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탄도 미사일 공격으로 우크라이나 북동부 수미 지역서 최소 34명 사망
우크라이나 당국이 지난 13일(현지시간) 북동부 수미 중심부를 노린 러시아의 미사일 공격으로 어린이 2명을 포함해 최소 34명이 사망하고 117명이 부상당했다고 밝혔다.
현지 시각으로 오전 10시 15분경, 이스칸데르 계열 탄도미사일 2발이 수미국립대학과 인간 컨벤션센터 부근을 강타했다.
현장을 담은 영상과 사진에는 미사일이 떨어진 주변 거리에 피투성이가 된 시신 여러 구가 흩어져 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부상자 중에는 올해 태어난 여아도 포함되어 있다며 의료진은 최대한 많은 생명을 구하고자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날 저녁 영상 연설을 통해 "종려주일(부활절 일주일을 앞둔 일요일) 도시 중심부를 덮친 공격"이라면서 "정말 제정신이 아닌 쓰레기 같은 자들만 벌일 수 있는 일"이라고 일갈했다.
한편 러시아 측은 이번 공격에 대한 공식적인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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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 당국은 BBC에 이번 공격으로 교육기관 4곳, 카페, 상점, 아파트 건물 5채 등 건물 총 20채가 피해를 입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차량 10대와 노면전차(트램)도 피해를 보았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대화로는 탄도미사일과 공습을 막을 수 없다"면서 다른 국가들의 "단호한" 대응을 촉구했다.
"러시아는 정확히 이런 종류의 테러를 원해 저지르며 전쟁을 계속 끌고 가고 있다"는 젤렌스키 대통령은 "침략자에 대한 압박 없이 평화가 불가능하다"고 덧붙였다.
BBC 우크라이나어 서비스에 따르면 피해를 본 대학의 컨벤션 센터는 어린이 수업에 자주 사용되던 공간이다. 현지 주민들은 이 공간이 "도시 전체의 교육 중심지"였으며, "다양한 강좌와 동아리 활동, 수업 등이 매우 활발하게 열리던 곳"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수미 지역 당국은 BBC와의 인터뷰에서 해당 미사일에 넓은 지역에 걸친 무차별 살상이 가능한 집속탄이 장착되어 있었다고 주장했다.
이로 인해 사망자가 집중적으로 발생한 구역에 차량이 불타고, 나무가 구부러진 것으로 보인다.
한편 나탈리아라는 이름의 여성은 2번째 미사일이 자신의 차량을 덮쳤을 때 자신의 아이와 다른 아이들을 데리고 대피소로 이동한 상태였다.
나탈리아는 BBC와의 인터뷰에서 "제시간에 대피소로 이동하지 않았다면 (미사일 공격 당시) 우리는 여전히 차 안에 있었을 것이고, 아마도 목숨을 잃었을 것"이라고 했다.

스비틀라나 스미르노바(51)는 종려주일을 맞아 친구들과 함께 교회에 있었으나, 공격이 시작되자 대피소로 달려갔다고 회상했다.
"제 지인 중에는 여기 서 있던 버스에 타고 있다 부상을 입은 이도 있다"는 스미르노바는 "심각한 부상을 입어 현재 병원으로 옮겨져 수술을 받았으나 아직도 의식이 없다. 함께 있던 지인의 아들도 부상당했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번 공격에 대해 전 세계 지도자들도 비난의 목소리를 높였다.
미국의 우크라이나 및 러시아 특사인 키스 켈로그는 이번 공격이 "모든 도덕적 선을 넘은 공격"이었다면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이번 전쟁을 끝내고자 노력하는 이유"라고 밝혔다.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는 "끔찍한" 공격이라고 비난했다.
그러면서 "젤렌스키 대통령은 평화에 대한 의지를 보여줬고, 이제 푸틴 대통령이 우크라이나가 그랬던 것처럼 조건 없는 즉각적인 휴전에 동의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또한 이번 수미 공습은 러시아에 즉각적인 휴전을 강제할 필요성을 더욱 보여준다고 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X를 통해 "이 전쟁은 러시아가 시작했다. 그리고 오늘날 러시아만이 인간의 생명과 국제법, 트럼프 대통령의 외교적 노력을 노골적으로 무시한 채 전쟁을 계속 이어 나가고 있다. 이는 모두가 알고 있는 일"이라고 비난했다.
스타머 총리와 마크롱 대통령은 최근 우크라이나 평화협정 이행하고자 '의지의 연합' 구성 방안을 함께 논의하고 있다.
한편 이번 공격은 스티브 위트코프 미국 특사가 이달 초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회담한 직후 발생했다.
당시 크렘린궁은 4시간가량 대화가 이어졌으며, "우크라이나 합의의 측면"에 초점을 맞추었다고 설명했다. 올해 들어 3번째인 위트코프 특사와 푸틴 대통령의 이번 만남에 대해 키릴 드미트리예프 러시아 특사는 "생산적인" 대화였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