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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 총선: 모디 총리, 3연임 성공했지만...국내외 도전 과제는?

2024.06.05
지난 4일 뉴델리 소재 인민당(BJP) 본부에 도착한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를 향해 지지자들이 환호하는 모습
Reuters

지난 4월 중순부터 6주간 진행됐던 인도 총선에선 나렌드라 모디 현 총리가 이끄는 인도인민당(BJP)이 압승을 거둘 것으로 예상됐다. 그러나 현재까지 결과만 보면 ‘모디’라는 브랜드는 타격을 입은 듯한 모양새다.

이전보다 더 낮은 득표율로 인해 3연임을 위해선 연정에 참여하는 다른 정당들의 목소리에 더 귀를 기울여야 할 것으로 보이는 모디 총리의 3연임이 국제 사회에서 의미하는 바는 무엇일까.

이에 대해 영국의 정책 싱크탱크인 ‘왕립 국제 문제 연구소(채텀하우스)’에서 남아시아를 연구하는 치에티지 바즈파에 수석연구원은 “모디 총리의 힘이 국내적으로 세지든 약해지든 간에, 외교 정책 부문에 있어선 인도를 더 매력적인 투자처로 만들겠다는 핵심 정책은 계속 추구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실제로 BJP당이 인도를 글로벌 제조업 중심지로 만들겠다고 약속한 가운데 바즈파에 연구원은 모디 총리가 앞으로 집권하는 5년간 이러한 목표를 달성하고자 적극적으로 노력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BJP당의 이번 승리에 대해 서방 세계에선 낙관론과 신중론이 엇갈리고 있다.

지난 1월 22일 인도 우타르프라데시주 아요디아에서 열린 람 만디르 사원 개관식에 참석한 모디 총리의 모습
Indian Press Information Bureau / EPA
지난 1월 22일 람 만디르 사원 개관식에 참석한 모디 총리의 모습. 해당 사원은 1992년 힌두교 시위대에 의해 파괴된 16세기 모스크(이슬람식 예배당)가 있던 자리에 세워졌다

힌두트바

일부에선 모디 총리의 외교 정책이 좀 더 강경해질 것이며, 핵심 이념인 ‘힌두트바’를 중심으로 이뤄질 것으로 전망한다. ‘힌두트바’란 우익 성향의 힌두주의를 뜻한다.

그러나 미국 소재 싱크탱크 ‘카네기 국제평화재단’에서 남아시아 프로그램을 이끄는 밀란 바이쉬나브 선임연구원은 이에 동의하지 않았다.

바이쉬나브 연구원은 “(인도의 여당 연합인) 국민민주연합(NDA)의 3번째 임기 기간에도 외교 정책이 크게 달라질 것 같진 않다”면서 “왜냐하면 현재 일어나고 있는 지정학적 변화는 본질적으로 구조적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인도가 이토록 힘을 발휘할 수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힘을 잃어가는 미국, 팽창주의의 중국, 영토회복주의에 빠진 러시아 등의 요소가 합쳐지며 인도가 글로벌 무대에서 더욱더 중심에 서게 되는 거죠.”

지난 5월 7일 인도 내 자트족 주민들이 투표하는 모습
Reuters
인도는 세계 최대 민주주의 국가로 알려져 있다

민주주의 후퇴에 대한 우려

모디 총리의 집권 하에 인도가 지정학적으로도 경제적으로도 점점 더 주목받고 있다는 점은 부인할 수 없다.

전문가들은 모디 총리의 향후 5년간의 임기 동안 중국에 대한 방어벽으로서 인도와 미국의 파트너십이 더욱더 강화될 것으로 전망한다.

그러나 글로벌 무대에서 인도의 이러한 부상에 민주주의 후퇴에 대한 심각한 우려가 그늘을 드리우고 있다.

인도의 민주주의가 위협받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되곤 있지만, 모디 총리 또한 국제 사회에서 인도의 민주주의에 대한 신뢰도를 높이지 않고선 자신의 글로벌 야망을 달성할 수 없다는 점을 인지하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일례로 불과 1년 전, 나렌드라 모디가 역사적으로 미국을 국빈 방문하기 직전, 인도 의원 70여 명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에게 서한을 보내 인도의 민주주의 후퇴와 언론의 자유 쇠퇴에 대해 모디 총리에게 우려를 제기해달라고 촉구한 바 있다.

모디 총리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Reuters
지난해 6월 백악관에서 만난 모디 총리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바이든 대통령이 모디 총리에게 사적으로 이러한 우려에 대해 언급했는지 여부는 불분명하다. 그러나 공개적으로 모디 총리는 미국에서 마치 영웅처럼 환대받았다.

더 중요한 건, 모디 총리가 인도 민주주의의 신뢰도를 자랑하며 인도야말로 “민주주의의 어머니”라고 선전했다는 것이다.

