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치 부역자' 의심되는 42만5000명 명단 공개
네덜란드에서 나치 독일의 점령 기간 나치 부역자로 의심되는 약 42만5000명의 이름이 처음으로 온라인에 공개되었다.
제2차 세계 대전이 끝날 무렵 구성된 특별 법률 위원회가 조사한 인물들로, 그중 15만 명 이상이 어떤 형태로든 처벌을 받았다.
기존에는 해당 기록을 열람하기 위해서는 헤이그 소재 '네덜란드 국립 문서 보관소'를 방문해야만 했다.
보관소의 이번 전산화 작업을 도운 '후이겐스 연구소'는 이러한 시스템이 침공이 일어난 1940년부터 1945년까지 이어진 나치 독일의 네덜란드 점령에 대해 연구하고자 하는 이들에게 큰 장애물이었다고 설명했다.
후이겐스 연구소 측은 "현재와 미래 세대 모두에게 중요한 이야기가 담긴 자료"라고 설명했다.
"아버지가 전쟁에서 무엇을 했는지 알고 싶어하는 어린이부터 (나치) 협력의 애매한 영역을 연구하는 역사가까지 (모두에게 중요한 자료입니다.)"
명단에는 전범, 독일군으로 입대한 네덜란드인 약 2만 명, 네덜란드의 나치당인 '국가사회주의운동(NSB)'의 당원으로 추정되는 인물들이 포함되어 있다.
그러나 무죄로 밝혀진 사람들의 이름도 포함되어 있는데, 1944년부터 나치 부역자로 의심되는 사람들을 조사했던 특별 재판소가 작성한 파일들을 모아둔 형태이기 때문이다.
이번에 마련된 온라인 데이터베이스에는 부역 용의자의 이름, 생년월일, 출생지만 확인할 수 있으며, 특정 개인 정보를 통해서만 검색할 수 있다.
특정 개인의 유죄판결 여부, 혐의 등에 대한 정보는 여전히 국립 문서 보관소에서만 확인할 수 있다.
하지만 국립 문서 보관소 방문 시 이러한 정보를 열람하기 위해서는 어떤 파일을 요청해야 하는지 확인할 수 있다. 실물 파일을 열람하는 사람은 해당 파일을 열람할 수 있는 정당한 이해 관계인임을 밝혀야 한다.
네덜란드 내부적으로 민감한 역사적 시기와 관련된 개인 정보의 자유로운 공개를 둘러싸고 우려의 목소리가 제기되며 온라인에 제공되는 정보의 양은 제한되었다.
아버지가 '캠프 웨스터보크' 강제 수용소의 근로자이자 NSB 당원이었던 린케 스메딩가는 현지 온라인 매체 'DIT'와의 인터뷰에서 "매우 끔찍한 반응이 있을 것 같아 두렵다"고 토로했다.
"그런 일을 벌어지리라 예상해야 합니다. 마치 일종의 사회적 실험으로 그런 일이 벌어지도록 내버려둘 수는 없습니다."
톰 드 스멧 국립문서보관소장은 DIT와의 인터뷰에서 나치 점령 당시 부역자 및 희생자들의 친지들도 모두 고려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도 드 스멧 소장은 "나치 협력은 여전히 큰 트라우마"라면서 "이에 대해 이야기하지 않는다. 이 기록이 공개되고 금기가 깨지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에포 브루인스 네덜란드 문화부 장관은 12월 19일 의회에 보낸 서한에서 "(네덜란드) 사회가 공동으로 안고 있는 힘들었던 과거를 직시하고, 이를 사회적으로 소화하기 위해서는 기록 개방이 매우 중요하다"고 언급했다.
브루인스 장관은 개인정보 보호 이슈를 고려해 온라인으로 제공하는 정보의 양은 제한될 것이며, 직접 방문하는 사람들 또한 복사 등을 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더 많은 정보가 공개될 수 있도록 법 개정을 원한다는 뜻도 밝혔다.
한편 온라인 데이터베이스 웹사이트에 따르면 아직 살아있을 가능성이 있는 사람들의 이름도 이번 온라인 명단에서 제외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