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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하마스 2단계 휴전 협상 교착 상태…위기에 빠진 가자 지구 휴전

2025.03.04
라마단 기간 가자 북부 자발리아 난민 캠프에서 한 가족이 무너진 집 잔해 근처에서 금식을 끝내고 식사하는 모습
Reuters
이스라엘은 지난 1일 밤 1단계 휴전이 만료된 이후 가자 지구로의 식량과 연료 유입을 차단했다

지난 1일(현지시간) 밤 1단계 가자 지구 휴전이 만료되었다. 그리고 항상 불확실한 것으로 평가되던 가자 지구 휴전 2단계는 시작되어야 하는 순간부터 사실상 끝이 난 모양새다.

황폐해진 이 지역에서 전쟁이 재개되며 팔레스타인인들의 고통이 깊어지고, 하마스가 억류하고 있는 나머지 인질들의 목숨이 위험에 빠질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미국의 지원을 받는 이스라엘은 지난 1일 휴전 협정의 1단계가 종료된 후 새로운 협상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리고 하마스가 이 새로운 협상안을 받아들이기 전까지 가자 지구로 향하는 모든 인도주의적 지원을 차단했다.

이에 이집트 측은 '명백한 위반"이라며 날카롭게 반응했다. 미국과 함께 이번 휴전의 중재자로 나선 두 아랍 국가인 이집트와 카타르는 이스라엘이 "식량을 전쟁 무기로 사용"함으로써 국제 인도법을 위반했다고 비난하고 나섰다.

앞서 합의 조건에 따라 이스라엘은 필수적인 인도주의적 물자를 실은 트럭 600대를 매일 가자 지구로 들여보내야 한다. 그리고 휴전 1단계가 진행된 42일 동안 엄청난 수의 트럭이 가자 지구에 진입했다.

다른 아랍 국가들 및 인도주의적 단체의 지도자들도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4일 가자 지구 재건을 위한 긴급 아랍 정상회의를 위해 이집트 카이로에 도착한 안토니우 구테흐스 UN 사무총장은 "즉각적인" 지원 재개를 촉구하며 "적대 행위로의 복귀를 막고자 모든 당사자가 모든 노력을 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2023년 10월 7일 하마스의 이스라엘 공격 당시 납치되어 가자 지구에서 포로로 끌려갔다가 숨진 이치크 엘가랏의 관에 입을 맞추고 있는 형제의 모습(2025년 3월 3일 이스라엘 키부츠 ‘니르 오즈’에서 장례식이 열렸다)
Reuters
지난 3일 이스라엘에서는 지난주 하마스가 시신을 넘긴 인질 이치크 엘가랏의 장례식이 열렸다

올해 1월 19일 발효된 휴전 협정에 따르면 이번 주는 이스라엘은 이집트-가자 지구 경계선을 따라 난 필라델피 회랑에서 병력을 철수하고, 종전을 위한 협상에 속도가 붙고, 남겨진 모든 인질들이 석방되고, 그 대가로 더 많은 팔레스타인 수감자가 풀려나야 하는 시기다.

그러나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스티브 위트코프 미 중동 특사가 새로운 계획을 제시했다고 밝혔다.

위트코프 대사는 아직 해당 제안의 내용을 밝히지는 않았으나, 네타냐후 총리는 휴전 1단계가 50일 더 연장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슬람의 성월 라마단과 유대교의 주요 명절인 유월절이 포함되게 된다.

네타냐후 총리에 따르면 그 대가로 하마스는 남아 있는 인질 중 절반을 즉시 석방해야 한다. 이스라엘 측은 59명이 여전히 포로로 잡혀 있으며 이중 "최대 24명"이 살아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힌 바 있다.

이러한 갑작스러운 변화에 대해 지난 3일 하마스 측은 "합의를 회피하고 2단계 협상에 들어가지 않으려는 (이스라엘의) 노골적인 시도"라고 비난했다.

