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국경을 지키던 내가 마약을 밀수했다'... 북한 보위지도원의 증언
북한의 마약 실태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과거 북중 국경에서 직접 마약 밀수를 했던 북한 국가안전보위부(현 국가보위성) 소속 보위지도원(군관/한국식 장교)을 알게 되면서부터였다.
한국으로 온 대다수 탈북민들이 그렇듯 북한 주민이 탈북을 하려면 일단 접경 지역에서 강을 건너 중국으로 가야 한다. 이러한 비법월경자(국가의 허가 없이 불법으로 국경을 넘은 사람)를 감시하고 적발하는 이들이 바로 보위부 소속인데, 일반 병사도 아니고 단속의 실무 책임자인 보위지도원이 직접 마약 밀수에 관여했다니, 정말 영화에나 나올 법한 이야기였다.
현역 보위지도원이 탈북해 한국에 온 경우는 단 3명. 한국 통일부에 따르면 한국에 온 탈북민은 2025년 12월 말 기준 총 3만 4538명이니 그중 3명은 극소수임에 틀림이 없어 보인다.
그 3명 중 한 명이자, 이 스토리의 주인공인 조영화 씨와 BBC 서울지국 스튜디오에 마주앉았다.
그는 북한 마약에 대해 거침없이 털어놓았다. 국경에서의 마약 밀수, 그 뒷배를 봐주고 챙기는 수수료, 그렇게 챙긴 돈으로 이뤄지는 상납, 그 마약이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는지, 그리고 밀수에 직접 손댔다가 탈북하기까지, 영화보다 더 생생한 경험담이었다. 여기서 마약은 북한에서 빙두, 얼음, 아이스 등으로 불리는 필로폰(화학명 '메스암페타민')이다.
우리는 조 씨의 증언에 신빙성을 더하기 위해 해당 분야 전문가들의 이야기도 함께 들어보았다. 들으면 들을수록 퍼즐이 맞춰지고 있었다.
- 국가의 '외화벌이' 수단
기자: 국가가 나서서 마약을 유통한다는 소문이 있다.
조 씨: "북한에서 마약은 국가가 주도하는 공식 사업이다. 항만과 대형 선박을 이용해 대량으로 밀매되는 경로가 있는데 철저히 국가 비밀에 부쳐진다. '충성 자금' 마련이 목적인데 특히 보위부, 보안성 산하 외화벌이 회사들이 주도한다. 예를 들어 평양에 백양회사, 녹양회사 등 본사가 있고 국경 인근의 혜산지부, 회령지부 등에서 직접 밀수를 진행하는 형식이다. 이들은 '당 자금 마련'이라는 명분을 내세워 국경경비대의 호위를 받으며 대담하게 밀수를 진행한다."
기자: 생계형 밀수는 어떻게 이뤄지나?
조 씨: "'개미'라 불리는 소규모 민간 밀수꾼들이다. 이들은 일반 주민이나 하사관급 군인들로, 소량으로 마약을 넘긴다. 국가 배급이 끊긴 상황에서 가족의 생계를 책임지기 위해 밀수를 하는 것이다. 대규모 거래가 아니라, 장마당(시장)에서 조금씩 팔거나 중국 측에 넘겨 쌀이나 생필품으로 바꿔오는 형태다. 군인들은 '한 번만 눈감아주면 식구들이 한 달을 먹고 산다'는 유혹에 쉽게 빠지는데 이것이 보위부 군관들과의 결탁으로 이어지는 하부 고리가 된다."
- 0.1g에 120위안
기자: 중국 파트너와는 어떻게 소통하나?
조 씨: "중국 핸드폰으로 연락한다. 주로 밤 11시~새벽 2시 사이, 강이 어는 겨울철에 거래가 집중된다. 습도가 높은 여름에는 품질 유지가 쉽지 않다. 12월 1일 시작하는 군 동계훈련 기간이나 김일성-김정일 생일 때는 밀수하지 말라는 지시가 내려오기도 한다."
기자: 보통 누가 사가는지? 또 어디로 가는지?
조 씨: "그 중국 파트너 뒤에 누가 있는지는 전혀 모른다. 단지 우리(보위부)와 연결된 그 사람하고만 거래를 한다. 중국 파트너는 매번 바뀌기도 하고, 한 사람하고만 계속 거래를 하지는 않는다. 뒤에 누가 있는지 우리는 알 바가 아니다. 물건을 넘기고 돈만 받으면 끝난다. 그렇게 넘어간 마약이 하얼빈을 통해 러시아로 간다는 이야기는 직접 들은 적이 있다. 한국으로도 밀반입 된다는 것은 여기 와서 알았다."
