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네비게이션 검색 본문 바로가기

'미사일이 쏟아지지만 우리는 계속 살아갑니다' …전쟁과 이란 청년들의 삶

2시간 전
눈으로 덮인 테헤란 일부 지역의 모습
BBC
수도 테헤란의 일부 지역은 검은 비가 내린 지 며칠 만에 하얀 눈으로 뒤덮였다

지난 10일(현지시간) 이란 수도 테헤란의 일부 지역에 눈이 내렸다. 원유 저장소 공습의 여파로 며칠간 이어진 검은 비와 검은 하늘이 하얀 눈으로 뒤덮였다.

전쟁은 계속 되고 있지만, 사람들의 삶도 이어진다.

테헤란에 사는 20대 여성 사하르는 BBC 페르시아어 서비스와의 인터뷰에서 외출을 거의 하지 않은 채 집에서 요리하고, 책을 읽고, 시뮬레이션 비디오 게임 등을 하며 지낸다고 전했다.

"이번 전쟁 기간 내 창의성이 좋아진 기분이다"는 그는 "끊임없이 스트레스를 받지만, 게임 속 가상 세계에서 더 멋진 집을 짓고 있다"고 덧붙였다.

기사에 등장하는 다른 모든 이들과 마찬가지로, 안전을 위해 가명을 사용하는 사하르는 지난 10일 함께 학교에 다녔던 한 여성이 숨졌다는 소식을 들었다.

사하르는 "그 친구의 시신도 아직 못 찾았다고 들었다. 그 소식을 들었을 때 정말 끔찍했다"고 회상했다.

"왜 우리의 청춘이 가장 빛나는 이 시기에 이렇게 끔찍한 일을 겪어야 하나요? 저는 노루즈 전까지는 이 모든 일이 끝나길 바랄 뿐입니다. 저는 초봄을 가장 좋아하거든요."

노루즈란 봄이 왔음을 기념하는 페르시아의 설날로, 앞으로 10일도 채 남지 않았다.

노루즈가 다가오면 이란 전역의 거리와 시장은 손님을 위한 견과류와 간식을 사기 위한 사람들로 북적거리고, 가족들은 함께 모여 설날을 기념한다.

그러나 테헤란 주민들에 따르면 올해의 모습은 사뭇 다르다.

테헤란의 거의 텅 빈 도로, 이란의 한 가정집에서 차려진 식사, 커피잔을 들고 있는 여성의 손 사진
BBC
일주일 넘게 이어진 전쟁 후 테헤란의 일상 모습

30대 남성인 페이만은 "노루즈 분위기가 전혀 느껴지지 않는다. 그러나 미사일이 쏟아지는 이 상황에서도 우리는 계속 살아나간다. 달리 선택지가 없다"고 했다.

이어 "지하철도 텅 비었다. 너무 한산해서 한 사람당 30~40석씩 차지해도 될 정도다. 거리도 매우 조용하다 … 너무 썰렁해서 길 한복판에서 축구를 해도 될 정도"라고 덧붙였다.

또 다른 30대 남성 주민은 "이제 내 수면 습관은 공습에 맞춰 바뀌었다. 오전 6~7시쯤 잠자리에 들고 오후 2시쯤 일어나게 됐다. 가끔은 장을 보러 외출하기도 하지만, 테헤란의 거리는 텅 비어 있다"고 했다.

테헤란과 그 주변 도시들의 인구는 1400만 명에 달한다. 그러나 미국과 이스라엘이 지난 2월 28일 이란을 공습한 이후 일부 주민들은 타 지역으로 피난을 떠났다. 그중 일부는 공격 빈도가 비교적 낮은 북부 카스피해 연안으로 향한다.

화재로 전소된 유조차
Reuters
토요일이었던 지난 7일 샤흐란 원유 저장소가 피격당하면서 테헤란 상공은 짙은 검은 연기로 뒤덮였다

20대 여성인 미나도 그중 하나로, 현재 카스피해와 접한 길란주 라슈트에 머물고 있다.

