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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바논 공격' 일주일 후, 중동은 어떻게 변했나

2024.09.26

이번 가자 지구 전쟁은 언제든 확산할 여지가 있었다. 하마스의 레바논 내 동맹 세력인 헤즈볼라는 이스라엘 북부 지역 혹은 그 근처를 향해 거의 매일 로켓포를 발사하고 있었고, 이스라엘 또한 공습을 이어가며 이스라엘-레바논 국경 양쪽 주민 수만 명은 살던 집을 버리고 피난 가야만 했다.

하지만 최근까지만 해도 이스라엘과 헤즈볼라 모두 전면전으로의 확대는 피하는 듯하다는 의견이 많았다. 그러나 이제는 더 이상 이렇게 말하기 힘든 것 같다.

게다가 지난주 헤즈볼라 대원들의 무선 호출기와 무전기가 폭발하는 사건으로 대원 수천 명이 피해를 입으면서 양측의 셈법이 바뀐 듯한 모양새다.

해당 공격의 배후에는 이스라엘이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그렇다면 이스라엘은 지난주 왜 이 같은 작전을 수행했을까? 이번 사건이 현대전의 수행 방식에 대해 시사하는 바는 무엇일까? 그리고 앞으로 어떤 상황이 펼쳐지게 될까? 이스라엘과 헤즈볼라 간 지상전이 일어날 가능성은 또 얼마나 될까.

우선, ‘헤즈볼라’가 무엇이고, 어디에서 왔는지 등을 정확히 짚고 넘어가야 한다.

헤즈볼라는 레바논 내전 중 이스라엘이 레바논 남부를 점령한 1980년대 초에 설립됐다.

SOAS 런던대학의 리나 카팁 ‘중동 연구소’ 소장에 따르면 헤즈볼라는 이스라엘에 대항하는 저항 단체 및 레바논 내 시아파 무슬림들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단체로 처음 등장했다고 한다.

그러나 2000년 이스라엘이 레바논에서 철수했음에도 헤즈볼라는 무장 해제를 요구하는 UN 결의안을 무시하고 무기를 계속 보유했다. 이후 자신들은 레바논을 지키고자 꼭 필요한 세력임을 강조하는 한편 “레바논에서 가장 강력한 정치 집단”으로 거듭났다는 게 카팁 소장의 설명이다.

그러면서 카팁 소장은 물론 헤즈볼라가 레바논 정부에서도 영향력이 있긴 하지만, 이들의 진정한 힘은 무장 단체라는 그 이면에서 나온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많은 전문가들이 헤즈볼라의 군사력이 레바논 정규군보다 더 강력한 것으로 판단하며, 적을 위협할 수준을 갖췄다고 본다.

카팁 소장은 “헤즈볼라는 레바논 외교 정책 의제의 상당 부분을 결정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기본적으로 레바논을 대신해 전쟁을 선포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영국 시사 주간지 ‘이코노미스트’의 샤샨크 조시 국방 편집자는 헤즈볼라가 이들의 “주요 무기 공급처”인 이란과 연계돼 있다고 지적했다.

“단순히 직접적으로 즉각적인 명령이 오가지는 않지만, 목표와 실천 측면에서 매우 밀접하게 연결된 사이입니다.”

한편 최근 벌어진 공격과 같은 일에 대해 논의할 때는 이스라엘 측에서 배후설을 확인해주지 않기에 이스라엘이 공격한 게 맞다는 가정에 따라야 한다. 이는 이스라엘의 오랜 정책적 태도이기도 하다.

미 뉴욕 타임스의 로넨 버그만 이스라엘 탐사보도 기자는 이스라엘이 점령한 서안지구와 가자 지구에서 작전이 벌어질 때면 “이스라엘이 자신들이 벌인 것이라 손을 드는 경향이 있지만, 레바논 혹은 이란을 겨냥한 작전에서는 그렇지 않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번 무선 통신 장치 폭발 공격의 경우, 이스라엘의 해외 정보기관인 ‘모사드’가 그 배후인 것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버그만 기자에 따르면 전 세계 다른 기관과 달리 모사드는 정보 수집만 하는 게 아니라고 한다.

