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네비게이션 검색 본문 바로가기

선천적으로 수학을 못하는 사람도 있을까?

2025.10.07
책에 고개를 파묻은 아이의 모습
djedzura/Getty Images

한 농부가 농장에서 3종류의 동물을 키우고 있다. 모두 양이지만, 3마리는 예외다. 모두 염소이지만, 4마리는 예외다. 그리고 모두 말이지만, 5마리는 예외다. 그렇다면 이 농부가 키우는 각 동물은 몇 마리일까?

이 수수께끼가 혼란스럽게 느껴졌다면, 여러분만 그런 건 아니다. 정답은 말 1마리, 염소 2마리, 양 3마리다.

그렇다면 왜 어떤 사람들은 수학을 쉽게, 또 다른 사람들은 어렵게 느끼는 것일까?

유전적 요인이 일부 작용할 수 있지만, 생물학적, 심리학적, 환경적 요인들도 함께 얽혀 영향을 미친다.

쌍둥이 연구

영국 런던 소재 골드스미스대학의 율리아 코바스 교수는 유전 및 심리학 전문가로, 왜 사람들마다 수학 능력이 다른지 밝혀내고자 한다.

그는 이란성과 일란성 쌍둥이 약 1만 쌍을 출생 직후부터 추적 조사하여 유전적, 환경적 요인이 학습 능력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살펴봤다.

코바스 교수는 "우리가 살펴본 모든 심리적 특성에서 일란성 쌍둥이는 이란성 쌍둥이보다 훨씬 비슷했다. 수학 능력도 비슷했는데, 이는 가정 환경적 요인만으로는 모든 걸 설명할 수 없음을 보여준다"면서 "유전자 또한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아울러 코바스 교수에 따르면 중등교육 시기 및 성인기 수학 학습 능력에 유전적 요인이 차지하는 비율은 약 50~60%에 달한다.

이는 "유전과 환경적 요인 모두 중요하다는 주장을 뒷받침한다"는 설명이다.

환경

그러나 우리 주위의 환경 역시 고려해야 할 중요한 요소다.

여기서 환경이라는 것은 얼마나 좋은 학교에 다니는지, 가정에서 숙제할 때 얼마나 도움받을 수 있는지 등에 국한되지 않는다.

코바스 교수는 라디오에서 우연히 들은 무언가로 우리의 관심사가 바뀌는 것처럼 환경적 요소에는 "우연적"인 부분도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도 유전적 성향이 개인을 특정 환경에 노출되도록 이끌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영국 러프버러대학에서 수학적 인지 연구를 하는 이로 제니두-데르부 박사는 모두가 뛰어난 수학자가 될 수는 없겠지만, 누구나 능력을 향상 시킬 수 있다고 강조했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수리 및 수학적 능력과 기술을 발전시키는 데 우리의 생각이나 태도, 감정 등이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것이다.

제니두-데르부 박사는 "수학 불안"이 성취도에 영향을 미칠 수 있으며, 능력을 향상시키고 싶다면 자신이 할 수 있다고 믿는 태도가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수학 불안'

제니두-데르부 박사는 수학에 재능이 없다는 말을 듣거나, 시험에서 친구들보다 낮은 점수를 받거나 하는 등의 부정적인 경험은 결국 불안한 생각을 키우는 "악순환"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수학에 대해 불안감을 느끼면, 수학을 회피하게 되고, 이렇게 되면 성적이 낮아질 수밖에 없고, 이는 다시 수학 불안감을 더 부채질하게 됩니다."

이 악순환에서 우리의 작업기억(정보를 일시적으로 유지하며 처리하는 과정)은 과부하 상태로 내몰린다.

제니두-데르부 박사는 "불안감이 문제인 이유는, 이렇듯 부정적이고 불안한 생각이 소중한 작업기억의 공간을 다 차지하는 바람에 실제 직면한 문제를 해결하는데 사용할 공간이 거의 남지 않게 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작업기억과 수학 불안 간 연관성을 탐구하고자 러프버러 대학에서 9~10세 아동을 대상으로 진행한 연구를 언급했다.

