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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 '중부 폴타바 노린 러시아의 미사일 공격으로 군 관계자 포함 수십명 사망'

2024.09.04

지난 3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중부 폴타바 소재 군 교육 시설을 노린 러시아의 미사일 공격으로 인해 최소 51명이 사망하고 271명이 부상당했다.

공격 대상은 군 교육소와 인근 병원으로, 우크라이나 지상군은 사망자 중에는 군 관계자도 있다고 확인했다.

우크라이나 국방부는 공습경보가 발동된 후 주민들이 방공호로 대피할 시간이 충분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은 “러시아 쓰레기”들은 이번 공격의 대가를 치를 것이라고 약속했으며, 우크라이나가 자체적으로 장거리 미사일 공격을 수행해 스스로를 더 잘 보호할 수 있도록 더 많은 방공망이 필요하다고 거듭 촉구했다.

한편 러시아 측은 이번 공격에 대해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다.

인근 주민들은 BBC와의 인터뷰에서 공습의 충격으로 건물 창문이 날아갔다고 설명했다.

BBC는 폴타바 소재 ‘군사 통신 연구소’에 들어온 지 겨우 2주째인 미키타 페트로프(26) 생도를 만났다.

페트로프는 현지 시각으로 3일 오전 9시가 막 지났을 무렵 공격이 시작됐다고 기억했다. 첫 번째 미사일이 떨어진 지 불과 3초 만에 2번째 미사일이 날아들었다고 한다.

“밖으로 달려 나갔더니, 연기와 먼지로 사방이 자욱했습니다… 당시 담배를 피우고자 밖에 나와 있던 사람들이 많았는데, 다수가 사망했습니다….”

페트로프는 눈앞에 펼쳐진 모습에 정신적으로 큰 충격을 받았다면서, “피로 흥건했고, 시체도 너무 많았다”고 회상했다

한편 사건 초기 러시아 측 군사 블로거들은 당시 해당 연구소에는 열병식을 위해 생도들이 모여 있었다고 보도했으나, 국방부 측은 예정된 열병식은 없었다고 확인했다.

또한 국방부는 현지 시각으로 오전 9시 8분에 공습경보가 울려 모두 방공호로 향하기 시작했으며, 공습경보가 울리고 몇 분 뒤 바로 폭격이 시작됐다고 설명했다.

자나 쿨리쇼바
BBC
자나 쿨리쇼바는 당시 방공호까지 가기에는 시간이 부족했다고 말했다

주민 자나 쿨리쇼바(30)도 그중 하나였다. 쿨리쇼바는 공습경보에 잠에서 깼지만, 방공호까지 가기에는 시간이 부족했다.

쿨리쇼바에게 이번 공습은 더욱더 개인적으로 다가온다. 현재 남편이 돈바스 지역 최전선에서 싸우고 있기 때문이다

“이곳에 있던 군인들이 죽었습니다. 그리고 건물 잔해 밑에 아직 깔려 있는 군인들도 있죠. 이들의 아내들은 남편을 기다리고 있을 것입니다.”

한편 올렉시 곤차렌코 우크라이나 하원의원은 BBC와의 인터뷰에서 폴타바에서 당시 공습경보가 울리고 2분 만에 미사일이 떨어졌는데, 이 2분은 “무의미”하다고 강조했다.

“건물 6층에 있는 상황이라면 아래로 뛰어가야 한다. 과연 2분 만에 내려간다는 게 현실적이냐”는 지적이다.

“이런 상황이 하루에도 몇 번씩 펼쳐지는 삶을 상상해 보세요. 이렇게 계속 살 수는 없습니다. 타당하지 않습니다.”

우크라이나 지상군은 텔레그램 성명을 통해 자국 군인들의 사망 소식을 확인하면서, 미사일을 맞은 시설에 있는 사람들을 보호하기 위한 충분한 조치가 이뤄졌는지 확인하기 위한 조사를 진행 중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군사 시설의 안전 강화를 위한 추가적인 조치에 나서겠다고도 밝혔다.

한편 현재 미사일 타격 장소에는 출동한 소방관들이 모든 장비를 동원해 정리하고 있으며, 외부에는 군인들이 사람들의 접근을 막고 있다. 워낙 민감한 현장이기에 가까이 다가갈 수 없다.

폴타바에 사는 올레나 세르디크는 “경보가 울린 지 1분만에 2차례 폭발이 있었다”고 주장했다.

