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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못 탄 엘리베이터, 유언 메시지까지...뉴욕 총기 사건은 어떻게 전개되었나

2일 전
총격 사건 후 '345 파크 애비뉴' 밖에 서 있는 경찰들의 모습
Getty Images
총격이 시작되자 345 파크애비뉴 건물 밖에 있던 목격자들도 총성을 듣고 장면을 목격할 수 있었다

수많은 대기업 사무실이 밀집한 미국 뉴욕 맨해튼 미드타운 중심부에 자리한 44층짜리 상징적인 건물인 '345 파크 애비뉴'에서 근무하는 수백 명에게 지난 28일(현지시간) 저녁은 평생 잊지 못할 순간이 되었다.

숨 막히는 더위의 7월 저녁 퇴근길, 다른 사람들은 평소처럼 퇴근하던 시간, 이 건물의 직원들은 살기 위해 이리저리 도망치고, 책상으로 회의실을 막고, 각자 사랑하는 이에게 마지막이 될 수도 있는 메시지를 보냈다.

해당 건물 2층에서 근무하는 제시카 첸은 미국 현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부모님께 '사랑해요'라는 문자 메시지를 보냈다"면서 "그 느낌은 이루 말할 수가 없다"고 했다.

첸을 포함해 해당 건물에 일하던 사람들은 로비에서 들려오는 예상치 못한 총성에 즉각 행동에 나섰다.

이번 사건으로 뉴욕 경찰관 1명을 포함해 로비와 33층에서 총 4명이 숨졌으며, 병원으로 이송된 다른 1명은 현재 위중한 상태다.

맨해튼 번화가에서 총격을 '퍼부은' 남성

혼란이 시작되기 직전인 오후 6시 30분경, 27세의 남성이 콜로라도, 네브래스카, 아이오와 등을 거쳐 맨해튼의 중심지 중 하나인 이 지역으로 차를 몰고 들어왔다.

당국에 따르면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 출신인 셰인 데본 타무라는 파크 가에 도착해 검은색 BMW 차량을 이중 주차했다. 록펠러 센터, 세인트 패트릭스 대성당과 같은 관광지에서 불과 몇 블록 떨어진 거리다.

셔츠 위에 재킷을 걸치고, 선글라스를 낀 그는 오른손에 공격용 소총을 든 채 자신이 알기로 '미국 프로 축구 리그(NFL)' 본사가 자리한 건물을 향해 성큼성큼 걷기 시작했다.

그러나 그는 NFL 본사 사무실에 끝내 발을 딛지 못했다.

제시카 티시 뉴욕시 경찰청장에 따르면 타무라는 뉴욕에서도 한 블록 전체를 차지하는 대형 건물인 345 파크 애비뉴 입구에 다다른 순간, 로비를 향해 무차별적으로 총격을 "퍼붓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그냥 지나치는 듯하던 타무라는 곧장 오른쪽으로 틀어 경비를 서고 있던 경찰관을 향해 총을 발사했고, 결국 뉴욕 경찰관 디다룰 이슬람(36)이 숨졌다. 에릭 애덤스 뉴욕 시장에 따르면 이슬람의 아내는 임신한 상태로, 둘 사이에는 이미 두 자녀가 있다.

애덤스 시장은 "이슬람은 건물에 들어가자마자 바로 오른쪽 입구에서 살해당했다"고 설명했다.

당국에 따르면 이후 타무라는 기둥 뒤에 숨어 있던 여성을 향해서도 주저 없이 총격을 가하는 등 로비를 가로지르며 계속 총을 난사했다. 이 과정에서 해당 건물에 입주한 글로벌 금융사 '블랙스톤' 소속 직원인 웨슬리 르파트너가 사망했다.

블랙스톤 측은 "르파트너의 남편, 자녀 등 유가족을 위해 기도한다"며 애도를 표했다.

아울러 로저 구델 NFL 위원장이 직원들에게 보낸 서한에 따르면 NFL 직원 한 명이 이번 공격으로 "심각한 부상"을 입었다고 한다. 로버트 헌터라는 남성은 '뉴욕 데일리 뉴스'와의 인터뷰에서 NFL의 재무부 직원이던 자신의 사위 크레이그 클레멘티가 퇴근길에 총격을 당해 병원에서 수술받았고, 현재 회복 중이라고 설명했다.

잘못 탄 엘리베이터

총격이 이어지는 동안 또 다른 보안 요원 알란 에티엔은 엘리베이터 작동을 멈춰 추가 피해를 막고자 경보 시스템을 가동하려 했으나 끝내 실패했다.

