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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관세 전쟁의 진짜 목표는 중국이었을까?

2025.04.14

[업데이트: 지난 12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행정부는 중국산 수입품에 부과되는 관세 125%를 포함한 "상호" 및 보편 관세 부과 대상에서 스마트폰, 컴퓨터 및 일부 전자기기를 제외한다고 밝혔다.]

2019년 6월 29일 일본 오사카에서 열린 G20 정상회의 중 양자회담에 참석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 주석
Reuters
양국 간 무역 분쟁이 벌어지고 있는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은 시진핑 주석은 "영리한 사람"이라고 묘사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대규모 관세 계획을 처음 발표했을 당시만 해도 미국의 오랜 동맹국을 포함해 수십 개국이 부과 대상국 목록에 이름을 올렸다.

그러다 이번 달 9일, 관세가 발효된 지 몇 시간 만에 트럼프 대통령은 단 한 국가를 제외한 대부분의 국가에 대한 상호 관세 부과를 90일간 유예한다고 발표했다. 제외된 단 한 국가는 바로 중국이었다.

이 같은 발표를 두고 전문가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원래부터 중국을 겨냥한 것 아니었냐는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올해 1월 취임 이후 여러 국가에 고율의 관세를 도입하는 등 무역에 집중하고 있는 모습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오랫동안 다른 나라들이 미국을 이용해왔으며, 미국 내 여러 산업이 그 피해를 보았다고 주장한다.

가장 논란이 많았던 행정명령은 바로 지난 2일 발효된, 전 세계 여러 국가에 관세를 부과한다는 내용이었다. 이로 인해 주식 시장이 폭락하면서 글로벌 무역 전쟁이 전개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커졌다.

그러다 90일 간의 유예 결정을 내린 백악관 측은 이 또한 일단 대규모로 관세를 부과한 다음 잠시 일시 정지 버튼을 누른 뒤 국가들과 일대일로 협상한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계획의 일부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중국은 이 일시 정지 대상에 포함되지 않았다.

대신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산 수입품에 대한 관세를 145%까지 인상했다. 미 당국은 진짜 목표는 중국을 처벌하고, 중국이 협상에 나오도록 압박하기 위함이라고 말한다.

스콧 베센트 미 재무장관은 기자들에게 "그들은 미국 무역 문제의 가장 큰 원인"이라며 "그리고 그들은 전 세계 나머지 국가들의 문제이기도 하다"고 했다.

하지만 세계 2위의 경제대국과 싸움을 벌이는 일에는 위험이 따른다. 중국 12일부터 미국산 수입품에 125%의 관세를 부과하며 맞서고 있다.

현재 트럼프 대통령이 벌이는 일은 전임자인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미국이 세계의 동쪽으로 관심을 돌려 중국의 커지는 영향력과 힘에 맞서고자 시작한 정책의 연장선으로 볼 수 있다.

정치 분석가인 팀 마샬은 BBC와의 인터뷰에서 지난주 일어난 일에 대해 "지금은 새로운 시대. 경제가 이중 큰 부분을 차지한다"고 설명했다.

"나는 이 상황이 결국 중국에 관한 것이라고 생각한다는 마샬은 "영국과 유럽에 대한 관세는 결국 완화될 것이었고, 결국 진짜 불을 붙일 대상은 중국이었다"고 했다.

상하이의 와이탄 지역의 유명 황소 조형물
Getty Images
미국과의 무역 전쟁이 격화하는 상황에서 일부 중국 소비자들은 도움이 될 수 있다면 국산품을 구매하겠다고 말한다

물러서지 않는 중국

지난 1월 트럼프 대통령이 백악관으로 복귀한 이후부터 중국과 미국은 치열한 무역 전쟁을 벌이고 있다. 그리고 그 결과 여러 상호 관세가 부과되고 있다.

중국 상무부는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에 대해 "실질적인 의미가 없는 숫자 게임"이라며 일갈했다.

그러면서 "미국이 계속해서 미국으로 수출되는 중국산 제품에 관세를 부과한다면 중국은 이를 무시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BBC의 스티븐 맥도넬 중국 특파원은 중국 지도부는 트럼프 행정부를 "깡패"라고 부르며, 이들에게 머리 숙일 생각이 없다고 지적했다.

마오 닝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X에 한국전쟁 중 촬영된 마오쩌둥의 연설 동영상을 올리기도 했다. 영상 속 마오쩌둥은 미국을 향해 "(전쟁이) 얼마나 오래가든 절대 굴복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한다.