당시 아이들에게 두 자릿수 암산 문제가 주어졌다. 단 문제가 주기 전, 단어 몇 개를 들려준 뒤 이를 기억하여 다시 말해보도록 했다. 그 결과, "수학 불안이 심한" 아이들일수록 수행 능력이 특히 떨어졌다고 한다.

타고난 숫자 감각

브라이언 버터워스 런던대학 교수의 인지신경심리학 연구에 따르면 사람에게는 타고난 숫자 감각이 있으며, 이는 숫자 세기를 배운 적 없는 아동에게도 관찰된다.

그러나 일부 사람들에게는 이러한 "선천적 메커니즘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고 한다.

난산증은 수 개념 이해에 어려움을 겪는 특정 학습 장애를 말한다. 버터워스 교수에 따르면 인구의 약 5%가 겪을 정도로 난독증(읽기 장애)만큼이나 흔하다.

난산증이 있는 사람들은 5 곱하기 8이나 6 더하기 16과 같은 과제를 어려워하곤 한다.

버터워스 교수와 연구진은 특히 난산증이 있는 어린이들의 기초적인 산수 능력 향상에 도움이 되는 놀이를 개발했다. 그러나 이러한 개입이 장기적으로 어떤 효과를 낼지는 아직 불확실하다고 말한다.

버터워스 교수는 "조기에 개입하여 향후 몇 년간 이 아이들의 발달 과정을 추적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수학이 다른 과목과 유독 다른 점은 무엇일까.

제니두-데르부 박사는 수학 공부를 "정신적인 벽돌 담장을 쌓는 과정"에 비유했다. 더 높은 단계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기초를 탄탄하게 쌓아야 하기 때문이다.

"수학 공부에서는 벽돌을 건너뛸 수 없다. 예를 들어 역사 시간에는 특정 시대에 대해 잘 모른다 해도 다른 시대에 대해 공부할 수 있다. 그러나 수학에서는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세계에서 얻은 교훈

코바스 교수는 2000년대 초반 실시된 국제학업성취도평가(PISA) 조사 결과를 언급했다. 전 세계 15세 청소년을 대상으로 수학, 읽기, 과학 능력을 평가해 각국의 교육 체계를 평가하고자 고안된 국제 조사다.

중국의 고등학교 모습
AFP via Getty Images
2000년대 초 실시한 국제 평가에서 중국은 교육 분야 상위권에 올랐다

코바스 교수는 "(이 조사의) 상위권에는 언제나 중국 및 일부 동아시아 국가들, 핀란드가 자리했다. 핀란드는 동아시아 국가들과 나란히 함께 있어 유럽의 역설로 불리고 있다"고 했다.

그렇다면 성취도가 우수한 국가들로부터 배울 수 있는 교훈은 무엇일까.

중국 장시사범대학교 수학교육학과의 젠젠 미아오 조교수는 중국에서 수학 교육은 "기초 지식, 기초 기술, 기본적인 수학 경험, 기본적인 수학적 사고"에 중점을 둔다고 설명했다.

미아오 교수에 따르면 중국에서는 교사와 교육이 "매우 존중 받는다"며, 교사들이 하루에 1~2개 수업만 하면 되기에 충분히 시간을 들여 수업을 준비하고 내용을 보완할 수 있다.

핀란드 투르쿠대학교의 페카 뤼세넨 경제사회학 교수는 핀란드 수학 교육 시스템 역시 기초에 중점을 둔다고 했다. "핀란드 교육 시스템의 주요 철학은 모든 이에게 기본적인 학습 능력을 보장하는 것"이라는 설명이다.

뤼세넨 교수는 핀란드 교사가 되려면 5년간 전문적인 훈련을 거쳐야 하며, 교사라는 직업이 사회적으로 높은 "존경"을 받기에 교직 지원자가 입학 정원 대비 10배에 달한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코바스 교수가 말하듯이 모든 국가와 마찬가지로 변동성이 존재하며, 이는 교육의 "복잡성을 보여"준다.

BBC NEWS 코리아 최신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