기자: 대략 얼마에 거래되나?
조 씨: "마약은 북한에서 거래되는 물건 중 가장 비싼 축에 속한다. 0.1g이 최하 단위인데 중국 돈으로 120위안(미화 17.40달러, 한화 2만 5천원) 정도 한다. 계산하면 1kg에 120만 위안(한화 약 2억 2800만원)인데 이건 소매 가격이고 직접 밀수에 뛰어들면 도매가로 (소매가의) 50%를 받는다. 뒷배만 봐주면 그 도매가의 절반 정도 챙길 수 있다."
기자: 꽤 비싼 편이다.
조 씨: "그래도 다 산다. 돈 있는 집 애들은 물론 중고등학생들도 돈을 모아서 산다. 비싸니까 대량으로 못 사고, 아이들이나 일반 주민들도 접근할 수 있게 0.1g 단위로 쪼개서 장마당이나 지인들끼리 몰래 거래한다. 국경에서도 비슷한 수준이다."
- 수수료 최대 50%
기자: 수수료는 어떻게 받나?
조 씨: "마약 대금은 기본적으로 중국 파트너로부터 외화(달러, 위안화)로 받는다. 현금 외에도 개인적 이득을 위해 추가로 쌀이나 밀가루, 휘발유, 담배 등을 받기도 한다. 쌀 1톤을 받으면 우리 부대가 일정 기간 걱정없이 살 수 있다. 한꺼번에 뿌리는 것이 아니라, 명절이나 특별한 날에 생색내는 식이다."
기자: 수익은 어떻게 나누나?
조 씨: "과거에는 전체 수익의 20% 미만이었으나, 김정은 정권 초기 단속이 강화되면서 위험 수당 명목으로 수수료가 대폭 올랐다.전체 수익의 30%에서 최대 50%까지를 보위부나 국경경비대가 가져간다. 마약 밀수 차량을 직접 호위해주거나, 검열 시 무사 통과할 수 있는 통행증을 발급해 주는 대가로 뒷돈을 챙기는 것이다. 그렇다고 내가 다 갖는 것도 아니다. 수익의 일정 부분은 대대, 연대, 여단 등 상급 기관에 상납한다.뒷돈을 챙길 수 있는 국경 지역으로 발령 받았다고 끝이 아니다. 보직을 유지하거나 승진하려면 상부에 계속 돈이나 현물을 줘야 한다."
기자: 보위지도원 신분이라서 가능한 일인지?
조 씨: "우리 보위부는 군대 내에서도 '암행어사' 같은 존재다. 단속 현장에서 보위부 신분증만 보이면 경비대조차 간섭할 수 없기 때문에 이를 이용해 밀수 차량을 직접 호위하거나 단속을 무력화한다. 하지만 우리도 자칫 걸리면 잡혀들어간다. 큰 돈을 만질 수 있기 때문에 위험을 감수하고 이런 일을 하는 것이다."
기자: 그렇게 잘 벌다가 왜 탈북했나?
조 씨: "마약 10kg을 1200만 위안(한화 약12억원/도매가)에 넘기기로 했는데 5kg 어치 대금만 받고 나머지를 받지 못했다. 중국 파트너가 종적을 감춘 것이다. 그때 국가 재산 횡령 및 당 자금 손실로 간주되어 죽을 위기에 처했고 사라진 중국 파트너를 찾으러 간다는 명목으로 군복 입고 도강해 한국으로 왔다. 그것이 탈북 이유다. 그 파트너의 행방은 여전히 오리무중이다."
- 아편의 다른 이름 '백도라지'는 만병통치약
기자: 빙두와 아편은 다른 것인가?
조 씨: "북한에서 빙두는 일본에서 말하는 히로뽕, 즉 필로폰이다. 화학적으로 제조한 마약이다. 반면 북한 주민들이 흔히 치료제로 사용하는 마약은 자연 그대로의 아편, 즉 백도라지 열매를 뜻한다. 백도라지는 지역 농장에서 대량으로 재배하기도 하고 민간에서 개인이 밭에 소량 키워서 가정 내 비상약으로 사용하기도 한다."
기자: 아편이 만병통치약으로 불린다던데?
