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경호처는 공수처의 체포영장 집행을 막을 권한이 있을까?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3일 윤석열 대통령 체포에 실패하면서 앞으로 공수처가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수사를 어떻게 이어갈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6일까지 윤 대통령에 대한 체포영장 집행이 실패하면 공수처가 진행하고 있는 수사가 타격을 받을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3일 오전부터 시작된 영장 집행이 경호처의 저지에 의해 무산된 만큼, 경호처가 체포영장을 막을 권한이 있는지에도 이목이 쏠린다.
경호처가 체포영장 집행을 막을 권한 있을까?
공수처는 지난 31일 서울서부지방법원으로부터 발부받은 체포·수색 영장을 제시하며 관저 진입을 시도했지만 경호처가 막아섰다.
공수처는 이날 관저에서 철수한 후 "관저 200m 이내까지는 접근"했지만 "경호처와 군인들 200여명이 겹겹이 벽을 쌓고 있어 도저히 들어갈 수 없는 상황이었다"고 밝혔다.
이어 "관저까지는 접근할 수 있게 협의가 진행됐고 관저 앞까지 검사 3명이" 갔지만 "훨씬 많은 인원이 집결해 안전 우려가 커서 집행을 중지하기로 했다"고 덧붙였다.
박종준 대통령 경호처장은 대통령경호법과 경호구역을 이유로 수사팀의 진입을 막아선 것으로 전해진다.
헌법재판소 연구관을 지낸 노희범 변호사는 BBC 코리아와의 통화에서 "법원이 발부한 영장에 대해 경호처가 수사를 못하게 막는 건 전혀 법적 근거가 없다"고 지적했다.
공조수사본부도 경호처가 정당한 공무를 방해했다며 "경호처장과 차장 등을 특수공무집행방해 혐의로 입건했다"고 밝혔다. 공조본은 4일 박종준 경호처장 등 4명에 대한 출석을 요구했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야당 의원들도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체포영장 집행을 거부하거나 방해하는 것은 명백한 불법이고, 내란 공범"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나 대통령 측과 여당 등은 체포영장 자체가 위법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권영세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은 이날 이번 영장 집행이 "대단히 불공정하고 대단히 월권적"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공수처의 집행 시도 후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윤 대통령은) 도주의 가능성도 없을 뿐만 아니라 수사가 상당히 진척돼 증거 인멸의 우려도 없다"며 "현 상황에서는 불구속 수사가 보장되는 것이 원칙"이라고 주장했다.
윤 대통령 측도 이번에 발부된 체포·수색 영장 자체가 "불법·무효"라며 응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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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포·수색 영장이 논란이 된 이유
윤 대통령 측은 이번 영장에 적시된 '형사소송법 110조와 111조 적용을 예외로 한다'는 대목을 문제 삼고 있다.
형사소송법 110조는 '군사상 비밀을 요하는 장소는 그 책임자의 승낙 없이는 압수 또는 수색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으며, 111조는 '공무상 비밀인 장소나 물건을 승낙 없이 압수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 서울서부지방법원은 이번에 윤 대통령에 대한 체포·수색 영장을 발부하며 영장에 이 대목을 명시했다.
윤 대통령측 윤갑근 변호사는 이에 대해 "형소법 어디에도 판사에게 그런 권한을 부여하고 있지 않다"고 반발했다. 그는 이에 대해 "헌재와 법원에 영장에 대한 이의절차가 진행 중"이라며, "불법적인 영장 집행에 대해서는 집행 과정의 위법 상황에 대해 법적인 조치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차진아 고려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도 영장에 이같은 내용을 적은 것에 대해 "법관이 해서는 안 되는 사안"이라고 비판했다.
차 교수는 BBC 코리아에 "국회가 제정한 법률은 사법기관에 대해 구속력을 갖는다"며 "법관은 법률을 적용할 의무가 있고, 자의적으로 적용해서 법률에 위반되게 적용하면 안 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번 영장 발부에 대해 "마치 법률 위에 서서 효력 유무를 판단하고 법률의 효력을 정지시켜주는 것처럼 판단했다"고 덧붙였다.
반면 노희범 변호사는 이에 대해 법원이 법률의 효력을 "자의적으로 적용한 게 아니라, 주의를 주려는 목적이었을 것"이라는 입장이다.
노 변호사는 "110조나 111조는 체포와는 관련 없는 압수수색과 관련된 규정"이라 설명했다. 즉 군사상 비밀구역이라 할지라도 체포영장 집행에는 문제가 없다는 말이다. 실제 형사소송법 110조, 111조의 이름은 각각 '군사상 비밀과 압수', '공무상 비밀과 압수'다.
노 변호사는 "그런데 관저 안 어딘가에 있을지 모르는 대통령을 찾아야 하기 때문에 수색 영장이 필요했을 것"이라며 "그런데 수색을 할 경우 경호처가 형사소송법 110조나 111조를 근거로 영장 집행을 막을 수 있기 때문에, 이를 막지 말라는 의미"로 판사가 해당 문구를 적시했을 것이라 분석했다.
"물론 예외 여부를 규정하지 않더라도 체포 영장으로서의 효력은 있어요. 그런데 대통령실이 분명히 그걸 또 빌미로 삼아서 영장 집행을 거부할 것 같으니까 법관이 주의를 주려고 적어놓은 것 아니냐, 저는 그렇게 생각합니다."
공수처는 다시 집행을 시도할까?
3일 대통령 체포에 실패한 공수처로서는 부담이 커졌다. 때문에 경호처의 저지와 영장에 대한 논란에도 불구하고 공수처가 재차 집행에 나설지에 이목이 쏠린다.
공수처는 이날 저녁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에 경호처가 체포영장 집행에 응하도록 명령할 것을 강력히 요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공수처는 "경호처 공무원들의 경호가 지속되는 한 영장 집행이 사실상 불가능한 상황"이라며 이같이 전했다.
노 변호사는 공수처가 "재집행을 시도할 것"이라 내다봤다. 그는 "만반의 준비를 하고 영장집행을 방해하면 현행범으로 체포를 하는 식으로 집행할 것"이라 예측했다.
그는 영장에 대한 문제제기에 대해서도 "체포영장이 집행되고 나서 거기에 대한 이의제기를 할 수는 있지만, 체포 영장 발부 자체에 대한 이의제기 제도는 없다"며 이미 발부된 영장을 거부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차 교수는 수사기관과 재판부의 행보가 "법조인으로 볼 때 안타깝다"며 "신중을 기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윤 대통령 변호인단은 어떤 작은 문제가 있어도 강력하게 항의하는 자세를 취하고 있다"며, "윤 대통령을 엄정하게 처벌하고 싶다면 절차적으로도 완벽을 기해야 한다"고 전했다.
한편 민주당 법사위 소속 의원들은 이날 오후 공수처를 항의방문해 윤 대통령 체포를 촉구했다.
국민의힘 권 비대위원장은 "이제라도 (집행이) 중단된 것은 다행"이라며 "일반 수사 원칙에 따라서 임의수사를 하는 것이 상식에 부합하는 옳은 조치"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