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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어비앤비가 없는 세상은 어떤 모습일까?

2024.07.06
길거리를 걷는 관광객들
Getty Images
에어비앤비 같은 주거 시설 단기 임대는 바르셀로나에서 오랫동안 논란의 대상이었다

바르셀로나가 2028년 말부터 주거 시설 단기 임대를 전면 금지한다고 밝혔다. 전 세계 주요 도시에서 에어비앤비와 같은 주거 시설 단기 임대가 금지된다면 여행은 어떻게 달라질까?

지난 6월 21일 자우메 콜보니 바르셀로나 시장은 2028년 11월부터 바르셀로나에서 주거용 시설의 단기 임대를 금지할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바르셀로나의 가장 큰 문제”라고 꼽히는 주택난을 해결하기 위해, 에어비앤비 등 단기 임대 플랫폼에 등록된 1만여 채의 아파트를 주택 시장으로 돌려보내겠다는 것이다.

주거 시설 단기 임대를 강력하게 규제하거나 봉쇄하려는 도시는 바르셀로나만이 아니다. 뉴욕시는 2023년 9월부터 주거 시설 단기 임대를 규제하고 있다. 뉴욕시에 등록되어 있고 집주인이 직접 거주하고 있는 아파트만 단기 임대를 할 수 있다. 역시 뉴욕시의 주택난 완화를 위한 조치다. 베를린은 2014년 에어비앤비를 포함한 주거 시설 단기 임대를 전면 금지했다가, 2018년에 엄격한 규제를 적용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변경했다. 또한 산타모니카를 비롯한 캘리포니아 지역의 여러 해안 도시에서도 주거 시설의 단기 임대가 금지되거나 매우 제한적으로만 허용되고 있다.

이 현상은 여행 및 관광이 지역 사회에 미치는 영향과 관련되어 있다. 전 세계 주거 시설 온라인 단기 임대의 50% 이상을 차지할 정도로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에어비앤비를 비롯해 VRBO, 부킹닷컴, 익스피디아닷컴 등을 놓고 ‘관광 산업은 누구를 위한 것인지’, ‘현 상황에서 관광객과 현지인이 함께 이익을 얻을 수 있는지’를 되짚고 있는 것이다. .

2007년 서비스를 시작한 이래, 에어비앤비는 여행 업계의 판도를 크게 바꿔놓았다. 호텔이 따라올 수 없는 “현지인처럼 살아보기”를 내세우며 전 세계 도시에서 다양한 단기 임대 숙소를 제공한 게 비결이었다. 하지만 이 브랜드에 대해 최근 몇 년간 거센 반발이 일고 있다. 주택 가격을 상승시키고 규제를 받지 않는 임대 숙소가 인근 거주민들을 불편하게 만든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여행 업계에서 주거 시설 단기 임대 시장이 사라지면, 어떤 변화가 생길까?

침실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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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어비앤비는 전체 온라인 예약의 50% 이상을 차지할 정도로 주거 시설 단기 임대 시장의 지배자다

‘더 타임스’의 여행 에디터이자 호텔 전문가인 루시 페린은 “여행객들은 주거 시설 단기 임대를 통해 보다 현지 느낌이 나는 숙소에 머물 수 있다”고 말했다. “일반적으로 이런 시설은 여행에 특화된 시설은 좀 덜하지만, 더 현지인들의 생활을 경험할 수 있고 가격도 더 저렴한 편입니다. 가족과 단체, 모험을 즐기는 여행객에게 잘 어울리죠. 반면 숙소 선택의 결과를 잘 알고 있고 안전한 숙소를 찾는 이들은 주로 호텔을 찾는 경향이 있습니다.”

여행 업계에서 주거 시설의 단기 임대가 사라진다면, 숙박 요금은 오를 가능성이 높다. 페린은 “이 상황을 호텔들이 분명히 이용하려 할 것”이라고 말했다.

가족 여행 플랫폼 ‘키드 앤드 코’의 케이틀린 램스데일는 주거 시설 단기 임대 시장이 사라지면, 가족 단위 여행객이 불이익을 겪을 것이라 전망했다.

램스데일은 “여행자들을 분류해 보면, 호텔이 대안이 되지 못하는 이들이 많다”고 말했다. “그동안 호텔 업계는 가족 단위 여행객을 수용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여 왔어요. 하지만 호텔의 객실 배치와 가격은 도시에서 짧은 휴식을 취하려는 대부분의 가족(특히 자녀가 2명 이상인 가족)에게는 적합하지 않습니다. 이들을 만족시키면서도 해당 도시가 추구하는 목표에 들어맞는 대안이 필요합니다. 주거 시설 단기 임대 시장이 사라지는 것은 자녀에게 세상을 보여주고 싶은 부모들에게 커다란 손실이죠.”