조 씨: "맞다. 1990년대 후반 '고난의 행군' 전후로 북한의 의료 체계가 무너졌다. 병원에 가도 약이 없으니 주민들 사이에서 아편이 뇌혈전, 저혈압, 통증 치료제 등으로 쓰였다. 피가 나면 지혈제, 배탈이 나면 지사제, 감기에 걸렸을 때도 효과가 좋다. 몸에 마비가 왔을 때 아편을 먹으면 마비가 풀린다는 이야기도 있다. 실제 장마당에서 나물을 파는 할머니들도 비상약으로 주머니에 넣고 다닐 정도인데, 추운 날씨에 장마당에서 오래 장사를 하거나 고된 노동을 하는 주민들이 아편으로 하루하루를 버티는 것이다."
기자: 쾌락이 아닌 각성, 치료에 초점이 맞춰진 것 같다.
조 씨: "그렇다. 기본적으로 '기운이 나게 하고 통증을 잊게 하는 약'이라는 인식이 주민들 사이에 뿌리 깊게 박혀 있다. 아편을 하면 잠이 안오고 배도 안 고프다. 그래서 공부할 때 먹기도 하고 여성들은 다이어트 할 때도 먹는다. 또 얼굴이 하얗게 되기 때문에 미용 목적으로도 쓰인다. 저녁에 친구들과 단체로 아편을 하고 밤새 한국 드라마나 영화를 보기도 한다. 북한에서 아편은 일단 아플 때 먹는 약이다. 그래서 북한에서 온 탈북자 중, 특히 남자가 마약을 안해봤다? 그럼 그 사람 조선족이다. 중국 등 제3국을 거치지 않고 DMZ나 서해를 통해 바로 한국에 온 탈북민의 경우 모발 검사하면 100% 양성 나온다."
- 함흥이 마약 생산의 본거지?
기자: 북한 마약을 언급할 때 '함흥'이 빠지지 않는다.
조 씨: "함흥의학대학 등 전문 교육기관에서 마약 제조법을 배운 엘리트들이 생산의 핵심인데, 이들은 은퇴 후에도 외화벌이 기관에 고용되어 기술을 전수한다. 여기서 나온 마약은 시장에서 일종의 '정품' 대접을 받는다. 원래 함흥은 북한 최대의 중화학 공업 도시다. 마약을 제조할 때 발생하는 특유의 고약한 가스 및 냄새가 공장 지대의 매연과 섞여버리기 때문에 개인 집이나 비밀 시설에서 몰래 마약을 만들어도 이웃이나 당국에 들킬 위험이 다른 도시보다 훨씬 낮다."
기자: 함흥산 마약이 고품질이라던데?
조 씨: "함흥의학대학에서는 학생들이 마약 제조법을 전문적으로 배운다. 또한 흥남제약공장은 국가가 직접 운영하는 마약 작업반이 있는 곳으로, 보위부 지도원이 24시간 감시할 만큼 철저한 통제 하에 고순도 마약이 생산된다. 이들 기관에서 퇴직한 기술자들이 돈을 벌기 위해 외화벌이 기관이나 민간 업자에게 고용되면서 함흥은 마약 제조 기술의 메카가 됐다. 특히 마약은 '물'이 굉장히 중요한데 함흥은 화강암 지대가 많아 물의 순도가 매우 높고 깨끗하다. 예전에 함흥에 '마시면 병이 낫는다'는 샘물이 있었는데 일제가 패망하면서 폭파시켰다고 했다. 김일성이 그 샘물을 찾으려 했지만 못 찾았다. 그 정도로 함흥 물이 좋다."
기자: 그럼 마약의 원재료는 어떻게 구하나?
조씨: "마약 제조에 필요한 원재료들은 모두 중국에서 온다. 보위부와 무역 회사가 연계해 이 원료를 들여오는데, 공식적으로는 마약 원료가 아니라 다른 화학 약품이나 비료 생산용 원료로 위장한다."
함흥의 기술력과 중국산 원료
조영화 씨가 증언한 '중국산 마약 원재료 수입'은 실제 중국 해관총서의 공식 통계망을 교묘히 피해가고 있었다.
해관총서 자료를 바탕으로 한 한국 코트라(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 자료를 살펴보니 실제 마약 제조에 필수적인 비료 (HS 31)와 유기화합물 (HS 28/29), 플라스틱/용제 (HS 39/38) 등이 북한으로 반입되고 있었는데 이것들은 '이중 용도' 품목으로, 소위 '위장용'일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견해다.