바이쉬나브 연구원은 인도의 민주주의적 브랜드가 글로벌 이미지에 중요한 요소라고 설명했다.

“자유주의는 쇠퇴하더라도 이번 선거를 통해 분명히 보여줬듯 선거 민주주의는 여전히 탄탄히 자리 잡고 있음을 보여주려 합니다.”

“그리고 비록 기본적인 자유에 대한 보호가 약화하고, 국가의 강압적 권력은 커지는 등 사회 제도는 약화했을지라도 이러한 선거 민주주의 경쟁력을 통해 인도 지도부는 정당성을 얻습니다.”

“아울러 선거 민주주의의 기본 규칙 고수는 BJP의 이익에도 부합합니다.”

BJP 지지자들의 모습
Reuters
지난 4일, 모디 총리의 승리 연설을 듣고자 모인 BJP당 지지자들의 모습

그렇다면 이번 선거는 민주주의의 승리일까, 아니면 장기적으론 민주주의에 대한 도전으로 이어질까.

서방 세계에선 이번 선거를 앞두고 경쟁 자체가 공평하지 않았다는 주장이 나온다.

야당 지도부 2명이 체포됐을 뿐만 아니라 야당인 인도국민회의당(INC)의 은행 계좌가 동결됐으며, BJP에 유리한 선거 채권 발행 결정에 대해 우려하는 것이다.

또한 모디 총리는 선거 운동 기간 이슬람 혐오적인 발언을 했다며 크게 비난받기도 했다.

바이쉬나브 연구원은 불공평한 경쟁의 장이었음에도 야당이 비교적 선전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선거 자금 조달과 수사기관 동원, 언론의 영향력, 입을 다문 선거관리위원회 등 어떤 부분을 봐도 이번 선거에서 야당이 불공평하게 경쟁했다는 점엔 의심의 여지가 없다”는 바이쉬나브 연구원은 “이렇듯 여러 어려움이 있었지만, 이번 선거에서 야당은 예상외의 좋은 성과를 거뒀다”고 평가했다.

지난 4일 인도 카슈미르 스리나가르에서 선관위 직원이 투표 관리원에게 전자 투표기를 보여주는 모습
EPA
인도 카슈미르의 스리나가르에서 선관위 직원이 투표 관리원에게 전자 투표기를 보여주고 있다

선거 시스템의 중립성

모디 총리는 이러한 중립성 부족에 대한 우려와 의혹을 일축했다.

모디 총리는 ‘인디아 투데이’와의 인터뷰에서 선관위는 BJP의 집권 하에 “진정으로 독립성을” 지니게 됐다고 주장했으며, ANI와의 인터뷰에선 “선관위와 관련한 그 어떠한 법도 현 행정부가 만들지 않았다”고 언급했다.

이번 선거를 치르기 하루 전, 인도 선관위는 야권의 대표들이 제기한 모든 요구사항을 수용했다고 밝힌 바 있다.

지난 5월 7일 구자라트주에서 자트족 주민들이 투표하는 모습
Reuters
인도 구자라트 주 서부 알리야 베트 섬에 설치된 임시 투표소에서 자트족 주민들이 투표하는 모습

바즈파에 연구원 또한 이러한 우려를 인정했다.

“물론 논란이 없는 선거는 아니었습니다. 오늘날의 인도는 완벽한 민주주의는 아닐지라도, 민주주의 국가로 남아 있습니다. 절차적 수준에서 본다면 인도의 민주주의는 대체로 양호합니다.”

그러나 여전히 서방 세계에선 앞으로 모디 총리가 통치할 5년간 인도 내 민주주의의 가치가 약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종종 나오고 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모디 총리,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Reuters
2019년 오사카 G20 정상회의에서 만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모디 총리,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중국발 위협

그럼에도 미국 및 다른 서방 세계 정부의 경우 모디 총리가 집권했던 지난 10년과 마찬가지로 이번에도 모디에 대한 비판은 자국 내 민주주의 기관에 맡겨두고 인도 내 민주주의가 후퇴하고 있다는 의혹에 대해선 못 들은 척 넘어가는 태도를 보일 것이라는 게 여러 전문가의 의견이다.

바즈파에 연구원은 “인도의 민주주의에 대해선 우려되는 부분이 있긴 하나, 인도-태평양 지역 및 대중 정책에 있어 인도가 이들 국가의 핵심 이익과 부합한다”고 설명했다.

모디 정부의 힘이 약해질 경우 서방 세계의 영향력이 커질 수도 있다. 그러나 인도와의 안보 및 외교적 협력이 새로운 차원에 도달하고 있는 상황에서 서방 세계가 평지풍파를 일으키려는 기미는 보이지 않는다”는 게 바이쉬나브 연구원의 지적이다.

