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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미·중·일·러 전문가들이 바라보는 북러 관계...북러 밀착은 계속될까?

2024.06.20
악수하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BBC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24년 만에 북한을 방문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19일 새벽 평양에 도착했다. 무려 24년 만이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새벽까지 기다렸다가 홀로 푸틴을 영접했다. 양국 국가 연주나 예포 발사는 물론 그 흔한 환영 인파도 보이지 않았다. 그렇게 두 사람은 지난해 9월 러시아 회담 이후 270여 일 만에 평양에서 재회했다.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19일 자 1면에 '승리와 영광으로 빛나는 불패의 조로친선', '조선인민의 가장 친근한 벗인 뿌찐(푸틴) 동지를 최대의 국빈으로 열렬히 환영합니다'라고 보도했고 관영 매체인 조선중앙통신은 두 사람의 만남을 "조로(북러) 친선의 전면적 개화기에 특기할 역사적인 상봉”이라고 치켜세웠다. 언제부터 푸틴이 조선인민의 가장 친근한 벗이 됐는지는 모르겠지만, 그가 2020년 코로나19로 인한 북중 국경 폐쇄 이후 북한을 방문한 첫 외국 정상이라는 점만은 확실하다.

우크라이나를 침공해 3년째 전쟁을 벌이고 있는 러시아는 전쟁을 지속하기 위해 북한의 탄약과 미사일 등 전쟁 물자가 반드시 필요하다. 이를 제공하는 북한은 러시아의 첨단 군사기술을 원한다. 그리고 푸틴은 지난해 9월 정상회담에서 북한에 인공위성 기술 지원을 시사한 바 있다. 국제사회의 관심사 역시 양측의 군사협력 수준이다.

그렇다면 푸틴은 김정은이 원하는 선물을 줄 수 있을까? 전쟁이 맺어준 두 사람의 우정은 언제까지 이어질까, 전쟁 이후에도 계속될까? 한반도 주변국들은 이를 어떻게 바라보고 있을까? 미국과 중국, 일본 그리고 당사국인 북한과 러시아를 연구하는 각 분야 전문가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푸틴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이 악수하려 하고 있다
Reuters
평양에서 재회한 북러 정상

북한: '러시아 덕에 든든해…근데 어디까지 받아낼 수 있을까?'

북한 전문가들은 북러 관계가 애시당초 군사동맹 또는 혈맹 체제 복원 수준으로까지는 가지 않을 것이라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

한국 초대 통일부 장관을 지낸 강인덕 경남대 석좌교수는 BBC에 “과거 1961년 7월 소련과 북한이 방위 협정을 체결했지만, 또다시 그런 식으로 갈 수는 없을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전쟁 이후에 사회 인프라 재건은 물론 곤두박질친 경제를 고려해야 하는 푸틴 입장에서는 한국을 적대시하거나 외면하는 합의를 할 수 없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강 교수는 “북한은 러시아로부터 식량과 에너지까지 제공받는다면 체제 안정에 도움이 될 거라 생각할텐데, 아마도 전략적 협력 관계 딱 그 정도일 것”이라며 “푸틴이 24년 만에 방문한 평양에서 채 하루도 머물지 않고 간다는 것에 이미 상당한 의미가 담겨 있다”고 강조했다.

앞서 푸틴은 이달 초 “한러 관계가 악화하지 않기를 희망한다. 한반도 전체와 관련해 양국 관계 발전에 관심이 있다”면서 “지난 수십 년간 달성한 무역과 경제 관계 수준을 부분적으로라도 유지해 미래에 회복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밝힌 바 있다.

국가정보원 대북분석관을 지낸 곽길섭 원코리아센터 대표 역시 “북러 간 군사 자동개입이라는 선을 넘지 않기 위해 러시아도 애를 쓸 것”이라며 “푸틴 또한 첨단 군사기술 지원이라는 마지막 카드까지 다 내어주진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또 “현재의 북러 밀착은 국제사회의 대북제재 국면 속에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인 러시아가 전쟁 필요성에 따른 제재의 구멍 또는 명분을 만들어주려는 차원으로 보인다”며 “서로의 니즈가 맞아떨어지는 만큼 북러 연대를 통한 반미 전선 형성을 기반으로, 두 개 국가론에 기초한 한반도 긴장 상황에서 러시아가 북한의 든든한 뒷배 역할 그리고 경제∙문화∙사회적 교류를 통해 북한의 숨통을 틔우는 역할까지 할 것”이라 전망했다.