최정훈 연구원은 "마약 제조의 핵심 전구체들이 통계상으로는 '비료 공장용 시약'이나 '일반 의약품 원료'로 위장되어 국경을 통과한다"고 지적했다. 해관총서 데이터에 '마약 원료'라는 항목이 존재하지 않지만, 실제로는 국가 차원의 수입 허가를 받은 화학 물질들이 함흥의 제약 공장으로 흘러 들어가는 구조라는 것이다.
이러한 체계가 지난 2002년 '7.1 경제관리개선조치' 이후 북한이 선택한 수익 중심 경제 전략의 산물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조현정 박사는 북한 당국이 명시한 '인민경제계획'의 실체에 주목했다. 그는 "2003년 처음 제정된 북한의 '마약 관리법'은 마약 생산을 인민경제계획 아래 둠으로써 범죄를 국가 사업으로 세탁했다"고 강조했다.
코트라의 북한 무역 분석 자료를 보면, 북한의 화학 원료 수입은 국가의 경제 계획 주기와 정확히 일치한다. 이는 마약 생산이 우발적인 범죄가 아니라, 국가가 수립한 인민경제계획에 따라 원료 조달부터 제조, 유통까지 전 과정이 시스템적으로 관리되고 있음을 시사한다.
한국 통일부가 최근 공개한 '2025 북한인권백서'에 따르면 한 탈북민은 "국가 공장에서 밤낮으로 빙두를 찍어내고 보위부가 이를 실어 나르는 것을 보았다"고 증언했다.
그리고 이 '세탁된 원료'들이 향하는 곳은 바로 함흥이다.
평양 다음으로 큰 제2의 도시이자, 일제 강점기 때부터 현재까지 북한 최대의 중화학 공업 거점. '침묵하는 공업 도시'라는 별칭이 있을 정도로 공장 굴뚝과 연기가 상징인 함흥이 마약의 본거지가 된 이유는 명확했다.
최정훈 연구원은 "함흥에 북한 내 유일한 약학대학이 있다"며 "실험실의 정교한 시약을 다루는 화학 엘리트들이 포진해 있다"고 설명했다. 조 씨가 언급한 고순도 마약은 바로 이들이 중국산 위장 원료에서 전구체를 추출하고 결정화하는 고도의 공정을 거쳐 탄생한다는 것. 즉, 국가가 양성한 과학 기술이 마약 제조의 핵심 엔진으로 전용되고 있는 셈이다.
특히 북한 마약은 일본 조총련과 깊게 연계되어 있다며 "일본 내 기술자들이 함흥에 와 관련 기술을 전수해줬기 때문에 고순도 마약 생산이 가능하다"고 그는 설명했다.
이와 관련해 조현정 박사는 "오죽하면 함흥에 '빙두촌'이 있을 정도"라며 과거에는 국가가 지정한 특정 시설에서만 마약을 생산했다면 이제는 함흥이나 국경 인근의 여러 마을이 통째로 마약 제조와 유통에 매달리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병원에 가도 약이 없고 치료 체계가 완전히 무너진 '보건 공백' 상태에서 주민들은 통증이나 아픔을 잊기 위해 서로에게 마약을 권하는 상황"이라고 부연했다.
마약범죄방지법 제정
물론 북한 당국이 마냥 손을 놓고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뒤늦게나마 문제의 심각성을 인지한 듯 북한은 지난 2021년 '마약범죄방지법'을 제정했다.
조현정 박사는 "이는 같은 시기 제정된 '반동사상문화배격법'과 그 맥락을 같이 한다"고 분석했다. 한국 드라마와 영화 등 외부 정보 유입을 막기 위해 북한이 일명 '3대 악법'이라 불리 반동사상문화배격법(2020년) 과 청년교양보장법(2021년), 평양문화어보호법(2023년) 등을 연이어 제정했듯이 마약의 심각성을 깨닫고 부랴부랴 나선 것이라는 설명이다. 그는 마약 관련 법을 제정했다는 것은 결국 "그만큼 북한 내부에서 마약이 사회적으로 큰 문제가 되고 있다"는 방증이라고 강조했다.
문제는 인민경제계획에 따라 마약 재배를 장려하던 국가가 이제는 그 마약에 노출된 주민을 처형하는 자기모순적 통제에 직면했다는점이다.
2025 북한인권백서는 "최근 북한 내 마약 사범에 대한 공개 처형이 급증하고 있다"고 전했다. 탈북민들의 증언도 이어졌다.