미 존스홉킨스대학의 응용경제학 교수이자 로널드 레이건 전 대통령의 경제자문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했던 스티브 행크는 이 부분에 대해 더 자세히 짚었다.

“인도는 국제 사회를 상대로 ‘인도는 세계 최대 민주주의 국가’라는 구호를 팔았습니다.”

“민주주의가 후퇴하는 것처럼 보이는 상황에서도 이 구호는 여전히 유효합니다.”

“국제 사회는 이러한 구호와 인상적인 한마디 같은 걸 원합니다. 그렇기에 지금으로서 인도 민주주의가 처한 상황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는 크게 들리지 않습니다.”

선거 관계자들이 투표 용지를 세고 있는 모습
Reuters
지난 4일 뉴델리에서 선거 관리자들이 우편 투표를 세고 있다

인도의 경제 발전

국제 사회는 인도 민주주의에 대해 우려하면서도, 모디 총리의 집권 이후 인도가 보여준 경제적 발전 및 지정학적 영향력 확대에도 깊은 인상을 받고 있다.

모디 총리가 처음 집권한 2014년 당시 인도는 세계 10대 경제 대국이었다. 현재 인도의 자리는 5위이다. 그리고 향후 몇 년 내 독일, 일본을 제치고 미국과 중국에 이어 세계 3대 경제 대국으로 올라설 가능성이 크다.

성장 잠재력과 계속 확장하는 시장 등 인도는 계속해서 글로벌 투자자들의 관심을 끌어모을 것이다.

한편 인도 경제는 이러한 성장세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중국의 20%에 불과한 규모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중국의 경제가 주춤하는 사이 인도의 성장은 탄력을 받을 수 있다고 말한다.

14억 명의 인구를 기반으로 한 거대한 내수 시장, 6%를 웃도는 경제 성장률, 젊은 노동력 등 인도는 가까운 미래 경제 대국이 될 수 있는 조건을 갖춘 이상적인 후보다.

우타르 프라데시주 아그라의 건설 현장
Getty Images
인도의 상대적으로 젊은 노동 인구는 경제 성장의 잠재력이 되고 있다

'강대국이 되려는 열망'

미국의 정치학자 존 미어샤이머는 최근 인도에 대해 “아직 강대국은 아니지만, 장차 강대국이 되려는 열망을 품은 국가”라고 표현했다.

그리고 이젠 모디 총리가 인도를 더욱더 강하게 만들 수 있을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2021년 9월 25일 열린 제76차 UN 총회에서 연설 중인 모디 총리
Getty Images
UN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 진출을 꿈꾼다

UN 안보리 상임이사국

그렇다면 인도는 UN 안보리 상임이사국이 될 수 있을까. 바즈파에 연구원은 그럴 가능성에 의문을 제기했다.

“가장 큰 방해물은 여전히 인도를 반대하는 중국입니다. 상임이사국이 되기 위해선 5개국 전원의 동의가 있어야 합니다. 현재 4개국은 동의했으나, 여전히 중국은 반대하는 입장입니다.”

한편 현재 인도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략에 대해 국제 사회에서 어느 한쪽 편을 선택하라는 압박을 받고 있음에도, 여전히 전략적 중립을 유지하고 있다.

이에 대해 행크 교수는 “외교 문제에 있어 모디 총리에겐 수브라마냠 자이샹카르 외무장관이라는 훌륭한 인재가 있다”고 언급했다.

“그리고 모디-자이샹카르 듀오는 주어진 패를 능숙하게 사용합니다.”

2018년 6월 10일 중국에서 열린 ‘상하이협력기구(SCO)’ 정상회의에서 만난 모디 총리와 푸틴 대통령
Reuters
모디 총리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대해 푸틴 대통령을 공개적으로 비난하길 꺼린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인도의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에 대한 전략적 태도 및 우크라이나 침공에 대해 푸틴 대통령을 공개적으로 비난하지 않는 입장은 서방 세계에서 호의적으로 받아들여지지 않는다.

그리고 세 번째 임기 기간에도 모디 총리는 오랜 친구인 푸틴 대통령에게 등 돌릴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그러나 인도의 세계관은 고대 철학인 비슈바미트라(만인의 친구)와 비슈바구루(만인의 스승)에 기반을 두고 있다.

바즈파에 연구원 또한 인도는 서방 세계 쪽 국가도 아니지만, 그렇다고 반 서방 세계인 것도 아니라고 표현했다.

국제 사회에서 인도의 존재감이 점점 더 커지는 상황에서 모디 총리의 리더십은 인도의 상승세가 전략적이며 지속 가능한지, 좀 더 균형 잡히고 다극화된 세계 질서에 기여할 수 있는지 등 여러모로 시험대에 오르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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