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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도 보는 생중계' 유튜버는 누구...'해장국'인가 확증편향인가

1일 전
유튜브를 시청하는 시위 참가자
Getty Images
지난 12월 탄핵 정국 이후로 유튜브에서 뉴스·정치 컨텐츠를 제작하는 유튜버들의 구독자 수가 급격히 증가했다

"실시간 생중계 유튜브를 통해 여러분께서 애쓰시는 모습을 보고 있습니다."

지난 1일, 윤석열 대통령은 자신에 대한 체포영장 집행이 임박하자 용산 관저 앞에서 몰려든 시위대와 지지층을 '자유민주주의 수호세력'이라고 지칭하며 이와 같은 메시지를 시위대에 전달했다.

대통령도 '보고 있다'는 이들, 과연 누구일까.

집회활동 등을 유튜브 라이브로 생중계하기도 하고, 현 정치 사안에 대해 토론하는 방송 콘텐츠를 제작해 유튜브 채널을 운영해 나가는 뉴스·정치 유튜버들의 움직임이 지난 한 달간 혼란스러운 정세 속에서 더욱 활발해졌다.

플레이드보드, 소셜러스 등 다수의 유튜브 통계 분석 서비스 플랫폼의 통계에 따르면 지난 몇 주간 뉴스·정치 분야의 카테고리 내에서 KBS, JTBC, YTN 등 지상파 및 공중파 뉴스 채널을 제외하고 보수 진영의 개인 유튜브 채널이 상위권 자리를 다수 차지하고 있다.

이들의 구독자 수도 지난 한 달간 급격히 증가했다. 일례로 국내 최대 규모의 보수 성향 유튜브 채널 중 하나인 '신의한수'의 구독자 수는 지난 10월부터 12월까지 두 달간 약 150만 명이었으나, 윤 대통령의 계엄 선언에 이어 탄핵 등 정국이 혼란에 빠진 12월 초부터 급격히 증가해 한 달간 약 10만 명이 늘어났다.

그런가하면 진보 진영의 채널도 그들만의 영향력을 행사한다. 이들은 윤 대통령의 계엄 이후 대통령의 즉각 체포 등을 요구하고자 거리로 나와 시위에 참여하는 시민들을 생중계하는 등 최근 정국에 대해 비판하는 콘텐츠를 제작해 올리곤 한다.

보수와 진보라는 정치적 성향도, 목적도 다르지만 시위 및 집회 현장을 담아내고자 '아스팔트'로 나온 이들은 이번 정치적 혼란으로 세력을 더욱 공고히 하는 모양새다.

'해장국' 컨텐츠인가

유튜브 스트리밍을 하는 정치 유튜버
Getty Images
일부는 레거시 미디어를 대체하기 위해 시청자 후원으로 운영되는 유튜브를 찾는다고 말한다

김용민 씨는 76만 명이 넘는 구독자 수를 보유한 김용민TV를 이끄는 진행자다. 지난 12월 4일 여의도에서 열린 윤석열 대통령 탄핵 요구 시위 현장에 나가 라이브 방송을 진행하기도 했다.

'진보' 성향의 방송을 주로 진행하는 것으로 알려진 김 씨의 첫 시작은 팟캐스트였다. 하지만 팟캐스트보다는 유튜브가 더 보편화된 국내 특성에 맞게 2018년 유튜브로 전향해 채널을 운영해오고 있다.

시청자들의 유입 증가 이유에 대해 김 씨는 BBC 코리아에 "한국은 언론에 대한 통제 제약이 심하고, 특히 거대 자본으로부터 광고 비용을 충당하는 레거시 미디어의 경우에는 제도권의 틀에서 벗어나기 힘들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유튜브 채널은 1인이 혼자 운영하는 경우도 허다해요. 제도권이나 거대 자본으로부터 받는 광고도 거의 없고 시청자 후원 기반으로 운영되죠. 시청자들 입장에서 레거시 미디어는 '답답한 이야기'만 한다고 비춰지곤 합니다. 표현도 가려하고… 그러다보니 유튜브가 더 재밌고 유익하다, 라고 판단한 시청자 층이 유튜브로 대거 유입됐다고 봅니다."

그는 또 "자유로운만큼 제약할 수 있는 법이 많지 않으니, 명예훼손이나 모욕죄 등으로 소송이 걸리는 경우도 있지만, 그걸 감수하고서라도 자유로운 보도를 하고 있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용민 씨는 이러한 포인트가 시청자들에게 채널들만의 '셀링 포인트'가 될 수 있다고도 주장했다.

"보수, 진보 진영 모두 '내가 여러분들의 알 권리를 위해 정치 권력과 싸우다가 이러한 불이익을 당했다'라고 하는 부분이 하나의 후원 홍보 포인트가 되기도 합니다."

