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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스에도 변신이 필요했다'... '노인들의 게임'을 디지털 시대로 이끄는 여성들

1시간 전
한 젊은 여성이 e-스포츠 경기장의 컴퓨터 의자에 앉아 있다. 그는 줄무늬 셔츠를 입고 헤드셋을 착용한 채 카메라를 정면으로 응시하며 미소 짓고 있다. 그의 머리카락은 어두운색이며 길게 늘어져 있다. 그의 뒤로는 프랑스어로 '결승('이라는 단어가 적힌 대형 스크린이 보이며, 그 앞에는 컴퓨터 화면을 마주하고 앉은 체스 선수들이 줄지어 있다
BBC
사라 엘 바브리는 지난해 체스 스트리머가 됐으며 현재 모든 플랫폼을 통틀어 6만 명의 팔로워를 보유하고 있다

니모 저우가 팬데믹 기간에 체스 스트리밍을 시작하기로 결심했을 때만 해도 그는 이것이 직업이 될 줄은 전혀 몰랐다.

그는 BBC 글로벌 위민(BBC Global Women)과의 인터뷰에서 "완전히 우연이었다"고 말했다.

"코로나 기간에 집에만 있으니 정말 미칠 것 같았고 할 일도 없었죠. 그저 돈을 좀 벌 수 있다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여성 체스 선수로서 최고 등급인 '여성 그랜드마스터' 타이틀을 보유한 니모는 당시 토론토 대학교에서 경제학과 수학을 전공 중이었다.

그는 친구의 채널에 게스트로 출연한 것을 시작으로 2020년 자신의 스트리밍 채널을 개설했는데 시기가 매우 완벽했다.

몇 달 후 넷플릭스 드라마 '퀸스 갬빗(The Queen's Gambit)'이 출시됐고 팬데믹 상황과 맞물려 갑작스러운 체스 붐이 일어났다.

니모의 채널은 빠르게 성장했고 그는 새로운 커리어에 집중하기 위해 대학교 중퇴를 결심했다.

"스스로에게 말했죠. '이제 사람들이 아마 향후 10년 동안은 온라인으로 체스를 둘 테니, 너는 스트리머가 되어야 해'라고요."

텅 빈 바에서 체스판 앞에 앉아 있는 한 젊은 여성의 모습. 그는 빨간색 드레스를 입고 있으며, 어둡고 긴 생머리를 늘어뜨린 채 카메라를 향해 미소 짓고 있다. 그의 두 손은 체스판 앞 테이블 위에 놓여 있다
BBC
니모는 현재 기업 후원을 받고 있으며 다른 협업자들과 함께 작업하고 전 세계를 자주 여행한다

"당신을 세상에 드러내야만 해요."

5년이 지나 현재 26세가 된 니모는 트위치, 인스타그램, 유튜브, 틱톡을 통틀어 200만 명 이상의 팔로워를 보유하고 있다.

보통 그는 하루에 5~6시간씩, 최소 주 5일 스트리밍을 진행하는데 주말에 가장 많은 시청자가 몰린다. 그의 영상에는 온라인 대국뿐만 아니라 뉴욕의 유명한 워싱턴 스퀘어 파크의 체스 고수들과 직접 대결하는 모습 등 다양한 콘텐츠가 담긴다.

또한 기업 후원을 받고 있으며 다른 협업자들과 함께 작업하며 전 세계를 자주 여행한다. 니모는 자신의 수입이 정확히 얼마인지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유튜브에서는 조회수, 광고, 브랜드 거래를 통해 수익을 창출하며 인스타그램 수익은 협찬 게시물에서 발생한다. 트위치에서는 미국 기준 월 약 5달러(3.70파운드)부터 시작하는 구독료와 플랫폼 내 화폐인 '비츠(bits)'를 통한 후원금으로 돈을 번다.

요크 대학교의 부연구원인 니나 윌먼트 박사는 니모 정도의 팔로워를 보유한 콘텐츠 크리에이터라면 모든 플랫폼을 합쳐 억대 연봉을 충분히 벌 수 있을 것으로 추정했다. 하지만 스트리머들이 수입을 공개하는 경우가 드물기 때문에 이는 대략적인 추정치일 뿐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모든 플랫폼에서 200만 명 이상의 팔로워를 보유한 니모가 전 세계 콘텐츠 크리에이터 중 상위 1~2% 내에 드는 수준이라고 그는 덧붙였다.

트위치에서 체스를 두고 있는 니모의 스크린샷 화면
Courtesy Nemo Zhou via Twitch
니모는 보통 스트리밍 중에 온라인으로 '블리츠(속기)' 체스를 두거나 체스 퍼즐을 푼다

"우리에게는 약간의 이미지 변신이 필요했어요."

