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대통령의 '돌발 발언'은 어떻게 나왔나?

한미정상회담이 비교적 훈훈한 분위기 속에 마무리됐지만, 회담을 앞두고 트럼프 대통령이 SNS를 통해 '돌발 발언'을 한 배경을 두고 궁금증이 커졌다.
25일(현지시간) 오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재명 대통령과의 회담을 약 3시간 앞두고 "한국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것인가. 숙청(Purge) 또는 혁명(Revolution)이 일어나는 것 같이 보인다"라며 "그런 상황에서는 우리가 그곳에서 사업을 할 수 없다"라고 자신의 SNS에 썼다.
이에 "숙청 또는 혁명"이 무엇을 지칭하는지를 두고 잠시 동안 갑론을박이 벌어졌다. 최근 국회를 통과한 '노란봉투법' 등을 비롯한 기업 규제 환경, 또는 내란 특검과 윤석열 전 대통령 부부에 대한 광범위한 수사 상황을 꼬집는 것이라는 의견들이 보수 진영을 중심으로 제기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회담을 앞두고 열린 행정명령 서명식에서 취재진으로부터 글의 내용을 자세히 설명해 달라는 질문을 받고 "최근 며칠 동안 한국에서 교회에 대한 압수수색, 한국 새 정부에 의한 매우 공격적인 압수수색이 있었다고 들었다"라며 "심지어 우리(미군) 군사 기지에 들어가 정보를 수집했다고 들었다"라고 설명했다.
이는 현재 국내에서 내란과 윤석열 전 대통령 부인인 김건희 여사 등의 의혹과 관련한 특별검사(특검)팀 수사를 언급한 것으로 해석됐다.
하지만 회담에서 이 대통령은 특검에 의한 사실 조사가 "팩트 체크"를 위한 것이라고 강조하며 "미군을 직접 수사한 게 아니고, 부대 안 한국군의 통제 시스템이 어떻게 작동했나를 확인한 것 같다"라고 해명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 대통령이 특검에 대해 설명하던 도중 "혹시 그 (특검의) 이름이 미치광이 잭 스미스 아니냐"라며 특검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반영된 담긴 말을 건네긴 했지만, 이후 "오해를 한 것 같다. 루머가 있는 것 같은데 잘 이야기해보자"라며 이야기를 마무리지었다.
잭 스미스 특검은 조 바이든 행정부에서 임명돼 트럼프 대통령의 2020년 대선 결과 간섭 시도와 기밀문서 취급 관련 의혹과 관련한 수사를 이끌었던 인물이다.
미국 정치 전문가인 서정건 경희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BBC에 "한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소위 미국 정보기관에서 한국 정치 상황에 대한 어떤 정보 같은 걸 취합해서 보고를 올렸는데 (특검) 관련 내용이 눈에 띈 것으로 보인다"라고 분석했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이 과거 검찰 수사를 받고 재판에 넘겨진 경험이 있을뿐더러, 교회가 그의 "중요한 정치적 베이스"라는 점에서 눈길을 끌었을 수 있다는 설명이다.

'협상의 기술'
전문가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돌발 발언'이 협상용 이상으로 큰 의미가 있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고 봤다.
이 대통령은 회담 후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를 방문한 자리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SNS 글 내용이 "위협적"이었고 참모들 사이에서도 돌발 상황에 대한 우려가 커졌다면서도 이를 트럼프 대통령의 일종의 "협상 기술"로 이해했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이 "하나의 협상 기술로 상대가 감내하기 어려운 조건을 던지긴 하지만, 최종적으로 불합리한 결론에 이르게 하지는 않는다"라며 "이미 이전 여러 협상에서 그런 모습을 보여줬기 때문에, 한국과 미국 간 한미 동맹은 매우 중요해서 거기에 큰 상처를 내는 일은 벌어지지 않을 거라고 확신했다"라고 말했다.
실제로 트럼프 대통령은 다른 외국 정상과의 자리에서 '돌발 발언'으로 상대방을 당혹스럽게 했다. 지난 5월 시릴 라마포사 남아프리카공화국 대통령을 만난 자리에서는 백인 농부 집단 살해 의혹을 제기했고,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의 회담에서는 러시아와의 종전 협상과 관련해 설전을 벌이기도 했다.
이재묵 한국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의 '돌발 발언'과 관련해 "오해"였다고 언급하는 등 회담이 애초 우려보다 훈훈한 분위기 속에서 마무리된 점에 주목했다.
또 트럼프 대통령이 교회 및 공군기지 압수수색과 관련한 내용을 진심으로 믿고 중요하게 생각했다면 좀 더 전략적으로 이를 언급했을 것이라고 봤다.
이 교수는 "그렇게 중요하게 생각하는 카드를 (회담이) 임박해서 쓰진 않았을 것 같다"라며 "그랬다면 협상 장소에서 직접 물어보는 것이 나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서 교수도 트럼프 대통령의 돌발 발언을 "과대해석할 필요는 없다"라고 말했다.

정보통은 누구?
그렇다면 트럼프 대통령은 특검의 교회 및 공군기지 압수수색에 관한 내용을 어떤 경로로 알게 됐을까.
트럼프 대통령은 회담에서 "정보통(intel)에 따르면 한국 교회에 대한 압수수색이 있었고 일부 교회가 문을 닫았다는 얘기를 들었다"라고 언급했다.
정보 출처는 정확히 알 수 없지만, 일각에서는 행정부 내 주요 인사 이외에도 영향력이 큰 음모론자나, 기독교계 보수 우파 인사 등이 트럼프 대통령에 미치는 영향력을 무시할 수 없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하상응 서강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인텔'이라고는 했지만 그게 연방수사국(FBI)이나 중앙정보국(CIA) 또는 정식 루트를 통해 받았다고 보긴 어렵다"라며 "로라 루머, 또는 그와 가까운 사람"이 정보를 전달했을 수 있다고 봤다.
로라 루머는 극우 성향 인플루언서로 알려졌는데, 트럼프 행정부 결정에 꽤 큰 영향력을 행사한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뉴욕타임스를 비롯한 미국 내 일부 언론은 그가 백악관 참모들을 해고하는 데 관여했다고 보도했는데, 트럼프 대통령은 이를 부인한 바 있다.
그는 지난 6월 이재명 대통령 당선 직후 X(옛 트위터)에 "공산주의자들이 한국을 접수해 오늘 대선에서 승리했다. 끔찍한 일"이라고 주장했다.
다만 하 교수는 로라 루머와 같은 음모론자들이 트럼프 대통령의 생각과 결정에 미칠 영향에 대해 우려하고 감시할 필요는 있지만, 이들이 백악관이 아닌 '비선'으로 머무는 이상 과도하게 대응할 필요는 없다고 봤다.
이 교수도 "트럼프 대통령은 1기 행정부 참모들과 많이 멀어진 것만 봐도 알 수 있듯, 가족이나 정말 가까운 사람을 제외하면 특정 사람들을 꾸준하게 믿는 스타일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그는 "어느 한쪽에 일방적으로 정보를 의존하는 스타일은 아니라는 것"이라며 "비즈니스맨(사업가) 스타일이기 때문에, 여러 정보를 취합해서 (결론을 내리려고 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