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의 '아일랜드 통일' 발언... 무엇을 겨냥했나
다른 나라 정상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만날 때 확실한 것은 단 하나, 무슨 일이 벌어질지 예측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틀간 아일랜드 방문도 예외는 아니었다.
방문 첫날부터 트럼프 대통령의 '아일랜드 통일을 보고 싶다'는 발언이 전 세계 언론의 주요 헤드라인을 장식할 것이라고는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다.
이 발언의 파장이 아일랜드와 영국 전역으로 확산하면서, 미국 행정부의 새로운 정책 기조를 의미하는 것인지 아니면 기자들의 질문에 자유롭게 답하는 것을 즐기는 트럼프 대통령의 즉흥적 발언인지를 두고 해석이 엇갈렸다.
공화당 소속 전 하원의원인 믹 멀베이니 전 대북아일랜드 특사는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을 지나치게 확대 해석해서는 안 된다고 경계했다.
그는 "이번 발언이 미국 외교정책의 변화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미국은 여전히 성금요일협정을 확고히 지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민주당 소속 브렌던 보일 하원의원도 "성금요일협정은 미 정치권에서 초당적 지지를 받고 있으며, 이는 바뀌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두 사람 모두 아일랜드가 '결국' 통일될 것이라는 트럼프 대통령의 전망에는 어느 정도 동의했다. 다만 이것이 미국이 조만간 아일랜드 통일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겠다는 의미는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자유로운 분위기의 기자회견에서 질문에 답하며 나온 발언과는 달리, 트럼프 대통령은 잠시 뒤 주아일랜드 미국대사 관저에서 초청 인사들을 대상으로 한 연설에서도 같은 입장을 되풀이했다.
특히 연설을 시작하자마자 이 문제를 거의 가장 먼저 언급했다. 앞선 발언이 상당한 논란을 불러일으켰다는 점을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이후 연설의 내용도 다소 이례적이었다. 당초 아일랜드와 아일랜드계 미국인 기업인들을 대상으로 한 20분 연설로 예정됐지만, 실제로는 두 배가량 길어졌고 상당 부분이 미국 국내 현안에 할애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화법을 '더 위브(the weave·엮어 말하기)'라고 부른다.
연설 도중 주제를 자유롭게 넘나들며 원고에서 벗어났다가 다시 본론으로 돌아오는 방식이다.
이날도 불법 이민 단속과 각종 협상 타결, 방위산업 생산 확대 등 자신이 성과라고 평가하는 사안들을 잇달아 강조했다.
또 영국이 미국의 대이란 군사작전을 충분히 지지하지 않고 있다며 비판을 되풀이했다.
다가오는 중간선거
그렇다면 트럼프 대통령의 연설은 누구를 겨냥한 것이었을까. 더블린에 모인 기업인들이었을까, 아니면 미국 대부분 지역이 아직 동트기 전인 시간에 연설을 지켜보던 미국 유권자들이었을까.
오는 11월 치러질 중요한 중간선거가 빠르게 다가오는 가운데, 공화당은 트럼프 대통령의 정책으로 거센 압박을 받고 있다.
공화당은 연방 상·하원 가운데 한 곳 또는 양쪽 모두의 주도권을 잃을 가능성이 있다.
미국인 약 10명 중 1명은 자신이 아일랜드계라고 밝히지만, 이들이 하나의 동질적인 유권자 집단을 이루는 것은 아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몇 년간 공화당과 민주당 사이에서 지지 정당을 바꿔온 아일랜드계 미국인 무당층이나 부동층을 겨냥한 것일까.
이들 가운데 일부는 아일랜드 통일을 지지한다. 한 표라도 더 확보해야 하는 상황에서 이 점이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에 어느 정도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있다.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 아일랜드 평화 정착 과정에 적극 관여하겠다고 약속하며 아일랜드계 미국인들의 폭넓은 지지를 얻었다.
이들은 클린턴 전 대통령에게 표를 던졌고, 그는 당선 뒤 약속을 이행했다. 당시의 노력은 성금요일협정의 토대를 마련하는 데 크게 기여했다.
그러나 오늘날 아일랜드계 미국인 사회는 당시와 크게 달라졌다. 정치적 양극화가 심화하면서 미국 자체도 이전과는 다른 사회가 됐다.
오는 11월 중간선거를 앞둔 선거운동 양상을 보면 이러한 상황이 조만간 달라질 가능성은 없어 보인다.
다만 아일랜드 정치권은 14일에는 논쟁거리가 골프장에서의 경기 내용뿐이기를 바랄 것이다.
본 기사는 영어 원문을 번역하는 과정에서 인공지능(AI)을 사용했으며, 출고 전 BBC 기자의 확인을 거쳤습니다. BBC의 AI 활용 정책을 더 알고싶다면 클릭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