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하마스 협상 시작…트럼프, '협상 타결 가능성 매우 높다'
이스라엘과 하마스가 지난 6일(현지시간) 가자 지구 전쟁 종식을 위한 미국 측의 평화 구상에 대한 최종 합의를 목표로 이집트 샤름 엘-셰이크에서 간접 협상에 돌입했다.
팔레스타인과 이집트 당국자들은 BBC에 이번 회담은 이스라엘인 인질 전원 석방과 팔레스타인인 수감자 일부 교환 가능성을 위한 "현장 여건 조성"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전했다.
지난 4일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앞으로 며칠 안에" 인질 석방을 발표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언급했다.
지난 6일 양측 고위 관리들이 만난 가운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백악관에서 기자들에게 "협상 타결 가능성이 매우 높으며, 지속 가능한 합의가 될 것"이라고 전했다.
앞서 하마스 측은 이번 평화 구상에 대해 일부에 동의한다고 밝혔으나, 하마스의 무장 해제 및 가자지구 내 향후 역할 등 몇 가지 핵심 요구 사항에 대해서는 아직 응답하지 않고 있다.
7일 열릴 2번째 협상은 이집트와 카타르 관리들이 이스라엘과 하마스 양측 대표단을 오가며 대화하는 셔틀 회담(중재 외교) 방식으로 진행될 예정으로, 지난 2023년 10월 7일 하마스가 주도한 이스라엘 남부 공격 2주년에 열린다. 당시 약 1200명이 숨지고 251명이 인질로 붙잡혔다.
이스라엘군은 이에 대한 대응으로 가자지구에서 군사 작전을 전개했고, 가자지구 내 하마스 측 보건부에 따르면 이스라엘의 군사 작전으로 지금까지 어린이 1만8000명을 포함해 총 6만7160명이 사망했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UN 사무총장은 전쟁 2주년 기념 성명을 통해 트럼프 대통령의 이번 평화 구상이 "이 비극적인 분쟁을 끝내고자 반드시 잡아야 할 기회"라고 평가했다.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 또한 2주년 기념 성명을 통해 "우리는 중동 내 평화를 위한 미국의 이니셔티브를 환영한다. 우리 정부는 이스라엘의 모든 아이들이 팔레스타인 이웃들과 함께 안전하고 평화롭게 살 수 있는 날이 오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면서 이번 구상에 대한 지지를 재확인했다.
이스라엘의 한 고위 안보 관계자는 초기 협상은 오직 인질 석방에 초점을 맞출 것이며, 하마스가 해당 단계를 완료할 수 있도록 며칠의 시간을 줄 예정이라고 전했다.
이번 전쟁 발발 이후 가장 중요한 논의 중 하나가 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분쟁 종식으로 향할 수 있을지 결정짓는 계기가 될 수 있다.
이번 회담에는 미국의 스티브 위트코프 중동특사, 트럼프 대통령의 사위인 재러드 쿠슈너, 셰이크 모하메드 빈 압둘라흐만 알 타니 카타르 외무장관 등이 참석한다.
한편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SNS를 통해 가자 전쟁 종식을 위한 노력에 관계자 모두가 "신속히 움직이길" 촉구하며, 인질 석방을 포함한 평화 구성의 1단계가 "이번 주 안에 완료"될 것이라는 보고를 받았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6일 기자들에게 하마스가 "매우 중요한 몇 가지 사항"에 동의했다고 밝혔으며, 백악관에서는 "나는 정말 합의가 이루어지리라 생각한다"고 했다.
이번 협상에 정통한 한 팔레스타인 관료는 로이터 통신에 첫 협상은 6일 밤늦게 끝났으며, 다음날인 7일에도 추가 협상이 예정되어 있다고 전했다. 이집트 국영 '알카헤라 뉴스'도 7일에 회담이 계속될 것이라고 보도하며, 첫날 회담은 "긍정적인 분위기 속에서" 마무리됐다고 덧붙였다.
일주일 전 트럼프 대통령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합의한, 20개 조항으로 구성된 이번 평화 구상은 즉각적인 교전 중단 및 생존한 것으로 추정되는 20명을 포함한 인질 48명 석방을 조건으로 즉각적으로 교전을 중단하고, 가자 주민 구금자 수백 명을 석방한다는 내용이다.