니모와 같은 체스 콘텐츠 크리에이터들은 이 고전적인 게임을 21세기로 이끄는 데 기여하고 있다.

과거 엘리트 체스는 거의 예외 없이 정적이 흐르는 홀에서 몇 시간 동안 진행됐고 일반 시청자들을 끌어들이려는 노력도 거의 없었으나 이제는 상황이 달라지고 있다.

점차 많은 주요 대회들이 '래피드(rapid)'와 '블리츠(blitz)' 같은 제한 시간 방식을 채택하고 있는데, 이는 각 선수에게 단 3분의 시간만 주어지고 매 수를 둘 때마다 2초씩 추가되는 방식이다. 또한 선수들에게 심박수 측정기를 부착하여 결정적인 순간에 그들이 느끼는 압박감을 시청자에게 보여주기도 한다.

지난해 체스는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에서 열린 세계 최대 규모의 게임 대회 중 하나인 'e-스포츠 월드컵'에서 처음으로 정식 종목으로 채택됐다. 올해 체스는 더욱 확대된 규모로 다시 돌아올 예정이다.

국제 대회에서 해설가이자 인터뷰어로 활동하고 있는 여성 인터내셔널 마스터 피오나 스틸-안토니는 이 모든 변화가 체스가 '노인들의 게임'이라는 이미지를 벗어던지는 데 도움을 주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우리에게는 약간의 이미지 변신이 필요했다고 생각하는데, 지금 그 변화가 아주 잘 이루어지고 있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검은색 스웨터를 입은 한 여성이 테이블에 앉아 있다. 그는 긴 어두운색 머리에 은색 링 귀걸이를 착용하고 미소를 짓고 있다. 그의 뒤로는 체스판이 놓인 테이블들이 줄지어 배치되어 있다
BBC
피오나 스틸-안토니는 자신의 생애 동안 체스가 "어떤 형태의" 성평등에라도 더 가까워질 것이라는 점에 대해 "조심스럽게 낙관한다"고 말했다

"콘텐츠 제작에 대한 생각을 단 한 번도 멈춘 적이 없어요."

니모와 같은 스트리머들의 뒤를 잇고 있는 사람 중 한 명은 사라 엘 바브리다.

이집트인과 모로코인 부모 사이에서 태어나 파리에서 자란 24세의 사라는 지난 2023년부터 틱톡에서 체스 콘텐츠를 만들어왔다. 프랑스어로 방송하는 여성 스트리머가 부족하다는 점을 깨닫고 지난해 본격적인 스트리머가 됐다. 현재 그는 모든 플랫폼을 합쳐 7만 5000명 이상의 팔로워를 보유하고 있다.

그의 게시물에는 온라인 체스 대국, 교육용 콘텐츠, 그리고 체스판을 머릿속으로 그리며 두는 '눈 가리고 체스 두기'와 같은 오프라인 챌린지 영상들이 섞여 있다.

그는 "시작한 이후로 콘텐츠 제작에 대한 생각을 단 한 번도 멈춘 적이 없다"고 했다. 때로는 북미 시청자들과 만나기 위해 새벽 시간까지 스트리밍을 하기도 한다.

하지만 체스 콘텐츠 제작이 크게 성공한 이들에게는 수익성이 높을 수 있어도 모두에게 성공이 보장되는 것은 아니다. 처음에 사라는 유튜브로 영역을 넓히기 전까지 스트리밍으로 한 달에 고작 미화 117달러(87파운드)를 벌었다. 현재는 콘텐츠 제작을 통해 한 달에 약 1700달러(1300파운드)를 벌고 있지만, 이는 여전히 프랑스의 최저임금보다 낮은 수준이다.

윌먼트 박사는 소수 성공한 스트리머들의 화려함이 "성공하기 위해 노력하지만 수익이 전혀 없는 수천, 수만 명의 사람들"의 현실을 "가리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사라 엘 바브리는 책상 앞에 앉아 정면에 있는 카메라를 향해 미소 짓고 있다. 책상 위에는 마이크를 받치기 위해 쌓아둔 책 더미가 있고, 그의 오른쪽에는 작은 링 라이트가 켜져 있으며 앞에는 두 개의 스크린이 놓여 있다
BBC
사라는 파리에 있는 가족의 아파트에서 스트리밍을 하고 있다. 그는 스트리머로서 성공하기 위해 스스로에게 6개월의 시간을 주었다

"제가 여자라서 시청자가 더 많다는 것을 알고 있어요."

