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네비게이션 검색 본문 바로가기

'강진 후에도 계속되는 여진'... 불안감에 떠는 베네수엘라인들

11시간 전

지난주 연이은 강진으로 큰 피해를 본 베네수엘라의 많은 지역에서는 여전히 정부의 실질적인 도움 없이 주민들이 대부분 직접 구조작업을 이어가고 있다.

피해 규모가 가장 큰 도시 중 하나인 라 과이라의 항구에서 BBC 취재진은 주민들이 지렛대, 망치, 곡괭이 등을 동원해 가족과 이웃을 구해내고자 잔해를 파헤치는 모습을 목격했다. 현재까지도 수천 명이 실종된 것으로 추정된다.

6월 29일(현지시간) 이른 아침, 여진이 발생해 주민들의 불안감이 고조됐으나, 추가 피해는 보고되지 않았다.

델시 로드리게스 임시 대통령이 자국 역사상 "가장 잔혹한 자연재해"라고 표현한 이번 강진으로 인해 현재까지 최소 1700명이 숨진 것으로 집계됐다.

국제 구호 활동도 이어지고 있으나, 생존자를 찾을 수 있다는 희망은 점차 희미해지고 있다. 29일 새벽, 100시간 넘게 매몰돼 있다 구조된 21세 남성이 가장 최근에 구조된 생존자다.

앞서 지난 24일 북부 라 과이라주에서는 규모 7.2와 7.5의 지진이 39초 간격으로 연이어 발생해 건물 약 800채가 붕괴했다.

이어 29일, 규모 4.6의 여진이 발생하며 라 과이라와 수도 카라카스를 또 한 번 뒤흔들었다.

인근 카티아 라 마르에서도 수색 및 구조 작업 대부분은 여전히 지역 자원봉사자들과 국제 구조대가 주도하고 있는 가운데, 당국에 대한 시민들의 분노도 포착됐다.

BBC 취재진은 피해가 가장 심한 지역의 거리에서는 베네수엘라 경찰과 군대를 확인했으나, 잔해를 헤치는 수색 작업 현장에서는 찾아볼 수 없었다.

장갑과 안전모만 착용한 채 잔해 속에서 구조 작업을 하고 있는 전기 기술자 루벤 로하스(32)는 "민방위 대원들이 돕기로 했지만, 장비가 없다. 정부가 주지 않기 때문이다. 그들도 우리랑 별반 다를 게 없다. 사실상 맨손"이라고 토로했다.

라 과이라시에서는 토공 장비 투입이 원활하게 이루어지지 않으면서 지역 주민들은 하루 종일 한 건물만 파헤치고 있어야 했다. 중장비는 이미 때가 너무 늦은 후에야 도착했다.

캐롤린 제르파(39)는 맨손으로 잔해 더미 아래에서 아버지와 오빠(남동생)를 찾고 있었다.

그는 BBC 스페인어 서비스와의 인터뷰에서 "곡괭이 하나로는 할 수 있는 일이 별로 없다"고 토로했다. 이제는 구조보다는 시신 수습에 집중하고 있다는 제르파는 가족들의 유해라도 찾아 제대로 장례를 치러주고 싶다고 했다.

라과이라에 15년째 살고 있는 줄리 마린은 이러한 재난에 대비하기란 불가능하지만, 베네수엘라의 심각한 경제 상황이 맞물리며 당국의 대응이 너무 느려졌다고 지적했다.

마린은 "조카와 형부를 잃었다"면서 "굴착 장비가 더 일찍 도착했더라면 많은 사람을 구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수도 카라카스 서쪽 산간 지역인 엘 준키토의 주민들은 로이터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공무원들의 모습을 거의 볼 수 없으며, 타지역 주민들과 농민들로부터 생필품을 공급받고 있다고 토로했다.

주민 케일리 이베라(33)는 로이터 통신에 "우리는 답을 기다리고 있다. 잔해를 치워주기를, 안전 점검을 해주기를, 피해자들에게 도움의 손길이 닿기를 기다리고 있다"고 했다.

29일 로드리게스 임시 대통령은 긴급구조대 2만500여 명, 경찰관, 군인을 동원해 피해자들을 돕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X를 통해 "모든 생존자들은 희망의 승리"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아울러 피해 규모를 평가할 위원회를 구성한다고 발표했는데, 이 위원회의 의장은 로드리게스 그의 오빠인 호르헤 로드리게스 국회의장이 맡게 된다.

로드리게스 임시 대통령은 국영 TV와의 인터뷰에서 이 위원회가 색상별 안전 등급을 정해 귀가 가능 여부를 결정해 줄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이재민을 위한 임시 거주 시설도 설치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지난 29일, 베네수엘라 라 과이라의 어느 건물 잔해에서 자원봉사자들이 수색 작업을 진행하는 모습
EPA
주민들과 자원봉사자들은 거의 맨손으로 건물 잔해 더미를 헤치며 생존자를 찾고 있다

한편 중앙아메리카 엘살바도르의 나이브 부켈레 대통령은 지난 29일, 자국 구조대가 베네수엘라, 멕시코 구조대와 함께 라 과이라주 카라발레다에서 21세 남성 1명을 구조했다고 발표했다.

부켈레 대통령은 '아론 레비 칸틸로 바르가스'라는 이름의 이 남성은 현재 병원으로 옮겨져 전문적인 치료를 받고 있으며, 구조대원는 "더 많은 생명을 구할 수 있다는 희망을 품고 작업을 이어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지안루카 람폴라 델 틴다로 UN 베네수엘라 상주 조정관은 29일 기준 여진이 500여 차례 발생했으며, 24일 본진으로 건물 최소 2500채가 피해를 입었고, 그중 대부분이 완전히 붕괴했다고 밝혔다.

그는 UN이 구조 활동의 일환으로 시신 수습용 가방 1만 개를 확보했다고 밝히며, 사망자 수 증가는 불가피하다고 덧붙였다.

람폴라 조정관은 "매우 슬픈 일이며, 실제 사망자 수는 (확보한 가방 수보다) 적기를 진심으로 바란다"며"이에 현재는 구조 작업에 집중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국제사회의 도움의 손길도 이어지고 있다. 미국은 이전 약속액인 1억5000만달러보다 늘어난 약 3억 달러(약 4640억원)를 지원하겠다고 발표했다. 미국 국무부는 "응급 의료 지원, 식량 지원, 식수 및 위생 시설, 대피소, 보호 조치, 물류 지원에 사용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미군 'USS 포트 로더데일'호가 현재 라 과이라 해안 근처에 배치돼 있다. 해군과 해병대원들은 상륙정 및 수륙양용정을 이용해 피해가 심한 해안 지역에 구호물자를 전달하고 있다.

네덜란드 또한 긴급 구호물자를 실은 선박을 파견하겠다고 밝혔으며, 중국은 약 1500만달러 규모의 지원을 약속했다

BBC NEWS 코리아 최신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