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넬대 사건' 피해 주장 여성 측, '대학 의료 시스템이 방치해'
2024년 미국 코넬 대학교에서 여러 남성에게 성폭행을 당했다고 주장한 여성의 변호인이 학교 의료 시스템이 피해자를 제대로 지원하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법원 서류상 '제인 도(익명의 여성)'로 알려진 이 여성은 성폭행 사건 이틀 후 대학 내 의사에게 "트라우마를 동반한" 방식으로 요로 감염에 걸렸다고 진술했으나, 의료진은 "별다른 후속 조치에 나서지 않았다"고 한다.
피해 주장 여성의 변호를 맡은 토마스 지우프라 변호사는 BBC에 제공한 성명에서 이는 "코넬대 측의 또 다른 실패"를 보여준다고 강조했다.
한편 BBC는 해당 대학 측에 이에 대해 문의했으나, 코넬대 측은 추가로 공개할 정보가 없다고 답했다.
대학 측 자체 조사 문건에 따르면, 이 여성은 대학 내 의사를 방문한 뒤 상담을 받으라는 말을 들었다고 한다.
지우프라는 BBC에 보낸 성명에서 "의뢰인의 이러한 진술은 성폭력 증거 채취 검사, 성폭력 전문 의료 전문가와의 상담, 부상 기록을 위한 신체 검사 등 추가 조사가 필요한 내용이었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이해하기 어렵게도, 의료 전문가 그 누구도 의뢰인에게 '누군가와 이야기해 보라'고 조언하는 것 외에는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았습니다."
이 여성은 2024년 대학 내 한 남학생 사교클럽 건물에서 약물을 투여당한 뒤 7명의 남성에게 성폭행을 당했다고 주장하며 올해 9월 코넬대를 상대로 민사 소송을 제기했다.
대학 측이 자신을 보호하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관련 남성들을 적절히 처벌하지도 않았다는 주장이다.
2024년 당시 이 사건은 카운티 내 형사 기소를 담당하는 최고 기관인 뉴욕주 톰킨스 지방검찰청으로 이관됐다.
매슈 밴 하우튼 지방검사장은 당시 기소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 피해 주장 여성의 진술서만 검토했는데, 해당 진술서에는 사건이 합의 하에 이뤄졌고, 약물도 투여받지 않았음을 시사하는 내용이 담겨 있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피해 주장 여성이 민사 소송을 제기한 지 2주도 채 되지 않은 이번 주, 밴 하우튼 검사실은 사건을 재조사하겠다고 밝혔다.
코넬대 측은 당시 자체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검사실에 증거를 제출했다고 밝혔다. 여기에는 성폭행이 발생한 것으로 알려진 당일 밤, 남학생 사교클럽 회원들이 이 여성을 "공짜" 성관계 상대로 표현한 스냅챗 단체 채팅 내용도 포함됐다.
한편 지우프라는 최근 성명에서 지방검사가 "말을 너무 여러 번 바꿔서 이제는 따라잡을 수도 없다"고 비난했다.
그는 "내가 보기에 기소를 했어야 하는 증거가 나올 때 마다 검사는 그러한 증거를 본 적이 없다고 주장하는 패턴이 반복되고 있다"면서 "그의 방어적인 태도와 체면을 지키려는 시도는 전혀 인상적이지 않다"고 덧붙였다.
밴 하우튼 지방검사장은 BBC와의 인터뷰에서 피해 주장 여성으로부터 6쪽 분량의 진술서를, 캠퍼스 경찰로부터는 스냅챗 메시지를 받았다고 밝혔다.
하지만 '타이틀 나인' 조사관이 이 여성을 면담한 내용을 담은 120쪽 분량의 녹취록도 있었다. 당시 면담에는 피해자 지원 담당자, 상담사, 피해 여성의 변호사 중 한 명이 전화로 참여했다.
다만 밴 하우튼 지방검사장은 당시 이 녹취록 전체를 검토하지는 못했다고 밝혔다.
그는 "현재는 확보한 전체 녹취록은 피해 주장 여성의 선서 진술서에 담긴 내용을 뒷받침한다"며 "지우프라의 부당한 비판이 진실을 밝히려는 우리 검찰의 노력을 뒤흔들게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코넬대의 '타이틀 나인' 조사 문건에는 여성이 성폭행을 당한 것으로 알려진 날부터 대학 측에 신고하기로 결정하기까지 약 3주간의 상황이 가장 상세하게 담겨 있다. '타이틀 나인'은 대학이 성폭력 조사 시 반드시 따라야 하는 절차를 규정한 법이다.
