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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 체포 장면이 대학생활 마지막 기억으로 남을 것’, 미국 대학 4학년의 호소

2024.05.05
미국 UCLA대학에서 열린 반전 시위에 수많은 학생들이 참석해있다
Getty Images
미국 곳곳에서 열리는 캠퍼스 반전 시위로 여러 대학의 졸업식이 취소되고 있다.

이들은 4년 전인 2020년 1월엔 고등학교 3학년이었다. 졸업이 코앞으로 다가왔을 때 치명적인 팬데믹도 함께 찾아왔다.

3월 중순이 되자 코로나19는 일상을 뒤흔들었고 많은 학생들이 마지막 학기를 집에서 보내야 했다. 졸업 파티는 취소됐다.

4년이 지난 지금, 이들은 대학 졸업을 앞두고 있다. 그리고 축제의 장이어야 할 그들의 졸업식은 다시 한 번 위기에 직면했다.

친팔레스타인 시위가 미국 전역의 130여 개 대학 캠퍼스에서 벌어졌고, 주최 측은 대학에 이스라엘과 관련된 기업과의 관계를 끊을 것을 요구하고 있다.

이들은 대학 운동장 한가운데에 대규모 캠프를 설치하고 해산하라는 여러 차례의 경고를 무시했다. 경찰은 캠프를 급습했고 2000명 이상이 체포됐다.

4학년 학생 세 명이 두 번째로 맞는 격동의 졸업 시즌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는지 들려줬다.

‘경찰 끌려나가는 학생들 모습이 제 대학생활 마지막 기억이 될 것 같습니다’

매디슨 모리스, 22, 텍사스대학

주 경찰이 들이닥친 날은 제가 마지막 기말고사를 치르는 날이기도 했습니다. 제가 캠퍼스에 도착했을 때 이미 경찰이 도착해 학생들에게 접근하고 있었어요.

긴장감이 엄청나게 높았어요. 그렇게 많은 경찰과 가까이 있었던 적은 처음이었어요. 무서웠습니다.

그날 시험공부도 제대로 하지 못했고 집중할 수가 없었어요. 방금 본 것만 계속 떠올랐어요. 제가 원했던 만큼 시험을 잘 봤을지 모르겠어요.

수업 마지막 날 저는 평화롭게 본관 잔디밭에 모여 있던 시위대(동료 학생들)가 경찰에 끌려가 체포되는 장면을 목격했습니다.

미국 텍사스대 4학년 학생 매디슨 모리스가 의자에 앉아 포즈를 취해보이고 있다
Madison Morris
텍사스 대학 4학년인 매디슨 모리스는 대학 마지막 시험날 목격한 학생들이 경찰에 끌려나가는 모습이 대학 시절의 마지막 모습이 될 것 같다며 우려했다

그 장면은 아마 제 기억 속에 영원히 남을 것 같습니다. 제 대학 생활의 마지막 순간이 될 거예요.

지금 일어나고 있는 모든 부정적인 일들을 보면서 행복을 느끼기조차 어렵습니다. 너무 압도돼서 제 성취를 제대로 축하할 수도 없을 것 같아요.

다음 주가 졸업입니다. 고등학교 때 진짜 졸업식을 하지 못했기 때문에 지난 4년 동안 이 날만 기다리고 있었어요. 코로나19 때문에 마스크를 써야 했고 사회적 거리두기도 해야 했죠. 예전 같지 않았어요.

올해는 정말 졸업식 다운 졸업식을 하고 싶었어요. 졸업반 생활을 최대한 즐기고 모든 걸 해보려고 노력해왔지만 이런 일이 일어나고 있으니 힘들어요. 코로나19때처럼 솔직히 모든 것이 매우 디스토피아 같습니다.

'졸업식에 입장하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크레이그 버크헤드-모튼, 21, 예일대학교

저는 4월 22일에 체포된 48명의 학생 중 한 명입니다. 6시 30분에 야영지에서 일어났는데 안전 요원들이 경찰에게 포위당하고 있다는 경고를 하더군요. 그들은 우리에게 일어나서 체포에 대비하라고 말했습니다. 저는 같은 날 수업에 갔어요. 완전히 새로운 차원의 스트레스로 매우 힘든 시간이었습니다.