118만 명의 구독자를 가진 거대 보수 유튜브 채널인 '고성국TV'의 고성범 총괄본부장은 BBC 코리아에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 이후 고성국 박사가 그동안 사회자 및 패널 역할로 출연했던 방송에서 모두 잘려 휴대폰 하나를 들고 6년 전부터 방송을 해오고 있다"며 "레거시 미디어가 제공하지 않는 정보를 듣고자 하는 시청자들이 자신이 궁금해하는 소식을 전해주는 매체를 찾다보니 유튜브로 유입된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유튜브와 레거시 미디어의 가장 큰 차별점은 '쌍방향 소통'입니다. 라이브 생중계를 진행하면서 실시간으로 댓글창을 볼 수 있고, 저희 채널도 실시간 방송을 진행하면 평균 3만 명 정도가 시청합니다."

허창덕 영남대학교 사회학과 교수는 "메이저 언론이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한 것에 대한 반작용으로 유튜버들의 활성화 등 뉴미디어가 많이 등장했다"고 설명했다.

"대다수의 사람들은 자기가 관심이 있는 것만 보려는 경향이 있습니다. 새로운 것에 대해서 알기 보다는 자신이 믿고 있는 것에 대한 확증 편향을 가지기 위해 자신이 선호하는 채널만 구독하는 경향이 있죠."

그러면서 허 교수는 "그렇다면 레거시 미디어라도 나름대로 좌우 균형 있는 기사를 써야하는데, 실제로 그렇지 않다 ... 한국의 메이저 언론조차도 자신들의 쓰고 싶은 분야 등 한 쪽 편에서만 보도를 하고 있다는 게 문제"라고 지적했다.

강준만 전북대학교 신문방송학과 명예교수 역시 2019년 한겨례 기고문을 통해 '속을 후련하게 하는 뉴스'의 문제점을 짚었다. 그는 '한국 국민 절반이 유튜브를 언론으로 여기는 것도 우연은 아닐 것' 이라 주장하는 한편 이런 '해장국 언론'을 원하는 수요의 문제 또한 꼬집었다.

책임 없는 정보 창구인가

유튜브를 시청하는 시위 참여자들
Getty Images
유튜브의 시청자 후원 기능인 '슈퍼챗'은 유튜버들이 집회 현장에 나가 라이브 생중계를 진행하게 만드는 원동력이 되기도 한다

유현재 서강대학교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이러한 정치 유튜버들이 '비즈니스'라고 지적한다.

"어떤 팩트를 전달한다기보다는 자신들의 신념을 전달하고 있잖아요. 일종의 비즈니스죠. 정치 유튜버들이 언론의 역할을 한다거나, 이런 식으로는 전혀 보이지 않고요. 자신이 가진 정보에 적절히 허위 사실 등을 섞어서 컨텐츠를 제작하기도 하고… 나쁜 의미의 크리에이터가 된 거죠."

유 교수는 정치 유튜버들이 "왜곡된 매스 커뮤니케이션 환경 하에서 수익을 창출하는 사람들에 지나지 않는다"고 본다고 말했다.

실제로 실시간 생중계를 진행하는 뉴스·정치 유튜버들에게 '슈퍼챗' 기능은 수익의 상당 부분을 차지한다. 슈퍼챗은 생중계 채팅창을 통해 시청자가 후원금을 보낼 수 있는 기능이다.

유튜브 통계 분석 서비스 플랫폼 '플레이보드'에 따르면, 2024년 한 해 동안 가장 많은 슈퍼챗을 받은 국내 채널은 진보 진영의 정치 유튜브 '매불쇼'였다.

그런가 하면 1월 첫째 주 국내에서 가장 많은 슈퍼챗을 받은 유튜브 채널은 보수 진영의 '신의한수'였다. 800만원이 넘는 금액으로 전세계의 뉴스·정치 분야 콘텐츠 중에서는 2위에 올랐다.

이 기간 동안 슈퍼챗 순위 10위권 안에 든 국내 콘텐츠들은 한 개를 제외하고 모두 대통령 체포 관련 시위 현장 생중계 영상이었으며, 슈퍼챗 수익은 각 콘텐츠 당 400만원이 훌쩍 넘었다.

보수 성향 채널 고성국TV의 고성범 총괄본부장은 "유튜브가 운영되려면 광고 수입이 가장 큰데, 과거 문재인 정권을 비판하는 유튜브들이 광고 탄압을 받으면서 유튜버들이 찾은 자구책이 슈퍼챗이었다"고 주장했다.

"윤석열 정권 들어서도 2년 정도까지는 광고 탄압을 받았어요. 그러다보니 우리 채널 구독자 수가 2, 30만 명일 때 받았던 돈을, 100만 명이 넘어서도 같은 금액을 받는 겁니다. 그래서 찾은 자구책이 슈퍼챗이기 때문에 그건 그대로의 의의가 있다고 봅니다."

진보 성향 채널 김용민TV의 김용민 씨는 "사실 지금 모든 유튜브의 목적은 돈을 받는 것"이라고 시인했다.