그러면서 “북러 밀착은 우크라이나 전쟁이 얼마나 지속되느냐가 관건이지만, 이렇게 급속도로 가까워진 상태에서 갑자기 선회할 수는 없을 것”이라며 “러시아가 중국과 북한, 베트남 등과 연대해 전체주의 블록 내에서 진영을 활용해 나가는 전략을 취할 가능성도 충분하다”고 평가했다.

한편 태영호 전 주영국 북한 공사는 기자들에게 보낸 메시지에서 “푸틴이 최근 기고문을 통해 ‘군사 동맹’ 대신 ‘동반자관계’를 여러 차례 강조하면서도 유라시아에서 평등하고 불가분리적인 안전구조를 건설할 의향을 내비쳤다”면서 향후 우크라이나 전쟁 상황을 봐가면서 북러 관계도 군사동맹 수준으로 향상시킬 가능성을 열어 두었다고 진단했다.

또 푸틴이 북한의 최근 핵, 미사일 개발 정책에 대한 공개적인 지지를 표시한 만큼 향후 러시아가 북한에 더는 비핵화를 요구하지 않을 것임을 시사했다고 덧붙였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EPA-EFE/REX/Shutterstock
연설하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미국: '북중러 진영화? 글쎄…근데 미 본토 타격은 절대 안 돼'

윤석열 정부 첫 국가안보실장을 지낸 김성한 고려대 국제대학원장은 BBC에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MB) 재진입 기술, 원자력 잠수함에 부착되는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군사 정찰 위성 등에 러시아의 최신 기술이 더해진다면 신천지를 개척하게 될 것”이라며 우려했다.

특히 원자력 잠수함의 경우 수면에 올라오지 않고 6개월, 1년씩 잠수가 가능해 북한이 태평양을 건너 미국 본토를 공격할 수 있다는 능력을 보여줄 수 있게 되고 여기에 본격적인 정찰 능력까지 갖춘다면 한미동맹 자체를 위협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김 원장은 “미국 본토가 위협에 처하게 되면 유사시 미국이 한국을 지원할 수 있는 연결고리가 끊어질 수 있다”면서 “핵 위협 등 미국이 주저하게 되는 상황들이 여러 각도에서 펼쳐질 수 있기 때문에 이런 치명적인 상황이 나타나지 않도록 모든 수단을 동원해 저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실제 미국 내에서는 북러 관계가 우크라이나 전쟁을 계기로 강화하고 있다며, 이는 미국에 특별한 도전이 되고 있다는 진단이 나오기도 했다.

김 원장은 또 ‘북러 밀착 전망’에 대해 “우크라이나 전쟁이 끝나면 북한의 효용 가치는 떨어질 수밖에 없지만, 문제는 전쟁 장기화 조짐”이라고 지적했다. 러시아의 현재 연간 탄약 생산 능력이 300만 발 정도 되는데 최근 1년간 북한으로부터 약 450만 발을 지원받았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그는 그러면서 큰 틀에서 기술 이전이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는 작업은 아니라며 “안일하게 생각하지 말고 안보 위기 속에 새로운 게임 체인저가 등장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 한미를 비롯한 자유진영이 현 상황에 매우 집중적으로 대처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익명을 요구한 또다른 한미관계 전문가는 “미국이 북러는 물론 북중러 연대에 대해서도 그리 끈끈하지 않다고 판단하는 듯 하다”고 밝혔다. 중국이 미국과 척지는 것을 원하지 않고 있고 북러와 나름 거리를 두는 듯한 모습을 보이는 만큼 미국 입장에서는 북중러 연대라는 개념 자체를 별로 의식하지 않는 것 같다는 말이다.

이 전문가는 현재 북중러 구도가 안착이 되어 간다는 분위기도 아니라면서, 러시아 입장에서도 전략적으로 지금 당장 북한이 필요할 뿐, 전쟁 이후에는 ‘부채’가 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북중관계만 보더라도 2017년에 단교가 언급될 정도로 얼어붙었지만 2019년 다시 혈맹으로 바뀌었고 지금은 또 소원해졌다며, 북중러 3국의 공통점은 일당 독재 혹은 1인 독재 그리고 미국이라는 공통의 적뿐이라고 지적했다.

