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구권에서 '아마존'의 경쟁 기업이 없는 이유는?
비타민 영양제, 수리용 테이프, 망고 처트니 소스 한 병. 우리 가족이 지난달 아마존의 방대한 온라인 쇼핑 플랫폼을 통해 구매한 수많은 물품 가운데 일부다.
이뿐만이 아니다. 아마존의 슈퍼마켓 체인인 '홀푸드'에서 장을 보고, 아마존의 스트리밍 플랫폼으로 TV 프로그램을 시청하고, 아마존의 '킨들'을 통해 전자책을 읽는다. 우리가 이용하는 수많은 웹사이트들도 아마존 웹 서비스(AWS)를 기반으로 운영되는 경우가 많다. AWS는 아마존의 수익성 높은 클라우드 컴퓨팅 사업부다.
그러나 이조차도 글로벌 거대 기업 아마존이 제공하는, 서로 긴밀하게 연결된 제품과 서비스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 아마존은 올해 초 미국의 대형 유통업체 월마트를 제치고 연간 매출액 기준 세계 최대 기업으로 올라섰다.
1995년 창업자 제프 베조스가 빌린 차고에서 온라인 서점으로 출발한 아마존은 왜 유독 서구 시장에서 강력한 경쟁자가 나타나지 않을까? 더 치열한 경쟁이 있다면 소비자 입장에서도 더 큰 혜택을 누릴 수 있지 않을까?
우선 분명히 해둘 점은, 아마존이 진출한 모든 분야, 특히 전자상거래 분야에서 경쟁자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월마트, 타겟 같은 미국의 대형 소매업체들 모두 빠르게 확장하는 광범위하고 온라인 소매 사업부를 보유하고 있으며, 아마존의 '프라임'과 유사한 자체 구독 서비스도 운영하고 있다.
영국에서는 테스코가 온라인 식료품 시장을 선도하고 있고, 독일에서는 잘란도가 최대의 온라인 의류 소매업체로 자리 잡고 있다. 초저가 상품 시장에서는 중국 웹사이트인 테무와 쉬인이 주요 강자로 꼽힌다.
그리고 이달 초 비디오 게임 소매업체 게임스탑으로부터 555억달러(약 82조원)에 인수 제안을 받은 이베이도 빠질 수 없다. 이베이는 경매, 중고품, 수집품에 초점을 맞추며 아마존과 차별화된 사업 모델을 구축해왔다.
그리고 게임스탑은 이베이가 언젠가 아마존의 강력한 경쟁자로 성장하길 기대한다고 밝혔지만, 현재 아마존은 전체 전자상거래 시장 점유율에서 그야말로 압도적인 존재감을 자랑한다.
지난달 통계에 따르면 미국 온라인 소매 시장에서 아마존의 점유율은 40.5%에 달했다. 가장 유력한 경쟁자로 꼽히는 월마트는 9.2%를, 이베이는 약 3%대를 기록했다.
영국에서도 아마존은 온라인 소매 판매의 약 30%를 차지하며 막강한 영향력을 유지한다.
영국 서리대학교 '디지털 경제 센터'의 애너벨 가워 센터장은 "전자상거래 시장에서 아마존이 절대적인 독점 기업은 아니지만, 지배적인 기업임은 분명하다"고 했다.
"그리고 이들이 판매하는 제품군의 폭은 비교 불가능한 수준입니다."
전문가들은 다른 기업들이 아마존과 경쟁하기 매우 어려워진 배경에는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고 분석한다.
첫 번째, '선점 우위 효과'다. 아마존은 온라인 소매업 태동기 시절 가장 먼저 규모를 키운 기업 중 하나로, 인터넷을 통해 쇼핑의 편리함과 속도를 어떻게 혁신할 수 있을지 분명한 비전을 제시했다. 이를 바탕으로 많은 경쟁사보다 빠르게 시장 점유율을 확보할 수 있었다.
또한 중요한 요인은 주주들의 선택이다. 아마존의 주주들은 오랜 기간 회사가 손해를 감수하면서까지 제품을 판매하고, 이후 발생한 이익은 공격적으로 재투자해 성장에 몰두하는 것을 용인했다. 아마존은 오늘날까지도 주주들에게 배당금을 지급한 바 없다.
미국 하버드 경영대학원의 데이비드 요피 명예교수는 전통적인 기업들이 이러한 전략을 택했다면 분명 주가가 곤두박질치고 주주들이 거세게 반발했을 것이라며, "(이러한 전략은) 경쟁을 어렵게 만들었다"고 평가했다.
오늘날 AWS 등 아마존은 수익성이 특히 높은 사업에서 얻은 자금을 활용해 마진이 낮은 소매 사업을 유지하고, 새로운 사업에도 투자한다. 그렇기에 다른 소매업체들보다 더 유리할 수밖에 없다.
게다가 기술 기업으로 포지셔닝한 전략 또한 큰 역할을 했다. 알고리즘, 자동화, 데이터 활용은 효율성을 높이고 고객 경험을 형성하는 데 기여하며, 아마존이 몸집을 키우는 데 매우 도움이 됐다.
이에 더해 하버드 경영대학원의 수닐 굽 교수는 클라우드 컴퓨팅, 소비자 기기, 자체 브랜드 제품, 오리지널 콘텐츠 제작, 헬스케어 등 다양한 분야에 진출하고 그러다 실패하면 과감하게 새로운 분야로 넘어가는 등 아마존의 기업 문화 자체가 매우 대담하고 실험적이라고 평가한다.
