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 심판 본격화하는 가운데 민주당, '윤석열 체포'에 총력전
한국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체포영장 집행이 불발된 것과 관련해 제1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장(공수처장)과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을 향해 '즉각적인 영장 집행 재시도'를 압박하고 나섰다.
3일 민주당 내부에서는 체포영장 불발의 주된 원인이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오동운 공수처장의 의지 부족이라는 주장이 나왔다. 이번 주말 공수처가 대통령 체포 재시도에 나설 것이란 주장도 제기된다.
'윤석열 정부의 비상계엄 선포를 통한 내란 진상규명 국정조사특별위원회' 위원장인 민주당 안규백 위원장은 3일 BBC 코리아와의 통화에서 "이번에 공수처장의 의지가 그렇게 강하지는 않았던 것 같다"며 "만약 공수처장 의지가 강했더라면 경호처의 저지선을 뚫고 들어가야 되는데 그러지 못했다"고 말했다.
안 의원은 이어 "공수처장에게 다른 전략과 방법을 써서 윤석열을 체포하라고 요구했다"며 "공수처가 내일(4일)이나 이번 주말 체포영장 집행 재시도에 나설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야당 '반드시 체포' 전방위 압박
실제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민주당 의원들은 이날 오후 5시쯤 경기 과천시 정부과천청사의 공수처 청사를 방문해 항의의 뜻을 전달하고 대통령 체포영장 집행 재시도를 촉구했다.
법사위 야당 간사인 김승원 의원은 "경력을 동원해 관저까지 진입했는데 결말을 맺지 못한 공수처의 중도 포기에 대해서도 유감을 표한다"며 "공수처에 가서 다시 한번 체포영장의 신속한 재집행에 나서야 한다"고 했다.
안 의원에 따르면 민주당은 이와는 별도로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에게 윤 대통령에 대한 체포영장 집행에 협조해달라고 촉구하는 방안도 논의했다.
공수처가 조만간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체포영장 집행을 재시도한다고 하더라도, 결과는 달라지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원내대표를 지낸 김성태 전 국민의힘 의원은 통화에서 "공수처가 체포영장을 쉽게 포기하지 않고 6일 이전에 한 번 더 시도할 수는 있을 것"이라며 "하지만 경호처가 막으면 관저 건물 안에 쉽게 들어갈 수 있는 방법이나 수단은 없다"고 예상했다.
다만 김 의원은 "이날 대통령 체포영장 집행 불발은 이미 예견된 것이고, 공수처가 이 사건, 이 수사의 주체가 되는 것은 무리가 있다"며 "그런 측면에서 실질적으로 영장의 주체나 수사의 주체는 검찰을 통해서, 다시 영장이 청구되는 게 맞다"고 강조했다.
공수처는 이날 오후 "대통령 경호처에 대한 지휘감독자인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에게 경호처가 체포영장의 집행에 응하도록 명령할 것을 강력히 요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여당 '공수처엔 수사권한 없어'
이날 오후 국민의힘 소속 법제사법위원들도 공수처를 항의 방문해,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공수처의 수사는 물론, 체포영장을 집행과 영장 청구 과정에 위법적인 요소가 있다고 지적했다.
유상범 국민의힘 법사위 간사는 공수처 앞에서 기자들과 만나 "공수처의 법률적인 문제에 대해서 항의하기 위해서 이 자리에 왔다"며 "공수처가 무리하게 체포영장 집행을 계속 했다면 유혈사태가 있었을 수 있었는데 다행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유 의원은 이어 "공수처가 대통령의 직권남용에 대해 수사권한이 있다고 하지만 헌법 84조에는 대통령은 내란, 외환죄 외에는 소추권이 없다"며 "공수처에 수사권이 없는데, 공수처가 무리하게 (영장을)청구하고 집행하려는 시도는 자제돼야 한다"고 촉구했다.
국민의힘 소속 위원들은 오는 8일로 예정된 법사위원회 현안질의에서 공수처의 수사권한과 영장청구·집행의 문제점에 관해 집중 질의할 예정이다.
