의 곁을 지키고 있으며, 2028년 공화당 대선 후보 중 가장 먼저 두각을 나타낸 후보이기도 하다.

공화당에서는 그가 지금껏 상원에서 보여준 보수적인 성향과 중서부 지역에 뿌리를 둔 상대적으로 젊은 후보라는 점을 통해 이번 투표에서 더 많은 표를 끌어올 수 있기를 바라고 있다.

본격적인 선거 운동 기간이 시작되자, 밴스는 상대방을 끊임없이 공격하는 ‘투견’ 역할을 맡아 해나가고 있다. 보통 러닝메이트들이 많이 맡는 역할이다. 물론, 트럼프 후보 본인의 발언 수위를 생각하면 그리 강해보이지 않을 때도 있다.

밴스는 정기적으로 케이블 TV 프로그램에 출연하고, 선거 집회에서 기자들의 질문을 받고 있는데, 이는 해리스 부통령 선거 캠프의 비교적 신중한 미디어 접근 전략과 대조를 이루는 부분이다.

그러나 여성과 이민자에 대한 그의 강경 발언은 논란을 일으키고 있다.

우선 트럼프의 선택을 받은 이후, 밴스는 오하이오주 스프링필드 내 아이티 출신 이민자들에 대한 거짓된 소문들을 더 증폭시키고 있다.

아울러 전국적인 낙태 금지안을 찬성하고, 영국을 ‘이슬람 국가’라고 부르는 등 과거 각종 인터뷰 및 연설에서의 발언들도 재조명되고 있다.

이에 더해 밴스는 3년 전 ‘폭스 뉴스’와의 인터뷰 중 해리스 부통령 등을 ‘자녀 없이 고양이나 키우는 여성들’이라고 했던 것에 대해 해명해야만 했다.

또한 그는 트럼프를 향한 2차례의 암살 시도에 대해 오롯이 민주당 고위층의 발언 때문이라며 상대방에 전적으로 책임을 돌리고 있다. 트럼프의 과거 발언들이 2021년 1월 발생한 미국 국회의사당 점거 폭동 사건 등을 일으켰다는 비판은 모조리 무시하는 듯하다.

여론 조사에 따르면 이러한 논란으로 인해 밴스는 최근 역사상 가장 인기가 낮은 부통령 후보 중 하나가 됐다. 또한 이러한 논란 발언으로 인해 트럼프 측에서 강점으로 보고 있는 경제에 대한 그의 포퓰리즘적 메시지도 제대로 집중되지 못하고 있다.

맥로린에 따르면 과거의 밴스는 공화당이 노동자들에게 경제적 기회뿐만 아니라 희망을 줘야 한다고 믿었다고 한다. 그리고 만약 희망을 주지 못한다면 “선동 정치가”가 나타나 그 공백을 채우리라 믿었다는 것이다. 그리고 밴스는 트럼프를 이 ‘선동 정치가’로 봤다고 한다.

그러나 밴스의 생각은 분명 그때 이후 변한 모습이다.

연설 중인 밴스 의원
Reuters
지난달 미시간주 디트로이트에서 열린 보수 성향의 콘퍼런스 ‘터닝 포인트’에서 연설 중인 밴스 의원

회고록으로 유명해지다

밴스는 오하이오주 미들타운에서 중독 문제로 고생하던 어머니와 밴스가 어렸을 때 집을 나간 아버지 사이에서 태어났다.

밴스를 키운 건 그가 ‘마마우’, ‘파파우’라는 애정으로 불렀던 외조부모였다. 밴스는 2016년 출간한 회고록 《힐빌리의 노래》에서 조부모를 향한 애틋함을 드러낸 바 있다.

계속해서 바뀌는 아버지 역할의 남성(밴스는 여러 번 성을 바꿨다)과 어머니의 약물 남용 문제로 인해 그의 어린 시절은 혼란 그 자체였고, 종종 할머니 ‘마마우’의 집을 피난처 삼아 지냈다.

이후 밴스는 결혼 당시 아내 우샤와 함께 외조부모의 성을 기리고자 ‘밴스’라는 성을 선택했고, 그렇게 현재 ‘제임스 데이비드 밴스’라는 이름으로 살고 있다.

미들타운은 오하이오주의 ‘러스트 벨트(몰락한 공업 지대)’에 속해 있지만, 밴스는 가족의 조금 더 먼 뿌리인, 이보다 조금 더 남쪽인 애팔래치아와 자신의 정체성을 연결 짓는다.

이곳은 딥 사우스(남부에서도 가장 남부에 자리한 주들)부터 중서부 산업 지대 변두리에 이르는 광대한 산악 내륙 지역으로, 주민 대다수가 백인인 지역으로, 미국에서 가장 가난하다고 손꼽히는 지역 일부가 이곳에 자리하고 있다.

그리고 밴스는 회고록 《힐빌리의 노래》에서 자기 가족과 이웃, 친구들이 겪었던 시련과 고생은 물론 이들이 내린 그릇된 결정에 대한 자신만의 묘사를 들려준다.