"2023년 말, 혜산시 비행장 부근 광장에서 주민 수천 명을 모아놓고 공개 재판이 열렸습니다. 마약을 팔다 적발된 30대 남성 두 명이었는데, 판결문에는 '우리식 사회주의를 좀먹는 반국가적 범죄'라는 말이 여러 번 나왔어요. 판결 직후 곧바로 총살이 집행됐고, 그 광경을 목격한 주민들은 공포에 질려 한동안 장마당 근처에도 가지 못했습니다." (2024년 탈북민 D씨)
"최근에는 어린 학생들도 빙두를 하다가 걸리면 가차 없습니다. 이전에는 뇌물을 주면 풀려나기도 했지만, 이제는 3대 악법이랑 같이 묶여서 본보기로 총살되거나 관리소(정치범 수용소)로 보내집니다. 정권이 마약 때문에 청년들이 통제가 안 되는 것을 제일 무서워하는 것 같습니다." (2023년 탈북민 F씨)
이러한 강력한 법 제정과 억압에도 불구하고 '사회적 중독의 고착화'로 인해 해당 법이 실효성을 거두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최정훈 연구원은 "북한의 마약 문제는 이제 단순히 법으로 단속하거나 처벌해서 해결될 수 있는 임계점을 이미 지났다"며 "너무 오랜 기간 아편을 사용해왔고 주민들에게 이미 생존의 도구가 됐는데, 이제 와서 법을 만들고 총을 겨눈다고 해서 이 거대한 중독의 흐름을 되돌릴 수는 없다"고 말했다.
파괴된 건강권
가장 안타까운 현실은 국가가 마약을 공식 외화벌이 수단으로 장려하며 '인민경제계획'의 숫자를 채우는 사이, 정작 보호받아야 할 주민들의 건강권은 처참히 짓밟혔다는 점이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조현정 박사는 "북한이 2000년대 초반 '7.1 경제관리개선조치''를 단행하는 과정에서 마약을 국가가 마약을 직접 생산량을 할당하고 관리하는 '인민경제계획'의 공식 항목으로 편입시켰다"고 설명했다. 국가가 주민들에게 마약 재배를 독려한 것이다.
특히 이를 '백도라지 사업'으로 부르며 장려했는데 "각 농장과 기관이 국가 계획에 따라 일정량의 아편을 재배해 납품해야 하는 법적·행정적 의무가 부여된 것"이라고 그는 지적했다.
북한의 무상의료 체계가 무너지고 병원에서 기초 의약품조차 사라지자, 주민들은 조상 대대로 내려온 백도라지(아편)를 활용했다. 조 박사는 "작은 뙤기밭이 있다면 누구나 아편을 재배해 비상약으로 삼았다"며 "국가에 10뿌리를 바쳐야 한다면 11뿌리를 심어 한뿌리는 남겨두었다"고 했다.
실제 2025 북한인권백서에도 "병원에 가도 약이 없으니 의사가 차라리 빙두를 해보라고 권한다", "감기부터 심장병, 심지어 산후조리까지 빙두 하나면 해결된다고 믿는다"는 탈북민들의 증언이 담겼다.
국제 엠네스티 역시 관련 탈북민 증언을 공개한 바 있는데 한 탈북민은 "혜산에서 빙두를 많이 했다. 조금 여유가 있는 사람들은 다 했다. 빙두가 진짜 약은 약이다. 뇌출혈이 와서 혀랑 입이 막 돌아갔을 때 빙두를 쓰면 바로 돌아오고 그런다. 빙두를 너무 많이 하는 사람에게는 '헤딩 왔다'는 말을 쓴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조현정 박사는 "당시에는 아편 재배가 생존을 위한 고육지책이자 치료제였다면, 이를 수십 년간 방치한 결과가 현재의 치명적인 마약(빙두) 중독이라는 '보건 공백'으로 이어졌다"며 "결국 북한 당국이 주민들의 건강권을 파괴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최정훈 연구원도 "마약 확산은 국가적 방임에서 시작됐다"면서 "국가가 마약을 '만병통치약'으로 믿게 만들었다"고 말했다.
아울러 "주민들은 빙두를 하면 기운이 나고 통증이 사라지니 진짜 약인줄 안다. 국가가 이것을 외화벌이 사업으로만 취급하다보니 인민들에게 마약은 결국 '국가가 묵인한 만병통치약'이 된 꼴"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