전문가들이 말하는 아마존의 주요 사업적 선택은 크게 2가지다. 우선 지난 2000년, 아마존은 온라인 소매업체에서 온라인 플랫폼으로 전환해 제3자 판매자들이 자사 플랫폼에서 상품을 판매할 수 있도록 했다.
굽타 교수는 그 결과, "네트워크 효과"가 형성됐다고 말한다. 즉, 아마존 플랫폼에 입점하는 판매자가 많아질수록 구매 가능한 상품도 많아져 고객들이 다른 곳으로 가지 않게 됐고, 이는 다시 더 많은 판매자를 끌어들였다.
그리고 "신규 업체가 그 격차를 따라잡기란 매우 어렵다"는 설명이다.
또 다른 전환점은 지난 미국에서는 2005년에, 영국에서는 2007년 출시된 아마존 프라임이다. 이용자들은 연간 구독료를 내면 무료 및 더 빠른 배송 서비스를 누릴 수 있다.
아마존을 연구하고 관련 책을 집필해 온 매사추세츠 대학교 애머스트 캠퍼스의 에밀리 웨스트 커뮤니케이션학 교수는 이에 따라 아마존 플랫폼의 "붙잡아 두는" 능력이 강해졌다고 말한다.
"무료로 배송되니 필요한 모든 물건을 아마존에서 찾게 된다"는 것이다.
사실 프라임 자체의 수익성은 그리 높지 않다. 아마존 전자 상거래 사업부의 수익 대부분은 광고와 제3자 판매자 수수료로 충당된다.
하지만 아마존 자체 콘텐츠를 포함한 영화 및 TV 프로그램 스트리밍 서비스, 미국 홀푸드 할인 등 가입 시 따라오는 여러 혜택으로 인해 구독을 끊기란 쉽지 않다.
가워 센터장은 "아마존은 단순히 제품을 판매하는 웹사이트가 아니"라며 "서로의 영향력을 강화해주는 다양한 사업체로 구성된 생태계다 … 이 때문에 타 업체들이 맞서기란 매우 어렵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아마존에 필적할 경쟁자가 좀처럼 없는 데는 또 다른 이유가 있을 수 있다. 일각에서는 아마존이 경쟁법을 위반하는 행위를 저질러 기존 경쟁사의 성장을 막고 신규 업체의 진입을 방해한다고 말한다.
미국에서는 연방거래위원회(FTC)와 캘리포니아주가 아마존을 상대로 각각 반독점 소송을 제기했으며, 2027년 초 재판이 예정돼 있다. 지난달 캘리포니아주는 아마존이 시장 지배력을 유지하고 경쟁을 저해하고자 불법적인 행위를 저질렀다고 주장하며, 여러 증거 자료를 공개하기도 했다.
아마존은 이 같은 혐의를 부인하며 법적 다툼을 벌이고 있다.
FTC 소송의 경우 그 내용이 광범위하지만, 주요 혐의는 아마존이 가격 경쟁을 막아 신생 온라인 플랫폼의 기반 확보를 저해한다는 주장이다.
다른 웹사이트에서 더 낮은 가격으로 상품을 판매하는 판매자에게는 아마존 측이 검색 결과 노출 순위를 낮추거나 '구매하기' 버튼을 제거하는 등의 불이익을 주었다는 의혹이다.
이로 인해 플랫폼은 달라도 가격 차이가 거의 없기에 소비자들이 아마존을 떠날 동기가 줄어들었으며, 경쟁 플랫폼들이 판매 수수료를 인하해 판매자들을 유도하려고 해도 판매자들이 아마존에서의 매출 감소를 우려해 참여하기 쉽지 않아졌다는 설명이다.
이에 대해 일각에서는 아마존을 여러 개의 독립된 기업으로 분할해야 한다고 말한다.
아마존의 운영 방식 개혁을 요구해 온 '아테나' 연합 소속이자, 미국의 비영리 단체 '지역 자립 연구소'의 스테이시 미첼 공동이사는 "그렇게 하면 시장에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다른 전문가들은 실제 분할 가능성이 그리 크지 않다고 본다. 예를 들어 최근 구글은 경쟁법 소송에서 분할 명령을 피했다.
한편, 전문가 대부분은 수천억 혹은 수조 달러에 달하는 막대한 자금과 충분한 시간이 있다면 어떤 회사든 아마존의 전자상거래 플랫폼을 모방한 플랫폼을 구축할 수 있다는 데 동의한다.
특히 월마트와 같은 기존 업체는 더 적은 비용으로도 이를 구축할 수 있을 것이며, 월마트는 이미 아마존의 전략을 상당 부분 도입하고 있다.
하지만 아마존이 직면할 위협은 이러한 기존 소매업체가 아닐 수도 있다.
현재 전혀 다른 형태의 쇼핑 경험이 다가오고 있다. 전자 상거래가 '챗GPT'와 같은 생성형 AI 인터페이스에 직접 통합되기 시작하면서 사용자가 사이트를 떠나지 않고도 제품을 구매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이는 온라인 소매 시장에서 아마존의 지배력을 위협할 수 있다.
요피 명예교수는 "그렇기에 (아마존은) 경쟁이 아예 불가능한 기업은 아니"라고 정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