미나는 "우리 가족은 할머니가 사는 라슈트로 피난 가야 한다고 강하게 주장했지만, 내 가장 친한 친구와 룸메이트는 테헤란을 떠나고 싶지 않아 했다. 나는 이들을 두고 떠나는 게 마음에 걸려서 떠나고 싶지 않았다"고 토로했다.

"저들이 (원유) 저장소를 공습한 날, 우리 아파트 건물이 심하게 흔들렸고, 마치 아침이 된 듯 모든 창문이 환하게 빛났습니다."

미나는 "내 가족에게 무슨 일이 생긴다면 이는 내가 라슈트에 가지 말자고 고집부린 탓이라는 생각"에 괴로워했다.

"(그래서) 바로 다음 날, 우리 가족은 라슈트로 이동했습니다. 차 표면은 오염된 비가 남긴 얼룩이 여기저기 묻어 있었습니다. 가장 친한 친구는 가족과 함께 테헤란에 남기로 했습니다. 우리는 매일 전화 통화로 이번 전쟁이 끝나고 함께 할 즐거운 일들에 대해 이야기 합니다. 아마 그때는 더 밝은 색으로 머리도 염색할 것입니다."

이란의 카스피해 해변
BBC
테헤란과 달리 이란의 카스피해 연안은 이번 전쟁의 영향이 덜하다

전쟁 초기 당국이 인터넷을 차단하면서 이란 내부에서는 서로 연락을 주고받기 여전히 어렵다. 그러나 기술에 능숙한 일부 주민들은 '스타링크'를 사용해 서로 안부를 묻는다.

위성 인터넷 시스템인 스타링크는 외부 세계와 연락하려는 주민들에게도 필수 수단이 됐다. 스타링크는 마치 우주에 있는 이동통신 기지국처럼 작동하며, 인공위성 네트워크를 통해 지상에 설치된, 와이파이 라우터가 내장된 소형 접시 안테나와 통신한다.

다만 이란에서 스타링크를 사용하다 적발될 경우 최대 2년의 징역형에 처할 수 있다. 당국은 시민들의 연락을 막고자 접시 안테나를 찾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테헤란에 거주하는 20대 남성인 메흐란은 최소 25명과 자신의 스타링크 연결을 공유하고 있다고 말했다. 기기는 당국이 "찾거나 방해"하지 못하도록 "외딴곳"에 숨겨두었다.

그는 사랑하는 사람들이 무료로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했지만, '텔레그램' 앱에서는 인터넷 접속권이 1GB에 약 6달러에 판매되고 있다. 월평균 급여가 200~300달러 사이로 추산되는 국가에서는 상당히 높은 가격이다.

이란 테헤란 남부 레이 카운티의 경찰서 건물이 망가진 모습
BBC
이스라엘과 미군의 공격이 이어지면서 일부 테헤란 주민들은 타 지역으로 피난을 떠났다

테헤란에 사는 20대 여성 시마는 스타링크를 통해 인터넷에 접속한다. 다만 "믿을만한 사람에게 사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거금을 지불하고도 인터넷에 연결되지 않을 수 있다"고 한다.

인터넷 모니터링 기관인 '넷블록스'는 지난 11일 이란에서 인터넷이 12일째 끊겼으며, 264시간이 지난 지금도 연결 상태는 평소의 1% 수준에 불과하다고 발표했다.

시마는 "비상용으로 쓸 스타링크 VPN을 터무니없이 높은 가격에 샀는데, 연결하는 데 시간이 너무 오래 걸려 잘 산 것인지 의문이 든다"고 토로했다.

"그래도 적어도 해외에 있는 가족들에게 내가 불에 타 죽지 않았고 살아있다고 전할 수 있어서 다행입니다."

BBC 뉴스의 페르시아어 서비스인 'BBC 페르시안'은 이란 당국의 지속적인 차단과 전파 방해에도 불구하고 전 세계 약 2400만 명에게 도달하고 있으며, 이 가운데 대다수가 이란 내 이용자다.

BBC NEWS 코리아 최신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