“당시 집에 있었는데, 즉시 아이를 데리고 화장실로 뛰어가 마음을 다잡았습니다.”

세르디크는 “우리가 사는 곳 범위 내에” 마땅히 방공호도 없다면서 “어딘가로 뛰어가기에는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린다”고 덧붙였다.

또 다른 주민인 아나스타샤 아티유크는 “2차례 매우 강한 폭발음”을 들었다면서, “정말 무서웠던” 상황이라고 회상했다.

“근처에 집 한 채가 있는데, 모든 창문이 다 날아갔습니다. 우리 집에는 지하실이 없어서 유일한 선택지는 앉아서 (공습이 끝나길 기다리는) 것뿐입니다.”

폴타바의 위치
BBC
폴타바(Poltava) 위치

폴타바 주지사, '교활한 러시아의 공격'

필립 프로닌 폴티바주 주지사는 이번 공격에 대해 “교활하고 악의적인 러시아의 공격”이라면서 현재 15명이 여전히 건물 잔해 밑에 깔려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설명했다.

프로닌 주지사는 수색대가 현장에 출동했으며, 이번 공격으로 주거용 건물 10채가 손상을 입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보안상의 이유로 더 자세한 세부 사항은 현재로서 공개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한편 올레나 젤렌스카 우크라이나 영부인은 X(구 ‘트위터’)에 이번 공격은 “우크라이나 전체를 흔든 충격적인 비극”이라면서 “러시아는 우리에게 가장 소중한 것을 앗아가려고 한다. 바로 삶”이라고 비난했다.

우크라이나 대통령실 웹사이트에 올라온 영상에서 젤렌스키 대통령은 러시아가 이번 공습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X에도 공개된 해당 영상 속에서 젤렌스키 대통령은 “전면적이며 즉각적인” 조사를 명령했다면서, “필요한 모든 대원들이 구조 작전에 출동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우크라이나에는 “러시아의 테러로부터 스스로를 지킬 수 있는” 장거리 방공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안타깝게도 매일 지연될수록 더 많은 인명 피해가 발생한다”는 설명이다.

한편 데이비드 래미 영국 외무장관은 “우크라이나에서 (블라디미르) 푸틴이 벌이고 있는 혐오스럽고 불법적인 전쟁에서 발생한 역겨운 침략 행위”라고 비난하며, “모든 희생자 및 유가족에게 애도를 표한다”고 밝혔다.

한편 존 커비 미국 국가안보회의(NSC) 전략소통조정관은 이번 공격은 “우크라이나 국민을 노린 푸틴의 잔인함을 다시 한번 끔찍하게도 상기시킨다”면서 미국은 앞으로 몇 주 안에 군사적으로 우크라이나를 더 많이 지원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아날레나 베어보크 독일 외무장관은 푸틴의 “잔인함에는 한계가 없다”고 비난했다.

한편 이번 공격 이후 우크라이나 당국을 비판하는 이들도 있다.

우크라이나 군 지도부를 자주 비판하는 마리아 베주글라 우크라이나 하원의원은 군 당국이 군인들을 위험에 빠뜨렸다고 지적했다.

베주글라 하원의원은 ‘텔레그램’에 “이러한 비극이 계속 반복되고 있다. 대체 언제 멈추냐”고 적었다.

이번 공격 이후 우크라이나 정부 내에서도 변하겠다고 공언한 가운데 앞으로 더 많은 변화가 있을 수도 있다.

지난 3일 무기 감축을 담당했던 장관이 사임했으며, 여당의 한 고위 의원은 장관이 절반 이상 바뀌는 “대대적인 정부 개편”이 다가오고 있다고 설명했다.

데이비드 아라카미아 의원은 “내일은 (대대적인) 해고의 날이, 그 다음 날은 임명의 날일 정도”라고 말했다.

한편 폴타바 소재 군사 연구소를 노린 이번 공격은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몽골에 도착한 이후 발생했다. 지난해 푸틴 대통령 앞으로 제형사재판소(ICC)의 체포 영장이 발부된 이후 처음 방문하는 ICC 회원국이다.

한편 우크라이나 중부 폴타바는 전쟁 전 인구가 30만 명에 달하던 도시로, 수도 키이우에서 동쪽으로 300km 정도 떨어져 있다.

폴타바 군사 통신 연구소는 과거 우크라이나가 여전히 구소련의 일부였던 1960년대 설립된 곳으로, 통신 전문가를 양성하는 기관이다.

추가 보도: 카일라 헤르만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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