아울러 양측이 제안에 합의하는 즉시 "가자 지구에는 전면적인 원조가 즉시 제공될" 예정이라고 한다.
또한 하마스는 향후 가자지구 통치에 참여하지 않으며, 궁극적으로 팔레스타인 국가 수립 가능성을 열어둔다는 내용도 포함돼 있다.
그러나 해당 계획이 발표된 이후에도 네타냐후 총리는 팔레스타인 건국에 대한 자신의 오랜 반대 입장을 다시 한번 강조하며 영상 성명을 통해 "합의문에 명시되어 있지 않다. 우리는 팔레스타인 국가 건설에 강력히 반대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지난 3일, 하마스는 성명을 통해 이번 계획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먼저 교환에 필요한 조건이 적절히 충족된다면 "트럼프 대통령의 제안에 담긴 교환 방식을 따라 생존자와 사망자를 포함한 모든 이스라엘 포로를 석방하겠다"고 했다.
하마스 측은 트럼프 대통령의 20개 조항 구상을 구체적으로 언급하거나 수용하지는 않았으나, "팔레스타인인들의 국민적 합의와 아랍 및 이슬람 세계의 지지를 바탕으로, 가자지구의 행정을 팔레스타인 독립 기구체(기술관료 중심)에 이양하겠다는 기존 합의를 재확인한다"고 밝혔다.
다만 이번 트럼프 대통령의 계획에서 핵심 요구 사항 중 하나인 하마스의 무장 해제 및 향후 가자 지구 통치에서의 배제 관련 내용은 언급하지 않았다.
또한 제안 내용 중 가자 지구의 미래와 팔레스타인인들의 권리에 관한 부분은 여전히 "국가적 틀 안에서" 논의 중이라고 덧붙이며, 자신들 또한 그 일부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여러 팔레스타인인들은 이번 평화 계획에 대한 하마스의 이 같은 반응을 예상하지 못했다고 평가했다. 지난 며칠간 하마스는 이를 거부하거나, 적어도 까다로운 조건을 달 것 같은 조짐을 보였기 때문이다.
하마스는 과거와 달리 이번 공식 성명에서는 일명 '레드라인(허용한계선)'을 포함하지 않았는데, 이에 대해 외부 압력이 작용한 것으로 해석하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유럽 및 중동 지도자들은 이번 제안을 환영하고 있다. 이스라엘이 점령 중인 요르단강 서안 지역을 통치하는 팔레스타인 자치정부(PA)는 트럼프 대통령의 노력에 대해 "진정성 있고, 단호하다"고 평가했다.
수년간 하마스의 주요 지원 세력 중 하나였던 이란 또한 이번 평화 구상에 대한 지지를 표명하고 나섰다.
한편 협상 시작을 앞둔 지난 6일에도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내 폭격은 여러 지역에서 이어졌다. 이스라엘은 남아 있는 인질 석방을 목표로 가자지구에서 공세를 전개하고 있다고 밝혔다.
가자지구 내 하마스가 운영하는 민방위국의 마흐무드 바살 대변인은 BBC에 "4주 전 공세 시작 이후 가자시티로는 구호 트럭 진입이 허용된 적이 없다"고 전했다.
이어 "이스라엘 통제 구역에는 아직 수습도 하지 못한 시신들이 남아 있다"고 주장했다.
이스라엘군이 주민들에게 남부에 지정된 "인도적 지역"으로의 대피를 명령한 이후, 가자지구 주민 수십만 명이 피난길에 올랐으나, 여전히 도시에는 수십만 명이 남아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스라엘 국방장관은 이번 공세 기간 도시에 남아 있는 이들은 "테러리스트이거나 테러 지지자"로 간주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최근 하마스 측 보건부는 지난 24시간 동안에만 가자지구에서 팔레스타인인 21명이 사망하고 96명이 부상했다고 주장했다.
전쟁 발발 이후 이스라엘이 국제 언론인의 가자지구 단독 출입을 금지한 탓에 양측의 주장에 대한 사실 검증이 어려운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