그는 힐빌리(애팔래치아의 가난한 백인을 뜻하는 멸칭)들을 무시하는 외부인들을 비난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애팔래치아 사람들이 만성적으로 돈을 헤프게 쓰며, 정부의 복지 수당에 의존하고, 대부분 열심히 일하지 않으며, 자립하는 데 실패한다는 상당히 보수적인 시선을 드러낸다.

밴스는 애팔래치아 지역 주민들이 “나쁜 상황에 최악으로 대응”한다면서, 이들은 “사회적 부패에 대적하는 대신 이를 부추기는 문화의” 산물이라고 지적했다.

아울러 “진실이란 원래 받아들이기 힘든 것”이라면서 “이 지역 주민들에게 가장 받아들이기 힘든 진실은 바로 이들 자신에 대한 진실”이라고 적었다.

해당 회고록이 책이 출간될 무렵, 밴스는 자립하겠다는 노력으로 미들타운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 있게 됐다. 우선 미 해병대에 입대한 뒤 이라크에 파병도 갔으며, 이후에는 오하이오 주립대, 예일대 로스쿨을 졸업하며 캘리포니아에서 벤처 캐피탈리스트로 변신한 상태였다.

《힐빌리의 노래》를 통해 그는 단숨에 유명 작가가 됐을 뿐만 아니라 인기 있는 시사 해설자가 됐다. 밴스에게는 백인 노동계급 유권자들에게 왜 트럼프가 매력적으로 느껴지는지 그 이유를 설명해달라는 질문이 자주 주어졌다.

그리고 그는 기회가 있을 때마다 당시 2016년 대선을 앞두고 공화당 측 후보였던 트럼프를 비난했다.

2016년 10월 한 인터뷰에서는 “이번 선거가 특히 백인 노동자 계급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번 선거로 사람들은 멕시코 이민자들이나 중국과의 무역 혹은 민주당 엘리트 등 다른 누군가를 비난할 핑곗거리를 얻고 있습니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이러한 비난의 주제들은 현재 트럼프 선거 캠페인의 일환으로 밴스 본인이 자주 제기해온 것들 중 일부다.

벤처 투자자에서 정치인으로

2017년 밴스는 고향 오하이오주로 돌아와 벤처 투자 관련 일을 이어 나갔다. 예일대 재학 시절 만난 아내 우샤와의 사이에서 이완, 비벡, 미라벨 등 세 자녀도 뒀다.

우샤는 캘리포니아주 샌디에이고에서 자란 인도 이민자의 자녀로, 남편과는 전혀 다른 성장 배경을 지녔다. 학자인 부모님 밑에서 자란 우샤는 예일대 학부 과정을 졸업한 뒤 케임브리지 대학에서 석사 학위를 취득했다.

또한 우샤는 존 로버츠 대법원장의 서기로 일했으며, 최근까지 ‘멍거, 톨레스 앤 올슨’ 로펌에서 근무했다. 한 유명 법률 저널에서 “진보적이고 깨어 있는” 로펌이라고 평가한 곳이다. 우샤는 남편이 트럼프의 러닝메이트로 발탁된 직후 사임했다.

한편 밴스는 오랫동안 유력한 정치인 후보로 거론되던 중 오하이오주의 공화당 출신 롭 포드먼 상원의원이 2022년 재선에 도전하지 않기로 하면서 기회를 얻게 된다.

그렇게 오하이오주 상원의원직에 도전한 밴스의 선거 캠페인은 처음엔 더디게 진행됐으나, 자신의 전직 상사이자 실리콘밸리의 유명 벤처 투자자인 피터 틸이 1000만달러(약 138억원)를 기부하면서 본격적으로 시동이 걸렸다.

그리고 그의 발언이 변하기 시작했다. 힐빌리들의 실패에 대한 이야기는 점차 사라지고, 엘리트와 민주당에 대한 이야기를 늘어놓기 시작한 것이다.

그는 폭스 뉴스뿐만 아니라 다른 변두리 정치 매체에도 출연하기 시작했다. 현재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르며 논란이 된 그의 여러 발언들은 이 당시 상원 선거 운동으로 주목받기 시작할 무렵 나온 게 많다.

그러나 공화당의 텃밭인 오하이오주에서 그의 발목을 잡은 진짜 장애물은 과거 했던 트럼프에 대한 비판이었다.

밴스는 자신의 과거 발언에 대해 사과하는 한편 관계 개선에 힘쓰며 마침내 트럼프의 지지까지 받아냈고, 마침내 상원까지 진출하는 데 성공했다.

그 과정에서 밴스 의원은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정치 체제에서 점점 더 중요한 인물이 됐으며, 트럼프의 사상에 거의 전적으로 동조하게 됐다.

트럼프와 밴스
Getty Images
트럼프의 지지는 2022년 밴스의 상원의원 당선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여러 현안에 대한 밴스의 성향은?

밴스 의원은 포퓰리즘적인 경제 정책을 지지하고, 우크라이나 원조에 대해 그 누구보다도 더 적극적으로 회의적인 목소리를 높이면서 상원에서는 당연히 보수적인 정책에 표를 던질 인물로 여겨진다.

