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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드풀과 울버린'은 마블의 구세주가 될 수 있을까?

2024.07.28
데드풀과 울버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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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언 레이놀즈의 ‘데드풀’과 휴 잭맨의 ‘울버린’의 만남이 기대를 모으고 있다

“내가 메시아이며… 내가 바로 마블의 예수님!”

2018년 이후 처음으로 스크린에 복귀하는 라이언 레이놀즈의 데드풀이 3번째 주연 영화 ‘데드풀과 울버린’에서 신랄한 19금 및 자학 개그 입담을 자랑하는 반항적인 안티히어로로 등장하며 외치는 대사다.

데드풀 특유의 반항기 어린 대사다. 그러나 가장 날카로운 농담엔 진실이 담겨 있기 마련이다.

‘월트디즈니’의 ‘마블’ 프랜차이즈에는 슈퍼히어로가 부족하진 않지만, 지금 당장 구원해 줄 누군가가 필요한 상황이다.

주로 스파이더맨, 토르, 헐크 혹은 어벤져스 슈퍼히어로와 같은 유명 영웅들이 구세주로 활약했었다. 그러나 마블이 침체기를 겪고 있다는 목소리가 높은 지금, 마블의 상황은 예전 같지 않다.

다행인 것은 이러한 시점에서 라이언 레이놀즈의 데드풀이 마블의 창의적인 멀티버스(다중우주) 세계관 덕에 ‘마블시네마틱유니버스(MCU)’에 합류하게 된 휴 잭맨의 울버린과 만났다는 것이다.

사실 몇 년 전만 해도 마블의 침체기란 상상할 수 없었다. 2019년 MCU 시리즈의 최고 정점이었던 영화 ‘어벤져스: 엔드게임’으로만 21억파운드(약 3조7000억원)의 수입을 벌어들인 마블 스튜디오는 2008년 이후 33편의 영화를 통해 총 약 230억파운드(약 40조9200억원)를 벌어들였다.

하지만 지난해 영원히 단단할 것만 같았던 그 위세가 흔들렸다. ‘더 마블스’(2023)의 수입이 마블 시리즈 역대 최저치인 3800만파운드(약 676억원)를 기록한 것이다.

블록버스터 영화부터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스트리밍 서비스에 공개된 TV 드라마 시리즈에 이르기까지, 작품끼리 서로 연결된 멀티버스 콘텐츠가 쉼 없이 쏟아지면서 관객들은 극심한 피곤을 느끼는 듯했다.

‘버라이어티’의 타티아나 시겔 기자는 ‘마블의 위기’라는 제목으로 “시청자가 도저히 이해할 수 없게 혼란스러운 서사”라고 꼬집기도 했다. 마블을 이끄는 케빈 파이기 CEO가 한꺼번에 너무 많이 영화 프로젝트를 벌이는 바람에 제대로 된 품질을 유지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밥 아이거 디즈니 CEO 또한 속편에 의존하는 문화에서 벗어나 스토리를 우선시하겠다고 약속하며, 양적으로 밀어붙이는 바람에 브랜드가 “희석됐다”고 공개적으로 인정했다.

영화 속 한 장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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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초반, 데드풀은 ‘웨폰 X’ 프로젝트를 통해 얻은 재생 능력으로 암을 이겨내며 평범하게 ‘웨이드 윌슨’으로 살고자 노력한다

이달 초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레이놀즈는 이번 영화가 지닌 독특한 정체성을 강조한 바 있다. 점점 더 진부해지는 MCU에 대한 자학 개그를 통해 자기 비난을 보여주면서도 다시 날카로운 매력을 더했다는 것이다.

공동 각본가 및 제작자로도 참여한 그는 “MCU를 위해 색다른 유형의 영화”를 제작하게 돼 “정말 자랑스럽다”고 밝혔다.

레이놀즈는 BBC와의 인터뷰에서 ‘메시아’ 관련 대사에 대해 데드풀이 언제나 “얼마나 적절한 타이밍에 적절한 곳에 있는지”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해당 대사는 “미디어 보도 트렌드를 분석하기도 전에 작성됐다”고 한다.

한편 이번 영화에서 데드풀은 슈퍼히어로로서의 과거에서 벗어나 평범하게 살려고 노력한다. 그러나 어지러운 멀티버스의 타임라인의 균형을 추구하는 ‘시간 변동 관리국(TVA)’이 통제 불능 상태에 빠지면서 그의 평화롭던 삶에도 금이 가게 된다.

