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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EU 관세 합의, 양측 모두 승리 주장…그러나 핵심은 '세부사항'일 것

2025.07.28
스페인 바르셀로나 항구에 정박한  컨테이너 선박
Getty Images
미국은 유럽연합(EU)의 최대 무역 상대국이다

몇 주간의 치열한 협상 끝에 미국과 유럽연합(EU)이 27일(현지시간) 마침내 무역 합의에 도달했다. 이는 미국과 중국 간 관세 협상을 하루 앞둔 시점에 이루어졌다.

결국 미국과 EU 지도자가 직접 얼굴을 맞대고 논의한 끝에야 이번 합의를 끌어낼 수 있었다.

이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체결한 다른 무역 합의에서도 나타났던 패턴이다. 그는 직접 개입하며 돌파구가 보이지 않던 상황에서도 밀어붙이곤 했다.

이번 합의는 양측 모두에게 매우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EU가 "세계 최대 규모의 양자 간 무역 및 투자 관계"라고 부르는 미-EU 관계에는 수많은 기업과 일자리가 달려있기 때문이다.

트럼프 행정부는 이번 합의는 여러모로 자신들의 큰 승리라며 자축하고 있다. 하지만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에게도 완전한 패배는 아니다.

JD 밴스 미국 부통령은 소셜미디어 X에 "유럽 전역의 언론은 미국 대통령을 극찬하고 있다. 미국인들을 대표해 협상한 그 합의에 모두가 놀라고 있다"고 적었다.

그는 이어 "내일 미국 언론들은 분명히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요구한 것 중 '단지' 99.9%만 얻어냈다'와 같은 제목의 기사를 작성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U 입장에서 우선 위안이 되는 점은 기존에 미국이 위협하던 30%의 관세율이 이제 15%로 떨어졌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는 여전히 상당한 양보로 평가된다. 15%라 할지라도 트럼프 대통령이 올해 4월 이른바 '해방의 날'이라며 발표했던 수준보다 훨씬 높으며, 영국이 적용받는 관세율 10%보다도 높기 때문이다.

EU는 의약품, 반도체 등 자신들의 주요 수출 품목에는 이보다 낮은 관세율이 적용된다는 점을 강조할 것이다. 또한 이번 합의에 따라 EU산 자동차는 올해 4월 초 미 정부가 수입 자동차 및 부품에 부과하겠다고 밝힌 관세율 25% 대신 15%만 부담하게 되었다.

그 대가로 EU는 미국산 자동차에 "자국 시장을 무관세로 개방하기로 했다"는 게 트럼프 대통령 측 주장이다.

EU의 철강 및 알루미늄은 앞으로도 미국 수출 시 관세율 50%를 계속 적용받게 된다.

지난 몇 주간 EU는 보복 관세안을 준비하는 한편 실제로 집행할 수도 있다고 경고하면서 쉽게 물러서지 않는 모습을 보이고자 노력해왔다.

만약 보복관세가 현실화했다면 EU는 최대 1000억유로(약 160조원) 규모의 미국산 제품에 타격을 줄 수 있었다.

지난 5월, EU는 가축부터 항공기 부품, 위스키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품목을 정리한 217페이지 분량의 보복 대상 목록을 발표하기도 했다.

그러나 협상 테이블에 나서기 전부터 EU 측은 협상력 측면에서 주요 도전 과제를 안고 있던 상태였다.

우선 세계 최대 경제 대국과의 무역 전쟁을 감수해도 좋을 만한 이상적인 시점이 아니다.

유럽은 꽤 오랫동안 경제 성장 둔화로 고심하고 있는데, 지난주 유럽중앙은행(ECB)은 "특히 무역 분쟁으로 인해 (경제) 환경이 여전히 불확실하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그리고 이번 합의를 통해 불확실성 일부가 일부 해소될 것이다. 결국 회원국 27개국을 대표해 무역 협상을 진행하는 EU 집행위원회는 트럼프 대통령이 요구하는 15%의 관세를 받아들일 경우 대미 수출 경쟁력이 저해되어 무역량이 줄어들 수는 있지만, 그만한 비용을 감수할 가치가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유럽은 안보 측면에서도 미국에 크게 의존하는 상황이다. 그렇기에 EU 협상 대표단 역시 마음 한 켠에는 트럼프 대통령이 우크라이나에 대한 무기 공급을 중단하거나, 미군을 유럽에서 철수하거나, 심지어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를 탈퇴할 수 있다는 우려를 품고 있었을 것이다.