주거 시설 단기 임대를 금지하거나 제한하는 정책이 실제로 주택 가격을 낮추거나 주택 재고에 영향을 줄까? 올해 초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에는 뉴욕시의 주거 시설 단기 임대 금지 조치의 영향을 다룬 연구가 실렸다. 이 연구는 주거 시설 단기 임대가 주택 임대료 상승의 가장 큰 원인은 아니며, 금지보다는 규제가 뉴욕시와 지역 주민 모두에게 더 큰 혜택을 제공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한 뉴욕시의 조치가 초래한 분명한 결과 한 가지는 호텔 객실 요금이 하룻밤 평균 300달러로 인상된 것이라고 밝혔다.

베를린에서의 시위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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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를린에서는 최근 몇 년 동안 주택 가격 안정을 촉구하는 시위가 벌어지고 있다

그렇다면 관광 당국과 시의회는 왜 이런 정책을 추진하고 있을까? 어쩌면 주택 가격이나 재고 같은 숫자의 문제가 아니라, 지역 주민들이 관광에 대해 느끼는 정서의 문제일지도 모른다. 오늘날 스페인은 유럽에서 나타나는 ‘과잉 관광 위기’의 진원지로 떠올랐다. 말라가와 마요르카, 카나리아 제도, 바르셀로나를 비롯한 여러 관광지에서 현지인들이 자신들에겐 이익이 되지 않는 관광 산업을 반대하고 있는 것이다.

이는 여러 면에서 콘월을 비롯한 여러 지역에서 수십 년간 이어졌던 ‘세컨드 홈(외지인들이 세컨드 홈으로 주택을 사면서, 현지인들이 거주할 주택이 줄어든 현상’ 문제와 유사해 보인다. 관광객이 많이 찾는 여행지에선 지역 주민들이 주택 시장에서 배제돼, 캐러밴에서 살거나 매일 출퇴근을 위해 몇 시간씩 소모해야 하는 상황이 벌어지기도 한다. 이런 주민들에겐 임대 업체들이 일년 내내 사용하는 것도 아니면서 지역 내 주거시설을 점령하는 현상이 매우 부당하게 느껴질 수 있다. 물론 관광을 위한 주거 시설 단기 임대가 주택난을 초래하는 유일한 원인은 아니다. 예를 들어 공공 부문 근로자의 임금 정체와 주택 건설 프로그램의 부족도 주택 위기의 원인이다. 그럼에도 주택난의 원인 중에서 주거 시설 단기 임대는 유독 눈에 띈다.

데이비드 이비 캐나다 브리티시컬럼비아 주 총리는 새로운 단기 임대 규정을 발표하며, 이 문제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다. “여러분이 단기 임대를 목적으로 집을 구입하거나 자주 비워둘 집을 구입할 때마다, 우리는 일관되게 공개적인 메시지를 보내왔습니다. ‘투자금으로 살 곳을 찾고 있는 이들과 경쟁하지 마세요’라는 메시지였죠.”

결과가 어떠하든 지역 주민들에게 이러한 선언은 정치인들이 그들의 우려를 주목하고 있고 관광객보다 지역 주민을 우선시한다는 신호로 작용한다.

주거 시설의 단기 임대의 전면 금지가 아닌 다른 형태의 대안도 있다. 베를린을 비롯한 여러 도시에서는 주택 소유주의 임대 기간을 1년에 최대 90일로 제한하고 있다. 소유한 집을 통해 부수입을 창출하는 것을 일정 부분 허용하는 동시에, 주택을 사들여 전업 단기 임대를 하는 것은 막는 조치다. 영국에서도 이와 비슷한 정책이 제안됐다. 다만 이 방향으로 나아가려는 국가에서는 ‘어떻게 규제하고, 규제에 따른 추가 비용은 얼마나 들까?’를 고민해야 한다.

공항에서의 관광객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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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 도시에서 휴식을 취하려는 여행자들은 더 많은 호텔 이용료를 내야 할지도 모른다

다만 여행자들 사이에서는 이런 현상을 부정적으로 보는 시각이 압도적으로 우세하다. 주거 시설 단기 임대를 제한하면, 호텔과 B&B만 승자가 될 지도 모른다. 이들은 이미 공급이 수요를 앞지른 상황이지만, 이런 조치로 큰 경쟁 없이 원하는 요금을 책정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페린은 여행을 통해 누리는 경험을 따지면, 긍정적일 수도 있다고 말했다. “주거 시설 단기 렌탈이 금지되면, 바르셀로나 같은 도시를 보다 진정성 있게 여행할 수 있을 것 같다”는 것이다. “(주거 시설 단기 임대로) 현지인들이 밖으로 밀려나면, 도시에는 활기와 문화가 부족해질 수 있습니다. 반면 현지인들이 도시에 남게 되면, 더 나은 경험을 제공해 줄 수 것입니다.”

그는 또 “여행자들은 보다 큰 탐구심을 가지고 여행지에 접근하게 되고, 다양한 경험이 가능한 여행지를 찾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주거 시설 단기 임대 제한 및 금지는) 장기적으로는 관광객에게 보다 풍부한 여행 경험을 제공하고 현지인들의 적대감을 줄여줘, 궁극적으로는 좋은 일이 되리라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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