경호처 '무단침입 책임 물을 것'
한편 대통령 경호처는 이날 영장 집행 시도와 관련해 "공수처와 국수본의 무단침입에 유감을 표한다"며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했다.
윤 대통령 변호인단도 "새벽부터 내란죄에 대한 수사권이 없는 공수처가 불법·무효인 체포·수색영장을 1급 군사기밀 보호시설 구역이자 경호구역에서 경찰 기동대 병력을 동원해 물리력을 행사하면서 강제로 집행하려고 한 것에 대해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앞서 공수처와 경찰은 3일 오전 윤석열 대통령 관저에 진입해 체포영장 집행에 나섰지만, 대통령 경호처와 5시간30분 대치 끝에 부상자 발생을 우려해 집행을 중지했다.
공조수사본부(공조본)은 언론 공지를 통해 "체포영장 집행과 관련, 계속된 대치 상황으로 사실상 체포영장 집행이 불가능하다고 판단했다"며 "법에 의한 절차에 응하지 않은 피의자의 태도에 심히 유감을 표한다"고 밝혔다.
헌재 탄핵 심판 본격화
한편 이날 오후 헌법재판소에서는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사건의 2차 변론준비기일이 열렸다.
이 자리에서는 윤 대통령에 대한 체포영장 집행과 윤 대통령의 편지에 대한 주장도 나왔다.
국회 측은 이 자리에서 헌법재판소의 신속한 결정을 요구한 반면 윤 대통령 측은 "증거로써 철저히 다투겠다"며 치열한 법리 공방을 예고했다.
탄핵심판 소추위원인 정청래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은 "내란은 아직 끝나지 않았고 현재진행형"이라면서 "12·3 내란의 밤도 전국민이 TV 생중계로 봤고, 한 달 후인 오늘 법원의 영장 집행을 불응하는 윤석열 내란수괴 피의자가 법 집행을 방해하는 모습도 TV 생중계를 통해 전국민이 지켜보고 있다"고 주장했다.
국회 대리인단의 송두환 변호사는 "탄핵심판 피청구인 윤 대통령은 위헌·위법 행위에 반성의 기미는 없이 오히려 일부 지지자들에게 불법적 행위에 나설 것을 부추기고 선동하는 지경"이라면서 "헌정 질서의 혼란 상태가 지속되고, 정치·경제적 불확실성이 지속되는 것은 대한민국에 불행한 일"이라고 말했다.
윤 대통령 측 대리인으로는 배보윤·배진한·최거훈·서성건·도태우·김계리 변호사 등이 출석했다.
배보윤 변호사는 취재진에 "대통령은 선거에 의해 뽑힌 우리나라의 통수권자인데 몇 개월 안에 헌법재판관이 퇴직한다고 해서 증거 조사도 없이 심판이 빨리 끝난다면 그것은 상식에도 반할 것"이라며 충분한 시간을 갖고 심리해야 한다고 맞섰다.
특히 배 변호사는 "대통령이 잘못한 게 있다면 당연히 그만둬야 한다"면서도 "그런데 진짜 잘못했는지는 증거로서 철저히 다퉈야 하지 않겠느냐"고 강조했다.
이날 윤 대통령 측은 12·3 비상계엄 사태와 관련해선 계엄 선포 결정의 배경을 면밀히 살펴야 한다고 밝혔다.
변호인단은 이어 "대통령이 가만히 있으면 평온하게 나라를 지배할 수 있는데, 자기 목숨과 명예를 팽개치고 왜 이런 행동을 했는지, 그 '왜'에 대해 관심을 갖는 언론이 없다"고 했다.
헌재는 이날 변론 준비 기일을 종료하고 본격적인 심리를 위해 변론 기일을 오는 14일, 16일로 정했다.
이에 따라 이달 중순부터 탄핵 심판에 대한 본격적인 변론 절차가 시작될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