하마스는 인질들을 가장 중요한 협상 카드로 여기고 있으며, 자신들이 받아들일 수 있는 조건으로 현재의 대치 상태가 종료되기 전까지 인질들을 붙잡고 있고자 전력을 다할 것이다.

하루 전 바드르 압델라티 이집트 외무부 장관은 "모든 당사자가 지난 1월에 서명한 내용을 충실하고 완전하게 이행하는 것 외에 다른 대안은 없다"며 강조했다.

지난 3일 칸 유니스의 나세르 병원에서는 가자 지구 남부 라파에서 이스라엘의 드론 공격으로 사망한 팔레스타인인 2명의 장례식이 열렸다. 장례식에 참석한 여성들이 서로를 위로하고 있다
Reuters
지난 3일 가자 지구 남부에서 팔레스타인인 2명이 이스라엘군에 의해 목숨을 잃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스라엘 언론은 휴전을 2주 더 연장하고 이스라엘 군이 필라델피 회랑 및 가자 지구를 남북으로 관통하는 주요 도로인 살라 알-딘 도로에서 철수하는 대가로 살아있는 인질 3명과 숨진 3명의 유해를 돌려준다는 내용으로 이집트가 하마스에 제시한 내용에 대해 보도했다.

그러나 휴전 협상에 대해 잘 아는 한 아랍 외교관은 "전문 (협상) 팀이 지속적으로 논의 중"이지만 아직 카이로에서 회담이 재개되지 않았다고 했다.

이러한 시점에서는 언제나 위험한 교착 상태가 이어질 수밖에 없다.

네타냐후 총리의 주된 목표는 언제나 하마스의 군사적, 정치적 장악력 "파괴"였다.

인질 인계 과정에서 하마스가 무대에서 보여준 잘 짜인 의식과 무력 과시는 이스라엘인들의 분노를 샀고, 상당히 위축되기는 했지만 그래도 여전히 하마스가 가자 지구를 장악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아랍 외교 소식통에 따르면 하마스 또한 이번 전쟁이 끝나면 가자 지구 운영에 관여하지 않겠다고 인정했으나, 그곳에 남아 있는 자신들의 남은 영향력까지 철수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한다. 이는 이스라엘과 또 이스라엘의 핵심 동맹국인 미국으로서는 받아들일 수 없는 일이다.

지난 2일 인질의 가족과 지지자들이 예루살렘 소재 총리 관저 밖에서 나머지 인질들을 모두 집으로 데려오라고 촉구하고 있다
EPA
인질 가족들은 가자 지구에 아직도 잡혀 있는 모든 인질을 돌려받을 수 있는 협정을 체결해야 한다고 이스라엘 정부에 촉구하고 있다

지난 2일 '미국 국가안전보장회의(NSC)'는 이스라엘의 "다음 단계"에 대한 전폭적인 지지 의사를 표시하며, "더 이상 협상된 휴전에 관심이 없음을 시사한" 하마스를 강하게 비난했다.

네타냐후 총리는 영상 연설을 통해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을 "백악관 내 가장 위대한 이스라엘의 친구"라고 묘사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스라엘 언론은 미국이 한편으로는 전쟁을 재개하지 말라고 이스라엘을 압박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러한 종류의 압박은 올해 1월 20일 트럼프 팀이 백악관에 들어서기 전부터 이미 휴전 협정을 성사시킨 요소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편 모든 인질의 귀환을 외치는 이스라엘 국민들의 압박도 커지고 있다.

2일 밤에는 시위대 수백 명이 예루살렘 총리 관저 밖에서 모여 경찰의 바리케이드를 뚫기도 했다.

지지자들로부터는 "세계 최고의 평화 중재자"라고 칭송받는 현 미국 대통령은 다시 한번 전쟁과 평화의 변수를 설정할 가능성이 있다.

그러는 동안 양측은 자신들의 조건대로 평화를 얻기 위한 선택지를 고려하며 전투를 재개할 준비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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