"슈퍼챗에 좀 전착되어 있는 측면이 있어요. 우리가 이렇게 고생하며 활동한 것에 대해 고마운 마음이 드니까 일부 시청자들이 돈을 쏘는 거죠. 하루에 1000에서 2000만원을 버는 경우도 있어요."

허창덕 교수는 슈퍼챗에 대해 "사적 이익을 증대시키기 위해 돈을 지원받는 경우도 있겠지만, 현장감 있는 콘텐츠를 제작하기 위해선 돈이 필요하기도 하고, 어떤 유튜버들은 공공의 선을 확대시키기 위한 목적으로 금전적 지원을 필요로 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자극적이고 극단적인 '가짜 뉴스'의 유포에 대한 우려도 제기된다.

일부 시청자들은 검증된 취재 과정을 거친 기존 언론보다 '자신이 원하는 말'을 해주는 유튜버의 말을 진실이라고 믿기도 한다.

특히 유튜브의 특성상 기존 시청 목록과 유사한 콘텐츠를 추천해주는 알고리즘 시스템으로 인해 시청자들은 비슷한 콘텐츠를 반복해서 접하게 될 수 밖에 없다. 이럴 경우, '이것이 진짜'라고 믿는 시청자들의 유튜버에 대한 신뢰는 더욱 두터워진다.

BBC 코리아가 직접 이야기를 나눈 일부 정치 유튜버들 역시 이 점에 대해 인지하고 있었다. 이런 비판에 김용민 씨는 "(유튜버들이) 시청자들에게 불편한 진실을 들려주는 것을 꺼리고, '신도'가 된 자신의 시청자들이 자신의 비판 세력과 대신 싸우게끔 하는 현상에 대해 보수, 진보 측 유튜버 모두 유의해야 되는 부분"이라고 답했다.

정치권과 공생하는 모습도

푸드 트럭을 운영하는 정치 유튜버
Getty Images
유튜버와 정치권의 과도한 공생은 사회적인 비판을 불러일으키기도 한다

뉴스·정치 유튜버들의 영향력이 커질수록 정치권과 공생하는 모습도 나타난다.

특히 선거 기간에 그 모습은 더 두드러진다. 정치인들이 각자의 정치색과 부합하는 유튜버의 채널에 출연해 라이브 방송을 하기도 한다.

기성 미디어보다 자신이 전달하고자 하는 정치적 메시지를 과감하게, 여과 없이 전할 수 있다는 이점이 있어 오히려 정치인들이 역이용하는 것이다.

유튜버들에게도 득이다. 유명 정치인을 출연시킴으로써 더 많은 시청자들의 유입을 유도해 구독자 수도 늘리고 수익도 창출할 수 있다.

그러나 둘 간의 과도한 공생과 개입은 사회적인 비판을 불러일으키기도 한다.

윤 대통령은 2022년 자신의 취임식에 '가로세로연구소', 전광훈 목사가 운영하는 '너알아TV' 등 보수 진영의 유튜버들을 초청하며 그들과 밀접한 관계를 유지해왔다. 이에 12월을 뒤흔든 계엄 사태도 일부는 대통령이 '유튜버에 영향을 받았기 때문'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계엄 선포 10분 후, 계엄군이 선거관리위원회에 들이닥친 것에 대해 김용태 전 국방부 장관은 "많은 국민들이 부정선거 의혹을 제기해 향후 수사 여부를 판단하기 위한 시스템과 시설확보가 필요했다"고 설명했다.

그러자 일각에서는 그동안 윤석열 정권을 지지해 온 보수 진영 유튜버들이 '부정선거'를 주장해온 것과 매우 유사한 논리라고 비판했다.

유현재 교수 역시 방송통신위원회 등 국가 기관이 규제의 역할을 해야 하지만 기관 자체가 정치색을 띠게 되는 문제를 지적한다.

그는 "국가 기관에서의 규제가 우선적으로 시행되어야 한다"며 "유튜브라는 플랫폼에 문제를 제기하기 위해선 국내법이 우선이 되어야 하는데, 현재는 허위사실을 유포해도 명예훼손 등 민법으로만 다스리게 되어있다"고 꼬집었다.

"유튜버들의 수입을 생각하면 한 두번의 패널티만으로는 이들을 멈추게 하기 쉽지 않죠. 누구의 잘못이라기보단 국가가 제대로 기능을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미디어 환경도 무너지고 있는 겁니다."

허창덕 교수는 제도적 장치뿐만 아니라 유튜브 플랫폼에서 뉴스를 제공하는 이들의 노력이 뒷받침 되어줘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레거시 미디어와 뉴 미디어 간의 차이는 감정의 노출 정도"라며 "유튜브는 감정 노출이 많다 보니, 유튜브가 미디어로서의 성격을 가지려면 그 미디어 종사자가 자신의 감정보다는 더 객관적인 정보를 전달해주려고 하는 침착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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