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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대급 폭염' 프랑스에서 창문에 분필칠을 하는 이유

4시간 전
하얗게 칠한 창문 앞을 지나가는 한 여성
Getty Images

단순하고 저렴한 방법으로 실내 온도를 낮출 수 있을지도 모른다. 이러한 유행에는 과학적 근거도 있다.

프랑스를 기록적인 폭염이 덮친 가운데, 일부 상점에서는 단순하고 저렴한, 의외의 제품이 품절 사태를 빚고 있다. 바로 분필 가루다.

'블랑 드 뫼동(Blanc de Meudon)' 또는 '뫼동 화이팅(Meudon whiting)'으로 불리는 이 제품은 원래 페인트를 만들거나 세정제로 사용하는 재료다. 그러나 혹독한 폭염이 이어지면서 이를 학교나 주택 등의 창문에 바르는 기발한 방식으로 더위를 식히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는 보도가 나오고 있다.

분필 가루를 물에 섞어 유리창에 바르면 유백색의 막이 형성된다. 이 막은 일부 빛은 통과시키면서도 열은 반사한다. 최근에는 이러한 'DIY(Do it yourself) 냉방법'을 과학적으로 뒷받침하는 연구 결과도 점차 축적되고 있다.

지구 온난화로 폭염이 더욱 잦고 강력해지고, 특히 도시 거주민들의 건강을 위협하는 상황에서 단순히 흰색 페인트를 칠하는 것만으로도 더위를 견디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을까?

복사 냉각

흰색 페인트를 벽이나 지붕에 칠하면 냉각 효과가 있다는 사실은 널리 알려져 있다. 일반적으로 흰색 표면은 햇빛과 열을 반사하는 반면, 어두운색 표면은 이를 흡수한다. 이러한 원리를 이용하면 건물과 도시의 온도를 낮출 수 있다. 시중에서 판매되는 일반 흰색 페인트만 사용해도 표면 반대편의 온도를 한낮 주변 기온보다 최소 섭씨 1.7도 낮출 수 있다.

초백색(ultra-white) 페인트 등 냉각 효과를 극대화하도록 개발된 페인트는 햇빛을 반사하는 데 그치지 않고 '복사 냉각(radiative cooling)' 과정을 통해 열을 외부로 방출해 실내 온도를 더 낮출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인디애나주 퍼듀대 연구진이 초백색 페인트를 활용해 진행한 연구에서는 이 페인트가 햇빛의 최대 98.1%를 반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반적인 흰색 페인트의 반사율은 약 85% 수준이다. 또 다른 연구에서는 초백색 페인트 아래에 초흑색(ultra-black) 도료를 함께 발라 사용할 경우 낮 기온을 최대 섭씨 7.6도까지 낮출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여기서 분필이 효과적인 이유 중 하나는 주성분인 탄산칼슘(CaCO₃) 덕분이다. 탄산칼슘은 반사율이 매우 높을 뿐 아니라 태양 복사에도 강하다.

퍼듀대 냉각기술연구센터 연구원 샹위 리는 "분필은 대부분 탄산칼슘으로 이뤄져 있다"며 "가시광선을 포함한 햇빛을 거의 흡수하지 않기 때문에 흰색을 띠며, 자외선도 흡수하지 않고 근적외선 역시 거의 흡수하지 않아 햇빛을 반사하는 데 매우 적합하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특성 때문에 일부 연구진은 새로운 형태의 '초냉각(super cool)' 페인트에 탄산칼슘 나노입자를 활용하고 있다.

호주 시드니 뉴사우스웨일스대에서 냉각 페인트를 연구하는 지아슈오 왕은 "이러한 입자들은 복사 냉각 페인트에 널리 사용되며, 우리가 개발 중인 초냉각 페인트에도 활용되고 있다"고 말했다.

분필은 착용자의 체온을 낮춰주는 직물 코팅에도 사용되고 있다. 분필의 주성분인 탄산칼슘 입자가 자외선과 열을 전달하는 근적외선을 효과적으로 반사하기 때문이다.

또한 분필은 건강과 환경에 미치는 영향이 비교적 적은 물질로 평가된다. 다만 실내에서 사용할 경우 분진을 흡입하면 호흡기 건강에 일부 위험이 있을 수 있다.

하얗게 칠한 창문 앞을 지나가는 여성
Getty Images
'블랑 드 뫼동'이라고도 불리는 분필 가루가 올여름 프랑스 사람들이 더위를 식히는 데 도움을 주고 있다

하얗게 칠한 창문과 지붕

프랑스 언론에 따르면 섭씨 40도를 웃도는 폭염이 이어지면서 '블랑 드 뫼동' 수요가 급증해 전국 곳곳에서 품절 사태가 일어나고 있다.

블랑 드 뫼동은 원래 상점이 공사를 할 때 쇼윈도를 가리거나, 정원사가 온실 유리를 희게 칠하는 데 사용돼 왔다. 그러나 창문에 분필 페인트를 칠하는 방법이 소셜미디어를 통해 확산하면서 제품 수요가 폭증했다고 프랑스 언론들은 전했다.

프랑스 일간지 '우에스트 프랑스'는 필리프라는 한 소비자의 말을 인용해 "이 방법은 지난 폭염 때도 얘기가 나와서 알고 있던 것이지만, (분필을) 사는 걸 깜빡했다"며 "이제는 너무 늦었다. 어디를 가도 (분필이) 품절 상황"이라고 전했다.

프랑스 일부 학교들도 창문에 분필 페인트를 칠했지만, 한 관계자는 "완벽한 해결책은 아니다"라며 무엇보다 지붕 단열이 제대로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일부 주민들은 아파트 창문도 흰색으로 칠하고 있다.

리 연구원은 "창문을 흰색으로 칠하면 벽을 칠하는 것보다 훨씬 더 큰 효과로 실내 온도를 낮출 수 있다"고 말했다.

분필과 일반적인 흰색 페인트는 모두 가격이 저렴하다. 또한 에어컨처럼 전력을 소비하거나 실외로 열을 방출해 전체적인 열섬현상과 탄소배출을 악화시키지 않는다. 페인트는 생산 과정에서만 에너지를 사용할 뿐이다.

프랑스 현지에서는 지붕에 흰색 페인트를 바르는 방식을 '르 쿨 루핑(le cool roofing)'이라고도 부르는데, 이 또한 폭염에 대응하는 지속가능하고 간단한 해법으로 주목받고 있다. 이는 그리스를 비롯한 남유럽 여러 지역에서 더위를 막기 위해 집을 흰색으로 칠해온 오랜 전통을 활용한 방식이다.

한 연구에서는 흰색 또는 반사 코팅을 한 쿨 루프가 폭염 기간 런던의 평균 기온을 약 섭씨 0.8도 낮춰 폭염 관련 사망 약 249건을 예방할 수 있었을 것으로 추정했다.

또 다른 가정용 피서 방법을 찾는 사람들에게 의외의 대안도 있다. 바로 요구르트다.

영국 연구진이 진행한 한 실험에서 요구르트를 창문에 칠한 주택의 실내 온도가 평균 0.6도 더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덥고 맑은 날에는 얇은 요구르트 막만으로도 실내 온도가 최대 3.5도까지 낮아질 수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처음에는 냄새가 날 수 있지만, 연구진은 요구르트가 마르면서 냄새도 빠르게 사라지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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