지난주 일본과의 관세 협상 타결로 여전히 기분이 좋은 상황에서 트럼프 대통령에게 이번 EU와의 합의는 또 다른 주요 승리로 기록될 것이다.

지난해 무역 데이터 기준으로, 이번 EU와의 합의를 통해 미국 정부는 약 900억달러(약 120조원)에 달하는 관세 수입을 올릴 것으로 기대된다.

아울러 EU는 수천억 달러 규모의 미국산 에너지 및 군수품을 구매한다고 약속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EU가 미국산 군사 장비를 포함해 대미 투자를 6000억달러 규모로 확대하고, 에너지 분야에는 7500억 달러를 지출하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편 이번 협상은 현재 미-EU 관계의 중요한 전환점으로 홍보되고 있다.

여기까지 이르는 과정은 절대 순탄치 않았다.

EU와 미국 모두 강경한 태도를 고수하며 쉽게 양보하려 하지 않았기에 최후의 순간까지 협상이 이어졌다. 하지만 양측 모두 관세 부과 예정일이었던 8월 1일을 넘겨 협상이 장기화하는 상황은 원치 않았다.

지난 몇 년간 트럼프 대통령은 유럽의 무역 관행이 불공정하다며 이에 대한 비판을 이어왔다.

첫 번째 쟁점은 무역 적자다. 지난해 기준 미국의 대EU 무역에서 수입량이 수출량보다 2360억달러 더 많았다.

그리고 트럼프 대통령은 이를 미국의 부가 불필요하게 외국으로 빠져나간다는 식으로 단순하게 해석한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국제 무역은 이보다 훨씬 복잡한 사안이다.

또 다른 불만은 자동차부터 닭고기에 이르기까지 전 분야에 걸친 EU의 까다로운 규제로 자국 기업들이 비교적 EU에 진출하기 어렵다는 것이었다.

폰데어라이엔 위원장 또한 무역 적자 문제를 해결할 필요성을 인정하는 듯했다.

협정 타결 소식을 전하며 폰데어라이엔 위원장은 "다시 균형을 맞출 필요가 있다. 양측은 훌륭한 무역 관계를 맺고 있다"며 말을 꺼냈다.

"양측의 무역 규모는 막대합니다. 그래서 우리는 이를 더 지속가능한 관계로 만들어나갈 것입니다."

한편 이번 합의를 통해 세계 최대 경제국인 미국의 트럼프 대통령의 외국과의 무역 관계를 재협상하겠다는 의지가 얼마나 강한지 느낄 수 있다.

EU가 27개국의 연합체인만큼 이번 사안은 특히 가장 까다로운 무역 협정 중 하나로 손꼽혔다.

EU와의 합의 며칠 전, 미국은 또 다른 주요 교역국인 일본과도 협정을 체결한 바 있다. 영국, 베트남, 인도네시아도 미국과 합의에 도달했다.

여전히 협상 중인 주요 협상 대상은 미국의 3대 주요 교역국인 멕시코, 캐나다, 중국이다.

현재 트럼프 대통령이 협상에 적극적인 분위기인 만큼 앞으로 48시간 안에 세계 경제에 긍정적인 소식이 전해질 수도 있다.

미국과 중국은 이번 주 월요일과 화요일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무역 협상에 돌입한다. 최근 3달 사이 양국 대표단 간 벌써 3번째 만남이다.

일각에서는 고율의 관세가 또 한 번 90일간 유예될 수 있다는 기대도 나온다.

며칠 전,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은 "중국과 매우 잘 지내고 있다"면서 난제로 여겨졌던 희토류 수출 문제가 어느 정도 해결되었음을 시사했다.

EU와의 무역 합의에 도달함에 따라 미국 측은 중국과의 협상에서 더 유리한 입장을 점할 수 있게 됐다.

그러나 중국은 미국의 다른 무역 파트너들보다 지금껏 훨씬 더 강경한 태도를 고수하고 있다.

세계 1, 2위 경제 대국 간 협상이 좌초될 경우 전 세계 무역에는 앞으로 몇 달 거친 파도가 몰아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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