아울러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의 변수는 미국과 러시아의 관계 설정이라며, 그때가 되면 미러 양국이 적대적인 관계가 아닐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푸틴 대통령과 시진핑 주석
Reuters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2023년 10월 18일 중국에서 만나 악수하고 있다

중국: '미중 경쟁이 더 급한데…좀 거슬리네'

북러 밀착을 바라보는 중국의 고심이 커지는 모양새다. 실제 중국 내부에서도 각기 다른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중국 관영매체 인민일보 계열 영문매체 글로벌타임스는 “북러 밀착이 미국과 동맹국들의 압박 속에서 나온 합리적 선택”이라고 주장했다. 또 중국사회과학원은 "유럽에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의 확장과 계속되는 러시아-우크라이나 분쟁, 동북아에서 북한을 겨냥한 미국 주도의 군사 동맹들 때문에 러시아와 북한 사이의 더 깊은 협력은 놀랄 일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반면 경제매체 차이신은 “러시아와 북한의 군사 관계가 과열되고 있다”고 우려했다. 또 “이번 방북으로 양국이 ‘유사시 자동 군사 개입’ 수준의 긴밀한 군사협력 관계를 구축하는 계기가 될까 걱정스럽다”고 덧붙였다.

김한권 국립외교원 교수는 BBC에 “중국은 북한, 러시아와의 양자 관계를 통한 전략적 협력은 필요하지만 북중러 대 한미일 식의 진영화 구도로 가는 데 대해선 부담을 느끼기 때문에 일정 수준의 거리를 두고 있다”고 평가했다. 북러 간 밀착에 대해 북러 양자 간 문제라며 거리를 두면서 이웃 국가들이 평화롭게 지내는 것을 긍정적으로 생각한다는 식의 원칙적인 입장에서 현 상황을 대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중국 입장에서는 미중 전략적 경쟁 구도에서 우위에 서는 것이 가장 중요한데, 신냉전 구도와 진영 논리가 부상하면 미국이 더 많은 전략적 이익을 가져갈 것이라 판단한다”며 “북중 사이의 이해관계가 다르기 때문에 중국이 겉으로는 전략적 협력을 강조하지만, 물밑에서는 불만과 비판이 쌓여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북중 간 협력이 필요함에도 오랜 역사적 배경으로 인해 전략적 신뢰가 낮고 또 서로의 이해관계 때문에 불신과 불만이 존재하는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중국은 강대국끼리 대국 간 외교를 통해 지역 현안을 관리해 나간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기 때문에 러시아 역시 북한과 협력은 하지만 선을 넘어 중국을 불편하게 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면서 “중러 간 이미 충분한 논의를 거쳤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김 교수는 또 기술 이전 문제와 관련해 “중국은 한반도의 긴장이 너무 고조되거나 북한 핵 능력이 빠르게 고도화되는 데 전략적 부담을 느끼고 있고 러시아 역시 북한에 첨단 기술을 이전하면서 받을 수 있는 이익이 그리 크지 않다고 판단하기 때문에 북한이 원하는 것을 다 주지는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향후 북러 관계 전망에 대해서는 “나라마다 굉장히 복잡한 전략적 셈법이 얽혀 있다”면서 “러시아가 북한과의 협력을 강화하는 이유 중 하나로 전쟁 후 극동 개발 가능성이 있는 동북아 지역에서 북러 협력을 통해 중국을 전략적으로 견제하고 향후 한국, 일본과의 관계 개선에 하나의 협상 카드로 사용할 가능성도 있다고 내다봤다. 북러 협력을 지렛대로 한국 그리고 일본과의 협상 등에 활용할 수 있다는 얘기다. 다만 지금은 전쟁이 계속되고 있고 동북아 지역의 각 나라들은 서로의 국익과 전후 시나리오를 수립해 가면서 매우 복잡한 외교전을 벌이는 중이라고 말했다.