모사드는 “자신들이 수집한 정보를 실체적, 공격적 혹은 물리적 작전으로 전환하는 것도 임무의 일환으로 여긴다”는 것이다. 여기에는 “폭발물, 사보타주 작전, 목표 대상 암살” 등이 포함된다.

무선 호출기 폭발 공격이 발생한 지 일주일이 지났다. 당시 바로 그다음 날에 무전기도 폭발했다. 그렇다면 이러한 공격에 대해 지금까지 알려진 바는 무엇일까.

헤즈볼라 부대
Getty Images
헤즈볼라는 이스라엘이 무선 호출기 생산에 관여했다고 주장하지만, 이스라엘은 책임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

조시 편집자에 따르면 모사드가 한동안은 실제 호출기를 제조하기까지 한 위장 기업을 설립하는 등 공급망에서부터 공격이 일어난 것으로 보인다고 한다.

그리고 헤즈볼라로 향하는 무선 호출기에는 모사드가 장치 내부에 폭발물을 심은 다음 원격으로 작동시킨 것으로 보인다.

버그만 기자는 지난 2018년, 한 젊은 정보장교가 헤즈볼라가 무선 호출기를 사용하기 시작했음을 알게 됐고, 모사드가 이들의 공급망에 침투하자는 아이디어를 떠올렸다고 설명했다. 그렇게 부비트랩을 설치한 무선 호출기 약 4500개가 헤즈볼라에 공급됐다고 한다.

아울러 모사드가 원격으로 폭파시키기 전, 이 같은 호출기의 위치와 소유자도 알고 있었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그러나 조시 편집자는 이에 대해서는 회의적이었다.

사람들이 처음에 생각하거나 의심했던 것처럼 엄청나게 복잡한 코드에 의해 배터리가 저절로 타오르는, 마법과도 같은 사이버 공격 형태는 아니었다”는 것이다.

무선 호출기가 터지는 장면을 담은 CCTV 영상은 전 세계로 송출됐다.

카팁 소장은 해당 영상이 충격적이었다면서, 이를 통해 헤즈볼라라는 조직과 구조에 대해 많은 걸 알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일반적으로 헤즈볼라는 매우 비밀리에 운영되며, “모든 대원이 알려진 건 아니다. 심지어 이들의 가족들도 모르는 경우가 있다”는 설명이다.

그렇기에 이번 공격으로 헤즈볼라로부터 돈을 지원받는 대원들이 누구인지 드러나게 됐다. 카팁 소장은 이 정보만으로도 이스라엘에는 유용하다고 했다.

일례로, “병원으로 이송된 부상자 한 명에게 누군가 병문안을 왔는데, 이스라엘이 그 손님을 추적해 공격 다음 날인 지난 20일 헤즈볼라 지도부가 어디서 만났는지 알아낼 수 있었다”는 게 카팁 교수의 설명이다.

한편 이번 사태에 대해 새로운 종류의 전쟁이라고 생각하는 이들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조시 편집자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마음만 먹으면 휴대전화나 무선호출기 심지어 바나나 등에도 폭발물을 집어 넣는 게 가능했습니다. 그렇다면 여기서 중요한 것은 목적이 뭐냐는 거죠.”

조시 편집자는 미국 또한 과거 비슷한 종류의 공격 작전을 고려한 바 있으나, 잠재적으로 미칠 영향을 우려해 실행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폭발한 무전기 잔해
Getty Images
전문가들은 호출기와 무전기가 헤즈볼라의 소유가 되기 전에 폭발물로 조작됐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한다

궁극적으로 이제 전 세계 사람들 모두가 이스라엘이 이 같은 작전을 수행할 능력이 있음을 알게 됐고, 앞으로 비슷한 종류의 공격을 막고자 장치를 분해해 폭발물을 확인하는 등의 조치에 나설 수 있다.

그렇기에 조시 편집자는 “앞으로 이런 공격이 많이는 일어나지 않을 것”으로 본다.