이 영상과 함께 마오 대변인은 "우리는 중국인이다. 우리는 도발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우리는 물러서지 않을 것"이라는 게시물도 함께 공개했다.

그리고 맥도넬 특파원은 이를 실천할 수 있는 능력 면에서 중국이 다른 어떤 나라보다 강한 위치에 있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시 주석과 트럼프 대통령
BBC
전문가들은 트럼프 행정부가 중국을 가장 큰 도전으로 간주한다고 말한다

중국은 미국의 압박에 얼마나 취약할까?

최근 관세 전쟁이 벌어지기 이전 기준, 중국의 전체 GDP 중 대미 수출이 차지하는 비율은 고작 2%에 불과했다.

영국 내 '시티 인덱스'의 피오나 신코타 수석 시장 분석가는 BBC와의 인터뷰에서 중국의 대미 의존도는 트럼프 1기 행정부 시기에 비해 크게 줄었다고 설명했다.

"중국은 대미 수출 의존도를 줄여나가고 있다. 중국의 전체 수출품 중 미국으로 향하는 것은 13% 정도다. 트럼프 1기 행정부 당시에는 26%였다"는 것이다.

중국이 트럼프 대통령의 이같은 경제 조치를 예상했을 수 있다고 보는 이들도 있다.

최근 베이징에서 여러 중국 관료 및 학자들을 만난 데이비드 레니 '이코노미스트'지 편집장은 BBC에 "그들은 오랫동안 준비해왔다"고 했다.

"그들은 미국에 맞서 단기적인 방어책도 마련하는 동시에 장기적인 변화도 꾀하고 있다"는 레니 편집장은 "수출에 과도하게 의존하는 경제 구조에서 벗어나 전체 경제를 재조정하고자 노력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미국과 무역 전쟁이 벌어진 가운데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새로운 무역 동반자를 확보하고자 힘쓰는 모습이다.

중국은 이번 관세의 영향을 받는 국가들에 단결하자고 촉구한다.

지난 11일 페드로 산체스 스페인 총리와의 회담에서 시 주석은 중국과 유럽연합(EU)이 트럼프 행정부의" 일방적인 괴롭힘에 맞서 공동으로 저항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더해 시 주석은 이번 달 베트남, 말레이시아, 캄보디아 등 트럼프 관세로 큰 타격을 입은 국가들을 방문할 예정이다.

리 창 중국 총리는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에게 "자유롭고 공정하며 공평한 경쟁의 장에 기반 한, 강력하고 개혁된 무역 체제"를 촉진하자고 제안했다.

왕 원타오 중국 상무부장도 EU, 사우디아라비아,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상무부 장관들과 회담했다.

중국 상하이 외곽 양산항
Reuters
미국의 대중 관세는 전 세계 다른 국가와 중국 간 관계에 위험을 끼칠 수도 있다

중국이 직면할 수 있는 잠재적 위험

중국이 다른 국가들과 접촉하는 한 가지 이유는 이들을 안심시키기 위한 것일 수 있습니다.

중국은 미국 시장을 다른 국가들로 대체하려 할 수 있지만, 이는 새로운 무역 대상국들에 부담을 줄 수 있고, 중국은 외교적 딜레마를 겪게 될 수 있다.

레니 편집장은 "중국 수출품이 미국에서 팔리지 않는다는 이유로 물밀듯이 밀려들어 이들 국가의 시장이나 일자리, 기회 등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친다면 중국 지도부에는 큰 외교적, 지정학적 골칫거리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다른 문제는 내수 시장일 수 있다. 중국 소비자들은 BBC에 미국 제품의 가격이 오르면 국산품을 살 수 있다고 말했으나, 현재 중국 경제는 디플레이션에 빠진 상태다.

공식 데이터에 따르면 인플레이션의 척도라고 할 수 있는 소비자 물가지수는 3월에 2달 연속 하락했다. 국내 수요가 부족한 것이다.

최근 중국을 방문하고 돌아온 미국의 정치학자 그레이엄 앨리슨 교수는 시 주석은 "중국과 미국이 경제 전쟁에 휘말릴 수 있다는 위험을 인식하고 있으며, '격동적인' 상황에 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적어도 내가 확인한 모든 증거에 따르면, 중국은 이런 상황이 발생할 경우를 대비해 여러 분야에서 회복력을 갖추고 보복할 준비를 해두고 있었다"는 앨리슨 교수는 중국 지도자들은 현재의 관세 전쟁이 'lose-lose(결과적으로 모두에게 손해인 상황)'임을 알고 있지만, "중국이 미국보다는 고통을 더 잘 견딜 수 있다고 보는 것 같다"고 마무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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