북중러 대 한미일의 진영화가 가속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김재천 서강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강대국 간의 경쟁은 늘 ‘진영화’를 수반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북중러가 전략적으로 서로를 더 많이 필요로 하게 되는 와중에 북한의 전략적인 가치는 굉장히 높아졌다는 평가로, 그는 북한이 수정주의 국가 진영의 앞잡이 역할을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때문에 “중국은 러시아와 북한이 이렇게 막 나가는 것을 부담스러워하면서도 궁극적으로는 장기적으로 목적이 합하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중국은 북러와 같은 편에 서 있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북한 핵, 인권 문제 등에 있어 유엔 안보리에서 중국과 러시아가 한목소리를 내고 있다는 점을 예로 제시했다.

김 교수는 “신냉전이라는 카테고리 안에서 북러 밀착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라며 이러한 진영 논리 차원에서 “어쩌면 중국은 우크라이나 무기 지원 등 자기들이 대놓고 못하는 것을 북한이 대신 해줘서 고마울 수도 있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한편 이상숙 국립외교원 교수는 “러시아에도 중국의 협력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며 “일각에서 푸틴의 방북을 중국이 제재하려 했다는 얘기도 들리는데, 결국 러시아는 최대한 대북 협력을 발전시키면서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의 영향력을 확보하려는 그림을 계속 가져가져 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아울러 이러한 러시아의 야망이 미국, 중국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말했다.

기사다 후미오 일본 총리
Reuters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지난 6월 15일 스위스 루체른 근처의 스탄스슈타트에서 열린 우크라이나 평화 정상회의 개회 본회의에서 연설을 듣고 있다

일본: '북러 밀착 계속되면 북일 정상회담 물 건너가는거 아냐?'

일본 역시 또 다른 의미에서 북러 밀착이 달갑지만은 않다.

주일 대사를 지낸 신각수 전 외교부 차관은 BBC에 “이미 북러 간 전략적 협력 관계가 심화하는 모양새”라며 “북한은 뭘 해도 중국이 자신들을 내치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을 갖고 있고 러시아까지 든든한 버팀목 역할을 해주면서 북한이 더욱더 도발적인 행동을 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고 우려했다. 이러한 정세가 한반도 주변국인 일본에도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신 전 대사는 일본 기시다 정부가 낮은 지지율을 만회하기 위해 계속해서 북일 정상회담을 언급하고는 있지만, 러시아의 지원으로 북한의 여러 상황이 개선된다면 굳이 일본을 필요로 하지 않아도 되는 만큼 일본 입장에서는 북러 관계가 심화되는 것이 결코 달갑지 않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실제 일본 정부 대변인인 하야시 요시마사 관방장관은 지난 13일 "일본과 북한의 여러 현안을 해결하기 위해 정상회담을 실현하고자 고위급 협의를 진행해 나가겠다는 생각에 변함이 없다"고 말했다. 또 "북일 접촉과 관련해 지금까지 다양한 경로를 통해 다양하게 대응해 오고 있다"고 전했다. 앞서 북한과 일본이 지난달 중순 몽골에서 비밀리에 접촉했다는 보도가 나온 바 있다.

최은미 아산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북중러라는 강력한 연대가 형성되고 진영화되는 데 대해 일본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큰 상황”이라고 말했다. 특히 “이에 대응하기 위한 한미일 공조 강화에는 이견이 없지만 북일 관계 차원에서는 상황이 더 어려워지고 있다”면서 “북러 밀착이 심화되는 와중에 북일 정상회담을 추진하는 것 자체가 넌센스”라고 지적했다. 기시다 내각에 북러 밀착이란 운신을 폭을 더욱 더 좁게 만드는 걸림돌이라는 것.

그는 또 애초에 러일 관계는 ‘쿠릴 열도’를 빼고 논할 수 없다며 이 영토 문제 해결을 위해 양국 간 경제협력을 해온 만큼 우크라이나 전쟁이 끝나면 이 영토 문제가 다시 출구 전략으로서 역할을 해야 한다는 데 대한 공감대가 있다고 강조했다. 다만, 일본이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했다’는 데 대해 지속적으로 미국과 결을 같이 하고 있고 미일, 한미일 안보협력 역시 강화되고 있는 만큼 기존의 원칙을 깨고 독자적인 러일 협력이 진행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
Reuters
지난 2000년 7월 이후 24년만에 북한을 방문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러시아: '전쟁만 아니면 굳이…? 전쟁 끝나면 한국 필요'

정은숙 세종연구소 명예연구위원은 BBC에 “러시아는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임에도 불구하고 우크라이나 침공이라는 무리수를 뒀으며 제재를 위반하면서까지 북한과 거래를 하는 등 유엔과 국제사회의 규범을 와해시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원래 북한의 생명줄은 중국인데, 중국이 살짝 주춤한 틈을 타 북러가 완전히 밀착했다”고 평가했다. 이러한 상황이 중국에도 달갑지만은 않다고도 했다.