애덤스 시장은 카운터 뒤에 숨어있던 에티엔이 "암살당했다"고 전했다.

그 후 타무라는 엘리베이터로 향했다. 경찰에 따르면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는 그의 앞에 여성 한 명이 나타났으나, 어찌 된 것인지 무사히 빠져나올 수 있었다고 한다.

하지만 그는 엘리베이터를 타고 자신이 의도했던 곳으로 가지 못했다.

엉뚱한 구역에서 엘리베이터를 잡아탄 그는 결국 NFL 사무실이 아닌 해당 건물을 소유한 부동산 기업인 '루딘 매니지먼트'의 사무실이 있는 33층에 도착했다.

긴급한 이메일과 구조 요청

월스트리트 저널은 블랙스톤 소속 한 직원의 말을 인용해 건물 로비에서 이 같은 혼란이 벌어지는 동안, 건물에 남아 있던 직원들은 이메일과 '팀스' 메시지 등을 통해 아래층에 총기난사범이 있다는 메시지를 긴급히 전송했다고 전했다.

첸은 ABC 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자신은 해당 건물 2층에서 약 150명과 함께 발표를 듣던 중 갑자기 총성이 들렸다고 밝혔다.

"일부 사람들은 뒷문을 통해 거리로 빠져나갔다"는 첸은 "나를 포함해 다른 사람들은 회의실 안으로 달려갔다"고 했다.

SNS에 올라온 사진 속 블랙스톤 직원들은 공포에 질린 채 소파나 책상 같은 가구를 출입문 앞에 쌓아 올리고 있다.

한편 ESPN의 보도에 따르면 NFL 사무실에 있던 직원들은 회사로부터 총성이 울렸다는 경고 메시지를 받았다. 이후 직원들에게는 휴대전화를 무음으로 설정하고, 경찰관이 올 때까지 숨어 있으라는 지시가 내려졌다. 다행히 총격범은 NFL 사무실에 도달하지 못했다.

한편 건물 밖 광장에는 경찰 병력이 대규모로 배치되었다.

네키샤 루이스라는 여성은 NBC 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자신은 친구와 함께 근처에 앉아 있었는데 345 파크 애비뉴 빌딩 안에서 갑자기 총성이 들렸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유리창을 통해 총격범을 직접 목격하기도 했다고 한다.

상황을 미처 다 파악하기도 전, 한 남성이 빌딩에서 "힘껏" 달려오더니 총에 맞았다며 도와달라고 구조 요청을 했다고 한다.

"그 남성이 워낙 빠르게 달려왔기에 믿을 수 없었습니다. 그런데 등에는 … 사출구로 보이는 상처가 있었습니다."

루이스는 재빨리 다른 사람들처럼 벽 뒤에 몸을 숨겼다. 그들이 기다리는 동안 345 파크 애비뉴 빌딩에 남아 있던 직원 수십 명은 손을 머리 위로 들어 올리며 빠져나갔다.

'내 뇌를 연구해달라'

티시 뉴욕시 경찰청장에 따르면 그 당시 건물 내부에 있던 타무라는 33층을 "돌아다니며" 계속 총을 쏘았다. 그렇게 마지막 피해자가 이곳에서 숨졌다.

그후 당국에 따르면 총격범은 복도를 따라 걸어가더니 가슴에 총을 쏘아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그가 사용한 무기는 동료가 대신 구매해 준 하부 리시버를 이용해 조립한 AR-15형 소총이었다.

두 곳의 주에 수사팀을 급파한 수사 당국은 타무라가 라스베이거스에서 뉴욕시로 이동한 경로를 추적 중이다.

그의 시신에서는 3페이지 분량의 횡설수설하는 메모가 발견되었다.

타무라는 자신이 만성 외상성 뇌병증(CTE, (전투 혹은 미식축구 같은 격렬한 운동으로 인한 머리 외상에서 비롯되는 뇌 질환)을 앓고 있다고 적었다. 당국은 타무라가 "기록으로 남아 있는 정신 건강 문제"를 앓았다고 밝혔다.

타무라는 십대 시절 미식축구를 하긴 했으나, 친구들에 따르면 프로 선수는 아니었다. 애덤스 시장은 그가 "NFL을 원망하는 듯했다"고 주장했다.

그가 남긴 메모에는 "내 뇌를 연구해달라. 미안하다"는 문장이 적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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