성폭행이 벌어진 것으로 추정되는 날이 지나고 다음 날 아침, 이 여성은 자신의 여학생 사교클럽 건물로 돌아왔고, 룸메이트 2명에게 자신이 마약을 했으며, 여러 남성과 성관계했다고 털어놓았다. 룸메이트들에 따르면 당시에는 아직 "강간"혹은 "성폭행"이라는 단어를 사용하지는 않았다고 한다.
뉴욕타임스가 입수한 문서에 따르면, 룸메이트가 보기에 이 여성은 "충격에 빠진" 상태로, "자신이 말하고 있는 내용의 심각성을 제대로 인지하지 못하는" 것처럼 보였다.
한편 해당 문건에는 피해 주장 여성이 성폭행 가해자 중 하나로 지목된 한 남성과 주고받은 문자 메시지 내용도 포함됐다. 이 남성은 해당 사건 이후 사과하고 있다.
이 남성은 "그날 밤 일이 그렇게 흘러간 점에 대해 사과하고 싶었다"며 자신과 다른 남성들이 그날 너무 취한 나머지 "상황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지기 전에 이를 중단시키고 사람들을 내보내지 못했다"는 사실에 괴로워했다.
여성의 룸메이트는 대학 측에 시간이 지남에 따라 피해 주장 여성도 "그 일이 나쁜 일"이었음을, "그곳에서의 시간을 즐기지 못했음을" 인지하게 됐다고 진술했다.
그러던 11월 3일, 피해 주장 여성은 성폭행 가해자 중 하나로 지목된 한 남성에게 문자를 보내 "그날 밤 일어난 일의 90%는 합의된 사항이 아니었음을 분명히 밝히고 싶다"며 "나는 내가 기억하는 것보다 더 많은 키(key, '케타민' 의미)를 투여 받았다"고 말했다.
아울러 이 여성은 "나는 내가 불편하다고 말했고, 그 방에 있는 사람 중 아는 사람이 아무도 없다고 했다는 사실도 기억해줬으면 한다"고도 덧붙였다.
이후 타이틀 나인 조사관과의 면담에서 이 여성은 자신이 성폭행을 당했다는 데 "100%" 확신한다고 말했다. 그의 변호사도 BBC에 이 같은 발언을 했음을 확인했다.
지우프라는 주장하는 사건이 발생한 지 3주 뒤인 11월 7일, 여성이 성폭력 증거 채취 검사를 받았으나, DNA 증거는 확보되지 않았다며, 10월에 대학 의사를 찾아갔을 당시 검사했더라면 확보 가능성이 높았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한 지우프라는 조사 과정에서 확보된 문자 메시지와 기타 면담 내용을 통해 "의뢰인이 처음에는 사건을 부정하다가, 수치심을 느끼게 되고, 결국 자신이 친구라고 생각했던 사람들에게 강간당했다는 사실을 받아들이는 단계로 이어졌음"이이 분명하게 드러난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는 트라우마에 대한 전형적인 반응"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뉴욕주 북부에 자리한 드넓은 코넬대 캠퍼스에는 긴장감이 맴돌고 있다.
BBC는 코넬 대학의 학생들과 교수 한 명과 이야기를 나눴다. 이들 모두 익명을 요청했으며, 다른 많은 이들도 이 사건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을 꺼리거나 불편해했다.
2024년 당시 캠퍼스에 재학 중이었다는 4학년 여학생은, 특히 피해 주장 여성에 대한 소문이 퍼지기 시작하며 학교 생활이 매우 힘들었다고 회상했다.
2년이 지난 지금, 그는 BBC와의 인터뷰에서 자신과 친구들은 상황에 "압도"당하는 기분이었고, "실망"했다며, 당시 캠퍼스 분위기가 "짙은 먹구름" 같다고도 표현했다. 이어 학교 측이 이번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다고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한 교직원 역시 분위기가 "음울했다"고 표현했다.
그는 교직원들이 전문 상담사가 아니기에 이런 상황을 어떻게 헤쳐나가야 할지 몰라 혼란스러웠으며, 많은 동료들이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모르는 상태로 당황해했다고 말했다.
"도저히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