두 개의 마감 논문이 있어요. 아랍어 프로젝트도 제출해야 하고요. 그런데 이런저런 일들 때문에 아직도 미뤄지고 있어요.

가족을 생각하면 고학년은 정말 중요한 시기입니다. 가족들은 제가 졸업하는 걸 보고 싶어 하거든요. 제 가장 큰 관심사였죠.

아직 대학 측의 대응 계획은 듣지 못했습니다. 여러 가지 면에서 실제 법적 책임보다 더 무서운 일입니다.

예일대 4학년 크레이그 버크헤드-모튼
Craig Birckhead-Morton
크레이그 버크헤드-모튼은 4월 22일에 체포된 48명의 학생 중 한 명이다

졸업식장에 입장하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졸업장이나 최종 성적표를 받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저에게는 성적표가 매우 중요합니다. 컬럼비아에서 합격한 석사 프로그램에 입학하려면 성적증명서가 필요합니다.

개인적으로 저는 예일대에서 습득한 이 모든 지식이 정당한 대의를 위해 쓰여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저는 이 문제에 대해 선을 그을 필요가 있다고 느꼈습니다. 팔레스타인의 상황은 용납할 수 없는 일입니다.

고등학교 3학년 때 3월 첫 주가 기억납니다. 우리는 집으로 보내졌고 모든 것이 원격으로 이루어졌습니다.

그게 끝이 될 줄은 몰랐는데, 정말 그렇게 됐습니다. 파티도, 졸업식도 없었어요. 팬데믹도 제게 큰 혼란을 줬지만, ‘BLM’(Black Lives Matter, 흑인의 생명도 소중하다) 운동도 마찬가지였죠. 그 운동은 제가 고등학교 생활을 마무리하는 결정적인 계기가 됐고, 제가 조직을 만들고 지금의 자리에 오르게 된 계기이기도 했습니다.

'시위대가 학교 생활을 망치고 있어요'

멜리사 마네시, 21세, 서던 캘리포니아 대학교

학생으로서 캠퍼스에서 보내는 이 마지막 며칠은 어느 때보다 행복한 시간이 되어야 해요. 그런데 지금은 시위대에 의해 점령당하고 있습니다. 너무 많은 혼란이 일어나고 있어요. 정말 답답합니다.

시위대가 학교 생활을 망치고 있어요. 대부분의 사람들이 기말고사 대비 공부를 해야 할 시간에 도서관은 문을 열지 않고 있습니다.

헬리콥터가 날아다니고 있습니다. 캠퍼스로 통하는 입구가 두 군데만 열려 있어 일부 학생들은 먼 거리를 걸어가야 합니다. 또한 시위대가 캠퍼스의 넓은 구역을 막고 있어 걷는 것이 안전하지 않다고 느낍니다.

유대인 입장에서, 우리는 두려움에 떨고 있습니다. 그들은 우리에게 소리를 지르고 대량학살 지지자라고 할 거예요. 우리는 극도로 불쾌감을 주는 시위대와 그들의 팻말을 보고 싶지 않아요. 이것들은 공부 스트레스를 가중시키죠. 바로 눈앞에서 이런 일이 벌어지고 있는데 이런 생각을 하지 않기가 어렵습니다. 정신이 산만해지죠.

과거에 누군가 졸업이 취소될 거라고 말했더라면 믿지 않았을 거예요. 그런데 진짜 취소될 거란 사실을 알았을 때 우리 모두는 정말 혼란스럽고 화가 났어요. 우리 모두가 기다려온 학창 시절의 가장 큰 순간 중 하나였는데 이제 그 순간이 사라졌으니까요.

저도 2020학년도에 고등학교 졸업반이었는데, 그때는 코로나 때문에 졸업식을 하지 못했어요. 정말 비슷한 느낌이고 너무 슬프고 속상합니다. 하지만 이번엔 훨씬 더 깊고 개인적인 감정이 드네요. 이번엔 전 세계 모든 졸업생들의 졸업식이 취소된 게 아닙니다. USC대학의 졸업이 취소된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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