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이스라엘 공격으로 숨진 고위 군 인사들 국장 진행

이란이 28일(현지시간) 이스라엘의 12일간 공습으로 사망한 군 지휘관과 핵 과학자 등 약 60명을 추모하는 국장을 거행했다.
테헤란 중심가인 엥겔라브 광장 인근에는 이란 국기로 덮인 관과 숨진 군 지도자들의 초상화가 놓였고, 검은 옷을 입은 수많은 조문객들이 몰려 슬로건을 외치고 이란 국기를 흔들며 희생자들을 기렸다.
이번 공습은 미국이 이란 내 핵시설을 공습하며 직접 개입한 뒤, 이번 주 초 휴전 합의로 일단락됐다.
행사에 앞서 정부는 시민들의 참여를 독려하는 대대적인 미디어 캠페인을 벌였고, 당일에는 버스와 지하철 등 대중교통을 무료로 운영했다. 관공서도 하루 동안 전면 폐쇄됐다.
국장에 안장된 인물 가운데는 이란군 참모총장이자 최고위급 군 지휘관인 모하마드 바게리도 포함됐다. 그는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숨진 아내와 딸과 함께 매장될 예정이다.
이란 당국은 이번 공격으로 자국 내에서 총 627명이 사망했다고 밝혔으며, 이란의 미사일 공격 이후 이스라엘 측은 28명이 숨졌다고 전했다.
이슬람혁명수비대(IRGC)의 총사령관 호세인 살라미와, 테헤란 아자드대학교 총장이자 핵 과학자인 모하마드 메흐디 테란치도 함께 안장됐다.
이란 국영방송은 이날 국장에 마수드 페제쉬키안 이란 대통령과 알리 샴카니 제독 등 주요 인사들이 참석했다고 보도했다. 샴카니는 이달 초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부상을 입은 바 있으며, 현재는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의 고문 역할을 맡고 있다.
한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최근 "이란을 다시 폭격하는 것을 '확실히' 고려할 것"이라고 밝혔다.
트럼프는 지난 금요일 백악관 기자회견에서 BBC 노미아 이크발 기자의 질문에 "이란이 우라늄을 우려할 수준으로 농축하고 있다는 정보가 있다면, 주저 없이 공격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자신의 SNS 플랫폼 '트루스 소셜(Truth Social)'을 통해 "전쟁으로 황폐해진 나라 이란의 소위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하메네이가 이스라엘과의 전쟁에서 승리했다고 뻔뻔하고 어리석게 주장했는데, 이는 거짓"이라며 "나는 그가 어디에 숨었는지도 정확히 알고 있었다. 하지만 이스라엘이나 미군이 그의 목숨을 끊도록 허락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이어 "나는 그가 매우 추하고 수치스러운 죽음을 맞는 것을 막아줬다. 그가 '고맙다, 트럼프 대통령!'이라고 말할 필요는 없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이란의 아바스 아락치무장관은 하메네이 최고지도자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무례한' 발언을 강하게 비판하며 자제할 것을 경고했다. 하메네이는 앞서 미국과 이스라엘의 핵시설 공습이 "별다른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고 주장한 바 있다.
아락치는 SNS 엑스(X)를 통해 "트럼프 대통령이 진정으로 협상을 원한다면, 이란 최고지도자 하메네이에 대한 무례하고 용납할 수 없는 언사를 거둬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스라엘 정권이 우리 미사일에 짓눌릴 위기에 몰리자 결국 '아버지'에게 달려갈 수밖에 없었다는 점을 위대한 이란 국민이 전 세계에 보여줬다. 우리 국민은 위협과 모욕을 결코 가볍게 넘기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아락치는 다만 이번 공습으로 이란 핵시설에 "과도하고 심각한" 피해가 발생한 사실은 인정했다.
국제원자력기구(IAEA) 라파엘 그로시 사무총장은 이란의 고농축우라늄과 금속 정제를 위한 원심분리기를 포함한 핵 능력이 얼마나 파괴되거나 이전됐는지는 여전히 파악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고농축우라늄은 핵무기 제조의 핵심 재료이며, 원심분리기는 이를 생산하는 주요 설비다.
그로시 총장은 또 군사적 공격만으로는 이란의 핵무기 보유를 막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미국 CBS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이 문제를 군사적으로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는 없다. 결국 합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은 최근 며칠간 "이란의 완전하고 빠른 회복을 위한 제재 해제와 기타 조치들을 추진하고 있었다"고 소셜미디어에 주장했다.
그러나 그는 아야톨라 하메네이의 발언이 자신을 단념시켰다며 "대신 나는 분노와 증오, 혐오가 담긴 성명만을 받았고, 곧바로 제재 완화 관련 모든 작업을 중단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