트위치 시청자 참여도를 추적하는 온라인 플랫폼인 트위치메트릭스(Twitchmetrics)에 따르면, 2026년 1월 기준 대형 기업 채널을 제외한 트위치 내 시청자 수 상위 20위 체스 스트리밍 채널 중 약 절반을 여성 크리에이터가 이끄는 채널이 차지했다.

하지만 여전히 대부분의 체스 콘텐츠 크리에이터와 그 시청자들은 남성이다.

사라는 자신의 플랫폼 시청자 비율이 시작 당시에는 남성이 95%였으나 지금은 약 85% 정도라고 추산한다. 그는 또 자신이 여성이라는 이유로 일부 남성 스트리머들보다 더 많은 시청자를 확보한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있다.

"저는 그 점을 받아들여요. 그것도 이 게임(스트리밍 세계)의 일부니까요."

니모는 자신의 유튜브 시청자 중 약 80%가 남성이지만, 인스타그램의 체스 페이지는 남녀 성비가 50대 50으로 나뉜다며 "정말 놀랍고 멋진 일"이라고 말했다.

체스계 정상에 선 여성들

두 개의 열로 구성된 그래픽이 있다. 왼쪽은 붉은색 계열, 오른쪽은 푸른색 계열로 체스 마스터 타이틀의 요건을 보여준다. 왼쪽의 붉은색 열은 남녀 모두 획득할 수 있는 '오픈 타이틀'이다
BBC

체스 붐이 더 많은 여성과 소녀들을 실전 대회로 이끌고 있다는 증거들이 나타나고 있다.

가장 치열한 경기가 치러지는 '스탠다드' 시간 규정 대회에 참가하기 위해 세계체스연맹(Fide)에 등록된 여성 선수의 비율은 지난 2020년 10%에서 2026년 16.5%로 상승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엘리트 층은 여전히 남성이 압도하고 있다. 현재 전체 상위 100위 안에 드는 여성 선수는 단 한 명도 없으며 역사상 이 기록을 달성한 여성은 단 세 명뿐이다.

연구들에 따르면 남녀 간의 기량 차이는 낮은 참가율, 여성 코치의 부족, 그리고 소녀와 여성들이 종종 적대적이라고 느끼는 경기 환경 등 여러 요인으로 설명될 수 있다. 몽골(등록 선수의 약 40%가 여성), 스리랑카(35%), 우간다(30%)처럼 초등학교에서 체스를 가르치는 국가들에서는 이러한 참가율 격차가 훨씬 작게 나타난다.

스틸-안토니는 "상황이 더 좋게 변하고 있다고 믿는다"며 자신의 생애 동안 체스가 "어떤 형태의 평등"에라도 더 가까워질 것이라는 점에 대해 "조심스럽게 낙관한다"라고 덧붙였다.

유딧 폴가는 역사상 유일하게 체스의 절대적인 엘리트 반열에 오른 여성이다. 15세의 나이에 그는 당시 역대 최연소 그랜드마스터가 되며 보비 피셔의 세계 기록을 경신했다. 그는 세계 랭킹 최고 8위라는 대기록을 달성하기도 했다
Sygma via Getty Images
유딧 폴가는 역사상 유일하게 체스의 절대적인 엘리트 반열에 오른 여성이다. 15세의 나이에 그는 당시 역대 최연소 그랜드마스터가 되며 보비 피셔의 세계 기록을 경신했다. 그는 세계 랭킹 최고 8위라는 대기록을 달성하기도 했다

"모 아니면 도가 될 거예요."

니모는 이제 체스를 넘어선 야망을 품고 있다.

그는 라이프스타일, 여행, 패션 콘텐츠로 영역을 넓혔으며 지난 10월에는 파리 패션위크에 참여하기도 했다. 이제 그는 모델 에이전시와 계약하고 자신의 인스타그램 체스 페이지 팔로워 100만 명을 달성하기를 희망하고 있다.

한편 사라는 스트리머로서 돌파구를 찾기 위해 스스로에게 6개월의 시간을 주기로 굳게 결심했다. 만약 성공하지 못한다면 토목공학 학위와 경영학 석사 학위를 살려 기업계로 진출하겠다는 차선책을 가지고 있다. 지난 1월 그는 주요 e-스포츠 대회에서 해설가로 처음 데뷔했다.

그는 지난 몇 달간의 시간이 하나의 "모험"이었다고 설명했다.

"올해는 정말 미친 듯이 바쁜 한 해가 될 것 같아요. 제게는 '모 아니면 도'가 될 테니까요."

흰색 글씨로 GLOBAL WOMEN이라고 적힌 보라색 바의 모습
BBC

이 내용은 BBC 월드 서비스의 '글로벌 위민(Global Women)' 시리즈의 일부로, 전 세계의 알려지지 않은 의미 있는 이야기들을 공유하는 프로젝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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