이를 통해 이번 작전은 일회성이었으며, 실행하지 않으면 잃게 되는 상황이었음을 짐작할 수 있다. 한 번 이 같은 작전을 수행했다면 또 반복하긴 어렵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버그만 기자는 지금이 과연 폭발물을 터뜨리기 적절한 시기였는지에 대해 이스라엘 내부에서도 의견이 엇갈린다고 설명했다.

버그만 기자는 “공격 발생 시점이 흥미롭다”면서 “(이스라엘)국방부 내에서는 지금 그 버튼을 누를 때가 아니었다며 분노하는 이들이 많다”고 덧붙였다.

그렇기에 과연 이스라엘이 무슨 생각을 하고 있었는지 질문할 수밖에 없게 된다.

이전까지만 해도 이스라엘이 헤즈볼라와의 전면전은 피하고 싶어 하며, 적어도 가자 지구 전쟁을 벌이는 동안은 전선을 두 곳으로 확대하길 원치 않는다고 보는 이들이 많았다. 그러나 이번 공격은 이러한 셈법이 바뀌었음을 의미하는 것일 수도 있다.

그러나 버그만 기자는 참모총장을 포함한 이스라엘 장성 대부분이 레바논 지상전에는 반대한다고 설명했다. 왜냐하면 1980~90년대 점령 당시 경험을 통해 “죽음의 덫”이 될 수 있음을 의식하고 있기 때문이다.

버그만 기자는 이번 공격의 목표는 헤즈볼라의 지도자 하산 나스랄라로 하여금 이스라엘이 가자 지구에서의 전쟁을 끝내지 않고도 휴전에 동의하도록 압박하기 위함이라고 본다.

나스랄라는 이스라엘이 가자 지구에서 전쟁을 끝낼 때까지 하마스와 연대하겠다고 약속했지만,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자신의 연립정부를 유지하기 위해서라도 하마스와의 전쟁을 끝내고 싶어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스라엘은 이번 무선 통신 기기 공격으로 판을 흔들어 유리한 고지를 차지해 자국군이 가자 지구에 집중할 수 있도록 한다는 계산을 끝냈다는 설명이다.

그러면서 버그만 기자는 “물론 이러한 전략에는 휴전과 정치적 해결책 대신 전면전으로 치달을 수 있다는 위험이 뒤따른다”고 덧붙였다.

한편 카팁 소장은 이스라엘의 레바논 남부로의 지상전 전개는 “정말 어리석은 일”이라고 말했다. 헤즈볼라는 오랫동안 지상전 경험을 쌓아왔으며, 잘 준비돼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조시 편집자는 여전히 위험성은 남아 있다고 봤다. 최근 헤즈볼라 무기고를 노린 공습 및 헤즈볼라 지도부 공격 등은 “레바논에서 대규모 지상전을 전개하기에 앞서 해야 할 모든 일”을 하나하나 해나가는 모습 같다는 것이다.

이는 최근 몇 주 동안 큰 타격을 입고 자신감이 약화된 헤즈볼라가 실제로 전면전을 치를 수 있는 것인지 의문으로 이어진다.

이에 대해 조시 편집자는 실제로 헤즈볼라가 지도부의 상당수가 제거되는 등 “난타당하긴” 했지만, “헤즈볼라가 지닌 미사일 전력이 상당하지 않다고 판단하는 건 중대한 실수라고 본다”고 했다.

헤즈볼라의 로켓포 수천 발이 텔아비브, 하이파 등 이스라엘 내 여러 도시와 마을을 겨냥했는데, 이것이야말로 이스라엘이 전면전을 원치 않는 주된 원인이다. 또한 이스라엘 북부에 살다가 국경 지역에서 벌어진 갈등으로 인해 피난길에 오른 주민 수천 명의 존재 또한 그 이유 중 하나일 것이다.

카팁 소장은 “아마도 아직 남아 있는 이들은 도망칠 수단이 없는 이들일 것”이라면서 “그러나 확실히 조만간 상황이 진정될 것 같지는 않다”고 마무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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