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러시아 잇는 첫 자동차 다리 개통…교역·군사 협력 확대되나
북한과 러시아를 잇는 첫 도로교가 개통됐다. 두만강을 가로지르는 이 다리를 통해 양국 국경 사이에서 화물과 사람을 보다 쉽게 이동시킬 수 있게 됐다.
북한 관영매체는 이 다리가 "인적 교류와 관광, 무역"에 이용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우크라이나 탐사보도 단체 '트루스 하운즈(Truth Hounds)'는 이 다리가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러시아를 지원하기 위한 "비밀 군사 물류 통로를 구축하는 데 주로 사용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번 개통은 2022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한층 가까워진 북한과 러시아의 관계를 보여주는 또 하나의 사례다. 앞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어느 한쪽이 "공격"을 당할 경우 서로 지원하기로 약속한 바 있다.
미하일 미슈스틴 러시아 총리는 이 다리를 "새로운 우정의 상징"이라고 표현했고, 박태성 북한 내각총리는 "역사적인 사건"이라고 평가했다.
러시아 국영 타스통신에 따르면 이 다리는 하루 최대 차량 300대와 2323명을 수용할 수 있다.
BBC가 올해 5월 분석한 위성사진에는 길이 약 1km의 다리와 함께 새로운 진입도로 여러 곳, 국경 검문소, 지원 시설과 주차장이 건설된 모습이 포착됐다.
이미 북한과 러시아 양국을 오가는 항공편과 철도 연결망이 있다. 하지만 지금까지 자동차가 이용할 수 있는 유일한 도로 연결은 임시방편에 불과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특별한 합의에 따라 철도교 위에 나무판자를 설치해 자동차가 건널 수 있도록 하는 식이었다.
러시아 정부는 이번에 개통된 다리를 우선 화물 운송에 이용한 뒤, 올해 안에 여객 수송에도 개방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미슈스틴 총리는 이 다리가 "무역과 경제, 과학, 기술, 문화 분야의 협력을 더욱 발전시키는 강력한 동력"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개통식에 화상으로 참석해 러시아와 북한의 관계가 "전례 없이 높은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자동차 도로 개통이 가져올 수 있는 가장 즉각적인 변화 가운데 하나는 북한이 더 많은 무기를 러시아로 운송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한국 정보당국은 북한이 이미 선박을 이용해 러시아에 70억~140억달러(9조3900억~18조7800억원) 상당의 로켓과 미사일, 포탄을 제공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현재 북한군 약 1만1000명이 러시아에서 우크라이나군과 실제 전투를 벌이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트루스 하운즈는 최근 성명에서 양국이 2024년 전략적 동반자 조약을 체결했다는 점을 지적하며, 새로운 다리가 북한 군인과 건설 노동자, 고위 군 관계자를 러시아로 이동시키는데 활용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또 단체는 반대로 러시아의 기술과 자원이 북한으로 유입되는 통로가 될 수도 있다고도 덧붙였다.
다리 건설은 푸틴 대통령이 2024년 북한을 방문해 건설에 합의한 뒤 2025년 시작됐다. 당시 푸틴 대통령은 24년 만에 북한을 방문했으며, 양국은 이를 계기로 포괄적 전략 동반자 협정을 체결했다.
이후 공사가 여러 차례 지연되면서 다리는 착공 후 495일 만에 완공됐다.
러시아 관광객들은 북한이 2024년 입국을 허용한 이후 조금씩 북한을 방문하고 있다. 이들은 주로 평양과 원산갈마 해안관광지구를 방문하는데, 다른 나라 관광객들의 입국은 여전히 제한하고 있다.
새 도로를 통해 북한 노동자들도 러시아로 이동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 측 추산에 따르면 북한 노동자 약 1만 명이 러시아의 건설 현장과 벌목장에서 일하고 있다. 유엔은 각국이 북한 노동자를 고용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지만, 사실상 북한에서 학생 비자를 이용해 러시아에 입국하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의 빅터 차 한국석좌는 올해 5월 BBC 검증팀과의 인터뷰에서 "건설 속도는 양측의 교역 활동 규모를 반영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는 주로 북한이 푸틴 대통령의 우크라이나 전쟁을 위해 군대와 무기, 탄약, 노동력을 제공하면서 촉진된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