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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네시아 홍수: 실종자 수백 명 수색 중

1일 전
시민들이 돌이 진흙탕이 된 거리를 쳐다보는 모습
Reuters
지난 11월 30일 홍수 피해를 입은 인도네시아 수마트라섬 서부 파당의 모습

인도네시아서 심각한 열대성 사이클론(태풍)으로 인해 재앙적인 홍수가 발생한 지 거의 일주일이 지난 현재, 구조 당국은 실종 신고가 접수된 주민 최소 400명을 찾고자 노력 중이다. 이들 다수는 산사태로 매몰된 것으로 추정된다.

정부에 따르면 이번 홍수로 인한 수마트라섬의 사망자 수는 440명을 넘어섰다.

헬기, 선박 등으로 피해 지역에 구호물자가 전달되고 있으나, 고립되어 아무것도 전달받지 못한 마을도 있다. 주민들이 생존을 위해 식량과 물 등을 훔치는 사례도 보고되고 있다.

폭우와 폭풍이 태국, 말레이시아, 필리핀, 스리랑카 일부 지역을 초토화시키며 수백 명이 피해를 입었으며, 이 지역에서는 11월에만 900여 명이 숨졌다.

사이클론 '세냐르'로 명명된 이례적인 열대성 폭풍이 인도네시아에서 대규모 산사태와 홍수를 일으키며 수많은 주택이 떠내려가고 건물 수천 채가 물에 잠겼다.

현지 재난관리청에 따르면 수마트라섬 북서부 아체, 북수마트라, 서수마트라 등지에서 실종자가 발생했다.

수하리안토 재난관리청장은 AFP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북수마트라의) 센트럴 타파눌리, 시볼가의 경우 현재 고립된 상태로 전면적인 관심이 필요하다"면서 시볼가에는 오는 12월 1일 선박이 도착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인접국 말레이시아가 가장 심각한 피해를 본 지역 중 하나인 아체에 의료 물자를 지원하는 등 해외 지원 물자도 도착하고 있다

진흙탕에 좌초된 작은 보트에서 남성을 구조하는 대원들의 모습
AFP via Getty Images
인도네시아 수마트라섬 북부 아체의 이 주민은 지난 11월 30일 구조되었다

AFP 통신에 따르면 서수마트라의 주도인 파당에서 약 100km 떨어진 성가이 나일로 지역의 경우 지난 30일 현재 홍수로 마을을 뒤덮은 물은 대부분 빠졌으나, 주택, 차량, 농작물은 여전히 두꺼운 회색 진흙에 뒤덮여 있다.

주민들에 따르면 아직 당국은 도로 정리 작업에 착수하지 않았으며, 외부 지원도 도착하지 않았다.

주민 이드리스(55)는 AFP 통신에 "마을 주민 대부분이 남길 택했다. 집을 두고 떠나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AP 통신의 보도에 따르면 페리 왈린투칸 경찰 대변인은 수마트라에서 상점 침입 사건이 보고됐으며, 질서 회복을 위해 경찰 인력이 투입됐다.

왈린투칸 대변인은 "약탈 사건은 지원 물자가 도착하기 전 발생한 일"이라면서 "(주민들은) 물자가 지원되는 줄 몰랐고, 이에 굶어 죽을까 걱정했던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IT 억만장자 일론 머스크는 긴급 상황 중 원활한 통신을 위해 위성 인터넷 서비스 '스타링크'를 무료로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헬기에서 구호품이 든 자루를 이송하는 남성의 모습
Reuters
지난 11월 30일 해군 헬기를 통해 수마트라섬 서부 팔렘바얀 지역에 구호품이 전달되었다

이 지역 전역이 막대한 피해를 입었다.

태국에서는 이번 홍수로 최소 170명이 사망했으며, 말레이시아에서도 사망자가 발생했다.

스리랑카에서도 홍수와 산사태로 330여 명이 숨졌는데, 이는 수년 만에 최악의 기상 재난이다. 폭우는 멎었으나 수도 콜롬보의 저지대는 여전히 침수된 상태이며, 내륙 중심부 지역 상당수는 여전히 고립된 상태다.

필리핀에서는 지난 30일 수만 명이 모여 정부의 부정부패에 반대하는 시위를 열었다. 11월에만 벌써 2번째인 이번 시위는 잇따른 재앙적인 홍수로 200여 명이 사망한 가운데 열렸다.

길거리에 등장한 페르디난드 ‘봉봉’ 마르코스 주니어 대통령의 모형
EPA
지난 11월 30일 마닐라에서 열린 시위에 등장한 페르디난드 '봉봉' 마르코스 주니어 대통령의 모형

필리핀 정부는 홍수 관리 예산 상당수가 부정부패로 사라졌다는 사실을 인정했다.

이에 대한 대중의 분노가 커지면서 페르디난드 '봉봉' 마르코스 주니어 대통령 행정부를 위협하고 있다.

수도 마닐라에서는 2차례의 대규모 시위가 벌어졌는데, 각각 로마가톨릭교회, 다 노동조합 및 학생, 좌파 활동가들이 주도했다.

이들의 불만은 동일하다. 홍수 피해 관리에 쓰여야 했을 중앙정부의 자금이 부패한 정치인들의 주머니로 흘러 들어가면서 올해 유례없는 물폭탄에 수많은 지역이 무방비하게 노출되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책임자를 밝히는 일은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다. 마르코스 주니어 대통령은 홍수 관리 자금을 횡령했다며 여러 정치인과 공직자를 해임했다.

이러한 정치인 중 현재 잠적 중인 한 인사는 대통령이 직접 부패를 지휘했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이에 대해 마르코스 주니어 대통령은 선전선동에 불과하다며 일축했다.

대통령의 누나인 아이미 마르코스 상원의원마저 동생에 반대하는 진영에 합류한 가운데 대통령의 숙적인 사라 두테르테 현 부통령은 대통령이 사임해야 할 경우 자신은 정권을 이어받을 준비가 됐다고 밝혔다. 그러나 두테르테 부통령 역시 별도의 부패 의혹을 받고 있다.

앞으로 시위가 얼마나 더 지속될지, 대통령의 측근 중 얼마나 많은 이들이 반기를 들고 나설지가 앞으로의 상황을 좌우할 전망이다.

현 대통령은 자신의 아버지를 포함하며 부정부패에 분노한 대중의 시위로 축출된 2명의 전임 대통령의 사례를 떠올리고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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