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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서 ‘뱀파이어 시술’ 받고 HIV 감염 사례 보고

2024.05.01
성형 주사 시술
Getty Images
미국 뉴멕시코주의 무면허 성형시술소에서 ‘뱀파이어 시술’을 받은 여성들이 인간면역결핍바이러스(HIV)에 감염된 것으로 확인됐다. 미국에서 미용 시술과 관련된 발생한 최초의 HIV 감염 사례로 보인다

최근 일명 ‘뱀파이어 시술’로 불리는 성형 시술을 받은 여성 3명이 인간면역결핍바이러스(HIV)에 감염된 것으로 알려지면서 일부 미용 시술의 안전성에 대한 의문이 커지고 있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의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2018년 뉴멕시코주의 한 스파에선 여성 최소 3명이 HIV에 감염됐다.

새로운 HIV 감염이 확산 경로를 보여준 사례이자. 미국에서 미용 시술과 관련해 최초로 기록된 HIV 감염 사례로 추정된다.

그렇다면 ‘뱀파이어 시술’이란 정확히 무엇이며, 이 여성들은 어떻게 감염됐을까? 또한 미용 시술 시 어떻게 하면 감염 위험성으로부터 안전할 수 있을까.

이와 관련해 알려진 사실 및 전문가들의 조언을 살펴봤다.

‘뱀파이어 시술’이란?

‘뱀파이어 시술’이란 ‘혈소판 풍부 혈장(PRP)’ 시술을 가리킨다.

먼저 환자의 혈액을 뽑아 원심분리기를 사용해 혈소판이 풍부한 혈장을 분리한다. 그 뒤 이 혈장을 작은 바늘구멍을 통해 환자의 얼굴에 다시 주입한다.

해당 시술은 새로운 콜라젠 및 탄력소의 생성을 자극해 피부 장벽 회복을 도와 주름과 여드름 흉터를 줄이는 데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미국의 유명 TV 스타인 킴 카다시안이 지난 2013년 해당 시술을 받은 뒤 피투성이가 된 얼굴을 공개한 적이 있을 정도로, 뱀파이어 시술은 오래전부터 행해졌다.

몇 년 후 카다시안은 자신의 웹사이트를 통해 “너무 거칠고 고통스러웠다”며 다시는 뱀파이어 시술을 받을 생각이 없다고 밝힌 바 있다.

온라인에 공개된 정보에 따르면 정식으로 허가받은 시술소에서 시술받을 경우 그 비용은 1000~2000달러(약 138만~270만원)에 달한다.

피투성이가 된 카다시안의 얼굴
Instagram/Kim Kardashian
미국의 유명 TV 스타 킴 카다시안은 지난 2013 년 “뱀파이어 주사” 시술을 받은 후 얼굴을 공개한 바 있다.

뉴멕시코주 성형시술소에선 어떻게 HIV 감염이 발생했나?

그러던 2018년 여름, CDC는 해외 거주 중 HIV 양성 반응을 보인 40~50대 자국 여성의 존재에 대해 알게 됐다.

이 여성은 주사를 통해 약물을 투여받은 적도 최근 수혈한 이력도 없었다. 아울러 현재 파트너 외에 다른 이들과는 최근까지 성적으로 접촉한 적도 없었다.

그러나 그해 초 뉴멕시코주의 한 스파에서 뱀파이어 시술을 받았다고 고백했다.

CDC 조사 결과 보톡스 등 다른 주사 시술도 제공했던 이 스파는 무면허 성형시술소였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곳에선 “여러 가지 안전하지 않은 감염 방지 관행”을 이어왔던 것으로 밝혀졌다.

예를 들어 주방 내 냉장고 안엔 “라벨이 없는 혈액 튜브와 주사제”가 식품 옆에 방치돼 있었으며, 서랍과 선반에도 “주사기가 포장되지 않은 상태로” 보관되고 있었다.

일부 혈액 유리병에선 재사용된 흔적도 찾을 수 있었다.

한편 CDC는 조사를 통해 해당 스파를 방문하기 전 HIV 양성 판정을 받은 고객이 최소 1명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이후 CDC는 해당 스파와 관련한 HIV 감염 사례 5건을 확인했다. 이중 여성 4명은 2018년 5~9월 사이 이곳에서 뱀파이어 시술을 받았으며, 남성 1명은 이 중 한 여성과 연인 관계였던 것으로 드러났다.

CDC에 따르면 연인 관계인 이 남성과 여성은 HIV 감염 후기 단계를 보였다면서, 아마도 이곳에서 시술받기 전 HIV에 감염된 상태였던 것으로 보인다고 한다.

해당 스파는 2018년 말 문을 닫았으며, 이곳을 운영했던 마리아 드 루르드 라모스 드 루이즈(62)는 징역 3년 6개월형을 선고받고 복역 중이다. 2022년 루이즈는 무면허 의료행위 혐의에 유죄를 인정했다.

‘뱀파이어 시술’과 같은 미용 시술은 안전할까?

뱀파이어 시술이 스포츠로 인한 일부 부상, 여드름, 습진 및 기타 피부 질환에 효과적이라는 내용으로 발표된 의학 연구 논문 및 임상 시험 결과는 수백 건에 달한다.

‘미국 피부과 학회’는 올바르게 시행한다면 시술 자체는 안전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한다. 다만 “시술 후 약간의 통증, 멍, 붓기가 있을” 수 있으며, “며칠 내 사라지곤 한다”는 것이다.

해당 시술에서 위험성이 가장 큰 부분은 바로 시술소에서 혈액을 취급하는 방식에 달려 있다.

“환자에게서 뽑아낸 혈액이 무균 상태로 유지되는 게 가장 핵심”이라는 협회는 “그렇지 않으면 감염이 발생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또한 재주입하는 혈액이 반드시 타인이 아닌 환자의 혈액인지 확인하는 절차도 중요하다. 그렇지 않으면 환자가 매우 심각하게 아플 수도 있다.

전문가들은 미용 시술에 관심 있는 사람들에게 반드시 정식으로 허가받은 시술소인지 미리 알아보고 찾아가야 한다고 조언했다. 아울러 시술소 직원들이 바늘 등 의료 장비를 어떻게 관리하는지도 확인해보라고 설명했다.

사실 최근 심각한 질병과 연관돼 언론의 주목을 받은 미용 시술은 뱀파이어 시술뿐만이 아니다.

지난주 CDC는 가짜 보톡스와 관련한 보툴리즘독소증에 대해 경고했다. 11개 주에서 22명의 사례가 보고됐으며, 이 중 일부는 아직도 입원 치료를 받고 있다.

보툴리즘독소증는 시야가 흐려지고, 삼키는 행위와 호흡이 힘들어지며, 말투가 어눌해지고 쉽게 피곤해지는 등의 증상을 동반하는 심각한 질병이다.

보톡스 주사 시술은 일반적으로 주름을 완화하고 더 젊어 보이는 피부 표현을 위해 널리 사용되는 미용 시술로, 그 비용은 일반적으로 1회당 약 530달러(약 73만6100원)에 달한다.

CDC는 뱀파이어 시술과 마찬가지로 보톡스 주사를 맞으려는 사람들에게 사전에 시술소에 대해 철저히 확인하는 한편 FDA의 승인을 받은 믿을만한 출처를 통해 구입한 보톡스 제품인지 확인하라고 권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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