TVA의 분석가 ‘패러독스’(매튜 맥페이든 분)는 중앙의 ‘성스러운’ 타임라인을 지키고자 은밀히 데드풀을 영입하고자 한다. 데드풀은 살아 있는 울버린을 자신의 타임라인을 끌어들여 세상을 구하고자 노력한다.

한편 이 두 캐릭터의 또 다른 스핀오프 작품이 나올 가능성에 대해 묻자, 레이놀즈는 마블이 최근 겪고 있는 함정에 빠지고 싶지 않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레이놀즈는 BBC와의 인터뷰에서 “나는 영화 그 자체로 영화인 작품을 좋아한다”면서 “‘데드풀과 울버린’은 또 다른 영화를 위한 광고가 아니다. 어디 일부 같은 존재가 아니”라고 강조했다.

‘수십 년간의 우정’

배우 라이언 레이놀즈와 휴 잭맨은 레이놀즈가 데드풀로 처음 등장한 영화 ‘엑스맨 탄생: 울버린’(2008) 이후 거의 20년간 알고 지낸 사이로, 돈독한 우정을 자랑한다.

잭맨은 웃으며 “울버린은 정말 질투심이 많다”면서 “다른 사람을 언급하면 울버린은 죽여버릴 수 있다. 특히 그게 다른 호주 출신 슈퍼히어로라면 더 그렇다”는 농담을 던졌고, 이에 레이놀즈는 “아시죠? 발톱이 나올 수 있다 …”고 맞받아쳤다.

그러나 숀 레비 감독은 “그래서 ‘토르’가 나온다는 거죠!"라며 또 한 번 맞받아쳤다. ‘토르’는 마찬가지로 호주 출신인 배우 크리스 헴스워스가 맡은 슈퍼히어로다.

(왼쪽부터) 라이언 레이놀즈, 숀 레비 감독, 휴 잭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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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라이언 레이놀즈, 숀 레비 감독, 휴 잭맨

이러한 두 배우의 대화를 통해 캐나다 출신 스타 레이놀즈가 잭맨과의 현실 우정을 어떻게 스크린에 반영했는지 느낄 수 있다. 레이놀즈는 이번 영화를 만들며 “대사를 쓰는 과정이 즐거웠다”면서 “나와 휴는 … 많은 걸 함께 겪은 사이로서, 실제 우리끼리 나누는 대화와 영화 대사간 선이 미묘했다”고 설명했다.

“휴와 저는 겉으로는 매우 농담하길 좋아하는 사람들이지만, 실제로 우리 대화는 매우 강렬하고, 감정적이며, 우리의 삶 등 모든 주제를 넘나듭니다.”

함께한 마블 코믹스 역사

미국 정부의 ‘웨폰 X’ 프로젝트 실험의 희생양으로 비슷한 능력을 얻게 된 데드풀과 울버린은 애증의 관계다.

1980년대, 처음엔 서로 적으로 등장한 이 둘은 1999년에선 코믹스에서 ‘프레너미’(친구와 적의 합성어) 관계를 확실히 다졌다. ‘웨폰 X’ 프로젝트에서 서로를 고문하며 유대감을 다진 이들은 나중엔 맥주까지 나눠 마시는 사이가 된다.

‘너디스트’의 에릭 디아즈 기자는 “(이 둘의) 어색한 우정은 이렇게 시작됐다”고 말했다.

그러던 2019년, 디즈니가 ‘20세기 폭스(20세기 스튜디오)’를 인수하며 데드풀과 울버린은 공식적으로 MCU 멤버가 됐다.

그리고 이번에 개봉하는 ‘데드풀과 울버린’은 몇 년간의 야망을 실현하는 작품이다.

지난 2017년 비평가들의 호평을 받은 영화 ‘로건’에서 잭맨의 울버린은 죽음을 맞이했는데, 잭맨은 당시 자신이 이제 울버린과 “작별했다”고 말했던 건 진심이었다고 회상했다.

하지만 2016년 당시 촬영이 끝난 지 몇 주 만에 색다르고 매콤한 코미디인 ‘데드풀 1’(2016)을 보며 자신의 결정을 후회했다고 한다.

시트콤 ‘오드 커플’ 등 고전적인 버디물(주인공 2명이 콤비로 활약하는 작품)과 같은 조합을 상상하며 “지난 4~5년간 (데드풀과 울버린) 이 둘의 만남을 상상했다”는 설명이다.

데드풀과 울버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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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0년대 코믹스로 거슬러 올라가는 데드풀과 울버린의 강렬한 애증의 관계는 지금도 이어지고 있다

그리고 잭맨은 이러한 소망을 떨쳐버리지 못했다.