특히 “전쟁을 치르면서 자국 청년들이 죽어나가고 있는데 정작 푸틴은 북한과 베트남 등을 방문해 자신의 권력을 과시하고 있다”며 이는 “자신이 전쟁을 일으키긴 했지만 대내적으로 지지를 받고 있으며 대외적으로도 나를 이렇게 원하는 나라들이 여럿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한 차원”이라고 해석했다.

정 연구위원은 “미국의 제재를 받는 양국이 서로에게 정치∙외교적인 파트너 역할을 해주면서 유럽과 동아시아에서 미국을 곤란하게 할 수 있는 전략적 관계가 돼가고 있다”면서 “안보는 일단 최악의 상태를 가정해야 하기 때문에 지금처럼 러시아가 국제사회 규범을 무너뜨리는 상황 속에서 우려가 되는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북러 밀착으로 한반도 위기가 고조될 수 있다는 것. 그럴 경우 그는 한미동맹, 한미일 동맹 역시 강해질 수밖에 없는데 그러한 상황을 중국이 원치 않는 만큼 중국을 비롯해 유럽연합(EU)와 북대서양조양기구(NATO), 미국, 일본 등이 나서서 하루속히 조치를 취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아울러 우크라이나 전쟁이 끝난다면 러시아 역시 먹고 사는 일이 급선무가 될 것이라며 러시아에 필요한 기술 혁신, 경제 재건 등은 북한이 아닌 한국과 일본, 미국, 유럽연합(EU) 등과 하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편 평양에서19일 열린열린 북러 정상회담에서 푸틴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정책을 포함해 러시아 정책에 대한 북한의 일관되고 확고한 지지에 감사한다"고 말했다. 또 "러시아는 수십 년간 미국과 그 위성국의 패권적, 제국주의 정책에 맞서 싸우고 있다"며 "이날 장기적으로 양국 관계의 기초가 될 새로운 기본 문서가 준비돼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차기 북러 정상회담은 모스크바에서 열리길 기대한다며 김 위원장에 대한 초청 의사를 밝혔다.

이에 김정은 위원장은 “북러 관계가 지난 세기 조·소관계 시절과도 대비할 수 없는 최고조기를 맞이하고 있다"며 “러시아의 모든 정책들을 변함없이 무조건적으로 지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양국 관계가 사상 최고 전성기에 들어서고 있는 시점"이라며 푸틴 대통령의 이번 방북이 "세계 평화와 안전을 위해서 가장 의의있는 전략적인 행보"라고 화답했다.

이와 관련해 조한범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김정은 위원장이 북러 관계가 사상 최고 전성기에 들어섰다고 강조하지만 사실상 양국 사이에는 ‘탄약’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러시아야 당장 전쟁 속에 탄약이 절박하니 북한과의 관계를 ‘포괄적 전략동반자관계’로 격상시키기는 했지만, 양국이 도모할 수 있는 일이 많지 않을 뿐만 아니라 지속 가능한 관계도 아니라는 것이다.

또한 북러 관계는 이미 지난해 9월 바스토치니 우주기지에서 열린 북러 정상회담 당시 기본적인 합의가 이뤄졌다며 이번 푸틴의 방북은 일종의 답방 성격인 만큼 이로 인해 양국 관계가 급속히 격상되거나 발전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조 연구위원은 “러시아 입장에서는 전쟁 이후 시베리아 극동자원과 교통망을 이용할 수 있는 나라는 북한이 아닌 한국”이라면서 “북한의 전략적 가치는 제한적일 뿐, 러시아가 군사 기술을 북한에 제공하더라도 구형을 제공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지난해 한러 교역은 150억 달러였지만 북러는 2800만 달러에 그쳐 500배 이상 차이가 났고 2022년의 경우 한러 교역은 26억 달러, 2021년 북러는 4만 달러였다”면서 “북러 관계는 전쟁이 만들어준 잠정적인 관계에 불과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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