민주당이 주도하는 현 상원에서 상원의원으로 활동한 기간이 그리 길지 않다는 점을 감안해 보면, 사실 밴스 의원이 발의하거나 지지한 법안들은 거의 진전되지 않고 있다. 그리고 그 법안의 내용을 살펴보면 정책 변화보단 메시지 전달에 더 집중하는 모양새다.

최근 몇 달간의 행적을 살펴보면, 이스라엘의 가자 지구 전쟁에 반대하는 시위가 벌어진 대학과 서류 미비 이민자를 고용하는 대학에 대해선 연방 정부의 지원금을 중단하는 법안을 발의하기도 했다.

또한 지난 3월에는 중국 정부가 국제 무역법을 어길 경우 미국 자본 시장에 접근하지 못하도록 막는 법안을 지지하기도 했다.

그리고 지난 7일 열린 ‘전국 보수주의 컨퍼런스’에서 밴스는 “미국 민주주의에 대한 진정한 위협은 미국 유권자들이 계속해서 이민자 감소에 표를 던지고 있음에도 정치인들이 계속 이민을 늘리고 있다는 것”이라고 발언하며, 이 모든 현안을 건드렸다.

그는 ‘아메리칸 드림’에 대해 “우리가 ‘집’이라고 부르는 국가에서 나 자신과 가족을 위해 좋은 삶을 꾸릴 수 있어야 한다는 아주 기본적인 생각”으로, “현재 좌파들이 이를 공격하고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아울러 우크라이나에 대한 미국의 개입은 “분명한 결론은 물론 달성할 만한 목표 단계에도 이르지 못했다”는 입장이다.

이에 더해 해당 컨퍼런스 자리에서 밴스 의원은 영국은 이민자 때문에 “상황이 좋지 않다”면서 노동당 내각이 들어서면서 영국은 핵무기를 보유한 “최초의 진정한 이슬람 국가”가 됐다는 주장을 펼쳤다.

그리고 러닝메이트로 지명됐다는 소식이 알려진 직후인 지난 7월, 밀워키에서 열린 공화당 전당대회에서 그는 열렬한 환영을 받으며 입장했다.

오하이오주 북동부 포티지 카운티의 공화당 위원장이기도 한 아만다 서페쿨 대의원은 “밴스 후보는 빈곤층 출신이자 젊다”면서 “많은 사람들이 그를 닮았다고 생각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그 이후로 그의 서민적인 매력보다는 그가 일으킨 논란이 더 많은 관심을 받고 있는 모습이다.

선거 유세 중 그는 어떤 발언을 했나?

지난달 초 대선 토론회에서는 근거 없는 인터넷 소문을 바탕으로 한, 아이티 이민자들이 주민들의 애완동물을 잡아먹는다는 밴스의 발언이 트럼프의 입에서 또 한 번 흘러나왔다. 그리고 이 발언은 오하이오주 내 밴스의 고향에서 그리 멀리 떨어지지 않은 스프링필드 지역에서 큰 소란을 일으켰다.

CNN과의 인터뷰에서 밴스는 “언론이 미국인들의 고통에 관심을 기울일 수 있도록 … 이야기를 만들어내야 할 필요성을 느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도 주민들로부터 이민자들이 애완동물을 잡아먹고 있다는 이야기를 분명 들었다는 주장을 굽히지 않았다. 물론 이에 대한 자세한 내용을 요청했으나, 그의 상원 사무실은 이에 답하지 않았다.

한편 밴스는 낙태 이슈에 대해서는 발언 수위를 조절하고 있다.

2019년에 가톨릭 세례를 받은 그는 과거, 전국적으로 임신 15주 이후 낙태를 금지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낸 바 있다.

그러나 최근 들어서는 이 문제는 각 주에서 결정할 문제라는 트럼프의 견해를 지지하고 있다.

그러나 그는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 만약 의회에서 전국적인 낙태 금지법을 통과시킬 경우 트럼프가 거부권을 행사할 것이라 말하면서 트럼프로부터 질책을 듣기도 했다.

최근 대선 토론 도중 트럼프는 “솔직히 이 문제에 대해 JD와 논의해 본 적 없다”면서 “그의 견해가 어떻든 상관하지 않지만, 그가 나를 대변해 말하고 있지는 않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한편 밴스는 앞서 벌어진 2차례의 트럼프 암살 미수 사건에 대해 민주당의 책임이라며 가장 목소리를 높이는 인물이기도 하다.

그는 7월 발생한 첫 번째 사건 이후 이 같은 이야기를 한 최초의 공화당 고위 인사 중 하나였으며, 두 번째 사건 이후에는 X(구 ‘트위터’)에 “발언 수위가 통제를 벗어”났으며, 공화당이 검열과 폭력의 피해자라는 장문의 글을 올렸다.

그러나 밴스의 비평가들은 스프링필드 소재 학교를 겨냥한 수십 건의 폭탄 테러 위협 및 트럼프와 그 주변 인사들이 올린 수많은 선동적인 게시물들을 지적하며, 누가 진짜 미국의 정치적 폭력을 부추기는지 묻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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