“날짜도 기억납니다. 2022년 8월 14일이었습니다. 당시 전 운전 중이었는데, [울버린을] 다시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 라이언의 데드풀과 함께 말이에요.”

결국 잭맨은 차를 멈추고 레이놀즈에게 전화를 걸어 아이디어를 설명했다.

마침 타이밍도 완벽했다. 왜냐하면 레이놀즈는 숀 레비 감독과 함께 몇 시간 뒤 마블에 3번째 데드풀 영화를 제안하러던 참이었다.

레비 감독은 잭맨의 합류가 3번째 데드풀 영화가 만들어져야 하는 “이유”와 “핵심”을 잡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고 말했다.

울버린의 ‘신선한’ 귀환

레이놀즈의 데드풀은 디즈니 영화답지 않게 수많은 19금 농담을 늘어놓는다. 잭맨에겐 이미 사랑받는 울버린 캐릭터를 더 깊이 탐구할 절호의 기회였다.

“이 울버린 캐릭터엔 제가 언제나 다양한 버전으로 표현하고 전달하고자 했던 부분이 있습니다. 제가 언제나 추구하던 부분이죠. 그리고 (레이놀즈와 레비 감독은) 이를 해냈습니다.”

수년간 뮤지컬 무대에 섰으며, 뮤지컬 영화 ‘위대한 쇼맨’(2017)에서 주연도 맡았던, 올해 55세의 배우 휴 잭맨은 나이에 따른 관점 덕에 새롭게 열정을 다지게 됐다고 설명했다.

“정말 간절하게 원해서 돌아오게 됐기에, 특히 이러한 형태로 돌아오게 됐기에 정말 신선하게 느껴졌습니다.”

영화 ‘엑스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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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엑스맨’(2000)에서 울버린으로 처음 등장한 휴 잭맨의 모습
휴 잭맨이 연기한 울버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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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 잭맨은 25년간 연기한 울버린 역이지만, 숀 레비 감독의 스토리와 라이언 레이놀즈 덕에 “신선하게” 느껴졌다고 말했다

한편 마지막으로 공개된 예고편으로 팬들은 흥분한 상태다. 영화 ‘로건’에서 유명한 작별 장면으로 유명한, 딸 ‘로라’ 역을 맡았던 다프네 킨이 깜짝 등장하기 때문이다.

팬들을 위한 전형적인 서비스다. 그러나 의지만으로는 마블의 영화를 다시 되살릴 블록버스터가 될 순 없다.

마블엔 진정성 있고 탄탄한 스토리텔링을 갖춘 영화가 필요하다.

‘데드풀과 울버린’은 (할리우드 작가 파업으로 각종 영화 제작이 지연되며) 올해 개봉하는 유일한 디즈니 지원 MCU 작품이지만, 이게 꼭 나쁜 소식만은 아닐 수 있다.

비평가들의 의견은 엇갈리고 있지만, 이번 영화에 대해 마블이 정말 필요했던 활력소 한방이라고 말하는 이들이 많다.

‘가디언’은 별 3개를 주며 이번 영화가 “MCU에 대한 자학 개그가 돌아왔다”면서 자신이 메시아라는 데드풀의 농담은 “사실 맞는 말”이라고 평했다.

‘버라이어티’는 특수 효과와 액션 시퀀스가 2018년 개봉한 ‘데드풀2’와 같은 특수 효과나 액션 시퀸스는 아니더라도, 팬들의 “눈을 촉촉하게 적시는” 서비스를 높이 평가했다. ‘버라이어티’의 영화 비평가 피터 데브루지는 “이 장르엔 대대적인 개혁이 필요하다. 그리고 이 어릿광대 같은 캐릭터야말로 그 역할을 해낼 수 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인디펜던트’는 별 2개를 주며 “지루하고 짜증 나는 기업 합병 영화”라는 점을 무시하고 지나가기 힘들다고 꼬집었다.

‘할리우드 리포터’는 이번 영화가 미국에서 개봉주에만 무려 1억6500만달러(약 2280억원)의 수입을 거두며 R등급(청소년 관람 불가) 영화 중 역대 최고 개봉 성적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데드풀과 울버린’은 MCU의 구세주가 될 수 있을까. 이 영화 하나만으로 모든 영광을 되찾긴 힘들 것이다. 멀티버스 콘텐츠가 지닌 문제는 단순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확실히 이번 영화를 통해 활력을 불어넣었으며, 어느 타임라인에 있던 재미를 속삭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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